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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4호 독립영화] 공동체상영운동 활성화를 위한 대전 워크샵 후기 경험과 생각의 틀을 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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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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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4호 / 2006년 8월 14일

 

 

공동체상영운동 활성화를 위한 대전 워크샵 후기경험과 생각의 틀을 깨주세요 
 
김설해 (독립미디어센터 진주)
 


공동체상영운동네트워크가 만들어진지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새로운 희망의 발생 지점에서 박수를 쳤던가 말았던가, 어느새 나는 공동체상영이 정확히 어떤 의미였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채로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상영회를 열고, 홍보물을 만들고, 사람들을 모으고.. 그래도 용케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해왔구나 하는 보람도 있지만, 어쩐지 별 생각 없이 해왔던 일을 그저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것인지 상상력이 부족한 것인지, 상영활동에 대한 평가나 피드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막연히 내부에만 고민이 쌓여갈 즈음, 반갑게도 ‘공동체상영운동 활성화를 위한 대전 워크샵’이 열렸다.

뒤통수를 치는? 파괴력 있는?
2006년 7월 18일. 대전, 서울, 청주, 부산, 대구, 전주, 진주, 경남, 강릉, 춘천, 성남, 인천, 전북, 부안, 광주 등 모두 15개 지역에서 40여명의 상영 활동가들이 대전아트시네마에 모였다.
나 같은 새내기부터 오랫동안 지역에서 상영활동을 해 오신 분들과 상영회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물론, 시네마테크, 독립영화협회,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영화진흥위원회까지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차례의 토론을 거치며 왜 상영하는가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상영할지가 결정된다는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상영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이 필요한지, 배급과 상영운동 각자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결국 그동안 내가 무엇이 부족해서 고민에 빠졌는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경험과 상상력의 부족 뿐 아니라 소통의 부족과 이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겨있는 내 뒤에서 “뒤통수를 치는, 파괴력 있는 워크샵”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나야말로 뒤통수 맞은 기분으로 그동안 닫혀있던 시야를 확장하려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과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독립영화 상영활동 10개월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읊어보자면, 모르는 사람은 아니 오고 아는 사람도 잘 오지 아니하고 무엇보다도 왔던 사람이 다시 오지 아니하는 상영현장은 나를 슬프게 한다. 매번 후원할 사람 찾아다니고 장소 확보하러 다니는 사무국장을 보는 것도 나를 슬프게 한다. 재밌는 영화 좀 틀면 안되냐고 따져 묻는 사람들은 나를 슬프게 한다. 감독 초청비도 빠듯한 사무실 통장은 나를 슬프게 한다. 영화가 끝난 뒤 토론하고 가시라는 내 작은 목소리를 무시하고 가는 관객들은 나를 슬프게 한다. 문 닫아야 되니까 빨리 나가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시는 청소년수련관 담당자님도 나를 슬프게 한다. 
장난스럽게 적어봤지만 실제 상영회를 열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고민이고, 이것은 진주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상영활동을 하시는 분들께도 해당되는 내용이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난점들 때문에 상영활동이 더욱 즐거워지는 측면도 있긴 하지만, 새삼 깨달은 건 더 나은 상영의 세계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단 워크샵 안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었던 공공상영관의 구축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상영활동에 있어 무척 필요하다는데 많은 의견이 모아졌다. 솔직히 워크샵이 진행된 대전아트시네마의 안락함에 혹해서 물론 그 운영의 어려움이야 말도 못하겠지만 우리도 저런 전용관 하나 있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게 든 것도 사실이다. 한 달에 한 번 제한된 시간대에 상영회를 열면서 그런 문화에 동의해 달라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너무 강제적인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쉽게 독립영화를 상영할 만한 곳이 없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기 때문이다. 상영장소에 대해서 쉽게 체념해버렸던 나도 그동안의 짧은 경험을 돌이켜 보며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과제가 많긴 하지만, 당장의 상영회에만 치우쳐 공공 상영관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장기적으로 더욱 많은 어려움과 소모적인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분들도 상영회 전에 작품을 접할 기회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 기회를 무척 바라고 있다는 것도. 
지금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공공배급망⑸의 형성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공동체의 특성과 사안에 맞는 영화를 미리 접할 수 있다는 것 뿐 아니라, 상영회가 끝나면 택배차량에 실려 다시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가버리는 작품들을 도서관에 온 것처럼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하여 상영 모임을 열 수 있다는 점은 더더욱 공동체상영운동의 활성화와 새로운 시도들을 자극할 것이다. 
더불어 공공 상영관과 배급망 모두 독립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데 있어 정말 필요한 조건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내용을 채우고 활용해 나가는 것, 그리고 그 조건이 이루어질 때까지 이런 저런 대안적인 방법으로 그 토대를 닦아가는 일을 하는 것은 지금껏 쭉 열렸고 앞으로도 열릴 크고 작은 상영회를 이끌어나가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말을 역시 빼 놓을 수가 없다.

축적 좀 하면 안될까요
공동체상영운동네트워크의 메일링⑴이 만들어지고 나서 메일링을 통해 제작자 분들 사이에 의사 교환이 이루어지면서 인터넷 커뮤니티⑵가 개설된 적이 있다. 이곳을 통해 또 공동제작 커뮤니티와 제작자들 스스로 작품을 홍보하고 각각의 상영활동과 연결을 도모하는 네트워크 사이트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제작 블로그⑶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막 완성단계에 이른 ‘열려라, 독립영화’⑷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무언가 공동으로 의견을 내고 자료를 축적하면서 활동한다는 게 많은 저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많이 감탄했었다. 
공동체상영운동의 메일링을 통해 각 지역의 크고 작은 상영회 소식이 올라오면서 한편 반갑기도 하고 그렇게 올라온 소식들이 시간이 지나면 휴지통에서 삭제되어버린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워크샵에 참가해 그동안의 소통의 부족함을 실컷 느끼고 지역 사례를 공유할 때도 이런 자리가 좀 더 상시적으로 있다면 여러 가지 활동들이 축적되고 새로이 상영회를 기획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보물의 공유, 괜찮은 작품에 대한 귀띔, 자발적인 순회상영회의 기획, 부대행사로 재미난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어떻게 하면 공공기관의 상영장을 점령할 수 있는지, 어떤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한지 등 논의 될 수 있는 내용은 무척 재미나고 풍성할 것 같다. 물론 메일링이 점점 활성화 될 거라 믿지만 일일이 메일을 뒤지지 않아도 각 지역의 소식을 모아낼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좋겠다. 그것이 이미 만들어진 ‘열려라, 독립영화’와 같은 사이트일 수도 있고 한국독립영화협회의 배급위원회 마당일 수도 있고 새로운 인터넷 커뮤니티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상영에 관한 내용이 다양하게 담길 수 있는 자리로 거듭나야할 것이다. 정말 작은 단위의 상영활동, 새롭게 시작되는 상영활동까지 부담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로.
이번 워크샵에서 한 가지 또 놀라웠던 점은 대전의 상영활동을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대중적인 영화를 상영하지만 문화생활에서 철저히 소외된 계층을 찾아다니며 상영을 하는 한밭레츠의 활동을 전해 들으며, 한밭레츠의 기동적인 활동상과 다양한 영화로 사람들과 만나는 상영활동이 겹쳐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류를 통해 서로의 본받을 점을 찾을 수 있는 자리가 더더욱 많아지면 좋겠다.

때로는 제비처럼 때로는 바위처럼
이런 저런 어려운 점이 해결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만 써놓고 정작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짧은 소견으로 잘 모르겠다. 결국 내가 진주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할 일은 공동체상영이다. 찾아가는 상영회건 찾아오는 상영회건 상관없다. 둘 다 할 거니까.
다시 한 번 제한된 공간, 제한된 시간, 제한된 주제만을 가지고 상영회를 진행했던 것을 반성한다. 
한 손에는 빔 프로젝터를 다른 한 손에는 노트북을 들고 이 모임 저 모임 떠돌아다니며 상영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많은 커뮤니티 공간의 흰 벽을 독립영화와 비주류영화가 차지할 것이고 평화로운 남강 가에서는 낯선 사운드트랙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것이다. 그러면서 독립영화를 비롯한 모든 다양한 영상물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기적인 상영회 홍보도 함께 하다 보면 찾아가는 상영회가 찾아오는 상영회로, 찾아오는 상영회가 찾아가는 상영회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오고 가는 사람들을 위해 안정적인 장소를 확보하고 상영 기술을 배우고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게 토대를 마련하는 일에는 기꺼이 동참할 수 있을 것 같다. 
워크샵을 통해 자극을 받긴 받은 모양인지 다가올 수고스러움이 너무 기대된다. 끝으로 잡담처럼 번진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



⑴ communityscreen@list.jinbo.net
⑵ http://cafe.naver.com/docu2005
⑶ http://blog.jinbo.net/crazykorea/
⑷ http://docuya.net
⑸ 공공배급망 사업의 전체적인 개요는 독립영화 공공라이브러리 구축을 통한 상영활동 지원과 네트워크 구성으로, 공공라이브러리 구축을 통해 지역에서 상영활동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상영활동단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 한국독립영화협회 홈페이지 참조 
http://www.kifv.org/zbbs/view.php?id=distri&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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