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80호 2012.08.30 이슈와 현장]
독립영화전용관과 미디어센터는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 점검! 영진위 독립영화 정책 ‘독립영화전용관과 미디어센터를 중심으로’ 토론회 후기 -
6월 26일 인디스페이스. 토론회엔 30분 정도 늦었지만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아서 다행히 맥락을 따라갈 수 있었다. 이 자리는 독립영화전용관과 미디어센터를 중심으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독립영화 정책을 살펴보는 토론회였다.
2010년 영진위는 독립영화전용상영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을 난데없이 공모제로 전환했다. 그런데 1년 뒤 2011년 영진위는 기존 운영주체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공모제로 새롭게 시작한 독립영화전용상영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을 직영으로 전격 전환했다.
▲ 2012. 6. 26 인디스페이스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정책 - 독립영화전용관과 미디어센터를 중심으로 (사진출처: 무비위크)
‘겉 잡을 수 없다.’ 게다가 독립영화 및 예술영화에 대한 지원금들이 삭감․폐지되면서 이유마저도 석연치 않은 영진위의 성급한 정책전환이 오히려 독립영화계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지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은 독립영화인들의 보이콧에 직면해 운영상 파행을 겪었고, 미디어교육과 장비지원은 물론 새로운 정책발굴을 통해 독립영화를 지원해야 하는 영상미디어센터는 오히려 독립영화계와 멀어지고 있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지난 4년 간 이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제시하며 영진위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정책의 결과를 평가하고, 그 이후를 계획하는 자리였다. 또한 독립영화 제작자들을 양성하고 지원하는 영상미디어센터와 창작물을 원활하게 배급하는 독립영화전용상영관에 대해 한 자리에서 토론하면서 각 기관들의 역할을 검토하고, 두 기관의 유기적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패널에는 영진위 뿐만 아니라 공모제 탈락 이후 2010년 상암동에서 새롭게 시작한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와 한국독립영화협회, 그리고 한국영상미디어센터협의회 담당자 등 6명이 참석했다. (위 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는 사회를 담당한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그리고 청중 토론에서 현재 영진위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영상미디어센터 센터장의 입장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2010년 이후 숱한 파행과 갈등을 겪은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이 ‘안정적인 발전과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계획 논의를 시작한 사실상 첫 자리였다.
포스트 인디플러스, 영진위 독립영화 전용관 사업 어떻게 할 것인가?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원승환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이하 ‘시민모임 이사’)는 오래전부터 제기된 독립영화전용관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2007년에서야 결실을 맺은 독립영화전용상영관 ‘인디스페이스’가 독립영화 상영의 확대를 보장했을 뿐만 아니라 ‘시네마 달’, ‘키노아이 DMC’ 등 독립영화를 꾸준히 공급할 배급사들이 탄생하도록 촉진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며 독립영화전용관의 의미와 역할을 짚었다.
그리고 2010년 전용관은 ‘인디스페이스’ 대신 공모를 거쳐 새롭게 사업자로 선정된 ‘시네마루’, 아리랑시네센터 스크린 1개, 한국영상자료원 스크린 1개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원승환 시민모임 이사는 “‘시네마루’는 보이콧 대상이었고, ‘아리랑시네센터’는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에 “전용관 사업만 놓고 보면 큰 성과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영진위는 2011년 직영으로 전환 당시 어떤 문제로 인해 운영방식을 지정위탁-공모제-직영으로까지 바꾸게 되었는지, 직영운영으로 어떤 점이 더 좋아지는지 등에 대한 설명들이 없었다. 이에 대해 원승환 이사는 영진위가 어떤 근거로 전용관 사업의 계획을 짜고 있는지 설명을 요구했으며, 또한 하루 상영회수가 지나치게 적소 교차상영까지 빈번하게 벌어지는 배급문제 해소를 위해 예술영화관 지원확충과 멀티플렉스 규제를 2013년 독립영화전용관 사업 방향으로 제안했다. 또한 인천 주안영상미디어센터를 예로 들며 지역 독립영화전용관 개관을 추진을 통해 극소수에 불과한 지역 독립영화 관객층을 확대하도록 제안했다. 또한 예산투입이 많은 직영 사업을 중단하거나 사업비를 최대한 줄이고 지원과 위탁 형태로 전용관 사업을 추진해 예산을 분배할 것을 요구했다.
“올해 운영․내년 예산편성은 직영을 전제로 운영,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부가시장”
문봉환 영진위 국내진흥부 부장은 인디플러스는 현재 연간 44편 정도의 독립영화를 소화하고 있으며, 독립영화전용관 직영운영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와 위탁운영 전환을 요구에 대해 “더 많은 의견을 갖는 시간”이 필요하며 “올해는 직영으로 운영할 예정이고, 내년 예산 편성도 직영을 전제로 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역에서 독립영화 배급과 상영을 책임질 거점극장을 선정하고, 올해부터 예술영화전용관도 1년에 50일 이상 한국독립영화를 상영해야 하는 의무조항을 두고, 프라임타임 때 독립영화상영실적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차등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문봉환 부장은 영진위는 내년 사업으로 독립다양성영화 부가시장 마케팅지원사업 신설을 준비하고 있으며, 온라인 통합전산망 구축을 통해 독립영화홍보의 효과를 높이는 설계 작업을 올 하반기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용관의 직영과 위탁의 장단점에 대해서 의견을 피력했으나 왜 직영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원승환 이사는 예술영화전용관의 50일 의무 상영을 통해 과연 1주일에 하루씩 관객과 독립영화가 만나는 기회를 통해 얼마나 안정적이고 관객들이 독립영화를 편하게 찾아가서 볼 수 있다고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과거만큼만 하면 안 된다! 새로운 영상미디어센터가 필요하다!
독립영화전용상영관에 대한 토론에 이어 영상미디어센터에 대한 발제가 이어졌다. “또! 미디액트와 서울영상미디어센터를 비교할 생각이 없으며, 이제는 그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원현숙 미디액트 창작지원실장은 구체적인 사업안을 작성해서 서울영상미디어센터의 사업계획수립에 필요한 과제를 제시했다.
원현숙 실장은 서울영상미디어센터가 먼저 직영으로 전환된 이유가 명확치 않을뿐더러, 직영 전환 이후에는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의 전망이 부재가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따라서 운영구조의 전반적인 혁신, 수치만 보아도 저조한 상설교육 사업과 1회성 사업에 그친 미디어소외계층을 위한 교육 및 상영 프로그램 손질을 제안하며, 2012년부터 시작한 서울시 마을미디어교실 사업단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원현숙 실장은 이외 정책사업 부재, 기술사업 선도화, 대중성과 전문성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사업들은 찾기가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원현숙 실장은 서울영상미디어센터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센터들의 교류를 촉진하는 ‘대표 미디어센터’, 2013년 10월 경 부산으로 이전하는 영진위의 공백을 메우고 제작자들을 지원하는 ‘창작지원 미디어센터’, 실적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체험센터’, 전문 인력 배출을 위한 독립적인 영상미디어센터가 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덧붙여 이제 할 일은 ‘지속적인 논의 테이블’을 만드는 “아주 간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결론과 같은 목표를 설정해도 해석이나 입장의 차이로 인해 그려지는 그림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원현숙 실장은 미디어센터사업을 10년간 진행해온 노하우를 가진 사람들과 영진위가 만나 2010~2011년 소통의 부재로 인한 마찰을 다시 겪지 않기를 바라면서 발제를 마쳤다.
다시 만나야 한다.
청중토론까지 마친 토론회 참석자들은 모두 이러한 논의 자리가 꾸준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토론회 내내 지적되었지만 2010년 독립영화전용상영관과 미디어센터 운영을 갑작스럽고 석연치 않게 강행한 공모제로 전환한 이후 영진위와 독립영화인들, 미디어교육 주체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져 왔다. 영진위는 이 날도 지정위탁에서 공모로, 공모에서 직영으로 바꾼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으며 미디액트는 작년, 인디스페이스는 올해 공모제 탈락의 여파를 이겨내고 독자적인 힘으로 다시 개관했다.
하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도 영진위와 민간 미디어센터들, 독립영화전용관은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다. 영진위는 정책과 사업예산 지원을 담당하고, 미디어센터가 각자 독립영화 창작자들을 양성하면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창작자들의 창작물을 배급할 수 있는 순환구조를 만들 때 열악한 독립영화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토론회는 ‘직영과 위탁 중 무엇이 옳은가’를 따지는 대신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면서 서로가 깊어질 대로 깊어진 갈등을 수습하는 첫 실마리가 된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제 한 고비 넘긴 셈이다. 앞으로 독립영화의 발전을 위해 영진위가 독립영화전용관과 미디어센터 정책을 섬세하게 손질하고, 서울영상미디어센터와 지역 미디어센터, 영진위와 독립영화전용관 간 상생관계를 재설정하는 논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자리에서는 영진위와 서울시영상미디어센터가 오늘 제시된 방안들에 응답할 수 있는 자료들을 내놓아야 하며, 직영 이후 사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자기 평가를 기대한다. 특히 다음 자리에서는 영진위가 사업들을 지정위탁-공모-직영으로 전환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명쾌한 해명을 해주길 기대한다. □
[필자소개] 준혁
- 기분에 따라 사람 사는 세상에 출몰했다 사라지는 보일랑 말랑한 뺀질이입니다. 좋아하는 활동은 열심히 하니까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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