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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4호 공동체라디오] 볼륨을 높여라! 출력을 높여라!!! - 한국 최초의 공동체 방송 대구 성서공동체FM 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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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4호 / 2005년 9월 1일 

 

볼륨을 높여라! 출력을 높여라!!!
- 한국 최초의 공동체 방송 대구 성서공동체FM 개국 - 
 

김 지 현 (ACT! 편집위원)
  작년 11월 방송위원회의 소출력 라디오방송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올해 8월 22일 드디어 개국하기까지 9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개국 일정이 무산되기만 무려 3번. 한국 방송사상 최초의 (합법적) 공동체 미디어로 기록될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첫 스타트는 대구의 성서공동체FM이 끊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ACT! 편집위원회에서도 좀처럼 감행하지 않는 현장 취재를 다녀왔다. 주파수 허가 문제를 둘러싼 정부 부처간의 알력 다툼으로 개국이 번번이 무산될 때마다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허무함과 분노를 삭이며 더욱더 애타게 기다려오던 개국의 순간, 그 감격의 현장을 공개한다!
 
 1. 전야제 - 개국 축하 행사: 지역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의 한마당 
 8월 21일 저녁 6시, 방송국에서부터 바로 지척인 성서와룡공원에서는 개국 전야제 축하 행사가 열렸다. 성서공동체FM 성원들의 마음을 하늘도 읽었는지 주말 들어 불안하기만 하던 날씨가 이 날만 유독 화창하게 개이더니 밤에는 보름달까지 뜨며 포근히 개막 행사를 비춰주었다. 행사는 공원을 가득 메운 약 천여 명의 인파들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풍선을 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에서부터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 등 여름 밤 가족나들이를 나온 인근 지역 주민들과 성서공단에서 일하는 각국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이 어우러져 함께 즐기고 춤추고 박수치며 성서공동체FM의 개국을 축하해주었다. 공식집계는 아니지만, 이날 참석한 관객들 중 90%가 주민들의 참여였고 그 중 이주노동자도 약 400여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날 이곳에 모인 이들이 바로 SCN 성서공동체FM의 방송 대상이자 앞으로 방송국을 만들어갈 주체들이다.
  
“이주노동자와 지역주민의 자치방송, SCN 성서공동체FM은 성서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30만 성서주민들, 5만 명에 달하는 성서공단 노동자, 또 이주노동자 5천명을 위한 방송입니다.”
 


 도시 한 쪽은 공단, 다른 한쪽에는 거대한 아파트 주거단지로 이루어진 이 공단도시에서 공동체 방송이 그려갈 행보는 어떤 모습일까? 대구에서 가장 큰 공단이 위치해 있는 곳답게 공단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을 방송의 주요 정체성으로 내거는 것이 눈에 띈다. 그동안 주류 방송에서 외면 받고 소외되었던 이들을 적극 호명하고 앞으로 불러내 세우려는 것은 그만큼 기존 미디어와는 다른 입장에서 방송을 만들어 보리라는 뜻이리라. 그러나 SCN 성서공동체FM의 가장 큰 목표는 방송국 자체의 문턱을 낮추는 일이다. 누구든 언제든지 아무리 소소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방송국으로 가지고 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말 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일. 주민들을 항상 방송을 듣는 입장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로 이끌어낼 수 있을 때 방송국은 다양한 목소리들이 살아 넘치는 진정한 광장이 될 것이다.
 지역 주민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가는 방송처럼, 개막 축하공연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이 지역에서 직접 관객들과 호흡하며 입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지역출신 가수들이다. 교사들로 이루어진 아마추어 락밴드 <혼수상태>에서부터 운동 문예패 <좋은 친구들>, 성서지역 출신 싱어송 라이터 박창근씨, 그리고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인도네시아 혼성 밴드 <이돌라 리아(Idola Ria)>까지 대중 연예인 한 명 없이 모두 지역 출신의 문화역량들로만 이루어져도 모두가 흥겨워하는 멋진 공연을 치룰 수 있었다.
 OFF 라인에서의 홍보와 조직화는 주민들의 참여에 그 사활이 달려있는 공동체 라디오가 계속 생존할 수 있는 길이다. 뿐만 아니라 재정을 광고 수입이 아닌 주민들의 후원과 공적 지원에 의존하는 공동체 방송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평가와 입소문을 통한 홍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날의 행사는 또한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의가 있으며 이와 같은 노력은 같은 장소에서 9월 11일 열리는 개국특별 노래자랑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2. 드디어 SCN 성서공동체FM 개국! 2005년 8월 22일 이 날을 기억하라.
 “30만 성서주민 여러분, 이주노동자 여러분, 그리고 성서공단 노동자 여러분, 여기는 89.1MHz, SCN 성서공동체FM입니다.”
 8월 22일 낮 12시, 한국 최초의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개국을 취재하러 온 수많은 취재진들에게 둘러싸인 채 왕언니 MC의 낭랑한 목소리가 개국을 알렸다. 방송국은 성서공단 노동조합 사무실과 이주노동자 센터와 같은 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아담하면서도 깔끔한 분위기였다. 개국을 맞이하는 소감에 대해 이현정 PD는 “그동안 개국이 계속 미뤄지다 보니 떨리거나 불안하기보다는 많이 덤덤해졌다. 기분 좋은 긴장이랄까. 이게 개국이 미뤄져서 얻은 좋은 점일 것이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낮 12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11시간 동안 진행될 성서공동체FM은 다음의 프로그램들로 채워진다.
    - 12시~1시 노동자들의 방송프로인 <89.1MHz, 여기는 성서공동체FM>,
   - 1시~3시 주민들의 사연과 신청곡으로 채워질 <삶의 노래, 자유의 노래>,
   - 3시~4시 가장 많은 주민참여 코너를 자랑하는 <야!3시다, 신나는 라디오>,
   - 4시~6시 <음악상상>,
   - 6시~7시 <89.1MHz, 여기는 성서공동체FM> 재방송
   - 7시~ 9시 SCN성서공동체FM의 야심 찬 프로젝트, <나도DJ>,
   - 9시~11시 이주노동자들이 방송하는 <아시아 주간뉴스>, <어떻게 하우>, <블랑카 한국말 잘해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특히 이주노동자 프로그램은 이주노동자들의 다양한 국적을 반영하기 위하여 월요일에는 스리랑카 말로, 화요일에는 중국어, 수요일에는 인도네시아어, 목요일에는 방글라데시어, 금요일에는 파키스탄어, 토요일에는 네팔어로 방송되는데 이것도 이들의 다양한 국적을 반영하기에는 모자라다고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 구성만큼이나 그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자원 활동가들의 구성도 다양하다. 주부를 비롯해서, 성서에서 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교수, 선생님, 변호사, 노무사, 그리고 전현직 방송인, 장애인 및 장애인 가족을 둔 어머니, 이주노동자, 그리고 노동조합과 장애인 단체, 미디어 단체 및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등의 시민사회단체들로 이루어진 자원 활동가들이 90명이 넘는다. 
 과연 이들이 모여 어떤 공동체와 공동체 방송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공동체방송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라며 던진 필자의 우문에 정수경 대표는 역시 현답으로 이 궁금증에 대해 실마리를 제공해주셨다. “우리나라에서 공동체라디오방송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부의 정책 집행에 의한 위에서부터의 시행에 많이 기대있다는 점에서 그리 올바르게 이루어지고 있지만은 않다. 하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동체라는 개념은 우리 자신도 아직 고민 중이고 정립해가는 중이지만, 서로가 가지고 있는 자기 삶들을 독자적으로 이야기하면서도 서로의 삶을 이해하며 성서 지역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 들락거리는 자원봉사자가 이주노동자나 장애인을 직접 만나고 섭외하고 찾아가면서 점점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변화이다.” 노동자들의 방송프로인 <89.1MHz, 여기는 성서공동체FM>의 진행을 맡은 주부 김효경 씨도 이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처음에는 입에 잘 붙지도 않던 노동계의 용어들과 사정들에 대해 어느덧 7개월의 합류기간동안 많이 익숙해져서 이젠 척하면 착하고 맞받아 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성서공동체FM은 라디오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방송된다. 지금의 열정을 간직하고 앞으로 알찬 결실들을 맺어가길 기원해본다. SCN 성서공동체FM 화이팅! 
 * SCN 성서공동체FM 홈페이지 www.scnf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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