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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5호 이슈와 현장] Color of Your Selff! 너의 색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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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75호 / 2011년 7월 25일

 

 
 
 
 
 
Color of Your Selff! 너의 색을 밝혀라!
- 제11회 서울LGBT영화제 -
 
홀릭(서울LGBT영화제 프로그래머)


 

서울 LGBT영화제가 2011년 6월2일부터 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렸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서울 LGBT영화제는 화려하고 다양한 무지갯빛을 뽐내며 막을 내렸다. LGBT란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의미하며 서울LGBT영화제는 한국사회에서 유일한 성소수자 영화제이다.
서울LGBT영화제는 2001년 ‘퀴어문화축제'의 한 부분인 ‘무지개 영화제'에서 시작되었다. 성소수자를 상징하고, 퀴어(*주1)코드로서의 무지개는 6가지 색깔을 나타낸다. 각각의 색깔은 삶(빨강), 치유(주황), 태양(노랑), 자연(초록), 예술(파랑), 영혼(보라)을 뜻하며, 예전에는 핑크색이 쓰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성소수자의 가장 큰 축제인 퀴어문화축제와 함께 성장한 무지개 영화제는 2007년 처음으로 서울LGBT영화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었고 한 단계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 동안의 퀴어영화제로 문화적 장이 되었던 전통과 열정을 그대로 이어가고 나아가 영화제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새로운 희망과 도전과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영화제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의 시작이 된 셈이다.
2011년 서울LGBT영화제에는 또 하나의 큰 변화가 있었다.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가 집행위원장을 맡았고, 김태용 감독을 비롯하여 집행위원체제를 꾸렸다는 것이다. 또한 홍보대사에 영화배우 소유진을 위촉하여 영화제의 홍보역할을 해냈으며, 조금씩 영화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고, 성적소수자 뿐만이 아니라 일반관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제로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성적소수자들은 “언제부터 동성애자/트랜스젠더였나요?” 혹은 “언제부터 동성을 좋아했나요?/ 언제부터 자신을 남자 또는 여자라고 생각했나요?”와 같은 질문들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사실 조금만 바꿔서 생각해 보면 우매함을 알 수 있다 “언제부터 이성애자이었나요?” “이성을 좋아하는 것은 유전일까요 사회적 영향일까요?” 이렇게 바꿔서 생각해 본다면, 많은 이성애자들은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모르니깐 말이다. 자신들에게는 질문하지 않으면서 수많은 성적소수자들에게 질문을 하며, 궁금해 한다. 이러한 이유로, 2011년, 10주년을 맞은 서울LGBT영화제는 이제 여러분에게 질문을 던진다. Color of Your Selff!라고. (SeLFF는 Self의 중의적인 표현이자, Seoul LGBT Film Festival 약자이다.) ‘너의 색을 밝혀라' 당당하고 도발적인 슬로건이다! 여기서 색(色)은 빛깔(Color)이라는 뜻과 함께 성(Sexuality)을 의미하며, 화려하고 다채로운 성적지향(sexual)(*주2)과 성정체성(sexul identity)(*주3)은 매우 다양함을 말해 주고 있다. ‘이제 당신의 색이 무엇인지, 밝힐 때가 되지 않았나요?' 권유이자 연대의 질문이기도 하다.

 

 

올해 영화제의 프로그래밍의 가장 큰 특징은 도발적인 슬로건과 함께 섹션의 도입이다. 서울 LGBT영화제가 주목하는 작품을 보여주는 'Hot Pink Section', 2009년과 2010년에 한국에 수입되어 상영된 퀴어영화 중에서 서울LGBT영화제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영화들을 묶은 ‘Special Section'인 'Again Queer Movie', 6색 무지개를 상징하는 의미에 맞는 장르와 소재를 다룬 작품을 보여주는 'Rainbow Section'을 통해 다채로운 색깔의 영화를 담고자 했다.


 

'Rainbow Section' 중에서 환경, 평화, 공동체를 다룬 영화들로 묶여진 GREEN 섹션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특별한 공감과 감동을 전하는 퀴어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 1970년대 샌프란시스코의 게이커뮤니티에 '게이 전염병' 으로까지 불렸던 AIDS가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돌아보는 영화 [우리는 여기에 있었다]와 2008년 11월 캘리포니아, 모르몬교가 동성결혼을 어떤 식으로 무효화 시켰는지 보여주는 영화 [모르몬 발의안 8]은 가슴 뭉클함과 감동을 전해 주었다.
 

 

 

 

올해 LGBT영화제가 주목하는 영화 Hot Pink 섹션의 주제는 군대와 동성애이다. 지난해 미국의 동성애자 군인들을 차별하는 악법 ‘Don't Ask, Don't Tell' 정책이 폐지되었다. 폐막작인 [마린스토리]는 이 악법에 관한 이야기이다. 미국의 해군장교인 레즈비언이 군대내 동성애 차별의 불합리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극영화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악법이 존재하고 있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가 군대내 동성 간 성적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에 대한 위헌 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작년 “올해의 퀴어영화”로 선정된 강상우 감독의 [백서]는 병역거부로 현재 감옥에 복역 중인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으로서 이러한 한국사회에서 큰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큰 호응을 받은 영화는 앞서 설명한 [우리는 여기에 있었다](감독: 데이비드 와이즈만 /다큐멘터리)이고 혹평을 받은 영화는 개막작 [창피해](감독: 김수현/ 극영화)이다. 개막작인 국내작품이 일반인들에게는 호응이 좋았던 반면 내부커뮤니티에서 혹평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일반 사람들이 성적소수자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선과 성적소수자들의 내부시선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국내에서 퀴어영화를 만드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영화제작은 물론 캐스팅까지. 3년 정도 서울LGBT 영화제에서 국내작품을 만나오면서, 가장 큰 안타까움과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내에서 퀴어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물론 영화 제작의 현실이 어려운 것은 퀴어영화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특히 레즈비언영화를 만드는 국내감독들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직 한국에서 레즈비언을 소재로만 삼는 영화가 아닌 퀴어영화 장르로서의 제대로 된 영화가 없다. 그것은 외국작품들도 마찬가지 이다. 게이영화가 제작되는 편수가 레즈비언 영화보다 많다. 이유는, 게이, 레즈비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적이고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일반영화들도 별로 없지 않은가!

 

 

이런 현실에서, 국내 일반 감독이 레즈비언이라는 주제로 김효진, 김꽃비, 김상현 주연의 [창피해]라는 영화를 부산영화제에서 선보였다. 서울LGBT영화제에서 장편 레즈비언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흥분은 관객의 숫자로 보여주었다. 매표소에서는 표를 사기위해 한 시간 전부터 줄을 서있었고, 2회 상영 모두 매진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영화를 본 후 관객의 반응은 극찬과 비난을 오고 갔다. 이런 목소리들은 서울LGBT영화제에 대한 애정과 열정과 관심의 표현임을 깨달았고, 더 좋은 영화를 선보이기 위해 영화제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큰 계기가 되었다. 좋은 퀴어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영화제에서 사전제작 지원을 하고 퀴어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잘 만든 영화가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장을 만드는 일, 그리고 좋은 퀴어영화 감독을 발굴 하는 일이 앞으로의 서울LGBT영화제의 과제이다.

 

 

제 11회 서울LGBT영화제는 일주일 동안의 최대관객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잘 마쳤다. 지금이 움츠려 있던 날개를 피고 앞으로의 10년을 훨훨 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도약의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에서만 볼 수 있었던 서울LGBT영화제의 작품들을 영화제가 끝난 상시기간에도 지방에 있는 많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흔히들 내 주위에는 성적소수자들이 없다고 말하고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느끼기 때문에 성적소수자들이 받는 차별에 대해서는 쉽게 떠오르지 못하며, 무엇이 차별인지 인식하지 못한다. 혹은, 성적소수자들은 이해 할 수 있지만 그들의 문화는 이상하고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말을 한다. 한국사회에서 성적소수자를 이해한다고 해서 성적소수자들의 다양한 문화방식을 인정하고, 제도적, 사회적, 사회정의에 있어서 성적소수자의 행복의 추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문화에 의해 인권을 신장시키고, 동시에 인권을 말하고, 차별을 말하고, 권리를 말할 수 있는 문화적인 장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서울LGBT영화제가 영화라는 문화를 통하여 성적소수자들의 문화를 알리고, 일반 사람들과 소통하도록 레인보우 브릿지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꿈꾼다.
 

   
 
* 주

 

1) ‘이상한, 기묘한'이란 뜻으로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들을 비하하고 모욕을 줄 때 쓰던 말이다. 이런 퀴어란 단어를 1980년대 동성애자 인권 운동에 새로운 경향이 생기면서 오히려 당당한 단어로 바꾸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성애적이지 않은 모든 성적 소수자를 가리킨다.

 

2) 다른 사람에게 향하는 지속적인 정서적, 낭만적, 성적, 감정적인 끌림을 뜻하는 단어. 성적취향이나 성적 선호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올바른 표현은 아니다.

 

3) 성적 및 낭만적 맥락에서 자신을 동성애자, 이성애자 혹은 양성애자로 지각하는 것

 

* 관련 사이트

 

서울LGBT영화제 www.self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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