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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5호 국제미디어운동] ITVS(Independent Television Service)의 독립제작자 지원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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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6. 8. 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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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VS(Independent Television Service)의 


독립제작자 지원 펀드

 

문유심 (ACT! 편집위원)

 

(본 글은 EIDF 국제 세미나 ‘다큐멘터리 제작펀드’에서 언급된 ITVS(Independent Television Service)에 대한 것으로, 그에 대한 소개와 함께 세미나 참가자들의 발언 내용을 발췌하여 정리하였다.)

지난 7월 EBS에서 방영된 EIDF 국제 세미나에서 뜻하지 않게 독립 제작자들의 주목을 끈 흥미로운 소재가 다루어졌다. 세미나의 주제는 '다큐멘터리 제작펀드'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참가자 중 한 명인 미국 ITVS의 클레어 아귈라 프로그램 국장은 현재 ITVS에서 진행 중인 독립제작자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독립제작자들도 참고할만한 알뜰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하였다. 그 외 토론자로 미국 DC-TV의 대표이기도 한 존 알버트 감독과 이스라엘의 두키드로르 감독, 우리나라의 이창재 감독 등이 참여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에 있어서 네 명의 참가자들이 저마다 처한 상황과 관점이 다르기에 이번 토론에서도 각기 다른 시사점들을 던져주었다. 존 알버트 감독은 트럭과 버스 옆면에 TV를 부착하여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제작물을 상영하고 그곳에서 만난 관객과 직접적인 토론을 할 수 있었다는 경험담을 들려주었는데, 제작 지원에 앞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다큐멘터리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이라고 (세미나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역설하기도 하였다. 


두키드로르 감독의 경우, 다큐멘터리를 통해 여러 다양한 이슈들을 깊이 있게 파헤칠 수가 있고, 독립제작자가 제작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것은 공공의 소유가 되어야하며 그렇기 때문에 지원금이 필요한 것이라고 독립제작자 지원 펀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반면 최근 극장상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다큐멘터리 ‘사이에서’를 제작한 이창재 감독은 천,이천만원 정도의 정부지원금은 ‘중견 제작자’의 인건비도 충당되지 않는 구색맞추기일 뿐이라며 우리나라 지원 체계의 현실을 꼬집었다. 한편 자신이 말하길, ‘방송국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헝그리 적은’ 이창재 감독은 다큐멘터리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에 ‘좋은 작품' 에 대한 ’차별화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다큐멘터리 지원체계에 대한 다른 출연자들과의 인식 차이를 보여주었다. 


클레어 아귈라 국장은 상업방송이 텔레비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에서 사회적 의제를 가진 공공적 성격의 제작물들이 전파를 타고 방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ITVS는 어떤 성격의 조직인지, 그리고 그 같은 지원제도가 왜 필요한 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세미나의 아쉬운 점으로, 통역문제 때문인지 참가자들에 대한 주최 측의 사전 이해 부족 때문인지 토론이 다소 중구난방으로 진행되어 애초 어떤 의도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출연자를 선정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의 다큐멘터리 제작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당사자들의 현장감 있는 설명이 신선했고 ITVS라는,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성격의 독립제작자 지원기구가 있음을 알게 된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에 본 원고에서는 클레어 아귈라 국장이 소개한 ITVS의 독립제작자 지원 펀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다루어보고자 한다.


1. ITVS(Independent Television Service)는 어떤 단체?

ITVS는 일전에도 국내에 몇차례 소개된 적이 있었다. 그 중 한번은 한창 외주전문 채널의 설립을 두고 설왕설래하던 때였는데, 그때 미국의 독립제작자들을 지원하는 제도로서 ITVS가 거론되었던 것이다. 
자본주의 상업방송의 모태국인 미국에서 공영방송과 독립제작자들을 연결하기 위한 기구로 탄생한 ITVS는 자체 채널은 가지고 있지 않으며, 대신 제작비 지원과 제작자와의 피드백, 그리고 공영방송 편성 참여를 통해 방송과 독립제작자간의 가교역할을 해 왔다.


클레어 아귈라 국장은 세미나에서 ITVS의 약자 중 ‘Independent’를 강조하며, 제도권의 지원없이 독립적으로 제작활동을 하는, 그리고 자신의 제작물을 공영방송에 내보내기를 원하는 존 알버트 감독같은 제작자들을 지원하는 단체라고 소개하였다. 그렇다면 존 알버트 감독같은 제작자들은 과연 어떤 이들을 말하는 것일까?


“한때 우리의 작품은 방송사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랐었다. 작품이 가진 정치적 성향 때문이었다. 그래서 20년 정도 걸프전에 대한 다큐멘터리 같은 것들이 일반적인 판로를 거쳐 방영될 수 없었다. 흔히 미국에는 검열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투자, 방영 등과 관련해 보이지 않은 검열이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 클레어의 도움으로 우리 작품을 공영방송에 방영할 수가 있었다.” - 존 알버트


“20년 전만해도 미국의 투자분위기는 지금보다 활발했다.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라는 재단이 있었는데 다양한 형태의 예술과 미디어작품을 지원하는 단체였다. 그런데 90년대 들어 의회에서 이 재단을 폐쇄해버렸다. 그 결과 알버트 감독과 같은 독립제작자들에 대한 지원이 완전히 끊긴 것이다. 그때부터 ITVS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


독립제작자들은 펀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주 의회에 가서 지원신청을 하거나 기업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독립제작자들이 맥도날드에 가서 후원을 해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독립영화 중에도 본인이나 집에 돈이 많아서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을 하기도 한다. 미국이 주로 그렇다. 하지만 우리 ITVS의 주요 타겟은 소외된 사람들, 소수자들이나 청소년, 장애인, 농촌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다. 이렇게 미디어 액세스 수단이 별로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요 컨텐츠로 다루는 것이다.” - 클레어 아귈라


EBS 국제 세미나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ITVS는 우리나라 현실의 외주제작 지원 차원을 넘어 작품 내용상 일반 상업방송에서 방영되기 어려운, 공공적 성격의 컨텐츠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외주제작되는 방송 다큐멘터리의 경우, 대부분 제작비 마련을 위해 ‘협찬(제작지원금)’을 물고 들어가야 방송 편성표에 올라갈 수 있다. 협찬의 주체는 방송 내용과 관련이 있는 기업 또는 공공기관이 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서 내용의 공익성 여부와 상관없이 작품 자체가 협찬을 얻기 위한 미끼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이때 미국의 공영방송과 ITVS의 관계를 통해 독립제작자와 공공적 성격의 컨텐츠를 보호하기 위한 해법을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 ->MAID IN AMERICA : Anayansi Prado연출. 60분. ITVS의 지원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현재 네곳의 방송국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가족들과 떨어져 미국으로 이주한 라틴아메리카계 여인 3명에 대한 이야기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는 그들의 도전과 어려움을 보여준다.)


ITVS는 미국의 공영방송 중의 하나인 CPB(Corporation for Public Broadcasting)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ITVS의 예산 역시 공영방송법에 따라 CPB가 연방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의 일부로 마련된다. 


ITVS의 목표는 다양한 계층의 제작 주체들이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여 새로운 시각과 소수 집단의 이익을 반영한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며, 이를 공영채널을 통해 방송함으로써 미국 시민들의 지평을 확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원 대상 선정 시 소수 집단에 대한 배려와 지리적인 다양성을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다. 또한 전액 지원, 지원 대상 프로그램에 대한 철저하고 투명한 심사 및 관리, 충분한 토론과 제작 기간의 확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ITVS가 이러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독립미디어 진영과 지역사회 운동가들이 오랜 기간 논의하고 싸워온 결과물이다. 공영방송이 보다 다양한 계층의 표상들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한 결과 이들의 요구가 사회적 지지를 얻게 되었고, 이에 따라 1988년 미 의회는 CPB로 하여금 전국독립제작자연맹(National coalition of independent producer)과 협의하여 ITVS를 설립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게 된 것이다.


ITVS 웹싸이트에 들어가보면 이 조직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다름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 표현의 자유 
(Freedom of expression is a human right)
* 보도의 자유와 퍼블릭 엑섹스 
(A free press and public access to information are foundations of democracy)
* 사회적 소수와 약자들의 의견도 방송되어야 함
(An open society allows unpopular and minority views to be publicly aired)
* 경제적, 사회적 정의 
(A civilized society seeks economic and social justice)
* 권력과 부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참여
(A just society seeks participation from those without power, prominence, or wealth)
* 모든 시민이 자신의 의견과 원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적 장의 마련
(A free nation allows all citizens forums in which they can tell their own stories and express their own opinions)


2. ITVS의 예산

“현재 연간 일천만 달러 규모로 독립제작자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런 펀드로는 ITVS가 제일 큰데도 불구하고 수요에 비하면 결코 큰 돈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기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 클레어 아귈라


1991년 첫해 ITVS의 기금 규모는 6만달러에 불과했다. 그랬던 것이 이렇게 성장한 배경으로 CPB의 예산이 늘어난 것도 이유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계속 창출되는 수요와 그에 부응하는 펀딩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ITVS의 예산은 97%가 CPB의 지원으로, 나머지는 시민의 기부를 통해 충당된다. 이중 제작 지원에 투입되는 비용이 약 90% 정도 되며, 나머지 비용은 쌍방향 프로그래밍, 교육, 조직 운영 등에 쓰인다.


3. 독립제작자 지원 프로그램

* LInCS (Linking Independents Collaborating with Stations)

LInCS는 오픈 콜(Open Call)과 함께 대표적인 독립제작자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름의 약자 중 L(Lingking)에서 알 수 있듯이 LInCS는 독립제작자와 공영 방송국을 연계시킨 것으로, 독립제작자가 직접 공영방송국에 프로그램을 제안하여 파트너쉽을 형성하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실제 많은 지역 방송국들은 충분한 재원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독립 제작자의 제안이 방송국에게 받아들여졌어도 그 방송국의 예산 부족으로 적은 액수의 제작비용이나 비금전적 지원밖에 충당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때 LInCS에서 10만 달러까지 지원함으로써 독립 제작자와 공영 방송사 모두에게 혜택을 주게 된다.


LInCS는 ITVS가 독자적인 채널권이 없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방송국과 파트너쉽을 형성하고 있는 독립제작자를 지원함으로써 방영권을 획득하고자 하는 것이다.


* 오픈 콜 (Open Call)

‘오픈 콜(Open Call)’은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니션 등 소재와 장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는 제도이다. 특히 기존에 공영방송이 다루지 않던 창의적, 진보적 시각의 제작물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LInCS와 시기가 겹쳐지지 않게 일년에 두 번 작품 신청을 받는데, ITVS에서 신청작을 심사한 뒤 선발된 작품에 대해 펀딩을 할 수 있도록 추천해 준다.


* 다양성 개발사업(Diversity Development Fund)

‘다양성 개발사업(Diversity Development Fund)’은 잠재력을 지닌 소수집단 출신의 제작자를 발굴, 양성하고 이들에 대한 미국 시민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사업이다. 따라서 소수 집단 출신의 제작자들이 자신의 집단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경우에 한하여 지원할 수 있다.


* 국제 지원 사업(International Call)

세미나에서 클레어 아귈라 국장이 소개해준 것으로 ‘International Call’이라는 것이 있는데, 한국의 독립제작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인들에게 세계적인 시각을 제공하려는 이들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제공하는 펀드로, 뉴스나 CNN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기를 원하고 있다. ITVS는 이 프로젝트를 5년동안 지속할 예정이고, 이후 좀더 관심을 보여준다면 더 연장할 수도 있다고 한다. 지원액은 10만-15만 달러 수준이며 이번 신청 마감은 2007년 2월 9일로, 
http://www.itvs.org/producers/funding.html에 들어가면 자세한 설명이 있다.


4. 맺으며...

“ITVS는 새로운 제작방식, 배급방식을 촉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왜냐하면 우리도 텔레비젼이라는 시스템, PBS라는 틀 안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방송사들의 욕심도 상당하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권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텔레비젼에 대한 권리들이 민주화를 통해서 점점 확산되고 있는 시대인데도 말이다.” 
- 클레어 아귈라


‘닫힌 채널’로 나아가려는 ‘열린채널’사태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방송사 역시 못지않은 욕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광범위한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송사는 배급의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ITVS를 통해 방송사와 독립제작자와의 권력관계, 그리고 독립제작자 지원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견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


참고 : 
* EIDF 국제 세미나 <다큐멘터리 제작펀드> EBS 2006년 7월 16일 방송
* 미디액트 정책연구위원회 <공공영상문화 활성화를 위한 공적지원구조 연구> 
* KBI 조사연구보고서 <‘해외의 외주채널(3) 문화적 다원성의 버팀목, 미국의 ITVS>
* ITVS 웹싸이트 http://www.itv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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