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77호 / 2011년 12월 15일
부조리한 세상에 날리는 펀치 한방! 소셜펀치!
오병일(진보네트워크센터)
사실 돈 얘기는 원래 잘 못하는 성격인데, 올해는 1년 내내 다른 사람에게 돈 내라는 얘기만 하고 다닌 것 같습니다. 독립영화를 사회적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보자고 [뉴타운컬쳐파티] 제작위원회 모집을 위해 뛰었고, 여기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소셜펀치(SocialFunch)’도 솔직히 말씀드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운동을 위해 돈 좀 냈으면 좋겠다는 얘깁니다.
단체에 따라 형편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시민단체, 사회단체, 인권단체, 민중운동단체, 뭐라고 불리든 대다수의 ‘비영리’ 단체들의 재정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많은 단체 활동가들은 최저 생계비 미만의 상근 활동비를 받고 있습니다. 기업처럼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니, 단체들이 재정을 마련할 방법은 사실 뻔합니다.
첫째, 정부나 재단의 프로젝트 지원, 둘째 회원들의 회비, 셋째 후원주점이나 후원금 모금과 같은 비정기적 후원.
정부나 재단의 프로젝트 지원은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에는 재단이 그렇게 많지 않고, 대부분 사회운동보다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 몰려있습니다. 더구나 정부나 기업에 비판적인 활동을 하는 단체일수록 이러한 지원에 의존하려 하지도 않고, 의존해서도 안 되겠죠.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소수 단체들 외에는, 대다수 단체들이 회원기반도 취약합니다. 사실 일시적 후원에 비해 회원 가입의 장벽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사업에 동의를 하면 약간의 후원금을 기꺼이 낼 수 있는 분들은 많다고 봅니다. 그러나 어떤 단체의 회원이 된다는 것은 그 단체의 활동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전반적인 활동에 공감을 느껴야 하고, 또 매월 회비를 내야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상대적으로 큽니다.
그래서 많은 단체들이 1년에 한번씩은 ‘후원의 밤’과 같은 행사를 합니다. 이때 후원금을 내시는 분들은 그 단체를 잘 아는, 고정적인 후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각 단체 주변에는 이렇게 고정적인 후원인들이 조금씩 있습니다. 이상적으로 생각한다면, 사회운동은 경제적, 내용적으로 시민이 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야 정부와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뿐더러, 소수 활동가의 운동이 아니라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운동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한 범위에서는) 실제로 운동에 많이 참여할수록 돈도 더 많이 냅니다. 단체와 함께 정책 활동을 함께 하시는 교수, 변호사들이 고정적인 후원인인 경우가 많고, 심지어 상근비도 얼마 되지 않는 단체 활동가들이 다른 단체의 회원이거나 이슈가 있을 때 후원금을 내기도 합니다. 반대로 얘기한다면, 시민사회단체의 재정적 상황이 열악한 것은 그들의 활동이 일반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소셜펀치는 이런 고민 속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언젠가 트위터를 보다가 어떤 이슈에 대한 후원을 요청하면서 계좌번호가 적혀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계좌번호를 기억해놓았다가 후원금을 송금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서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그 내용이 전달되고, 좀 더 쉽게 후원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는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소셜펀치입니다.
한 마디로 얘기해서, 소셜펀치는 ‘사회운동을 위한 / 소셜네트워크 기반의 / 전자결제 방식의 / 후원 플랫폼’입니다. 소셜펀치는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나 자선 사업이 아닌 사회변화를 위한 운동에 초점을 맞춥니다.
자선사업이 의미 없기 때문에 아니라, 소셜펀치가 아니라도 자선사업을 위한 모금을 하는 곳이 많고, 또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셜네트워크 기반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를 후원사업의 홍보와 모금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후원함 정보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될 수 있도록 하고, 회원가입을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후원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네이버 기반의 해피빈이나, 회원가입을 해야 후원할 수 있는 여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와 차이가 있습니다.
후원은 실시간 계좌이체, 신용카드 결제, 휴대폰 결제 등의 전자결제를 통해, 후원의사가 있을 경우 즉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전자결제의 수수료 부담을 원하지 않는 경우를 위해 무통장 입금 방식으로도 후원할 수 있도록 합니다.
소셜펀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후원이 이루어지는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후원금을 모금하려는 단체가 있겠죠. 물론 개인 활동가도 가능합니다. 소셜펀치에 회원가입을 한 후, 후원함을 개설하면 됩니다. 연락처 등의 모금자 정보와 모금기간, 모금목표액, 계좌번호 등 후원함 정보를 입력하시면 후원함 신청이 되고, 소셜펀치의 승인을 받으면 후원함 페이지가 개설이 됩니다. 후원함 페이지에는 해당 사업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진행상황 등을 올리게 되는데, 단체들이 이슈마다 독자적인 이슈 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생각하면, 후원함 페이지는 단지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한 용도만이 아니라, 사회운동 이슈 페이지로서의 역할도 하게 됩니다.
개설 후에는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후원함을 널리 알려야 하겠죠. 후원자들은 소셜펀치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블로그 위젯을 통해 혹은 트윗이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후원함을 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즉시 전자결제를 통해 후원을 하게 됩니다. 모금자는 사업의 진행상황을 후원함이나 메일을 통해 그때그때 후원자에게 알릴 수 있습니다. 후자는 그 이슈에 관심이 많고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린 소셜펀치를 통해 단지 돈만 모금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극적인 지지자들을 알 수 있습니다. 막연한 일반 대중을 향한 소통이 아니라, 적극적인 지지자와 좀 더 밀도 있는 소통과 실천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혹시 소셜펀치에 후원함을 개설하고 싶은 분, 혹은 개설하신 분께 드리는 한마디. 후원함을 개설한다고 자동으로 모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후원함 개설 단계부터 여러 가지 섬세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받고자 하는 사업은 가능한 구체적인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4대강 반대 운동을 위한 후원금을 모집합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4대강 반대 플랜카드 제작하여 서울시내 곳곳에 부착하기 위해 300만원이 필요합니다.’라고 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겠죠. 그리고 용산구, 종로구, 서대문구, 이런 식으로 각 구별 플래카드 제작을 후원하도록 할 수도 있는데, 소셜펀치는 이런 기능도 제공한답니다. 동영상을 통해 사업 내용을 설명한다면 후원자들이 훨씬 신뢰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요새는 스마트폰으로 쉽게 동영상을 찍을 수 있으니 너무 어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후원함을 개설한 후에는 물론 홈페이지, 트위터, 페이스북, 메일링리스트 등 모든 경로를 통하여 적극 홍보를 해야 하겠죠. 팔로어가 많은 주변인에게 홍보 트윗을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지금 소셜펀치에 가장 시급한 일은 소셜펀치를 널리 알리는 일입니다. 그래야 진짜 필요하신 분이 후원함을 개설할 수 있고, 또 기존 사회단체들의 고정적인 후원자 외에도 더 많은 분들이 후원에 참여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소셜펀치 후원함 페이지를 보면, ‘홍보도 후원이다.’라는 영역이 있는데, 후원함을 트위터, 페이스북 등으로 홍보할 수 있도록 한 곳입니다. 그렇습니다. 돈을 내실 수 있는 분들은 후원금을 내실 수도 있지만, 여유가 되지 않는 분들도 트윗 한 번, 담벼락 글쓰기 한 번으로 마음을 보낼 수 있습니다. 소셜펀치가 한국 사회운동의 안정적인 재생산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부조리한 세상에 정말 멋진 한 방을 날릴 수 있도록, 여러분의 참여를 요청 드립니다. □
[관련 사이트]
홈페이지 http://www.socialfunch.org
블로그 http://blog.jinbo.net/funch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socialfunch
트위터 @socialfunch
이메일 socialfunch@gmail.com
[덧붙임]
‘부조리한 세상에 날리는 펀치 한방! 소셜펀치’라는 슬로건과 이름은 미디액트 정동욱님께서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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