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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0호 이슈와 현장] 끝나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 - 2014 익산서동축제 '사랑의 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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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4. 7. 3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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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0호 이슈와 현장 2014. 8. 1]


끝나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

-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 ‘2014 익산서동축제 사랑의FM’

 

신인혜(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

 

 

"여러분께서는 89.5Mh 2014 익산서동축제 사랑의 FM과 함께하고 계십니다."

 

  진행자의 목소리 뒤로 신청곡이 흘러나왔다. 콘솔에서 마이크 볼륨을 내리는 진행자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얼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뒤로 젖힌 진행자는 쓰고 있던 헤드폰을 목에 걸쳤다. 짧은 침묵 뒤로 들려온 건 짜릿한 흥분에 젖은 탄성이었다.

 

"우아! 진짜 너무 떨리는데요?"

 

  진행자의 얼굴은 환한 웃음으로 가득했다. 스태프들의 응원에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진행자에게서는 흥분과 긴장이 뒤섞인 열기가 느껴졌다. 그 때, 부스의 문이 열리며 노란 종이들이 보였다.

 

"사연 들어왔어요!"

 

▲ '사랑의 FM' 라디오 부스 앞 풍경


  한 여름의 무더위가 시작되던 2014621. 2014 익산서동축제 현장에 노란 라디오 부스가 문을 열었다. 익산시민의 라디오인 '2014 익산서동축제 사랑의 FM(이하 '사랑의 FM')'이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사랑의 FM'은 익산의 지역축제인 익산서동축제 현장에서 진행되는 미니 FM으로 2011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4년째다. '사랑의 FM'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랑'을 테마로 제작된다. 서동 선화의 국경을 넘은 사랑은 물론이고, 20대 남녀의 썸과 영화와 음악 속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목소리까지 다양한 사랑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사랑의 FM'은 서동축제기간 동안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역민과 만났다. 축제 현장 라디오 부스에서 보이는 라디오로 축제를 찾은 사람들과 함께 한 것은 물론, 라디오 주파수 89.5Mhz를 통해 축제 현장 반경 5Km 이내의 청취자들을 만났다. 또한 인터넷 아프리카 TV에서 보이는 라디오로 방송하여 라디오 주파수가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지역민들과도 함께 했다.

 

  '사랑의 FM'2014 익산서동축제 기간인 6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 동안 총 19개 프로그램이 방송되었으며 게스트 포함 익산시민 35명이 참여했다. 방송 제작부터 진행, PD와 엔지니어까지 '사랑의 FM'의 전 과정에는 전문 방송인이 아닌 익산시민들이 있었다. '사랑의 FM'에 참여한 시민들은 연령대도 다양했다. 청소년부터 대학생, 직장인, 주부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사랑의 FM'에서 자신의 삶을 풀어냈다.


▲ 방송 중인 부스 안 모습


  익산시민들이 '사랑의 FM'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까지는 많은 준비과정이 있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에서 진행한 '2014 익산서동축제 사랑의 FM 라디오 방송제작 워크숍'이었다. 2014318일 부터 410일 까지 총 8차시로 진행된 워크숍에서 참여자들은 생소하던 공동체 라디오와 미니 FM에 대해 이해하고, 라디오 방송 제작 과정을 실습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라디오 방송 제작 과정 실습은 크게 방송 기획안 및 원고 작성, '사랑의 FM' 브릿지와 워크숍 수료작 제작으로 구성되었다. 참여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직접 라디오 방송을 기획, 제작하고 진행해 봄으로써 '사랑의 FM' 방송 제작에 필요한 경험을 쌓아 나갔다.

  워크숍이 끝난 이후에는 본격적인 '사랑의 FM' 준비가 시작되었다. 참여자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기획안과 원고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수정 과정을 거쳤다. 또한 PD와 엔지니어 역할을 원하는 참여자들은 모임에 참석해 실습을 하기도 했다. 방송 이틀 전부터는 최종 리허설이 시작됐다. 익산서동축제 현장에 설치된 '사랑의 FM' 라디오 부스에서 마지막 점검 시간을 가진 것이다. '사랑의 FM'은 이렇게 지역민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이번 2014 익산서동축제 '사랑의 FM'은 그 어느 때 보다 청취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때문에 부스 안은 늘 대본 수정으로 정신이 없었다. 밀려드는 사연과 신청곡을 받다 보면 준비한 대본을 들어내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 대해 불평하는 참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신나하는 모습이었다. 장장 3개월을 준비한 자신의 대본보다 청취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행자들의 마음은 청취자들에게도 닿았던 것 같다. 청취자들은 라디오 부스를 지날 때 마다 진행자들에게 응원의 인사를 건넸다. 심지어는 음료와 음식을 스태프 편에 보내오기도 했다. 맛있게 먹겠다는 진행자의 인사가 들려오면 청취자들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진행자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사랑의 FM' 방송기간 동안 청취자들은 '사랑의 FM'의 든든한 서포터즈이자 같이 방송을 만들어가는 가족으로 함께 했다.



   


  '사랑의 FM'이 끝나고 '사랑의 FM'을 진행했던 참여자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익산 인터넷 공동체 라디오를 제작하기 위한 후속 모임이었다. 현재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에서는 공동체 인터넷 라디오 제작 모임인 '감탄소식'을 지원하고 있다. '감탄소식'은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에서 2009년에 진행한 공동체 라디오 제작 교육 수료생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감감소식'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2010418일 첫 방송을 시작한 '감감소식'2011년부터 익산서동축제 사랑의 FM 라디오 방송 제작 워크숍을 수료한 참여자들이 합류하면서 꾸준히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제작해왔다. 익산 여성들의 삶을 다룬 <여자, 꽃이다!>와 지역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꿈꾸는 교육라디오>가 대표적이다. 2013'2013 사랑의 FM' 참여자들이 제작활동을 시작하면서 '감감소식''지역민들과 함께 감탄을 나누는 소식'이라는 의미의 '감탄소식'으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고, 이후 책 소개 프로그램인 <인연서림>과 여중생들이 만드는 <프리한 라디오> 등이 지속적으로 제작되고 있다.

 

  2014년에는 이 뒤를 이어 '2014 사랑의 FM'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선보일 예정이다. '2014 사랑의 FM'에 함께한 7명의 참여자들이 지역소식, 음악, 독립영화, 음식, 의료 정보 등 본인의 관심사 또는 직업 등과 연관된 코너를 맡아 진행하는 공동 프로그램을 매달 1편씩 제작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7월 말 현재 대본 작업이 마무리 된 단계로 8월 중순 경에 첫 방송이 이루어질 계획이다. 방송은 인터넷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 블로그에 녹음파일로도 업데이트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참여자들은 전북 CBS 라디오 방송인 <사람과 사람>'마이크를 빌려드립니다' 코너에 퍼블릭 액세스도 하고 있다. '감탄소식'과는 별도로 'PA 제작단'이 조직되었고, 매달 1편씩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모임을 가지고 있다. '사랑의 FM'에서 시작된 라디오 방송 제작이 지속적인 후속 활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사랑의 FM'에 참여한 익산시민들의 활동은 축제 현장에서 미니 FM을 진행해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랑의 FM'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후속 방송을 제작하고, 더 많은 지역민들과 나누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는 지역 내에서 공동체 라디오가 소통의 창구로서 역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익산지역에서 공동체 라디오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지역 안에서 공동체 라디오가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라디오 제작자의 양성과 안정적인 프로그램 제작 및 편성이 필수적이다. 이런 시점에서 '사랑의 FM'은 새로운 라디오 제작자를 발굴하고, 지속적인 방송 제작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사랑의 FM'을 통해 지역민이 만들고 함께 나누는 방송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4622일 오후 630, '2014 익산서동축제 사랑의 FM'은 방송을 종료했다. 그러나 익산시민들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의 일상 더 가까운 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 목소리가 어디까지 퍼져나갈지,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익산시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들이 지역 안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

 



필자소개 : 신인혜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에서 미디어 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디지털보다 아날로그를 좋아해서 요즘은 글쓰기와 라디오에 푹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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