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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2호 인터뷰] 자선이 아닌, 변혁을 위해 (Change, Not Charity) - The Funding Exchange의 박혜정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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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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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2호 / 2007년 6월 6일

 

 

자선이 아닌, 변혁을 위해 (Change, Not Charity)

- The Funding Exchange의 박혜정 인터뷰
 
박채은, 김지현, 김윤진 (ACT! 편집위원회) 
 
ACT! 5호에서 맨해튼 네이버후드 네트워크(MNN)의 박혜정 씨를 인터뷰한지 3년이 훨씬 지난 올해 4월, ACT!는 다시 한 번 박혜정 씨를 만났다. 지금은 The Funding Exchange에서 활동하는 박혜정 씨는 The Funding Exchange의 프로그램 중 미디어 정의 펀드(Media Justice Fund)를 맡아 미디어 정책과 풀뿌리 운동을 연결시키는 운동을 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미디어운동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와 함께, 그것의 사회운동단체와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깊은 고민을 가져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ACT!: The Funding Exchange에서 일하시기 전에 MNN 유스채널(Youth Channel)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먼저 MNN에서의 활동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 MNN 유스채널(Youth Channel)에서는 2000년 3월부터 2006년 3월까지 6년 동안 있었다. MNN은 공식적으로는 뉴욕 외에 4곳, 비공식적인 것까지 하면 미국 전역에 10곳이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방송국은 아니고 청소년 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주도 하에 퍼블릭 액세스를 이용하여 운영하고 방송하며, 지역의 다른 청소년 단체와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프로그램을 받으면서 활동을 하는 거다. 청소년의 입장에서 본 사회, 문화, 정치, 경제의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지역과 나라의 청소년들과 연대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ACT!: MNN을 떠나신 이유가 특별하게 있었던 건가?
- 청소년들도 잘 하고 젊은 지도층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생각해서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는 일을 벌이고 자리가 잡혔기 때문에 떠나는 거다. 그래야 고인 물이 되지 않고 새로운 지도층이 나온다고 본다. 나는 이런 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ACT!: 그렇다면 지금 활동하고 있는 The Funding Exchange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 The Funding Exchange라는 사회진보재단은 1979년에 처음 발족하였고,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16개 지역재단의 네트워크이다. 본부와 16개 지역단체를 통하여 각 지역의 사회 정치의 풀뿌리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운영하는 데 있어 재밌는 점이 이사진과 실제적으로 기금을 심의하는 단위가 다르다는 거다. 이사진은 The Funding Exchange의 전체적인 운영이나 기금, 재정에 관여하는 반면, 기금신청서에 대한 심의는 활동가들이 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게이 레즈비언에 관한 문제이면 게이 레즈비언 활동가들이, 미디어를 이용한 사회 전유 운동이라면 미디어 활동가들이 심의를 한다. 특이하지 않나. 그런 식으로, 30년 가까이 제도권에서는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수많은 풀뿌리 단체들 그러니까 반전, 이민자, 여성단체 같은 제도권에서 지원받지 못하는 작은 단체들을 지원하고, 그렇게 지원받은 적은 돈으로 그들은 큰 역할을 해왔다.


ACT!: 그 기금은 어떤 식으로 배분했나?
-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기금을 주는 부분은 주로 세 가지였다. 하나는 공동체 미디어 연대 기금(Community Media Collaboration Grants)이라고 하여, 미디어 단체와 지역사회운동단체가 결합하여 미디어를 바꾸는 것이고, 두 번째는 툴킷 제작 기금(Media Advocacy and Organizing Toolkits Grants: 실천 현장에서 쉽게 활용 가능한 지침서 - 편집자 주)이라고 사람들이 미디어가 뭐가 잘못되었고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그리고 지역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책자나 비디오를 제작하는 지원금이다. 세 번째는 비상대책기금(Immediate Response Grants)이라고 시급할 때 갑자기 청문회를 조직해야 하거나 회의가 있는데 노동자들이 꼭 가야할 때 그것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세 가지 부분이 있고, 단체들은 신청서를 통해 심의 후 지원을 받았다.

ACT!: 그런데 The Funding Exchange에서 2002년부터 포드 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 2002년에 포드 재단에서 미디어 활동가들과 수련회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포드 재단에 새로 들어온 프로그램 담당자가 수련회에 왔었는데, 그 분과 함께 미디어 정책 운동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시민단체에 있어 미디어 정책 운동은 중간 규모 이상의 시민단체나 워싱턴 DC 정도의 레벨에서만 이루어진다. 실제적으로 미디어 정책의 혜택을 받아야 할 청소년, 여성, 소수민족, 노약자,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는 전혀 무시되고 있는 거다. 그래서 실제적인 미디어 운동을 하려면 이러한 소외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미디어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나눠졌다. 이를 미디어 정의 운동(Media Justice Movement)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아마 2002년부터 강화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때 포드 재단은 빈민운동이나 환경운동, 여성운동처럼 미디어운동도 그런 운동 중 하나이며 빈민운동이 제도를 바꾸려고 하는 것처럼 미디어 정의 운동도 단순히 제작을 넘어서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체제변화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우리의 목소리를 담으면서 또한 이를 범사회적 운동으로 벌일 것이냐는 것이 고민이었고, 그래서 포드 재단이 그런 풀뿌리 단체들과 26년 넘게 일해 온 The Funding Exchange에 그런 역할을 기대한 것 같다. 포드 재단이 크기 때문에 풀뿌리 단체를 다 알 수가 없지 않나. 그래서 이를 대행할 수 있는 기관으로 The Funding Exchange를 생각한 거다. 
그런 과정을 통해 2002년에 처음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시간제(part time) 컨설턴트가 한두 명 정도 있었고 그 컨설턴트를 통해 포드 재단에서 받은 기금을 나눠주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2006년 4월 17부터 내가 정규직(full time) 컨설턴트로 활동하게 되었다.

ACT!: 2006년 4월부터 컨설턴트로 활동하였다면 1년 정도 지난 셈인데, 그 1년 동안 주력해서 한 사업이 무엇인가? 
- 일단 The Funding Exchange의 미디어 정의 펀드 프로그램 관리자는 나 혼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부에서 직접 기금을 주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16개 지역 재단에 재분배하는 일이 필요하다. 각각의 지역 재단은 20년 넘게 각 지역의 사회단체들과 일을 해왔기 때문에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다 안다. 포드가 직접 각각의 단체에 갈 수 없듯이 우리 또한 뉴욕에 본부가 있지만 직접 닿지 못하는 곳에 대해 지역 재단은 알고 있으니 그곳에서 기금을 재분배한다. 그렇게 각각의 기금신청서에 대해 미디어 정의 활동가들의 심의로 기금분배 하는 것과 지역 재단에 기금을 재분배 하는 일을 하였다. 
또 하나는, 커뮤니티 펀드와 함께 미디어 정의 지역 회의를 조직했다. 그러니까 뉴욕 사무실에서 직접 펀드를 주거나 미디어 정의 회의를 소집하는 것이 있고, 지역재단에서 재분배된 재정을 가지고 지원하거나 지역재단이 회의를 소집하는 것이 있다.

지난 해 뉴멕시코에서의 지역회의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뉴멕시코의 이주노동자들이 그곳의 라디오나 미디어 단체들과 같이 만나면서 ‘어떤 식으로 미디어를 통해 이민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미디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지역 사회의 소출력 라디오 방송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퍼블릭 액세스가 지금 위협당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은 어떤 식으로 할 것인가를 같이 논의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뉴멕시코 지역회의의 과제이다. 
또 다른 예를 얘기하자면, 뉴올리언스의 카트리나 폭풍 이후 전멸된 상태에서 저소득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흑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폭풍 이후 지금 뉴올리언스는 모든 것이 새롭게 재개발하는 시기에 있다. 이제 때가 되었다는 흑인들의 인식으로 자신들의 방송국을 가지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회의를 통하여 라디오 방송국을 설립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도 뉴올리언스 접경의 인디언(Native American) 부족인 후마 네이션의 대출력 라디오 방송과 관련한 지역회의나 하와이 토착민과 마이크로네시아(Micronesia)의 퍼블릭 액세스에 대한 것도 고민하고 지원하고 있다. 
또한, 다른 사회운동 회의에 참여하거나 반전운동단체들과 만나서 미디어 정의가 어떻게 이 부문들과 연결되는지를 이야기하는 등의 활동이 있었다.

ACT!: 무척 바쁜 1년을 보내셨는데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을 것 같다.
- 어떻게 얘기하면 미디어 단체들이 모두 많이 영세한데 그동안 이런 미디어단체들과 사회운동단체들의 결합을 많이 유도했고, 또 뿔뿔이 흩어져있는 미디어단체들을 같이 모으면서 자원을 서로 공유하도록 했다. 또 모두가 똑같은 일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교통정리 비슷한 것도 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회단체들이 이제는 미디어정의를 대강 알게 된 것 같다. 아직도 많이는 모르지만 이제는 단순히 제작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청문회도 각 지역별로 조직을 해서, 방송위원회 사람들을 불러다가 노동자, 농민들이 직접 자신의 불만과 필요를 이야기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것들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게 되었다. 또한 지상파가 우리의 것임을, 그리고 일단은 본인의 권리들을 이야기하며, 그리고 모든 것들이 사유화되는 흐름 속에서 공공미디어(또는 미디어 공공성)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아직도 초보단계지만 하나씩 하나씩 늘려나가고 있다.

ACT!: 그렇게 1년 동안 많은 일들을 이루면서도 분명 어렵게 느끼는 점이나 다른 부분과의 갈등도 있었을 것 같다. 
- 미디어리폼운동(Media Reform Movement)이 또 따로 있는데, Media Reform 즉 미디어 개혁은 미디어 정의 운동(Media Justice)에서 볼 때 백인 남성 주도 하의 개혁 운동이며, 미디어 정의 운동은 기존의 체제에 편입된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모든 상부구조를 바꾸자는 거다. 그래서 미디어 개혁과 미디어 정의 운동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아까도 잠깐 말했지만 중간 규모 이상의 시민단체나 워싱턴 DC에서 일하는 시민운동권 단체들(소비자협회에서도 이런 것을 하는데)이 대표적인 미디어개혁 단체들이다. 그런데 이런 미디어개혁 단체들은 직접 국회의원들과 얘기도 하면서 상위의 라인들을 많이 안다. 하지만 그들은 지역적 기반, 풀뿌리가 없다. 반면에 우리는 풀뿌리는 있는데 위의 라인은 없다. 그런 서로 다름으로 인한 갈등이 있었는데, 하지만 이런 것들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서로가 솔직하게 얘기하면서 그러면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같이 하자는 얘기가 되었다.

ACT!: 그렇다면 미디어개혁운동과 직접 연계해서 하는 활동도 있는 건가?
그렇다. 이번에 처음 하는 게, 미디어 정의 운동에서 올해 세 차례에 걸쳐 몇 명을 뽑아 워싱턴 DC에 가서 미디어 체제와 정책이 어떤 식으로 바뀌고 거기에 누가 관여되는지 등을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그런 식으로 짧은 기간이지만 일주일이든 이주일이든, 지도자 계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일단 체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아야지 지역으로 돌아가서도 자신의 풀뿌리 단체들과도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거니까. 
또 그 기간에 워싱턴 DC에 있는 시민단체, 소비자협회, 아니면 뉴미디어 정책 단위들에게 풀뿌리 미디어 단체들의 고충에 대해서 배우게 하고, 사회운동정책 단체들은 어떤 식으로 정책운동을 하는지 살펴보면서, 그렇게 미디어정의 운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지도자 계발 훈련을 하고 있다. 
그리고 미디어개혁 단체들 중 기금을 받은 단체들과 연계해서 각 지역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미디어정의에 대해서 얘기할 적에 어떤 대상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이런 것만 담당하는 단체도 있다. 그럼 거기하고 결합해서 미디어단체나 사회운동 단체들에게 미디어정의 운동에 있어서 어떻게 우리가 대중들에게 이해가 가도록 얘기할 수 있는가 그런 훈련들을 한다. 이렇게 많은 시도들이 있다. 어떤 데는 미디어정의 쪽은 아니지만 사회과학연구협의회(Social Science Research Council)라는 곳이 있다. 여기서는 미디어정의에 관해 학자와 미디어 활동가들이 같이 기획안을 내야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렇게 이쪽저쪽에서 그런 시도들이 있으니까 잘 되길 바라고 있다.

ACT!: 한국에서는 미디어운동들의 분화가 잘 되어 있지 않다. 정책 개발이나 조직을 그냥 다 통으로 하고 있고 특히 사회운동단체와의 연계는 정말 잘 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그런 부분에 있어 The Funding Exchange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거 같다. 그래서 The Funding Exchange는 초기(1979년)에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 중간에 포드 재단 지원받은 건 있었겠지만 얘기 들으면 지역 재단 네트워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거 같은데 어떻게 형성된 건가?
-처음엔 사회정의를 추구하고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여섯 개 재단이 있었다. The Funding Exchange의 재원은 대부분 개인 기부금으로 형성된다. 미국에서는 이것이 세금 공제가 되기 때문에 무슨 재단에서 받는 것보다 개인 기부금의 비중이 크다. 그리고 우리의 모토가 적선이나 자비가 아니라 변혁(Change, Not Charity)이다. 그런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활동하던 지역 재단들이 이렇게 따로따로 하는 것보다 우리가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같이 우리의 영향력, 파급효과를 극대화시켜보자고 모였다. 그런 과정 속에서 원칙, 강령들을 세우며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은 16개 재단이 뭉쳐있다. 어떤 재단은 그 시만, 어떤 재단은 주 전체를, 어떤 재단은 남부에 있는 세 개 주를 커버하는 등 재단마다 성격은 다르다. 하지만 거의 다 개인기부금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ACT!: 기금신청서를 받을 때 영세한 풀뿌리 단체들(한국 같은 경우에는 등록되지 않은 단체들)을 위주로 하는가? 기금 신청에 어떤 제한조건이 있는가?
- 기금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비영리단체여야 한다. 한편 등록이 안 되어 있는 단체의 경우에는 법인명이 있는 단체를 엮어서 신청할 수 있다. 재정이 잘못됐을 경우는 법인단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니 어떤 단체도 신청하는 것이 가능하다.

ACT!: 어떤 식으로 지원이 되는 건가?
- 작년 같은 경우 6월 30일이 기금 신청 마감일인데 그 사이에 지역들과 같이 얘기해서 그럼 같이 결합을 해보자 얘기를 한 다음 이들의 기금신청서를 받고 7월말 8월에 심사를 해서 9월부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위의 경우는 1년짜리 프로젝트였던 반면 한편 비상대책기금은 우리가 한번에 3,000달러까지 준다. 이것으로 긴급 상황이나 툴킷 제작 등을 지원했다. 툴킷의 내용은 주로 미디어 정책이 어떤 식으로 결정되는가를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표와 그래픽을 많이 사용하며 설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수도세가 올라간다. 왜 올라가느냐를 쭉쭉 설명하는 식으로. 이런 것을 스페인어로 낸다거나 소출력 라디오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등을 설명하는 식의 지원이 된다.

ACT!: 조금 다른 질문인데 미국 퍼블릭 액세스 상황이 안 좋다고 들었는데 어떤가?
- 그동안 케이블 회사들은 시나 구별로 프랜차이즈 협정을 맺어서 사업을 했는데, 전화회사들이 새롭게 케이블 시장에 들어오면서 이들은 각 시나 구를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면 시간이 엄청 걸리니까) 한꺼번에 공략하려 한다. 처음에 그들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하려다 잘 안되니까 이제는 주별로 협상을 맺으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버라이존(Verizon) 회사는 지역마다 안 가고 뉴욕주지사나 주 의회와 얘기해서 이제 거기와 합의가 되면 뉴욕 주 전체 사람들이 버라이존을 택하거나 아니면 자기 구역의 케이블 방송을 택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되도록 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렇게 될 경우 만약에 버라이존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퍼블릭액세스는 그동안 케이블 회사와 협상을 해서 케이블방송사 이윤의 2~5%를 지역으로 환원하도록 한 건데 이게 주 전체로 되어버리면 그런 게 없어진다. 줄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하와이 주 이야기인데, 5년이나 10년마다 재계약을 하는데 퍼블릭 액세스를 하고자 하는 단체나 기관에게 신청을 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미 하고 있는 단체들도 있는데 경쟁을 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경쟁에서 주로 이기는 쪽이 (돈도 많고 사람도 많은) 교회 쪽이다. 하와이 단체들도 지금 그런 과정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지금 방송사에서는 신청을 받고 있다고 한다.

ACT!: 우리도 케이블회사들이 가격을 많이 올려 주민들의 대책위가 꾸려지고 그랬다. 이런 것들을 같이 막아야할 때 이게 단순히 미디어 활동가들의 역할이 아니라 전체 사회운동에도 중요한 영역인데 그렇게 확산되지가 않는다. 누가 싸워주겠지 하거나 별 관심이 없거나 그렇다. 이게 당장의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 여기는 의식이 연대나 대중적 확산을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어쨌든 이런 미디어 정의에 대한 개념을 힘겹지만 사회적으로 계속 확산시켜나가야 하는데 사회운동 단체들한테 미디어 정의를 설명해내고 설득해내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나? 
- 청문회가 참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게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말이다. 일단 방송위원회 사람들에게 지역에 와서 듣게 하는 것이다.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무엇보다 방송의 내용에서 시작해서 왜 우리들(사회적 약자 집단)의 입장이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느냐. 반영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일단은 이렇게 시작하고 미디어단체들이 좀 더 수위를 올려서 얘기하는 것이다. 뉴욕에서 열었던 한 청문회에서는 1000명 넘게 와서 서로 얘기하려고 한 사람씩 나가서 줄을 서서 난 얘기할 수도 없었다. 우리 청소년 방송국에서 활동하는 한 15살짜리 청소년은 왜 청소년들의 이미지가 없느냐, 청소년 방송국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 이민자들은 우리 차이나타운에 대해서, 또는 우리 노동운동에 대해서 알릴 곳은 퍼블릭액세스밖에 없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넷 중립성(net neutrality)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러니까 다들 자기 입장에서 미디어의 문제가 자신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자신의 삶에 어떻게 결부되는지에 근거해서 얘기하는 거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자기 전화세가 너무 많이 나왔다면서 전화세에 포함된 FCC(미국 연방통신위원회) 수수료에 대해서 FCC가 도대체 하는 일이 뭐냐? 등을 얘기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FCC 위원들도 오도록 조직한다.

ACT!: 그렇게 하고 나면 뭔가 약간의 변화라도 있는가? 
- 그런 것들이 웹사이트에 다 올라간다. 또 이 내용을 비디오로 찍거나 녹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각 지역의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이런 요구를 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니까 법조항이 어떻고를 따지는 거창한 게 아니라 전화세 인상 같은 내 삶의 문제들을 얘기하는 것이다.

ACT!: 요새 재단들이 조금씩 생기고 사업들을 펼쳐나가고 있는데 문제가 뭐냐면 관리하려 든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지원해주고 지역에서 스스로 조직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돈 줬으니까 관리해야 돼 이런 의식이 심하다. 그래서 초기에 방송위원회만이 아니라 이런 재단과 함께 일하려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지치고 나가떨어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한국의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여 어떤 기금 지원 방식이 바람직한지 조언해 달라. 
- 미국도 비슷하다. 자기들이 다 관리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런 건 있다. 많은 재단들이 심사위원제를 두려고 한다. 안 그러면 내가 그냥 결정하고 특정 단체에게 돈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The Funding Exchange에서도 재원을 개인 기부라든지 다양화해서 한 곳에만 집중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무튼 재단의 그런 태도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The Funding Exchange가 특이한 경우다. 가령 포드 재단 같은 경우만 해도 나는 매일 그 쪽 프로그램 관리자에게 이메일로 보고해야 한다.

ACT!: 그걸 우리가 어떻게 요구하고 싸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공적 성격의 기금, 방송위원회의 기금 같은 경우에는 그거 우리 세금이라고 칠 수 있는 명분이 있겠는데, 기업이 사회에 환원한다면서 만든 재단의 경우에는 결국은 그 돈의 통제권이 완전히 기업의 수중에 있는 것이라 이걸 요구한다고 해서 듣지도 않고 바꾸기가 어려운 것 같다. 어쨌든 The Funding Exchange에서 하는 것처럼 기금 심사위원단에 활동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는 상당히 좋은 것 같다. 
오늘 인터뷰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인터뷰로 시간을 내주어 고맙다. □



참고자료
- The Funding Exchange의 홈페이지는 www.fex.org이며, Media Justice Fund에 대해서는 www.fex.org/mjf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www.fex.org/mjf에서는 Media Justice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위 인터뷰에서 언급한 Media Justice Fund의 활동들이 소개되어 있으며 미디어정의에서 만든 툴킷들도 다운 받을 수 있다. 
또한 미디어인터내셔널의 <프리프레스 참관기-두 번째 이야기>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청문회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려면 www.freepress.net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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