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7호 / 2005년 12월 6일
처음처럼... 한걸음 더 내딛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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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목(노동넷 영상취재기자) | ||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지 이제 2년이 다 되어간다. 2004년 대학을 졸업하고 다큐멘터리를 하고 싶어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집단에서 몇 개월을 보내고 작년 10월부터는 인터넷방송국에서 영상기자로 일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보이지 않는 세상을 알려내고자 하는 무기로 카메라를 선택했고 다큐멘터리 제작에서 현장의 속보영상을 생산하면서 나는 보여지는 활동만으로 어느새 비디오 액티비스트라고 불리게 되었다. | ||
다큐멘터리로 시작하다 | ||
“이거 정말 힘든 일입니다.” 처음 다큐멘터리를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그곳에 계신 분이 내게 해준 말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는 달리 막상 부딪힌 현실은 촬영 테잎 프리뷰 하는 것도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았다. ‘사진처럼 정지화면으로 찍기’ ‘줌 사용하지 않기’는 2개월이 넘어서야 알게 된 촬영의 기본이었다. 컴퓨터 조립부터 촬영, 편집에 이르기까지 하나씩 알아가게 되는 것이 만만치 않았지만 이때 익힌 기본들이 지금은 내 활동 바탕이 되고 있다. 영상활동을 한다는 것이, 특히 운동적 성격을 가진 영상활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옆에서 다큐멘터리를 직접 만드는 분들을 보면서 현실로 다가왔다. ‘나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을 무렵 나는 같은 영상활동이지만 성격이 좀 다른 인터넷방송국에 들어가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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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들어가다 | ||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면 “이봐요, 나는 와 안 찍어주요”라는 노동자분들이 있다. 카메라로 그분을 바라보면 붉은 투쟁머리띠를 다시 다듬고 씩 웃으며 브이자를 그리거나 아님 굳으셔서 사진 포즈를 잡으시는데 그런 분들을 보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난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 그것이 직접적으로 대중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집회다. 처음에 주로 내가 했던 일은 집회를 찍어서 올리는 것이었는데 수많은 깃발들 속에서 매번 형식적으로 끝나는 집회들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영상물은 이런 집회가 열렸다가 아니라 주류언론에서 돌아보지 않는 그 집회에 묵묵히 앉아있었던 노동자분들의 삶이었다. 그리고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주말마다 집회에 나오게 만드는 이 사회구조의 부조리였다. 나는 어떠한 영상물을 만들어야 할 것인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하는가? 하는 문제는 영상활동을 하는 내가 늘 가지고 있어야 하는 고민이 되어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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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철팀을 만나다 | ||
그런 고민들 속에서 나는 비정규직완전철폐를 위한 영상프로젝트팀(이하 비철팀)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겐 행운이었다. 난 이 비철팀을 참 좋아한다. ^^ 독립다큐, 인터넷방송국, 영화제, 노동현장 등 주요 활동영역과 활동방식이 다르지만,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알려내고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이들은 참 열심히 살아간다. 그래서 진심이 느껴진다. 비철팀은 관점을 가진 속보성 영상물을 몇 개 만들었는데 지난 2월, 밤을 새워가며 민주노총 임시대대에 관련된 작업을 4개의 영상으로 만들었었다. 모두들 각자의 일로 지쳤음에도 밤늦게 달려와 구성을 짜고 프리뷰를 하고 팀을 나누어 1차 편집을 하고 2차 편집을 하고 그렇게 공동작업으로 완성했드랬다. 그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어느새 단순한 속보성 영상물 제작에 적응되어 버렸던 내게 기획회의에서 구성회의를 거쳐 우리가 왜 이 영상물을 만들어야하는가라고 따져보는 시간들은 즐거웠고 나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그건 공동작업에서 느낄 수 있는 충만함이었다. 한컷한컷을 보며 적절한 편집인지 살펴볼 때는 거의 경이감(?)이 느껴졌고 내 영상이 기승전결이 없다는 얘기도 비철팀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충고였다. 지금 비철팀은 영상물 제작에서 그 활동의 범위를 조금씩 넓히고 있다. 장애인영상교육에 함께 하거나 주최는 아니나 주체가 되어 비정규노동자영상 교육을 얼마 전에 진행하기도 했었다. 이런 활동들이 나는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투쟁이 중요한만큼 그것을 기록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영상활동가들이 그 일들을 하기에는 한계가 너무 많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이런 일들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 같은 영상활동가라고 생각한다. 비철팀 안에서는 시간의 부족, 주체의 부족 등으로 기획영상물을 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그리고 기획하고 있는 영상을 오히려 혼자 작업하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어느 영화제에서 보았던 ‘베트남에서 멀리 떨어져’라는 공동제작 영화처럼 비철팀에서의 공동제작을 꿈꾼다. 함께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있고 아직은 비철팀이라는 이름으로 비철팀이 해야 할 작업의 소재들이 이 세상에 무수히 널려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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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MEDIACTION~ | ||
지난 11월 12일부터 19일까지 부산에서는 APEC 정상회담이 열렸다. 서울에서는 WTO의 첨병 역할을 하는 APEC에 반대하고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기 위해 미디어문화활동가들이 뭉쳤드랬다. 미디어문화행동이라고 불리는 이 조직(?)에서 나는 메이킹필름을 제작중이다. APEC과 12월에 열릴 홍콩 WTO까지 미디어문화행동의 활동들을 촬영하고 이후 여러 방면으로 투쟁들을 알려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직 어떤 방면인지는 미지수지만...^^;; 미디어문화행동에서는 이번 부산 APEC 기간 동안 인터넷생방송을 진행했었는데 처음이라 모두들 정신없었지만 들뜬 분위기 속에서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진보진영에서 인터넷생중계는 자주 있지만 인터넷생방송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또 이번 생방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모블로깅이다. 이것은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보내기란에 m@gomediaction.net을 찍으면 사진이 홈페이지로 바로 올라가는 것이다. 주로 집회현장이나 투쟁장면 등 진행되고 있는 상황들을 신속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카메라폰이 아니어서 해볼 수 없었던 게 아쉬웠을만큼 해보면 재밌다. ^^ 이번 APEC 투쟁에서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 것이 있는데 생방송을 통해 여러 활동가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1차 범국민대회가 있기 하루 전인 17일에는 수도권영상패 분들을 비롯하여 열대여섯명이 모였는데 스튜디오가 좁아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다음날 일정을 정하기도 했다. 17일 전야제에는 피자헛에 자리를 빌려 스튜디오와 현장을 연결하는 이원생중계를 진행하였고 18일에는 메인 스튜디오는 민주노총 부산본부에 두고 2개의 임시 스튜디오를 투쟁이 벌어진 수영교 근처 피씨방을 이용하여 만들고 투쟁이 일어나는 상황소스들을 30분 가량 간격으로 피씨방으로 나르기도 했다. 물론 그것만을 담당하는 전담 코디도 있었다. 그 결과 18일 미디어문화행동 홈페이지는 넘쳐나는 접속수로 서버가 다운되는 경이로운 일까지 발생했다. ^^;;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여러 사람이 함께할 때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미디어문화행동은 12월에 있을 홍콩 WTO에서도 부산에서와 같은 인터넷생방송을 계획하고 있다. 홍콩의 상황은 한국과 많이 다르기에 인터넷회선부터 엄청난 예산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사람들의 열정으로 조금씩 풀어나가고 있다. 지금은 열심히 후원금을 모으고 홍콩 답사를 준비하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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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며 행동하라! | ||
현장을 나가면서 어느 사이 들어버린 고민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는 언제나 제3자란 느낌이다. 나는 그들을 찍지만 그들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 현장 저 현장 돌아다니지만 깊이 있게 현장노동자분들의 절실함을 받아안지 못하는 나를 본다. 화물연대 이동윤 열사가 분신이후 장례식장에 찾아갔을 때였다. 화물연대의 상황에 대해 그곳에 계신 한분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제발 제대로 알고 써요. 그냥 겉핥기식으로 하지 말고 진짜 취재를 하고 싶으면 법안도 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좀 공부하란말요.” 란 말을 들었다. 덤프연대 2차 파업 때 인터뷰를 한 노동자분은 “기자양반이 진짜로 덤프연대 노동자의 현실을 알고 싶으면 오늘 당장 여기 한 명만 붙잡고 집에 찾아가서 하루만 취재해 봐요.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바로 알거요. 다 똑같은 신용불량자요.”
다큐멘터리 작업, 노동현장의 속보성 작업, 공동제작, 미디어운동. 아직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싶고 보고 배우고 싶다. 앞으로의 내가 어떤 분야의 활동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건 앞으로도 계속 영상을 제작할 것이고 비철팀 활동도 미디어문화행동 활동도 열심히 할 것이란 거다. 다가올 또 다른 활동들도.. 그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지금보다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지금 나는 어떤 영상을 만들어야 하지? 지금 우리는 어떤 활동들을 해야 할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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