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89호 인터뷰] 지속가능한 다큐 작업을 꿈꾸는 사람들, <다큐이야기>

전체 기사보기/릴레이 안부인사

by acteditor 2014. 6. 5. 10:45

본문

[ACT! 89호 인터뷰 2014.06.25]

 

릴레이 안부인사 (4)

지속 가능한 다큐 작업을 꿈꾸는 사람들

: <다큐이야기> 권우정, 김환태, 이진우, 신지용

  

진행 및 정리: 은정, 스이 (ACT! 편집위원회)


편집자 주: 다큐멘터리 제작집단들을 직업 찾아가 안부를 묻는 '릴레이 안부인사'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다른 다큐멘터리 단체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듯한 기운이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네, 긴장하셔야 할 때입니다. 네 번째 안부인사를 맞으면서 단체 결성 연도가 2000년대로 훌쩍 내려왔으니까요. 2000년도에 만들어져 벌써 단체 창립 15주년을 바라보는 '다큐이야기'에 네 번째 안부인사를 묻고 돌아왔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니?" 





ACT!: 바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하다. 무슨 스케줄을 3주 전에 잡는 건가(모두 웃음). 우선 근황토크 부터 시작하자. 이 인터뷰는 오래된 다큐 단체들을 찾아다니면서 안부 인사를 하기 위해 시작한 코너이다. 일종의 릴레이 안부인사라고 보시면 된다.

 

권우정(이하 '권'): 그런데 우리가 네 번째다. 오오...

 

김환태(이하 '환'): 다큐 단체가 얼마 없다(웃음). 제일 핫한 이진우 감독부터 하면 좋겠다. 인디다큐 유일한 수상감독.

 

권: 다큐이야기 욕하고 다니는 다큐이야기 감독. 선배들이 자기 작품 인정 안 해줬다고... (웃음)

 

이진우 (이하 '진'): 그만큼 사무실 눈 높이가 높다는 말이었다 (웃음)

 

 

ACT! : 우선 관객상 수상 소감 부탁드린다. (주: 이진우 감독은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2014에서 <전봇대, 당신>으로 관객상을 수상했다)

 

진: 부끄러울 따름이다. <전봇대, 당신> 작년에 작업해서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에 처음 냈는데 좋은 결과 있어서 사무실 감독님들께 감사드린다. (권: 미스코리아가 미용실 원장님에게 감사한다고 하는 것 같다(웃음)) 많은 지도 편달로 상영할 수 있어서 뜻 깊게 생각한다. 이번에 인디포럼에서도 상영 예정이고, 6월 10일에 한독협 쇼케이스에서도 상영될 것 같다. 다큐이야기에 들어온 지는 3년 되었다.

 

환: 벌써 3년 되었다고? 정말 오래됐다.

 

신지용 (이하 '용'): 저는 작품은 아직 없고 배우는 중이다. 들어온 지는 1년 반 되었다. 상근으로 일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

 

진: 사무실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

 

권: 살림꾼 같은 친구.

 

환: <핵 마피아> 조연출하면서 쑥쑥 성장하고 있다. 조만간 세상에 내놓을 예정이다.

 

권: 이렇게 말해두었으니 세상에 던질 지도 몰라(웃음). 기대해주세요.

 


▲ 한 자리에 모인 다큐이야기 멤버들.

왼쪽부터 권우정 감독, 김환태 감독, 이진우 감독, 신지용 님

 


환: 저는 권우정 감독과 열심히 <핵 마피아> 작업 중이다. 공식적인 첫 촬영을 지난 주 목요일에 했다. 펀딩 마감은 내일인데… (울음 섞인 웃음) 아무튼 열심히 작업 준비하고 있다.

 

권: 저는 가사와 육아에.. (웃음) 아이는 33개월이라서 이제 사람이 조금 되었다. 오랜 만에 복귀하는 거라 이런 저런 아이디어들을 현실화하는 <핵 마피아> 작업이 나름 재미있으면서도 많은 고충이 있다. 김환태 감독과는 <땅의 여자> 편집할 때 다큐이야기 사무실 이용하면서 알았지만, 다큐이야기의 이름으로 같이 작업하는 것은 처음이다.

환: 사실은, 권 감독이 결혼하기 전 2009년 쯤 다큐이야기에 함께 하자고 했는데 결혼하면서 같이 활동하는 것이 어려워졌던 거다. 그렇지만 나는 권 감독이 다큐이야기 멤버라는 생각은 계속 있었다. 권 감독도 그렇..지 않나? (웃음)

 

권: 물론 다큐이야기 멤버였지만 그 이름으로 공식적인 작업은 처음이라는 말이다.

 

 

 

다큐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ACT!: 첫 질문은 항상 초기에 대한 이야기다. 다큐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이야기해주시면 좋겠다.

 

환: 짧게 이야기하겠다. 2000년 6월 19일에..

 

ACT!: 창립일을 기억하시는 건가 (웃음)

 

권: 창립일에 우리는 떡도 돌린다.

 

진: 백숙을 먹기도 했다.

 

환: 나름 기념하려고 애를 써왔으니까. 아무튼 그 때 독립 다큐멘터리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2001년도가 강경대 열사 10주기인 해였는데, 그것과 관계되는 사람이기도 해서 그 작품을 만들려고 사람들을 모아서 다큐이야기를 만들었던 거다.

 

그 작업 이후 여러 가지 변화를 겪으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앞으로도 변화가 계속 있을 것 같다. 계속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

 

ACT!: <내 친구 경대>나 <1991년 1학년> 등의 초반 작품과 이후 양심적 병역 거부 등의 흐름이 있는데, 그 흐름의 배경이 궁금하다.

 

환: 첫 작품이었던 <내 친구 경대>는 인디다큐페스티발 처음 열릴 때 상영해서 인디다큐페스티발에 애정을 많이 갖고 있다. 다음 작업을 고민하던 2002년도 즈음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 작업을 하면서 평화적 감수성에 집중을 많이 하면서 생각도 많이 변했다.

 

이후 2005년도에 자연스럽게 원폭 피해자 분들을 만나고, <국경은 없다>등의 평화적 주제를 담은 작품들을 만들면서 고민들이 성숙된 것 같다. 삶의 방향이 달라진 계기이기도 하다. 병역 거부와 관련해서는 아직 과제가 하나 남아있기는 하다. 그런 흐름으로 재작년에 <잔인한 내림>을 만들었고, 그 고민을 기반으로 <핵 마피아> 작업도 시작하게 된 거다. 앞으로도 반전 평화 문제는 지속적인 삶의 화두로 가져가면서 작업을 할 생각이다.

 

ACT!: 그러면 첫 작품을 만드실 때는 다큐 작업을 계속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건가?

 

환: 그건 아니다. 대학 졸업 전부터 다큐 작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학 시절에 학생 운동에 참여했는데, 제대 이후 삶의 방향을 고민하다가 다른 방식으로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영상 운동으로서의 다큐멘터리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던 거다. 준비를 하면서 작은 프로덕션에서 1년 반 정도 배우는 기간을 가졌고, 2001년에 독립해서 영상 작업을 시작했다.

 

ACT!: 다른 분들은 어떻게 시작했는지? 권우정 감독부터 시작하자(웃음). 다큐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다른 감독들의 첫 계기는 늘 궁금한 법이다. 왜 영상 운동을 하겠다고 했는지 라든가..

 

권: 다큐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생각하면 요새는 참…(웃음). 다시 돌아간다면 다큐를 했을 것인가, 이런 생각도 든다. 외모와 달리 김환태 감독과 나이가 비슷한데(웃음), 지금 친구들에게는 영상 운동이라는 말이 생소하겠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나 역시 대학 때 학생 운동을 했는데 96년 연대 사건을 겪으면서 처음으로 방송 미디어와 차단되는 경험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새로운 대안적 미디어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과 이 고민이 맞닿는 지점을 찾게 되었다.

 

그 때가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VJ 특공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시작되던 때였다. 당시에는 저자본 등의 본질은 가리고, 저널리즘에 주로 초점을 맞춰서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VX-1000이 나오면서 영상에 대한 접근성이 급격히 높아졌고, 1인제작 시스템이 외견상 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거다. 한겨레문화센터나 민주언론연합 등에서 다양한 VJ 교육과정이 개설되면서, 미디어 운동을 고민하던 사람들이 많이 편입되었다. 나 역시 그렇게 시작했다.

 

거기서 어느 정도 영상 기술을 배우고, 주류 언론 편입을 고민하다가 발을 잘못 들였다(웃음). 당시 강사가 박종필 감독이었는데, 독립영화를 하면서 방송도 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지점에 현혹되어 다큐인에 들어갔다. 그 이후 다른 다큐멘터리 단체들이 겪는 것과 같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독립영화의 외부적 조건도 그렇고, 독립영화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나 역시 초반에 <농가일기> 작업을 하면서 독립영화에 더 천착하게 되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시 나 같은 과도기 감독들은 <상계동 올림픽> 등 1세대 작품의 표준적 모델들을 많이 흡수하면서 들어왔다. 영화 시스템 안에서 도제 시스템으로 배워서 감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이견을 달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기존의 모델들을 많이 흡수했던 것 같다. 독립 다큐만이 가지는 장점을 관계, 진정성, 진실 등의 면에 순수하게 매료되었던 면도 있었다. 그런 부분들을 상당히 오랫동안 가져왔는데… 지금은 사실 잘 모르겠다. 지금의 감독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렇고 내가 제작을 하면서도 그런 부분은 고민이 된다.

 

요컨대 단순히 개인적인 의지만으로 독립 영화를 시작했다기보다, 당시 독립영화, VJ 등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고, 실제로 독립영화와 방송 시스템을 동시에 추구하는 다큐인 같은 단체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유입되었던 사람들 중 지금까지 버티고 남아있는 감독들이 있는 거고, 아니면 방송 쪽으로 들어간 감독도 있다. 역사적 배경이 있었던 거다.

 

ACT!: 영상 운동을 계기로 영상을 시작한 것은 두 분 다 비슷하신 것 같다.

 

환: 나 역시 개인적으로 영상을 다른 방식의 사회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여전히 있다. 예전부터 가져온 삶의 고민과 일치하는 방식으로서 영상이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만듦새를 갖출 때 감독으로서 갖게 될 만족감과 충돌하는 측면도 여전히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다큐가 가지는 또 다른 특성들이 있으니까. 결국 시작은 그렇더라도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변해온 것 같다.

 

ACT!: 현재의 이 상반된 입장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한 분은 회의적인 듯 보이는 반면, 다른 한 분은 여전히 그 생각을 갖고 있는데… (웃음).

 

환: 삶이 힘들어서 그렇다 (웃음).

 

권: 결혼을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차이인 거지 (웃음). 자신의 신념을 선택한 삶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지만 다만 생활에 찌들어서..(웃음) 여러가지 편리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고민이 되는 거다. 이 경계에서 더 수월하게 갈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에 대한 고민들 말이다. 경제적인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을 벌였으니까. 물론 지금도 제작비 마련을 어느 정도 하느냐가 제작의 추진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상업영화처럼 영화 자체를 좌지우지하지는 않는다.

 

내가 영화를 시작할 때는 소통이 유일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돈이 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 기로인데,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있고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하는 이 접점에 대한 고민을 계속 가져가야 하는 거다. 나는 아줌마 감독들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왜 아줌마 감독들은 다큐를 계속할 수 없는가...

 

ACT!: 조만간 액트에서 자리를 마련하겠다 (웃음). 다른 두 분은 다큐를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다큐이야기에 들어오게 된 계기도 함께 이야기해 달라.

 

진: 저는 영상원에 입학해서 1학년 때 인디다큐페스티발 자원활동을 하면서 독립다큐멘터리를 알게 되었다. 그 후 다른 행사 자원활동을 하면서 김환태 감독님을 알게 되었고 계속 간간이 연락을 하며 지냈다. 학교 졸업 후 6개월 정도 IPTV 방송국에서 일을 했는데 조직 생활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웃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 즈음 다큐이야기 창립일 행사가 있어서 감독님들과 술자리에서 이런 고충을 털어놓았다. 결국 8월에 직장을 그만두고 그 해 9월에 다큐 이야기에 들어오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졸업하고 바로 시작한 것처럼 되었지만.

 

ACT!: 엮이신 것 아닌가 (웃음).

 

진: 생각하기 나름이지만(웃음), 저는 그런 제안을 해 주신 것이 감사했다. 혼자 작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텐데 같이 배울 수도 있고, 협업을 할 수도 있었다. 재작년에 <잔인한 내림> 조연출을 하게 되었고, 작년에 내 작업을 하고 올해 출품한 거다.

 

ACT!: 처음에 다큐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진: 대학 방송국에서 영상을 하면서 학내 언론 활동을 했는데, 공대 전공과 영상 둘 중 하나의 기로에서 공대를 포기한 거다. 영상을 선택하면서 학교를 그만 두고 영상원에 오게 되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김동원 선생님 때문에 방송 영상과를 다녔는데, 큰 영향을 받지는 못했다 (웃음). 비빌 언덕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흘러 들어왔다. (환: 그런데 왜 다큐였지?) 오락적인 것 말고 사회참여적인 것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했다.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것이 그 때는 약간 더 즐거웠는데(웃음)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회참여적인 것을 해보자고 했던 것이 다큐로 귀결되었던 거다.

 

용: 저는 진우 선배하고 거의 비슷하다. 시각디자인과를 전공했지만 디자인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졸업 작품으로 영상을 만들면서 영상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졸업 후 환경운동연합 영상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하필 그 때 구조조정이 일어나서 들어간 지 4개월 만에 영상팀이 사라졌다 (ㅠㅡㅜ). 그 후에 사무직 활동가처럼 일을 하다가 나눔과 환경이라는 내 관심사에 부합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수막을 재활용하는 기업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이 맞지 않았다. 뭘 해야 할지 다시 고민을 시작했다. 결국 적성을 찾아 헤매다가 역시 영상을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감독님들과 달리 영상의 참여적인 측면보다는 흥미의 측면에 더 끌렸던 것 같다. 이런 흥미로운 것들을 가지고 내가 나누고 싶은 메세지를 영상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 나눔과 환경 이슈는 사회 운동과 관련이 있지만, 운동에 직접 나서는 활동가보다는 영상을 통해 참여하고 싶었다. 그 때 마침 다큐 이야기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해서 지원을 하게 되었다.

 

환: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당시 경제적인 생활을 위한 수익 사업을 하면서 사람이 필요했는데, 정말 오랫동안 찾았지만 정말 어려웠다. 그 때 미디액트에도 많이 이야기 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공채로 뽑은 사람이 지용 씨다. 공채로 뽑은 최초의 사례이다. 보통 진우 씨처럼 관계를 가져오다가 단체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렇게 모르는 사람을 뽑으려다 보니 고민이 많이 되었다. 그렇게 들어왔는데 쑥쑥 잘 성장을 하고 있다. (권, 진: 성실, 근면, 부지런, 바른 생활 사나이, 정직, 잡학다식… )

 

다큐이야기의 운영원리 이야기: 느슨한 형태의 네트워크?

 

ACT!: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다양한 세대가 한 단체 안에 섞여 있는 것 같다. 이런 구성을 만들어 오기까지의 과정이 있었을 것 같은데, 10년 간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어떤 운영 체계를 만들어왔는지, 운영 원칙이 있다면 이야기해달라.

 

환: 처음 2000년대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대부분 프로젝트 단위로 결합하면서 사람들에게 뭔가 주는 것은 없었지만, 다들 같은 뜻으로 모여 있었다. 초기에는 많이 어려웠지만 후원으로 1년 넘게 버텼다. 그 때는 9명 정도 있었다. 홍보부도 있었으니까. 상근은 4명 정도 있었고, 나머지는 비상시적으로 도와주었다.

 

그 시기를 지난 후 2003년 쯤 사람들을 알음알음 구하게 되었다. 다큐멘터리를 본격적으로 할 사람들을 세 명 정도 모았는데, 월 40만원 정도에 상근을 하는 식이었다. 주말마다 웨딩 알바해서 나누고, 사무실 운영비도 보탰는데 한계가 많았다. 개인 생활도 여전히 어려웠고. 그 때 본인의 삶을 책임지는 형태로 가자는 것을 김형남 감독이 제안해서 2004년, 5년부터 느슨한 형태의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었다. 평택 관련 작품을 했던 이수정 감독도 느슨하게 결합하고, 권우정 감독도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단지 그 과정에서 같이 일을 배우기 위한 보완 구조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2년쯤 전에 상근 개념을 도입했다. 많지는 않지만 페이를 주고, 그에 맞는 일도 시키는 식이다.

 

정리하자면, 다큐이야기는 느슨한 형태의 네트워크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자기 삶은 자기가 책임지되,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은 다큐이야기 이름으로 같이 작업하는 구조이다. 그와 함께 도제 시스템도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다.

 

ACT!: '느슨한 형태의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낯설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푸른영상이나 서울영상집단도 각각의 제작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면 좋겠다.

 

권: 돈은 각자 벌되 독립영화 작업은 같이 하자는 개념이다. 홍보물을 제작하면서 일정 정도 경제적인 부분들을 해결해가고 있지만, 본래 목적은 각자 창작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연대 지원해주는 시스템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관계 안에서 돈 되는 프로젝트를 공유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창작 지원인 거다. 각자의 작업 상황에 따라 협력의 정도가 달라지기는 한다.

 

결국 어떤 식으로 규정되어 있다기 보다 개인 창작자로서 혼자 작업을 할 때 가지는 위험, 혼자 뭐든지 책임져야 하는 구조의 문제 등이 다큐 이야기 차원에서 논의되고 서로 협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느슨한 연대의 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진: 그 동안 정리는 안 됐는데, 말씀 들으면서 정리가 되는 것 같다(웃음). <전봇대, 당신> 작업을 마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상근을 안 하고 있는데 작업은 계속 여기서 할 생각이다. 혼자 작업을 하면 힘들 텐데 감독님들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지점인 것 같다.

 

ACT!: 상근이라면, 출퇴근 시간이 있다는 것인가.

 

용: 출근 시간은 있다. 10시. 퇴근 시간은 없다 (웃음)

 

진: 심지어 김환태 감독님은 출근 시간보다 늘 일찍 오신다.

 


▲ 다큐이야기의 영 제너레이션 이진우 감독, 신지용 님.

이들은 인터뷰를 마치자 곧 작업모드로 들어갔다.

 

ACT!: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대 시스템인 것은 알겠는데, 사무실 운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 왜 이런 고민을 하기 시작했는지도 궁금하다.

 

환: 다른 단체들의 사례를 보면서 개인의 역량을 최대화할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 올해 1월에 그만 둔 김형남 감독은 9년 넘게 함께 작업했는데, 결혼하면서 어려움이 많이 생겼던 것은 사실이다. 결혼과 관련된 생활의 측면을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경제적인 부분을 어느 정도 책임지기 위해 상근 개념도 도입했다가 또 다른 형태를 시도해보기도 하고, 논의를 계속하면서 변화가 계속 있어왔다.

 

앞으로 이런 구조가 어떻게 바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의 이 구조가 어쩌면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작업에 대한 열망이라는 공통분모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 베이스 위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문화적 네트워크 구조를 계속 이어가는 게 맞다고 본다. 기본적으로는 개인이 책임을 지되, 힘든 부분들은 같이 해결을 하는 식이다.

 

운영의 측면에서는 정기적인 수익 사업을 상근자들이 많이 하고, 아닌 분들은 비정기적으로 결합하는 식으로 꾸려가고 있다. 사무실 운영비용은 각자 분담한다.

 

ACT!: 미디액트에도 독립다큐멘터리 제작과정이 있는데, 수료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어떻게 먹고 살 수 있는지이다 (웃음). 그 다음으로, 혼자 작업하기 막막한데 어떻게 작업하면 좋을지 묻는다.

 

다들 먹고 사는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느슨한 형태의 네트워크라는 운영시스템을 고민하게 된 계기도 사실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구조를 고민하면서 시작된 것 같은데.

 

진: 돈 문제가 제일 크긴 하다. 먹고 살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돈이 많으면 다큐 만드는 사람들에게 마구 펀딩을 하고 싶은데 (웃음). 이제는 상근을 하지 않아서 슬슬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혼자이지만, 앞으로 결혼을 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생활의 안정을 일단 확보한 후 제작을 같이 하면서 수입을 벌 방안을 찾아보고 싶다. 사무실 식구들끼리 함께 할 수 있으면 그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용: 저는 아직 상근이기는 하지만, 결혼을 했을 때 돈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기는 한다. 회사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 경제적 개념이 아직은 없는 것일 수 있다. 앞으로 결혼, 어머니 봉양 등을 생각하면 어떤 식으로 돈을 벌 것인지 고민이 되기는 한다. 앞으로 느슨한 형태의 네트워크가 된다면 개인적인 수입의 길을 찾아야 할 것 같기는 하다.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같이 하고.. 정확한 답은 없다. 다큐멘터리를 할까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다만 모험을 하는 거라는 말씀만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당장 안정적인 구조는 없기 때문에.

 

권: 다른 단체들은 뭐라고 이야기 하던가?

 

ACT!: 안 쓰고 산다, 사무실이 집이다.. 등의 이야기를 하셨다 ㅠㅡㅜ

 

환: 나는 좀 다르다. 예전부터 달랐다. 내 화두는 ‘지속가능성’ 이기 때문에, 그 만큼의 기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돈이 아니라 주변의 관계들이 확보된다면 그것들을 기반으로 평생 다큐멘터리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단순히 수익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통해서 사람들을 남기는 것이다. 사람들과 일할 거리를 계속적으로 만드는 일들이 내 고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을 버는 일이 작품보다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두 가지를 같이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물론 제가 결혼을 안 했기 때문에 이런 고민들을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모님이 편찮으시거나 결혼하고 아이가 있다면 이런 일들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한 가지를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 여하튼 이 생각은 계속 가져갈 거다. 2007년-9년 사이에 공백이 약간 있었지만, 작품에 대한 것을 잃지 않고 가면 결국 돌아오게 되는 것 같다.

 

ACT!: 작년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처우에 관한 실태조사 포럼도 있었는데, 그런 고민들이 최근 생겨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꽤 일찍부터 문제의식을 가지셨던 것 같다. 최근의 흐름을 어떻게 보시는가?

 

권: 요새 성북 와보숑TV와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런 고민이 든다. 다큐이야기는 사실 독특한 구조이다. 다른 다큐멘터리 단체는 수익에 대한 고민보다 영화 제작이 우선이었다. 한 감독이 영화 제작을 하는 동안 제작비를 밀어주는 구조였으니까. 수익을 우선으로 가져가는 것이 일종의 패배적인 것이라는 입장도 있었는데, 예술인 복지 혹은 재정 자립에 대해 이야기하는 요즘의 추세는 다양한 개인제작자들이 유입되면서 예전보다 조금 더 소통이 이루어진 결과라고 본다. 제작자들의 생계가 결코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대중적인 시각에서 보게 된 것이다.

 

영상 작업자들과 친분 관계를 바탕으로 값싸게 작업을 해왔던 것이 과거 시민 운동 진영의 관습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기존 단체의 운동성과 더불어 폐쇄성에 기인하여 해결되지 못했던 제작자 생계비 등의 문제들이, 예술인 복지 등과 관련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운동성의 측면이 강한 다큐멘터리 진영은 이런 이야기가 오히려 늦게 시작된 거다.

 

제작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 최근의 개인 제작자들이 경제적인 측면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아직 뚜렷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나 역시 그렇다. 다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봤을 때, 마을미디어에 대한 퍼블릭 액세스 차원에서 가지는 에너지들, 사회적 경제의 흐름을 봤을 때, 이러한 미디어를 중심으로 모이는 사람들이 참 많다고 느껴진다. 단순히 영화 제작 뿐 아니라 다양한 소통 가능성이 생겨난 것 같다.

 

그 안에서 독립영화인들이 할 수 있는 역할들,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 하는 구조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수익 따로, 제작 따로가 아니라 이를 연결시킬 수 있는 접점들이 좀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거 없는 희망일 수도 있지만, 마을미디어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제작 자체에 순수한 즐거움을 갖고 모이는 이들의 시너지에서 문화적 에너지를 넘어 경제적 에너지의 측면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ACT!: 성북 와보숑TV는 마을미디어 중에서도 돋보이는 사례인 측면도 있다.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 있고, 마을 기업도 고민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권: 물론 성북의 지역 네트워크에 기반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와보숑TV 만의 특징은 아닌 것 같다. 현재 마을 미디어와 독립영화인들 간의 관계가 폐쇄적인 지점이 적지 않은데, 그런 부분들에서 갖는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 거다. 단순히 제작자 뿐만 아니라 미디어 전반에서 느슨한 관계가 만들어진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나 같은 경우 기로에 서 있는 나이인데, 아직 답은 없지만, 젊은 감독들에게는 조금 더 이런 기회들이 있을 것 같다. 마을미디어 네트워크에 기반한 기회들을 굳이 차단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한 예로, 이들은 공동체 상영의 잠재적 관객이 될 수도 있다. 배급추진위원이 될 수도 있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실제 <핵 마피아> 제작 발표회를 성북구청 아트홀에서 무상으로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관계에 기반했던 것이다.

 

답 없음에 갇혀있지 말고 계속 대안을 찾아내면 좋을 것 같다. 마을 미디어를 사회적 기업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오히려 우리가 더 갇혀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 나는 꼭 미디어 ‘제작’만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다양하게 열어놓으면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다.

 

환: 아직 충분히 고민해 보지는 않았지만, 지향이 약간 다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돈을 버는 문제는 영상을 만들면서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초창기에 교육을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하지 않게 되었다. 정해진 패턴에 맞춰 교육을 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미디어로 네트워크를 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보지만, 그런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그 만큼의 에너지가 들 텐데, 작품을 만드는 에너지와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더 나은가 싶은 거다. 대안적인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에너지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있다. 물론 권 감독이 지역과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제안을 한다면 협의할 여지는 있다.

 

ACT!: 느슨한 네트워크의 특징이 여기서 드러나는 것 같다 (웃음)

 


▲ 깔끔하기로 유명한 다큐이야기의 사무실 내부. 매우 깔끔하다.

 


다큐이야기의 색깔 그리고 <핵 마피아>

 

ACT!: 다큐이야기의 작품들은 주로 평화, 병역거부 등에 관한 것이었는데 지금 구성을 보면 작품의 색깔이 다채로워지고 있는 것 같다. 다큐이야기의 색깔을 뭐라고 하면 좋을지?

 

환: 일종의 공동주택.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거라고 본다. 지금과 같은 방향이 맞다고 본다.

 

권: 느슨한 네트워크니까 (웃음).

 

진: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구성원들이 모두 착하고 온순하고 고지식하다는 평을 듣는다. 모범적인 사람들의 이미지. 김환태 감독님도 그런 이미지이다. 아침에 나와서 저녁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데 생활력도 있고 (웃음).

 

ACT! : 겉모습과 다르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웃음).

 

환: 색깔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다큐이야기라는 큰 틀에서는 독립 다큐멘터리를 지향하고, 각자 집에서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본다. 이 단체에서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색깔들을 많이 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각자 구성원들이 원하는 색깔을 채우면서 오래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시작했지만 내 단체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고, 다큐이야기의 감독들이 각자 자기 집을 잘 꾸몄으면 좋겠다. 하지만 다큐 이야기라는 베이스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권: 덧붙이자면, 다큐이야기 인증시스템이 갖는 신뢰성을 더 만들어나갔으면 한다. 다큐이야기라는 태그가 붙은 작품이라면 관객들이 더 기대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각자 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의 작품을 모니터링하면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가려고 하는 것 아닌가. 내 작품을 더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이렇게 모인 것이기도 하고.

 

진: 일종의 품질보증.

 

환: D 마크를 찍자(웃음)

 

 

ACT!: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아까 삶이 달라졌다고도 하셨는데, 그와 함께 작업 스타일의 변화도 있는지. 작품을 만들 때의 원칙이 있는가.

 

환: 착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작품이 착하고 도발적이지 않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영화 안에서 고민과 다양한 시도들은 다 있지만, 사실 나는 생각해 놓은 기간이 있다. 나는 작업을 평생 할 계획인데, 65세까지 작업을 하고 나서 이후 10년 동안 자유롭게 작업할 생각이다. 그 때까지 다큐에 대한 원칙을 끊임 없이 고민하고 관계를 계속 만들어가는 것을 놓치 않으려고 계속 애쓰고 있다.

 

작품이 착하다는 말은 내가 덜 여물었다는 말일 수도 있다. 어느 정도 내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이제 변화를 줘야 한다는 고민도 있다. 나중에는 내러티브를 지우고 이미지만으로 구성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핵 마피아>는 그런 생각과 약간 맞닿아 있다. 권우정 감독을 프로듀서로 영입하고 이진우 감독에게도 도움을 구하는 등 사람들의 합의를 구하면서 작업을 시작했는데, 다른 형태로 도발적으로 하려고 노력 중이다. 작품 자체의 변화는 계속 이어질 거라고 본다.

 

작품에 대한 기대나 고민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므로,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길을 잃지 않고 지켜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 작품으로 평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계속 작업을 해가면서 삶을 통해 꾸준히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온당한 것이다.

 

권: <땅의 여자> 편집을 다큐이야기에서 하면서 아무래도 영향을 받았다. 나레이션을 넣고 싶지 않았는데 꼭 넣어야 한다고 해서 나레이션도 넣고.. (웃음)

 

ACT!: 다른 분들도 작업을 하면서 착한 성향의 영향을 받으셨는지.

 

진: 저는 와서 담배도 끊었다. 사무실에 와서 깜짝 놀랐다. 예전에 김환태 감독님이 밤을 새지 말라고도 했다 (웃음).

 

환: 밤을 새면 다음 날 힘들기 때문이다. 집중해서 낮에 몰입하고 밤에 쉬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있는 거다. 물론 밤을 새서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진: 착한 것보다는 완성도 측면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권 감독님도 많이 말씀 해주시고 (권: 반영은 안 되더라 ㅎㅎ) 나중에 다른 작품할 때 반영이 되겠죠(웃음) 시사 때도 와서 많이 말씀 해주시고. 그런데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상영할 때는 사무실에서 아무도 오지 않았다… 물론 봤으니까. (웃음)

 

환: 그 때 우리 한창 바빴을 때다 (웃음).

 

용: 주말에도 작업을 해야 했다 (웃음).

 

 

ACT!: 김환태 감독님은 평생의 다큐 계획도 있고 원칙도 갖고 계신 것 같은데, 다른 분들은 다큐 제작을 하면서 본인만의 원칙 같은 것이 있는지?

 

진: 인터뷰를 하면서 반성을 하게 되는데, 절박함이 없어서인지 막연히 잘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잘 되면 사무실도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웃음). 이 기회에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다. 작년에 사무실 쉬면서 들었던 생각은, 자기 앞가림을 우선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다. 그 다음에 사무실 사람들과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권: 사실 김환태 감독과 작품의 취향이 맞아서 들어온 것은 아니고 옆 골목에 살아서 작업의 편의상 들어왔던 거다(웃음). 요새 <핵 마피아> 작업을 함께 하면서 운동성과 영화성에 대한 고민이 드는데, 작업을 계속 하다 보면 영화적인 의미에서 이정표를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고 대중적인 부분에 대한 욕심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환태 감독 작품이나 내 작품이 착한 다큐라고 불려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삶의 가치관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김환태 감독과 나는 영화가 갖는 운동적, 사회적 힘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변화하더라도 이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아마 평생 극복할 수 없는 영화 제작의 당위로 작용하게 될 것 같다. 얼마나 많은 관객을 만날 것인가 하는 지점에서 딜레마이기도 하지만,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운동적인 측면을 확산시킨다는 것은 놓칠 수 없는 원칙인 것이다.

 

세련된 소통방식이나 대중과의 접점을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은 전략적 측면인 것이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그들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내 가치관인 것이다. 그 결과 착한 다큐라거나 덜 세련된 다큐라는 평을 듣게 되더라도, 이러한 원칙은 내가 영화를 시작한 이유이기 때문에 아마도 계속 가져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일종의 원죄이다 (웃음). 다만 이 원죄를 어떻게 시대적 흐름과 같이 가져갈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

 

<땅의 여자>를 개봉한 후에 대중성이나 보편성의 측면에서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작업 중인 <핵 마피아>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PD를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대부분의 프로듀서들은 자신들이 프로듀싱하고 있는 영화를 사람들이 보고 움직여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영화가 갖는 운동성이 영화의 방식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자본의 규모에 따른 배급 방식에서 기인한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환: <핵 마피아>는 조금 더 대중적이고, 세련되게 만들어보려고 고민하고 있다. 독립 다큐멘터리 진영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해보려는 계획도 있다. 권우정 감독이 항상 이야기하는 것처럼, 피해자의 현장을 추적하고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당당하게 바꿔보려는 다큐를 만들 생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변화가 있을 거라고 본다. 나 혼자 작업했다면 하기 힘들었겠지만, 권우정 감독이 다양한 제안을 해주면서 영화의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다.

 

다큐이야기는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들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진우 감독도 그렇고, 앞으로 작품을 만들 신지용 씨도 그렇고, 다양한 시도를 위한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작품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들을 보여주게 될 것 같다.

 

 

ACT!: 이 시점에서 <핵 마피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에 참여할 때부터 재미있는 시도들을 많이 해오셨는데, <핵 마피아>는 어떤 고민을 기반으로 시작되었는지는 이미 답이 나온 것 같다 (웃음). 처음 <핵 마피아>를 기획할 때 이야기를 해달라.

 

환: 작년에 <잔인한 내림> 상영회를 다니면서, 경주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문제를 처음 알게 되었다. 올해 6월에 완공 예정인데, 고준위 폐기물 처리에 10만 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어떤 시스템 안에서 이런 일들이 가능했는지, 내가 지금까지 배워온 것들에 대한 의문도 들었고, 진실과 거짓에 대한 고민도 시작되었다. 다큐이야기에서 회의를 통해 이런 고민들을 공유를 했고, 영화의 방향을 함께 논의할 사람을 근처에서 찾다보니 권우정 감독을 피디로 영입하게 된 것이다. 권 감독도 흔쾌하게 했었죠? (웃음)

 

권: 난 불러주길 원했다 (웃음).

 

환: 권우정 감독과 함께 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대중적이면서 재밌고, 동시에 다큐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새로운 시도는 아직 비밀이다.

 

권: 관객들보다 독립영화 감독들이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하는 측면이 있다. 그 동안의 영화 구성은 대부분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사건을 따라가는 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스토리라인을 만들고, 영화의 결말도 기획을 통해 만들어 보려고 한다. 제작자 입장에서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다.

 

ACT!: 이 질문은 최근의 개인적인 고민과도 맞닿아 있는 거다. 최근 JTBC나 뉴스타파 등과 같은 대안언론의 흐름이 있는데, 과거 독립 다큐멘터리가 해왔던 사회적 발언대로서의 역할을 다른 곳에서 많이 가져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랜 기간 활동해오신 입장에서 독립 다큐멘터리의 역할과 관련한 이러한 경향들을 어떻게 보는지.

 

환: 미디어 환경이 많이 바뀐 거라고 본다. 접근성의 측면에서도 그렇고,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 다큐멘터리가 해야 하는 역할은 깊이 있는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본다. 조금 더 다른 시각으로 내용을 정리해서 전달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취재의 결도 많이 다르다. 세월호의 경우 속보처럼 만들어내는 것은 독립 다큐멘터리 진영에서도 그 동안 해온 일이지만, 이제는 다른 대안 언론들도 많이 하는데 굳이 우리가 계속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밀양의 경우는 또 다르다. 몇 년 째 이어지는 현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 촬영을 해오는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있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인 것 같다. 독립 다큐멘터리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자기 시각을 만들고 사건이 갖는 가치를 잘 소화시켜서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지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본다.

 

권: 사실 반성할 지점도 있다고 본다. 그만큼 독립영화 제작자들의 저변이 넓지 않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인디다큐 페스티발에서 첫 작품을 낸 감독들 중에 두 번째 작품을 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작품이 재생산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이 남지 않다보니 역량이 쌓이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렇다면, 결국은 역시 시간의 문제인 것 같다. 다큐멘터리는 제작 후 유통되는 기간이 길다. 대안 언론의 경우 즉각적으로 뉴스를 만들어내고 보는 사람들도 즉각적인 리액션이 가능한 구조이다. 독립 다큐멘터리의 경우 배급 과정이 보통 1년 반 걸린다. 결국 관객과의 소통은 시의성의 문제를 떠나 삶의 방식이 달라지는 측면과 맞물려 있다. 그런 영화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 인터뷰의 처음과 끝은 단연 <핵 마피아>.

출산 예정일 직전까지 인터뷰 투혼을 발휘한 최은정 편집위원도 <핵 마피아> 홍보를 위해 함께 했다.

 


ACT!: 마지막 질문이다. 좋아하는 영화와 함께 꼭 남기고 싶은 말을 해달라.

 

진: 좋아하는 영화는.. <핵 마피아> 홍보를 하고 싶다 (웃음)

 

용: 3천명의 서포터즈를 모집하고 있다 (웃음)

 

환: 어디를 가든 '잘 버티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것 밖에 답이 없다. 독립 다큐멘터리라는 이 험한 바닥에서 살아나려면 버티는 것 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일로 부귀영화 누리려고 하는 건 아닐 테니, 삶 속에서 꾸준히 만들어나가야 하는 거다. 그러려면 자기 안에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런 기운들을 잃지 않고 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미디액트에서 고민하던 분들도 다 그럴 거다. 처음에는 호기있게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딪혀야 할 일들이 많을 것이다. 이 진영에서 뭘 할 건지, 얼마나 버틸 것인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자기가 충만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권: 종교인 같다 (웃음). <핵 마피아> 홍보를 해달라.

 

환: <핵 마피아> 제작과 관련해서는, 소액 다수 영화를 만들고 싶다. 단기간에 모으는 펀딩보다, 만 원을 후원할 3천 명을 모으는 게 목표이다. 3천 명과 같이 만들어가면서 힘이 모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 3천 명인가 하면, 3년 전 탈핵집회를 했을 때 3천 명이 모였다고 한다. 그 이후 점점 수가 줄고 있는데, 이 영화를 통해 탈핵 이슈와 관련해서 힘을 모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다큐이야기도 기대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 여기 있는 감독들은 다들 큰 일 할 사람들이다.

 

진: 큰 일 날 사람들.. (웃음)

 

환: 큰 일 낼 사람들이다 (웃음). □

 


<핵 마피아> 블로그 http://nuclearmafia.tistory.com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