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82호 이슈와 현장 2013. 1. 22]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위한 조건들
- 법과 지원 제도를 중심으로
방송을 통한 자기 발언, 퍼블릭액세스의 확대
밀양 곳곳에 세워질 송전탑을 막기 위해 싸우는 어르신들의 이야기, 핵발전소를 저지하기 위해 머리를 자르는 삼척 주민들의 얼굴, 청주 청소 용역 여성 노동자의 새벽, 전주 버스 노동자들의 발걸음, 대구 HIV/AIDS 감염인들과 안산 이주 노동자들의 목소리, 부산 예술인들의 재기발랄한 입담, 악취 문제 개선을 위한 익산 시민들의 토론.
지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삶의 문제를 직접 가지는 못해도, 보고 듣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은 2012년 4월 4일부터 매주 수요일 방영되는 팟캐스트 방송 <복지갈구화적단> 덕분이다. 각 지역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힘을 모아 운영하고 있는 이 방송은 지역 현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서로가 서로를 마주하는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과정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각 현장에 대한 지지와 연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2012년 8월 31일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에서 1박 2일로 열린 ‘지역 영상미디어센터 연합 워크숍’ 자리에는 100여 명의 시민 제작자와 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였다. 부산에서 온 어머니들, 대구에서 온 HIV/AIDS 감염인들, 강릉에서 온 청소년 등 각 지역에서 온 시민 제작자들은 들뜬 얼굴로 인사를 나누고 떨리는 목소리로 지역 현황을 공유했다. 그간 서로의 영상을 통해서만 만나왔던 사람들이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경험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네트워크 강화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었던 자리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10여 년 전, 통합 방송법에 따라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편성이 의무화되면서 본격화 된 국내 퍼블릭액세스 활동이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제작의 어려움과 제도적 후퇴 속에서도 방송을 통해 직접 발언하는 퍼블릭액세스 활동은 각 지역에서 싹이 트고 열매가 맺어지고 뿌리가 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시민 제작자와 미디어 활동가들의 꾸준한 노력, 30여 개로 늘어난 지역 미디어센터, 곳곳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미디어교육 등 시민 참여적 미디어 환경으로의 변화는 퍼블릭액세스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여기에 손쉬워진 미디어 기기, 폭발적으로 증가한 유투브 등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급속도로 커진 SNS나 팟캐스트의 영향력 등 시민 참여를 근간으로 하는 시대로의 변화는 방송을 통해 직접 발언하는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잠재적 수요를 형성하고 이를 변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통계상으로 잡히는 2,000여 편이라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편수 외에도 연합 워크숍 자리에 모인 들뜬 표정의 시민 제작자들, 지역상영회나 영화제 등으로 연계되고 있는 <복지갈구화적단>의 실험은 그 구체적 증거이기도 하다. 미디어를 활용한, 방송을 통한 자기표현이자 자기발언인 퍼블릭액세스는 이제 너무나 당연한, 대세인 것이다.
후퇴하고 있는 퍼블릭액세스 지원 정책
그러나 퍼블릭액세스 지원 정책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기금 결산 검토 보고서(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2012.8)에 따르면, 2010년 시정 요구사항인 “시청자의 방송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것”이란 의견에 대해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지원 사업의 경우 ‘11년 예산(15억 원)이 ’10년(25억 원) 대비 40% 축소되었으나, 제작비 지원 방식을 변경(정부전액지원→정부와 방송사간 매칭지원)하여 지원 방송사를 확대(‘10년 63개사→’11년 64개사)하는 등 사업 활성화 및 시청자의 방송접근권을 강화”했다고 밝히고 있다.
2011년 예산이 전년 대비 40%나 줄었으나 지원 방식을 변경해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 방송사를 확대했고 시청자의 방송접근권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답변을 각 지역 방송사나 시민 제작자가 들었다면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9년 30억 6,400만 원이었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 예산은 2010년 25억, 2011년 15억, 2012년 13억 5,000만 원으로 삭감됐다. 지난 3년 동안 2009년 대비 56% 삭감된 것이다. 게다가 성과를 줄이지 않기 위해 그간 방통위에서 전액 지급하던 방송채택료 중 30%를 방송사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중소 규모 방송사부터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방통위에서 밝히고 있는 63개사, 64개사라는 수치는 산출 기준을 교묘하게 바꿔 숫자를 부풀린 것에 불과하다. 그간 한 방송사당 1개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방식에서 1개의 프로그램을 여러 방송사가 방영하는 컨소시엄 형태 방송사 숫자를 모두 포함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컨소시엄 자체가 그간 1개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방송사가 경제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 방송사와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인 프로그램 수나 제작 지원 편수는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2010년 62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됐으나, 2011년 44개, 2012년 41개로 34%가 줄었고, 제작 편수는 2010년 3,528편에서 2011년 1,948편으로 45%나 축소됐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늘어나는 시민 제작자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1년 11.2%에 그쳤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 예산 집행률은 그간 꾸준하게 늘어왔다. 특히 2010년은 99.5%라는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줬다. 그만큼 시민 제작자들의 참여가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원 예산은 반 토막 난 것이다. 또한 경제적 부담 때문에 방송사가 프로그램 운영을 축소했지만 시민 제작자의 방영 신청은 계속되어 채택료 없이 방영하거나 매우 늦게 방영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한 지역 방송사가 프로그램 운영을 중단하자 인근 타 지역 방송사로 방영 신청이 몰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 외에도 지원 기간을 1년의 3분의 2도 안 되는 35주로 축소하거나 이로 인한 기형적인 편성을 묵인 혹은 조장하는 등 반 토막 난 예산으로 인한 악영향은 수도 없이 많다.
무엇보다 2011년 방송통신발전기금 운용 계획안 검토 보고서(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2010.11)에 따르면, “시청자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사업비 감액이 부적절”하며 “대폭적인 감액은 위원회의 책무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임”이라는 의견이 제출된 바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것이다. 늘어난 시민 제작자의 방송 참여 수요를 반영하고 10여 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발전적인 정책 방향을 모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후퇴만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2012년 국회에 제출된 방통위 기금 운용 계획안(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2012.11)에 따르면 2013년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 예산은 또 다시 삭감되어 고작 12억 1,500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공익 방송 지원 항목으로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전문 채널에 지원된 예산을 포함해 17억 9.900만 원에 달했던 2OO2년 예산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방송 참여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 예산은 10년 전보다도 적은 것이다. 무엇보다 성과를 줄이지 않기 위해서 삭감된 예산에 맞춰 방송사 자부담을 올린다면, 프로그램 운영을 중단할 방송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쯤 되면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편성 및 지원 확대를 통해 저소득층,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방송 소외계층이 방송을 자유롭게 향유하고 방송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디지털 시청자 복지 환경 조성”(2012년도 시청자 권익 지원 사업 설명회 자료집, 2012.2)이란 정책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정도며, 이 사업을 점진적으로 고사시키겠다는 의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2013년 방통위는 대전, 인천, 춘천 지역에 103억 2,300만 원 규모의 시청자미디어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기존 광주와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운영에는 35억 2,700만 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미디어교육과 장비 지원 등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미디어센터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주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미디어센터를 통한 지원은 특정 지역에 한정될 수밖에 없으며, 방송사 확대나 연중 연속 편성과 같은 방영을 위한 실질적 창구를 열긴 어렵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은 시민 제작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제작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시청자 방송 참여 확대의 초석이 되어 왔다. 또한 방송사의 편성 주기나 분량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제도 중 하나다. 때문에 지원 예산의 규모와 정책 운영 방향은 방송의 다양성과 지역성, 방송 소외 계층의 방송접근권 보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주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방통위는 이 같은 제도의 목적과 의미를 무시하고 지원 구조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위한 법안 마련
이 가운데 2012년 10월 5일, 김윤덕(민주통합당 전주완산갑) 의원실에서 발의한 시청자참여방송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 법안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용도에 “시청자참여방송 발전을 위한 지원”을 명문화하고(방송통신발전기본법 26조 개정),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의무 편성을 현행 한국방송공사(KBS)에서 모든 방송사로 확대하여, “방송사업자는 매월 100분 이상의 텔레비전방송프로그램을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한다.”(방송법 69조, 51조 개정)는 안을 마련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경우, 채널 특성상 의무 편성에서는 제외했으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진흥 발전을 위해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방송통신발전기금에서 지원”(방송법 69조 신설)하도록 했다. 지상파 라디오 방송 역시 “청취자가 자체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의 방송을 요청하는 경우” 반드시 방송하도록 의무화했다.(방송법 69조 신설)
또한 의무 전송 채널에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전문 채널을 포함하여,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위성방송사업자는 “국가가 공공의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채널, 종교의 선교 목적을 지닌 채널 및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편성을 전문으로 하는 채널, 장애인의 복지를 위한 채널을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채널을 두어야 한다.”(방송법 70조 개정)로 제안했으며, “지역 채널 또는 직접 사용하는 채널을 통하여” 방송하도록 분명히 했다.(방송법 70조 개정)
그간 모호했던 편성 기준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할 시에는 지역성, 소외 계층 대변, 방송의 다양성, 공동체성을 반영하는 작품을 우선적으로 편성하여야 한다.”(방송법 51조 신설)로 구체화했으며, 심의의 경우, 보도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방송사 자체심의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방송사업자는 자체적으로 방송프로그램을 심의할 수 있는 기구를 두고, 방송프로그램(보도에 관한 방송프로그램과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제외한다.)이 방송되기 전에 이를 심의하여야 한다.”(방송법 86조 개정)고 제안했다.
그리고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정책 수립 및 실행을 위해 방통위 산하에 독립적인 “시청자참여방송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시청자참여방송발전기금”을 조성하도록 했다. 이는 유일한 지원 제도인 방송채택료 지원 이외에도 교육 및 네트워크, 연구 등 시청자참여방송 활성화를 위한 폭넓은 지원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며, 명분 없는 예산 축소와 이로 인한 정책적 후퇴를 막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정책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모든 방송사가 월 100분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의무 편성하고, 케이블과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전문 채널이 의무 전송된다는 것은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방송될 수 있는 창구를 여는 것이며, 편성 기준 명문화와 방송사 자체심의 면제는 내용적 공공성을 확보하고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독립적인 시청자참여방송발전위원회 및 기금 조성은 해마다 예산 때문에 좌지우지 됐던 지원 제도를 안정화하고 종합적인 퍼블릭액세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물론 현실적 한계는 있다. 2012년 11월 7일 김윤덕 의원실 주최로 국회 제1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시민참여방송 활성화를 위한 정책 간담회’에서는 이 법안에 대한 각계의 실질적 검토가 이뤄졌다.
▲ 2012. 11. 7 / 국회 / 시민참여방송 활성화를 위한 정책 간담회(출처:미디어스)
먼저 참여자 모두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의무 편성이 미디어센터나 교육과 같은 인프라 지원 없이 모든 방송사로 확대된다면, 프로그램 수급 및 경제적 부담 등으로 인한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송사와 시민제작자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수경 성서공동체FM 대표는 “의무 편성은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며, “시민사회와 방송사에 퍼블릭액세스의 의미와 방송의 공익적 역할을 절대적으로 강조하고 의미 부여를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지역 방송 정책과의 괴리와 편성 시간대 문제도 논의됐다. 이동민 대구MBC 피디는 “중앙 방송에 귀속되어 있는 지역 방송사의 경우, 중앙 방송사가 월 100분을 채우면 지역에서 따로 월 100분을 채울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 방송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없애려는 추세에 의무 편성은 강력하고 부담되는 규제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현재 방송 시간이 24시간으로 늘어 있는 추세고 콘텐츠가 부족한 상태”인데, “100분을 채워야 한다면 변두리 시간으로 갈 가능성이 많아진다.”며, 방송 시간을 “주시청시간대로 규정하는 것이 법 취지를 살리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의무 전송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이주영 시민방송 RTV 기획실장은 “전 채널에 런칭 된다는 건 어마어마한 특혜”이며, 이에 따라 늘어날 수신료와 광고 수익 그리고 방송채택료 지원으로 “충분히 시청자참여채널 운영이 가능”하며, “다른 곳에서 우리도 시청자참여채널이라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성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다양한 경로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통과 배급을 확대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전국 방송은 의무 편성을 하고, 지역 방송 등은 지역성 위주의 방송 정책을 확산할 수 있는 길을 두고 이에 대한 의무 편성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PP 전체로 확산할 필요는 없으나 RTV 같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제작, 유통, 배급할 수 있는 채널을 지원”하고, 이 채널이 기존 플랫폼뿐만 아니라 “디지털 방송이나 뉴미디어 등에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확장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확산할 수 있는 채널로 위상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최성은 사무국장은 현 지원 제도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으로만 한정되어 있는데, “시청자참여방송발전위원회로 확대되어서 공동체 미디어나 이후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시청자 참여 활동 전반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기금의 경우, “현재 시청자 관련 예산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의 2~3%밖에 되지 않는데, 최소 10% 이상은 활용될 수 있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탁제홍 익산미디어시민공동체 영상 바투 회장은 “액세스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보면 어떤 플랫폼이든 액세스 할 곳이 많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함께, 심의와 방송 구조의 문제점을 짚었다.
심의의 경우, “심의 내용이나 조항이 명확치 않고,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방송사 의견이 아니라는 자막을 내보내면서도 방송사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내용에 대해 간섭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 방송의 경우 광고 수익이나 지자체와의 관계 때문에 “미리 거부하는 경우”가 있으며, “방송 포맷을 기존 방송사 포맷에 맞추라는 요구는 타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탁제홍 회장은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방송사가 액세스 프로그램을 “일반 시민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 방송사가 컨트롤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퍼블릭액세스 시간을 시민의 권리로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방송사는 전파만 개방하고 나머지는 시민들이 알아서 하는 개방적인 운영 구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편 사회를 맡은 이주훈 미디액트 사무국장은 “7~8년 전에는 시청자라는 개념을 수용할 것인가, 대의적 방송을 넘어서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논의했는데, 지금은 이것을 반복하는 수준에도 못 미친다.”며, “몇 년 만에 퇴보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또 이 법안이 “퍼블릭액세스와 커뮤니케이션권리의 모든 걸 담고 있지 않으며, 일부 내용을 입법하는 정도임을 전제하지 않으면 우리가 방송의 주체가 아닌 수용자로 머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수경 성서공동체FM 대표는 2011년부터 시작된 청취자참여프로그램 방송채택료 지원이 “프로그램 지원이 아니라 음악 등을 제외한 분량만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동체라디오방송은 본질적으로 청취자가 직접 제작할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전문 채널과 같은 위상을 갖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명확히 개념화하는 용어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현행 유일한 지원 제도인 방송채택료 지원은 “제작 능력과 장비를 가진 사람에게만 지원 가능하기 때문에 사회적 불평등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이며, 보다 “종합적 고려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또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방송 전체 생태계 안에서 공익성, 다양성 지역성을 살릴 수 있다는 차원에서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법안을 넘어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위해
사실상 발의된 시청자참여방송 활성화를 위한 법안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선 이후 이 같은 전망은 다소 분명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법안을 마련하고 토론하는 과정 속에서 현 지원 정책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짚어내고,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위한 조건과 지원의 근거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 향후 사회 변화에 힘입어 이 법안이 현실화 될 수 있길, 지원 정책이 시민 제작자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견인하고 수많은 시민들의 방송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길, 방송의 다양성과 지역성, 공동체성이 이를 통해 실현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미디어는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역동적으로 흘러갈 때 그 가치가 발현될 수 있다. 미디어를 통해 지역 곳곳의 삶의 문제를 경험하고, 형형색색의 얼굴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퍼블릭액세스는 이 과정을 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자기 지역과 공동체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방송을 통해 누구나 자기발언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콘텐츠 제작을 독려하고 더 많은 플랫폼을 열어야 한다. 퍼블릭액세스는 이 물꼬가 트일 때 그 본연의 의미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빨리 가능해질 수 있길 기대한다. □
* 관련 사이트 및 참고 자료
- 석보경, 이진행, 이주훈, 최성은, 정수경, 이동민, 탁제홍(2012.11), 시청자참여방송 발전을 위한 정책간담회 자료집,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김윤덕 의원실
- 석보경(2012.11), 2013년 방송통신위원회 예산안에 대한 의견서, 퍼블릭액세스네트워크
- 최은정(2011.11),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위축을 부르는 예산 삭감, ACT! 77호
- 김은규, 이진행, 최성은, 최은정, 석보경, 장수정, 조미옥(2011.1)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지원제도 실태조사 연구보고서,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
-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2012.8), 2011년도 방송통신위원회 기금 결산 검토 보고서
-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2010.11), 2011년도 방송통신발전기금 운용 계획안 검토 보고서
-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2012.11), 2013년도 방송통신발전기금 운용 계획안
-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2012.2), 2012년도 시청자 권익 지원 사업 설명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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