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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3호 공동체라디오] 한국의 공동체라디오운동, 과감하게 커밍아웃을 선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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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3호 / 2005년 8월 1일

 

한국의 공동체라디오운동, 과감하게 커밍아웃을 선언하자.

 

 

하 주 영 (공동체라디오운동연구모임 '씨알')

 

1. 한국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시작과 과제

 

‘공동체 라디오 방송’은 그간 미디액트에서 개최한 몇 차례의 토론회와 세미나 그리고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에 실린 원고들에서 이미 그 의의와 사례들이 소개된 바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시민들이 참여하고 직접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이 공동체 라디오 방송이라는 것에 알만한 사람들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한국에서는 어떻게 만들어져야하며 또 어떤 노력들이 기본적으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 않은 듯 하다.</act!>

2004년 말, 8개의 소출력 라디오 방송 사업자들은 공모이후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7개월 동안 정신없이 방송국 개국을 향해 그야말로 달려왔다. 그 명칭 역시 마땅히 ‘공동체 라디오 방송’으로 바뀌어야 하지만, 이 문제는 잠시 뒤로 하고 8개 소출력 라디오 방송국 모두 실제 방송을 시작하기도 전에 너무나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사안들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계속 지연되고 있는 허가의 문제나 출력의 문제를 비추어볼 때 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려고 하는 정부부처와의 공감대는 아직 형성되지 않은 듯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무엇을 준비하고 계획해야 할지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한 듯하다.

한국은 식민지배와 군사독재, 남북 분단이라는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해 방송 매체와 전파사용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이 제한되어 왔다. 때문에 민주화 운동의 역사 속에서도 방송 매체에 대한 접근은 엄격하게 제한되어 왔다. 이러한 한계는 2000년대 들어서 방송 매체에 대한 시민 접근이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시작하면서, 제도적인 도입을 통해 하나씩 그 돌파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공동체 라디오 방송은 역시 액세스 라디오 방송인 마산 MBC의 ‘여론 중계실’ 등의 경험을 통해 얻어낸 시민사회의 역사적인 성과이다. 또한 한 편으로는 제도적 측면에서 볼 때도 마찬가지로 개혁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만큼의 가능성을 포괄하고 있다.

사실 국내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은 시민 불복종 운동에서부터 시작하여 합법화를 이끌어낸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정부와 방송 관련 기관에서 비슷한 형태의 방송을 제도 도입을 통해 실행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현재의 ‘소출력 라디오 시범 방송’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제도적인 도입이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 정부’ 김대중 정권 국정과제에 소출력 라디오 방송이 포함되어 있었고, 정보통신부는 2001년에 ‘미니FM 시범 방송’ 정책을 마련한 후 2002년 11월에 전파법시행령에 ‘소출력 방송국’을 도입했다. 방송위원회는 2003 방송법 개정안에 행사 안내 방송인 ‘미니FM’과 ‘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구분하여 ‘소출력 라디오 방송사업자’를 전향적으로 도입했지만 개정안이 부분 통과되면서 공동체 라디오 방송 법안을 신설하지는 못했다. 이 과정을 거쳐 2004년 11월에 방송위원회는 공동체 라디오 시범방송 공모를 실시, 8개의 시범 방송 주체를 선정하여 2005년 현재 실험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현재 상황은 이런 성과에 안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더욱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요구로 그 대안들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단순히 정보통신부에서 허가를 받아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풀뿌리 매체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재규정하면서 나아가 ‘공동체 방송’이라는 보다 확장된 영역의 전망을 가지고 제도 개혁을 위한 대안과 실천 계획들이 필요한 때이다. 즉, 제도적 형태와 현장에서의 실천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구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2. 한국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현주소

 

1) 소출력 라디오 방송 어디까지 왔나?

 

제도적 절차에서 보자면 일반 방송사업자와 동일한 위치를 가진 8개 시범 사업자 모두는 5, 6, 7월을 기점으로 준공검사를 마치고 정식 허가를 받기 바로 전 단계에 있다. 정식 개국과 동시에 정규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위해서 방송국 시설을 정비하고 자원활동가를 모집하여 교육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관계 부처에서 지시하는 제도적 절차만 따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방송국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1) 해당 공동체와 지역 주민의 뜨거운 관심

 

우선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부터 들여다보면, 지역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자원활동가들의 참여와 활동이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대부분의 방송국이 3∼4명의 상근인력으로 꾸려지는 상황에서 자원활동가는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방송국을 공사하고 기계를 설비하는 초기 과정에 이들의 참여가 없었다면 그 짧은 7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다는 게 실무자들의 말이다. 이들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100명 정도가 자원활동가로 등록되어있다. 이는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시작이 지역 주민들에게도 많은 호기심과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자원활동가와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현재 방송국에서 모두 채워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영역에 걸쳐 나가고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요구와 활동 역량 축적을 위해서 정기적인 혹은 비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자원활동가들이 개국 이후에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와 주민들의 관심은 개국 이후 정부로부터 운영에 대한 지원을 받고 있지 않은 방송국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인 전망은 어느새 실망과 좌절로 바뀌게 되었다.

 

(2) 시급한 허가의 문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허가의 문제다. 방송국 허가가 지연되면서부터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개국 시기에 대한 몇 번의 번복, 이에 대한 주변의 의문과 자원활동가들의 의욕저하는 방송국 운영진들에게 가장 큰 짐이다. 개국일자를 공지한 이후에 정보통신부에서 개국을 미루는 통에 졸지에 거짓부렁을 일삼는 못 믿을 방송국이 되어버렸고, 이로 인해 제대로 뭔가 시작도 하기 전에 주민들의 신뢰를 저버리게 된 것이다. 그럼 왜 자꾸 허가가 늦어지고 있는 것인가?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방송위원회와 방송국 허가 주체인 정보통신부는 소출력 라디오 시범 방송이 시작되기 이전에 서로간의 협의를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벌써 석 달 이상 미루어온 허가의 문제는 시범 사업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릴 만한 심각한 문제다. 이 허가의 문제는 그 전에 주파수 배정에 대한 문제에서부터 그 심각성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시범 사업이 진행되기 전에 미리 해당 지역의 주파수의 현황을 파악하고 확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분당 지역에서는 방송 가능한 주파수를 찾지 못해 한동안 방송국 설립 백지화의 위험에까지 놓여 있었다. 방송위원회에서는 법적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정통부에게 그 책임을 미루고 있고 정통부에서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도 않은 채 그저 주파수가 없다거나 허가를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을 뿐이다.

물론 과거에 시민들이 방송 구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을 때는 사실 정통부에서 이러한 문제를 고민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정부에서 정해주는 대로 그리고 산업 발전을 위해서 정부가 구획해놓은 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개정안을 발표한 전파법에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전파와 그 사용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상업적 활동과 그 정책에 비중을 크게 두고 있다. 시민들의 전파사용에 대한 어떤 정책적 관점과 고민도 진행해보지 않은 기관으로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할 만도 하다.

그러나 시민들의 전파사용에 대한 정책을 당장 내놓기는 힘들어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출력 라디오 방송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과 근거 자료들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3) 1W, 과연 방송의 기능을 할 수 있나?

 

허가를 받는다고 해서 쉽게 방송하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8개 소출력 라디오 방송국 모두 이 방송권역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제기하고 있는데, 도무지 사람들이 들을 수 없는 방송이라는 것이다. 전파는 그 특성상 높은 건물이나 산이 있으면 그 장벽을 넘어가기 힘들다. 특히 소출력 라디오 방송이 사용하는 FM 대역 주파수는 전파의 파장이 짧기 때문에 더더욱 건물이나 언덕 등을 넘기가 어렵다. 8개 지역의 현장 조사 결과, 반경 최대 5km까지 전달된다는 방송은 반경 500m 내의 실내에서 조차 잡음 때문에 들을 수가 없으며, 라디오 수신이 가장 뛰어나다는 자동차 내에서 들어봐도 채 2km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느 누가 달리는 차에서 1분의 방송을 듣기 위해 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듣겠는가? 실제로 도심 지역이 아닌 지역에서조차 논 한가운데 서서 라디오를 들어야 제대로 방송이 나올 정도라고 하니 과연 방송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뿐이다. 실용화 시험국 단계에서 8개 사업자 모두 진행하고 있는 BGM 방송도 지역 주민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잡음이 많아서 듣지 않는다고 한다. 정보통신부에서는 출력을 증강할 시에는 그나마 배정 받았던 주파수마저 다른 전파를 간섭하게 되어 허가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정확한 근거 자료 없이 계속 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는 실정이라 설득력을 잃고 있다.

한국보다 앞서 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실시한 일본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미 1W짜리 방송 정책은 실패한 정책으로 10∼100W로 그 출력 수위를 높인 바 있다.

 

(4) 시범 방송의 구색에 맞는 지원의 필요

 

허가 지연의 문제와 출력 크기의 협소함은 단순히 개국이 늦어지는 것 이상으로 운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다. 재정 지원 구조가 출발부터 방송위원회로부터 장비 및 시설에 대한 50%의 자금지원 밖에 없었다. 허가는 계속 지연되는 가운데, 후원회 구성조차 위법인 상태에서 대부분의 소출력 라디오 방송국의 운영비는 자비로 충당해야하는 구조다. 대부분의 방송국이 지역 후원회를 구성하여 그 운영비를 충당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통부의 방송국 허가 지연으로 이마저 힘든 상황에서 사업자들마다 방송국 설립을 위해 투자한 비용은 고스란히 부채로 남아있어 방송국 운영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그나마 최소의 인원으로 구성된 상근자의 임금과 자원활동가에 대한 지원의 어려움으로 정식 개국에 앞선 실험 방송마저 포기하려는 방송국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방송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사업 초기인 만큼 지역에서의 홍보 부족과 1W라는 제한된 출력 때문에 후원이나 협찬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동체라디오 방송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되려면 자원봉사자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과 동시에 상근 인력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방송 운영을 위한 최소 인력에 대한 예산 지원 역시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공적 지원이 전제되어야만 상업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다른 형태의 재원 운영 모델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시범 방송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 방송발전기금에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한 실정이다.

 

2) 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위한 우리의 준비는 충분한가?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의 문제는 시범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해결되었어야 할 당연한 문제들이며 이 외에 명칭의 문제, 법적 지위의 문제 등 다양한 이슈들이 시범 방송이 진행되는 내내 계속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과제와 문제점들은 제도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영역과 방송 주체들에게 반성과 미래를 위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제도적인 한계에 부딪혀서 어려움을 겪을 때 그냥 주저앉을 것이 아니라 한발 앞서 준비해야 하며 실제 방송의 여러 전형들과 공동체와의 유대를 위해 실천적인 뭔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즉, 공동체 라디오 역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듯 바로 운동으로서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점이다.

 

 

3. 공동체 라디오 운동으로의 커밍아웃

 

라디오 방송의 초기 역사를 살펴보면 전파를 통한 라디오 방송은 학교, 교회, 백화점, 개인 등에 의해 별다른 사회적 통제 없이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미국과 서유럽에서, 라디오는 미처 국가의 허락을 받기도 전에 제 마음대로 전파를 쏘며 민주주의를 전파하고 억압받는 이들의 저항과 투쟁을 독려하는 매체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했다. 이른바 ‘해적 라디오’들은 국가권력과 자본의 탄압 속에서도 부지런히 기능하고 널리 뻗어나갔으며 결국 점차적으로 합법화를 쟁취해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시민불복종운동이라는 불법 라디오 방송을 통해 라디오 방송의 자유화를 거꾸로 이끌어 낸 것이다.

1940년대 남미 볼리비아 광산 지역에서 최초로 시도된 이 라디오 방송을 공동체 라디오 방송이라고 한다. 1920년대 전파를 통해 처음 상업 라디오 방송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지 약 20년 후에 광산 노동자와 그 가족들, 광산촌의 지역 공동체 스스로가 자신들의 미디어를 건설하여 1960년대까지 전국 광산지역에서 23개의 라디오 방송국이 운영된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역사가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02년 영국 공동체미디어협회의 요구안을 적극 수용한 영국 라디오위원회(The Radio Authority)가 시범 방송 공모신청을 통해 15개의 공동체 라디오 시범방송 주체를 선정하여 2002년 1년간의 시범 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05년에는 현재 시범 방송을 거쳐 확정된 주체들이 다양한 공동체(어린이, 노인, 장애인, 여성, 이주민 등)를 중심으로 지역 공동체의 사회, 정치, 문화 의제를 중심으로 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이미 1999년에 LPFM 방송을 제도화하였다. 2004년 제3인접 채널에 대한 주파수 간섭 현상이 거의 없다는 미연방통신위원회(FCC) 주관의 연구보고서에 기반하여  존 맥케인(John McCain)과 패트릭 리히(Patrick Leahy) 상원의원이 수천 개의 신규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 허가를 위한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결국 7월 말 상원위원회에서 통과되어, 보다 많은 시민사회 민간단체 및 조직들이 도시 내에서 LPFM-공동체 라디오 방송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지역에 따라 문맹률과 경제력, 기본 인프라의 부족으로 라디오에 대한 의존도가 (유럽이나 아메리카에 비해) 높은 아시아에선 공동체 라디오 방송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태국, 대만, 스리랑카, 인도, 네팔,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많은 공동체 라디오 운동이 제도화와 관계없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고베 지진을 계기로 제도화된 일본, 차베스 정부에 의해 제도화된 베네수엘라 등의 사례도 있다.

 

1) 가능성은 어디에도 열려있다.


공동체 라디오 방송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민중 운동과 함께 해온 시민들의 것이다. 그저 제도를 통해서 쉽게 얻은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만들고 또 충분히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가꾸기 위해 부단한 노력과 투쟁들이 전개되어 왔다. 어느 국가에서든 유한한 공공의 자산인 주파수를 마음대로 쓰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제도와 관계없이 수많은 활동들이 전개되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는 제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다양한 시도 자체가 부재하였다. 정통부에서 도입한 기존의 미니 FM이나 소출력 방송 등을 라디오나 TV를 통해서 제도로 구현해 보지 못했고, 또한 이를 실행할 수 있을 만큼 정보나 기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라디오 방송에 관심을 가지고 큰 규모든, 작은 규모든 이를 직접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제도를 넘나드는 다양한 실험들이 이제 필요할 때이다.

 

2) 다양한 주체의 발굴과 확보

 

공동체 라디오 운동은 제도화 이전에 민중들이 전유했던 매체이며 반자본주의적 성격이 강한 급진적 매체였다. 공동체 라디오 운동의 기본 전제는 바로 그 주체인 공동체다. 공동체(community)의 의미는 어떤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범주를 뜻할 수도 있고,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 혹은 이해관계로 모인 사람들의 집단을 지칭할 수 있다. 따라서 그냥 뜻 맞는 사람들끼리 ‘방송 한번 해보지’로 시작될 수도 있는 거다. 지역 시민 사회 영역/ 이주 노동자/노동자, 농민, 빈민 등 계급 공동체나 단체/예술문화 공동체/ 장애인/성적 소수자 공동체/ 노인·어린이 공동체 등 개인에서부터 단체, 조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형성될 수 있다. 다양한 주체의 발굴과 확보에는 무엇보다도 먼저 시작하는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상적인 교육을 통해 현장 경험의 체험을 장으로 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3) 신기술의 접목과 대안적 기술 영역의 개척

 

아무나 공동체 라디오 운동을 할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간단한 기술만 알면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면 운동이라고 하기에 섭섭하다. 다양한 라디오 방송 기술을 개발하고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것 역시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영역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송출하는 방식이 영상물에 비해 간단하긴 하지만, 여기에도 엄연히 요구되는 기술이 존재하고 있고 그 활용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주파수며 오디오 기계 등 기초적인 방송 장비부터 인터넷, 케이블, 위성 등 라디오 방송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의 기술까지 상상가능한 모든 조합을 구상할 수 있다.

 

- 공공적인 주파수 재분배 요구 : 어느 지역에 어느 주파수가 비었는지 정통부에 정보 공개를 요구 및 재분배

- 위성, 케이블, 인터넷, DMB 등의 뉴미디어를 활용한 방송

- 방송 권역(방송 출력)의 확보 : 공동체의 사회, 경제, 문화, 정치적인 현실과 상황을 반영한 방송 영역 설정

- 방송 장비 및 시설 설비 : 간단한 프로그램과 PC 활용에서부터 스튜디오, 음향 장비와 각종 시스템 등

- 방송 프로그램 제작 기술과 노하우

- 안테나, 송출 장비의 한계와 활용 방안

 

4)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체 라디오 운동의 공동 대응

 

공동체 라디오 방송으로서 정체성 확보와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데는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 상을 소출력 방송 시범 사업자뿐만 아니라 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려는 많은 단위에서 함께 만들어가야 할 시급한 사안이다. 그러나 나아가서는 방송과 미디어 전반에 걸친 시민 영역의 확보를 위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정책적인 방향과 모델을 구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파법 개정 등의 과정에서 볼 때 신기술의 등장은 법과 제도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와 제도의 변화에 민감히 반응하여 뉴미디어 활용과 디지털 전환에 대비한 공동체 라디오 운동이 전개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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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은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의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공동체 라디오에 관한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를 연구해온 <공동체라디오방송연구모임>이 보다 지속적인 연구와 공동체 라디오 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독립적으로 재구성한 연구모임이다. 연구 활동과 더불어 워크숍, 강의,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과 더불어 공동체 라디오 운동의 전략을 지역 활동가 및 다양한 주체와 함께 나누고자 준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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