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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2호 이슈와 현장] 미디어와 공동체, 업그레이드된 만남을 모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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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5. 1. 2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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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2호 이슈와 현장 2015.03.23]


미디어와 공동체, 업그레이드된 만남을 모색하다

- 집담회 “미디어가 공동체를 만났을 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공동체를 만나온 사람들의 이야기” 참관기


김형준 (ACT! 편집위원회)








<발표>

사례1) [공존: 광고]                        김형남

사례2)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삼척            이마리오

사례3) 쌍용차 해고노동자 투쟁과 카메라     하샛별

사례4) ‘지구인의 정류장’                    최종만

   이주노동자 공동체와 미디어교육

사례5) ‘민중의 소리’ 인터랙티브 뉴스팀      김동현


<토론>

나비(가재울라듸오/미디어활동가), 백상진(민노당서울지부총무부장), 최혁규(문화연대), 김주현(미디액트/공존:광고 기획자)





△ 집담회 “미디어가 공동체를 만났을 때” 포스터

   (사진출처: 미디액트)





 연말이 가까운 12월의 목요일, ‘미디어와 공동체’라는 화두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였다. 하나의 명칭으로 아우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시청률의 논리에 좌우되고 때로는 권력에 포섭된 주류미디어를 견제하면서 그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한다는 점에서 대안적 미디어 운동의 지향을 폭넓게 공유하는 사람들이었다. 미디어 운동은 고사하고, 미디어와의 접촉면 자체가 매우 협소한 나는 ‘미디어’와 ‘공동체’라는 집담회의 키워드를 듣고 선뜻 취재를 자원했다. 언저리에서 들어 오던 미디어 운동의 다양한 현재가 궁금하기도 했고, 끊임없이 향수와 동시에 회의를 불러일으키는 ‘공동체’와 어떻게 만나 무얼 하는지도 엿보고 싶었다고 할까. 

 집담회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와 미디액트가 공동주관하여 열렸다. 서울시에서 비영리 민간단체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던 [공존:광고] 기획팀이 제작과 배포 과정을 고민하다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다른 사례를 공유하고 또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였다고 한다. 워낙 어려운 문제인지라 폭넓은 얘기가 오고갈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나한테는 반가운 일이었다. 

 늦은 오후에 시작되어 세 시간 가량 오간 풍성한 얘기들을 크게 세 가지 주제로 재구성해 보았다. 간간히 나의 느낌과 생각이 섞여 있고, 인용표시가 없더라도 활동의 자세한 내용들은 발제·토론문에서 빌려 쓴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1)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사람들은 이제 불과 일이십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형태의 미디어들을 활용한다. 컨텐츠를 생산하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졌고, 미디어 접근성은 놀랄 정도로 용이해졌다. 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는 미디어 컨텐츠의 폭발이다. 미디어가 궁극적으로 사회적인 것이고 소통을 지향한다고 할 때, 생산자는 부득이 보다 잘 선택되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컨텐츠를 생산하고자 하고 미디어 활동가 역시 이러한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공존:광고] 와 <민중의 소리>의 ‘인터랙티브 컨텐츠’는 이러한 요구에 대한 대응이라고 할 만하다. [공존:광고]는 공익광고를 모티브로 하지만, 그것의 체제순응적인 성격을 약간은 비틀어서 보다 폭넓은 의미의 공익을 추구하고자 제작되었다. ‘배제된 약자의 목소리를 담되, 2-3분의 분량으로 수용자의 부담을 덜고,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면서 영상의 퀄리티를 높여 인상에 남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선택한 것은 광고의 형식이다.(김형남, [공존:광고] 기획·제작자) 스포츠의 토너먼트 형식을 빌려 한국의 높은 산업재해 사망률을 환기한다던지(‘산업재해’ 편), 온갖 상품들의 세일 광고 뒤에 ‘잠깐, 당신의 임금도 세일하고 있진 않나요?’(‘최저임금’ 편)라 묻는 반전있는 발상은 재미를 주면서도 해당 주제에 대해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뉴스에 ‘오감’을 더하자”는 발제문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민중의 소리>의 ‘인터렉티브 컨텐츠’ 역시 뉴스를 보다 감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모색이다. 뉴욕타임즈의 ‘스노우폴’에서 시작된 ‘인터랙티브’ 컨텐츠는 신문편집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던 기존의 PC 뉴스의 틀을 깨고 PC화면 전체를 사용해 각종 멀티미디어들을 결합시켜 뉴스를 전달한다. 일방적 전달이 아니라 독자의 행동에 콘텐츠가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인터랙티브’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2014년 <민중의 소리>는 세월호 관련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했으며, 그림, 동영상과 사진, 텍스트 기사와 시, 배경음악 등 포괄적인 미디어를 결합했다. ‘특히 배경음악과 그림으로 세월호의 정서를 전달하고 싶었다’는 김동현 기자의 전언을 통해 이제 컨텐츠의 내용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전달을 위한 다양한 전략들 ― 특히 공감과 감성 ― 이 보다 중요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집담회 현장 (사진출처: 미디액트)



2) 대중, 공동체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


 컨텐츠의 생산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부각된 이슈는 생산된 컨텐츠를 어떻게 잠재적인 대중과 만나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였다. 컨텐츠의 생산에 들이는 각고의 노력에 비해 컨텐츠의 실제적 수용은 대중의 임의적인 클릭수에 의존하게 되는 다소 비대칭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광고를 제작하면 대중을 통해 ‘자생적으로 컨텐츠가 확산’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믿음”(백상진, 노동당 서울시당 총무부장)에 대한 독해나  “이미 컨텐츠는 너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 컨텐츠에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 우리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배급전략”(나비, 가재울라듸오)이라는 날카로운 지적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나비 씨는 이미 가지고 있는 기존의 플랫폼들을 활용함으로써 미디어의 배급 시스템을 확보하는 한편, 추상적인 실체로서의 공동체를 지양하고 구체적인 타겟팅을 수반하는 컨텐츠 제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배급에서는 지역 상영관, 라디오나 미디어센터, 수많은 영화제들과 그 외 지역단체들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며, “지역과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유통될 지 어떻게 쓰이게 될 지에 대한 전략 없이 제작되는 컨텐츠는 공허할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공동체나 공동체의 이슈라는 것 역시 이미 ‘주어진’ 어떤 것이 아닌 ‘개발’해 나가야 하는 것이 된다. 공동체는 “내가 실제로 얼굴을 볼 수 있고, 저 사람들 중 몇몇은 이 영상을 보았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주장은, 추상적인 실체로서 ‘공동체’가 미디어 운동을 짓누르는 무게를 한층 현실화할 수 있는 지점일 것이라 생각된다. 

 미디어 생산물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달·전파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현재의 미디어 운동이 당면한 큰 부담의 하나라면, 이주노동자들의 공동체 ‘지구인의 정류장’은 분명 이 맥락을 비껴나 있다. ‘지구인의 정류장’ 자체가 미디어를 구심으로 꾸려진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구인의 정류장’에 대변해야 하거나 생산물을 유통시킬 대상으로서 공동체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의 활동이 시작된 것은 2009년이지만 적극적인 미디어 실험이 시작된 것은 2012년 ‘크라우드 다큐 제작단’이다.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에 이주 노동자들 본인이 농장, 공장에서 당한 부당한 사례나 친구들에게 하고픈 이야기를 유투브로 올려 우리에게 공유해 달라는 전단을 뿌렸습니다. 어떻게 올리는지도 다양한 언어로 된 유투브 영상 강의로 설명해 주고요. 이렇게 SNS 플랫폼을 통해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찍어온 푸티지(footage)들을 유투브에 올리면 제작단에는 기존의 미디어제작자들이 붙었고, 이렇게 자발적으로 모인 푸티지들을 가공하고 첨언을 붙여서 심층다큐를 제작했습니다.”(최종만, ‘지구인의 정류장’ 사무국장)

 이렇게 4편의 작품이 완성됐고, 열린채널에서 방영되어 시청자 상도 받았다고 덧붙인다. 이후 크라우드 다큐 제작단 위주로 크메르 노동권 협회가 구성되었으며, <프로젝트 ‘단짝’> ‘신전원일기’ 등 이주민들의 시선으로 선주민의 삶, 생활방식, 의식을 해석해내는 한편, 변화하고 있는 한국농촌의 현실을 재구성해보고자 하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기획하고 있다. 미디어와 공동체의 유기적인 연계와 상승효과, 이주민들의 시선으로 한국사회를 공세적으로 해석해고자 하는 실험적인 시도 등은 기성의 이주민운동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면서, 미디어 운동 영역에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무작위의 대중이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의 무기와 연대의 아교로서 미디어의 쓰임, 미디어를 통해 개발되고 구체화된 공동체로서 ‘지구인의 정류장’은 주목할 만한 사례가 될 것 같다. 




△ ‘지구인의 정류장’ 최종만 사무국장이 ‘크라우드 다큐 제작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출처: 미디액트) 


3) 미디어 활동가들의 재생산과 네트워크


 미디어 컨텐츠를 보다 효과적으로 생산하고 효율적으로 유통시키는 것. 이 모든 활동은 미디어 활동가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미디어 활동가가 ‘있기’ 위해서는 활동가들의 활동과 충원의 ‘재생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문의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분향을 갔다가 해고노동자들의 기록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하샛별 감독은 폭력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카메라로 연대하며, 점차적으로 영상활동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매일 투쟁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그 기록은 재판기록이 됐고, 매일매일 모여달라는 짧은 호흡의 클립이 필요한 상황’들은 지속되었다. 이러한 현장 활동은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 힘을’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장편 다큐멘터리 기획으로 이어졌다. ‘현장의 영상팀이기도 하고, 장편작업을 준비하는 감독’이기도 한 하 감독은 종종 갈등을 겪는다.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분리된 두 작업을 함께 진행하기는 어렵기 때문. 긴박한 투쟁상황에서 하 감독은 여전히 현장을 선택하지만, 이러한 상황의 이면에는 ― 이마리오 감독이 지적하듯 ―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미디어 활동가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상황이 반영되고 있다. 

 다른 한편 현장 미디어 활동가들의 생산물들의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제고할 것인가 역시 중요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공장이 보이는 송전탑에 세 명의 해고자가 올랐던 때가 생각났다. 그 새벽에 나는 카메라를 들고 함께 있었다. 유일한 카메라였다. 긴박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촬영을 떠나 세 명의 해고자가 무사히 송전탑에 오를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그리고 얇은 합판 위에 겨우 앉은 고공농성자들이 담배 한 대 필 여유를 찾았을 때 나 역시 한숨을 돌리며 첫날의 춥고 서러웠던 새벽을 겨우 촬영할 수 있었다. 이후 아침이 왔고 방송사 카메라들은 몰려들었다. 그리고는 나를 찾았다. 너무나도 당당하게 소스를 요구했다. 저녁 뉴스에 내보내야하지 않겠냐고, 많이 알리는 게 중요하지 않냐고. 당시 나는 기분 나쁘다는 겨를도 없이 모두에게 퍼뜨렸다.”

 ‘지금도 나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는 하 감독의 진솔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대우를 받고서야 현장을 지키는 활동가들의 재생산을 기대하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현장에서 느끼는 이러한 갈등과 고민들을 모두 개별 활동가의 의지와 자기만족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 최소한의 물적 지원과 함께 미디어 활동가의 저변 확대에 대한 고민이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았다. 

 다른 한편,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삼척’의 기획자인 이마리오 감독은 지역활동가의 고충과 함께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와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모든 활동이 서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지난 2012년 지역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소외되었던 지역의 이슈를 전면화하고자 복지갈구화적단(이하 화적단)이 발족하였다. 화적단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업로딩이 진행되고 지역별 참여를 이끌어 왔지만, 최근 조회수가 떨어지면서 팟캐스팅이 점점 아카이브화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각지의 지역 활동가들의 실제적인 고립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고립감은 미디어 활동가들의 실질적인 네트워크 모색으로 이어졌다. 열악한 물적 토대에서 활동가의 의지와 신념을 무기로 전개되는 미디어 운동의 현재에서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눌’ 동료의 존재란 필수적이고 값진 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삼척’ 프로젝트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의도로 기획되었으며, 2014년 10월 ‘삼척핵발전소 주민투표’ 현장에는 10명의 활동가·예비활동가들이 4박 5일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미디어 활동가들이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현장을 체험하고, 공동작업을 통해 영상작업과 라디오 작업을 완료하였다. 이 프로젝트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는가는 ACT! 91호 “미디어가 풍경을 만든다, 역사를 만든다” 기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효과적인 결과물을 산출할 것인가, 미디어활동의 작업들을 어떻게 대중과 만나게 할 것인가, 또 어떻게 활동가들의 삶과 네트워크, 요컨대 활동가들 자신들의 공동체 창출과 유지를 가능케 할 것인가. 개념도 있으면서 매력적으로, 진정성만큼이나 전략을 세우자, 스스로의 삶을 함께 창출해야... 흡사 연애 잘 하는 방법 같다. 카메라가 달려가는 현장의 엄혹함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와 공동체가 ‘잘’ 만나려면 정말 연애하듯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이 문득 든다. ‘카메라를 들고 공동체를 만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나 잠시 엿보고 싶었던 나의 ‘가벼운’ 마음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어려운’ 문제들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렇게 끝이 났다. 꼭 이렇더라니까. □


<자료집 보기/다운로드(PDF)>

http://goo.gl/2tffPn


<관련영상>

공존:광고 1편 산업재해편 https://www.youtube.com/watch?v=uGR6a_Hq9C8

2편 최저임금편 https://www.youtube.com/watch?v=URZuJQvWziM

3편 ‘밀양과 나’ https://www.youtube.com/watch?v=RpamzHqmBOs

4편 ‘함께’ https://www.youtube.com/watch?v=sAI9Py9cbHU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삼척

http://www.media-net.kr/hwajuck/archives/category/actmedia


지구인의 정류장 크라우드 다큐멘터리 제작단 작품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stop+eps


민중의 소리 세월호 인터랙티브 기사

http://interactive.vop.co.kr/2014/sewol/

http://interactive.vop.co.kr/2014/sewol-poems/

http://interactive.vop.co.kr/2014/sewol-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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