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75호 이슈와 현장] 내가 니 방송국이다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75호 / 2011년 7월 25일

내가 니 방송국이다

정경훈(plogTV)

 

 

 

“TV시민세상은 한계가 너무 많아. 지역에서 이슈를 만들고 소통하기에는 말야.”
“하긴 그래. 한 달에 한 번이라는 방송주기와 지상파방송이 포용할 수 있는 주제의 한계가 큰 거지.”
“그럼 새 채널을 가질 수밖에 없겠어.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은 그대로 이어나가고 대안언론을 새로 만들자.”

 

plogTV(플로그티브이)는 애초 퍼블릭액세스 운동에서 출발했다. 퍼블릭액세스 운동이 대안언론운동으로서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생각을 해 봐야하지만 본래 그 속에 담고 있는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니까. 부산에서는 2005년부터 지역MBC와 함께 라디오와 TV에서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방송국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퍼블릭액세스운영협의회가 이끌어 오고 있는 모델이다. 하지만 한계가 많다. 벌써 6년을 이어오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들이 지역 내에서 이슈로서 힘을 받고 아젠다를 제기하기에는 벅차 보인다. 일단 방송국이 시청자참여프로그램 발전에 의지가 없다. 하고 있다는 생색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민감한 주제를 방송하기에는 난감해 한다. 이래서야 뭐 맘껏 속 시원히 소통하면서 대안언론으로서의 지위를 갖출 길은 요원해 보인다.

 

 

 
그래서 우리만의 지역대안언론을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를 시작한지는 벌써 2년 전이다. 다른 지역의 사례나 언론들도 알아보면서 우리에게 타당하고 적절한 방식이 무엇일지 많은 고민을 해 왔다. 그러다가 올해 2월 plogTV를 오픈시켰다. 영상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뉴스블로그라고 할까. 우선 팀블로그 방식으로 시작했다. 경제력, 인력 등의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선택한 방식이었다. 티스토리블로그를 플랫폼으로 잡고 Vimeo를 동영상스트리밍 서비스로 이용했다. 상근인력도 없고 자금도 없는 상황에서 미디어활동가들의 결의만으로 시작했다.

 

팀블로그를 과도기로 생각하고 시작하긴 했지만 뭐 하나 술술 되는 것은 없었다. 속보성 뉴스는 엄두를 낼 수 없고 심층취재를 하기에도 역량이 버거웠다. 인지도가 없는지라 콘텐츠를 알리기에도 역부족. 뭔가 계기나 기회가 필요했다. 그러다가.

 

“한진중공업에 행정대집행 들어온다는데?”
“사람들이 희망버스를 조직해서 김진숙 위원 보러 전국에서 온대.”
“그럼 우리가 취재해야지.”

 

plogTV 시작하고 한진중공업 투쟁 이야기를 2번 정도 다룬 적이 있었다. 지역에서 뉴스이슈화를 목표로 했던 우리로서 부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진중공업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그러던 중 법원의 행정대집행, 사측의 용역투입, 그리고 희망버스라는 새로운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1차 희망버스 이후 2차 희망버스 일정이 다가오면서 plogTV는 주야 교대로 85크레인 앞에서 취재촬영의 진을 쳤다. '한진일일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영상을 올리고 때론 모바일 생중계도 여러 번 했다. 특히 트위터를 이용한 소통은 plogTV를 사람들에게 알린 일등공신이었다.
plogTV에서 최초 공개되었던 김진숙 지도위원의 셀프카메라 영상은 재생횟수 10,000을 넘기며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덕분에 최소한 한진 취재와 관련해서는 plogTV의 인지도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한진 투쟁은 진행 중이다. 3차 희망버스가 다시 예고되어 있고, 사측은 공권력의 비호 아래 85크레인에 사설특공대를 투입하려고 벼르고 있다.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라 plogTV의 카메라가 현재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철수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진보적 언론 매체를 갖자는 것이 plogTV의 목표다.
그리고 일반시민과 시민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언로의 플랫폼이 되자는 것도 plogTV의 목표다.
지역 언론조차 지역의 사안을 외면하거나 편향되고 왜곡된 뉴스를 생산하는 상황, 그리고 달라진 뉴미디어의 폭발적 성장이라는 배경은 우리가 새로운 지역대안언론을 꿈꾸게 만들고 있다.
한진중공업 투쟁으로 plogTV 홍보도 많이 되고 기대도 높아진 상황이 좋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지역사회에서 사람들과 같이 뭔가를 계획할 운신의 폭이 넓어져서 좋은 반면, 이런 기대의 시선을 안고 계속 잘해야 한다는 무거움도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뭐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향후 plogTV가 자립의 재생산 능력을 갖추면서 부산에서 plogTV가 말하는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귀담아 들을 수 있도록 오늘도 뛰는 수밖에.
plogTV는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성공한다면 부산의 언론 그리고 미디어운동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잘 실패했으면 좋겠다. 지역사회에서 대안언론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고, 시민참여의 미디어로서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좋지 않을까?

 

“다음 달에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는 지방분권 토론의 주관언론사로 plogTV가 될 것 같아.”
“지난 달 plogTV 페이지뷰가 30,000 넘었어. 회식 한 번 하자.”
“지난번에 전원 복직된 한진 노동자 분들이 다음 주에 plogTV에 놀러 오신다고 연락 왔어.”

 

이런 대화들을 나누게 될 날들을 그려본다. plogTV는 한진 이후에도 끊임없이 지역의 문제와 이슈들을 붙들 것이다. 주류언론을 바꿔내는 목표도 중요하다. 더불어 우리가 주류언론이 되어보자는 목표를 가지자. 가능성은 우리 곁에 있다. 
 
* 관련사이트
plogTV www.plogtv.net
미디토리 http://meditory.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