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80호 2012.08.30 이슈와 현장]
콜트 콜텍 노동자, 스마트폰 영상으로 말하다!
콜트 콜텍 노동자들과 함께 한 스마트폰 교육
올해 2월 2일, 3월 8일 두 번에 걸쳐 콜트, 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과 미디액트가 함께 한 스마트폰 교육이 있었다. 나는 이 교육에 보조교사로 참여했었다.
콜트 콜텍 노동자들은 2007년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후 지금까지 투쟁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에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매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통해 쉽고 빠르게 자신들의 투쟁 상황을 알려낼 수 있도록 스마트폰 교육을 기획하였고, 교육 목표 또한 노동자들이 자신의 투쟁 상황을 알려낼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가는 것에 맞춰졌다.
수업 진행 당시 콜트 콜텍의 경우 현장이 급박하게 침탈당한다거나 경찰, 구사대의 폭력에 맞서기보다는 장기 투쟁사업장으로 투쟁의 활력 불어넣기, 생계투쟁 등이 주요 과제였고 이에 맞추어 노동자들이 구성한 밴드인 콜밴의 뮤직비디오와 고추장, 된장 등 물품 판매 및 홍보와 관련된 영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 2012. 2. 2 인천 부평구 콜트/콜텍지회 농성장
콜트 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과 미디액트가 함께 하는 스마트폰 교육
스마트폰으로 투쟁 상황 알려내기와 두 가지 영상 만들기의 목표는 모두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촬영하기 등을 진행하면서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활용에 대해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교육 이후 페이스북, 트위터 등 스마트폰의 기능을 활용하여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투쟁 상황을 알려내는 일을 대부분 열심히 하고 계신다. 동영상 만들기의 경우 고추장 된장 판매 및 홍보 동영상은 조건상 제작할 수 없었고, 콜밴 뮤직비디오와 농성장을 소개하는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온라인 소통방법이나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시간이 부족해서 충분히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미디어교육을 하는 경우에는 다른 미디어교육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요구와 목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노동자들은 사회에 어떤 요구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알려내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미디어교육을 받는 주요 목적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영상을 누구와 함께 볼 것인지, 어디에서 소통하고자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만들어내야 할 것 같다. 즉, 기기 사용법 알기, 영상 제작 방법 알기 뿐 아니라 ‘나누고 소통하기’의 목표와 방법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있어야 할 것 같다. (물론 다른 미디어교육들도 마찬가지지만)
▲ 2012. 2. 2 인천 부평구 콜트/콜텍지회 농성장
콜트 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과 미디액트가 함께 하는 스마트폰 교육
이번 스마트폰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제작물은 <콜트콜텍 농성장 이야기>(김경봉, 장석천), <콜밴 뮤직비디오>(이인근, 임재춘) 두 작품으로, ‘콜트 콜텍 농성장 방문 프로젝트 야단 법석’에서 인천인권영화제와 함께 준비해 상영회를 가졌다. 상영회를 통해 한 번 더 콜트 콜텍 노동자들과 연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어서 좋았으나, 현장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 혹은 이 사안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는 통로가 마땅치 않아 아쉬웠다. Youtube(유튜브) 등 인터넷 통로들이 있으나 열심히 찾아보아야 알고, 볼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따로 홍보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이런 영상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를 확률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교육은 끝나도,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교육도, 연대도 끝나지 않는다.
어설픈 교육 평가는 이정도로 마치고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아, 그래서 두 번의 스마트폰 교육이 끝나고 노동자들이 스마트폰을 엄청나게 잘 활용하게 되었다거나 영상 만들기에 천재적인 재능과 열정을 보여 영상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건 아니다. (사실 그럴 시간도 별로 없다) 나 역시 간간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올라오는 사진, 소식들을 보며 ‘이렇게 활용하고 계시는군.’ 하고 생각한다거나, 만났을 때 “동영상 찍는 건 잘 안 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싸우고 있지 거기서 촬영을 안 하게 되더라.”는 말을 들으면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하셔서 습관을 들이셔야죠!” 따위의 말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무슨 집회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글들을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두 세 번의 스마트폰 교육으로 큰 교육적 성과를 얻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교육적 성과’라기보다는 ‘연대의 방법’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교육은 3월에 끝나고 상영회는 5월에 이어졌다. 6월에는 안건형 감독이 콜트 부평 공장으로 찾아와 스마트폰 활용에 초점을 맞춰 교육을 진행했고, 그를 통해 이어진 사람이 콜트 콜텍 미니 다큐 <1974일>(방아란)를 만들었다. 끊어질 듯 이어질 듯 미미한 듯 아닌 듯 미디어 활동가나 독립다큐멘터리 감독들과의 연결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7월 23일이면 콜트 콜텍 노동자들은 투쟁 2000일을 맞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새삼스럽게 내가 ‘미디어 활동가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집회에 참여하는 것,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해서 영상을 제작하는 것 외의 미디어 활동가로써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서 상당히 조급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그래서 콜트 콜텍 노동자들과 함께 했던 이 연대의 방식이 조금씩 퍼져서 더 많은 노동자들과 삶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공간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생각의 시작’이라 미약하고 미미하지만, 길고 가늘게, 부슬비처럼 내리는 연대도 꽤 낭만적이지 않은가!
7월 23일이면 콜트 콜텍 노동자들은 투쟁 2000일을 맞는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그 ‘몇일’에는 사람들의 쉽지 않은 땀과 눈물과 웃음이 뒤섞여 있을 것이다. 7월 15일부터 25일까지는 공동행동주간이 이어져 콜트 부평공장에서, 서울광장, 광화문 광장에서 난장이 진행된다. 이 기간이 지나더라도(슬프게도) 매주 목요일에는 “콜트 콜텍 농성장 지지방문 프로젝트 야단법석”과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홍대에 있는 ‘클럽 빵’에서 수요문화제가 진행된다. 공동행동 주간과 수요문화제에서는 기타를 만들던 손으로 노래를 만드는 멋진 콜밴의 공연도 볼 수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연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시공간이 더 넓어지길 바란다. □
* 현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미디어교육을 추진하고자 하는 미디어교육 교사, 미디어 활동가들은 노동자들이 투쟁 일정으로 매우 바쁘다는(!) 사실과 언제 어떻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사실(경찰/용역의 농성장 침탈 등)을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할 것이다.(고정되지 않고 계속 바뀌는 수업 일정에 그 사실을 너무나 뼈저리게 느낌) 한 차시에 끝내는 교육을 여러 차례 하는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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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넝쿨
- 미디어교육 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1년 <오순도순 공부방>을 공동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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