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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1호 포럼 특집] 오래된 연애 같은 미디어운동 / 우야 (젠더무법자, 미디어 횡단자)

전체 기사보기/[특집] 100호 특집기획

by acteditor 2016. 12.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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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1호 포럼 특집 2016.12.23]



[RE:PLAY] ACT! 100호 오픈 테이블 “ACT! × 미디어운동 : 타임라인”


[교육과 활동] (2) 오래된 연애 같은 미디어운동


우야 (젠더무법자, 미디어 횡단자)


미디어운동을 한지 10년차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젠더무법자’와 ‘미디어 횡단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내 이야기의 제목을 ‘오래된 연애 같은 미디어운동’이라고 달았는데, 사실 오랜 연애를 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왜 미디어운동은 10년을 하고 있나 싶은 생각에 지어봤다. 


시작은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재학 시절로 돌아간다. 대학에 가서 선생님 한 분을 만나면서 공동체 라디오를 배우게 됐고, 그 안에서 레즈비언들이 모여 라디오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했다. 바로 가입하고 활동가가 되었고, 커밍아웃과 함께 감사 인사를 메일로 보내게 됐다. 지금도 그 활동을 하고 있다. 작년이 ‘마포FM’과 레즈비언 라디오 제작팀 ‘레주파’, 레즈비언 맞춤방송 ‘L양장점’의 10주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공동체 라디오와 레즈비언의 존재를 잘 모르고 있다. 


ACT!와의 인연은 2010년 겨울, 차별금지법 반대 투쟁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차별금지법 대응 및 성소수자 혐오, 차별 저지를 위한 긴급 공동행동‘에서 미디어로 그 투쟁을 기록하는 최초의 작업을 해봤고, ACT!에 글로 정리하여 싣기도 했다. 나의 경우에 가장 큰 어려움은 세상이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2014년도에 서울시에서 ‘서울시민인권헌장’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성소수자 조항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또다시 불발되었다. 내가 어떤 운동을 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구나, 하고 느꼈다. 시청 점거하면서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메일링에 커밍아웃을 하며 도와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고, 오마이뉴스에 기사도 실었지만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는 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커밍아웃 하고 편하게 살 걸 싶을 정도로. 예전에는 나 자신을 활동 영역마다 각기 다른 정체성으로 분리하고 별개의 이름으로 불리며 살았다. 그러다 지역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로 이사를 와서 동네 사람들을 만나며 미디어활동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만남과 활동도 함께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정체성을 합치려니까 비밀도 없고 숨을 공간이 없어서 힘들기도 했다.


지난 10년 동안 미디어운동을 하면서 여러 역할을 거쳐 왔다. 공동체라디오 하면서 방송도 하고 운영위원, 인턴PD, 상근 편성PD도 해봤고, 대학에서도 다양한 위치에서 활동을 경험해봤다. 현재는 미디어교육을 생업으로 삼고 있고, 사회적 소수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만나 미디어를 통해 목소리를 키우는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지금 상황에서는 라디오라는 매체가 힘이 있기는 하지만 폭발적이지는 못하다는 판단에서 트렌드에 맞게 AR, VR, 홀로그램을 공부하고 있기도 하다. 장애인들의 위치에 따라 화살표가 보이고 방향을 알려주는 등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미디어 활동 방법들을 고민 중이다.


성소수자 운동과 미디어운동은 나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성소수자들이 미디어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민인권헌장 사태 이후, 내가 왜 성별과 성적 지향에 갇혀서 활동을 해왔는지 의문이 들었다. 현재는 나 자신을 레즈비언에서 바이섹슈얼로 정체화 하고, 올해부터 젠더무법자 겸 미디어횡단자로 활동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교육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변화의 가능성을 전하고, 그렇게 사람답게 살자는 이야기를 건네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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