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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9호 인터뷰] 우리가 라디오를 하는 이유! - 오산 이주노동자라디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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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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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9호 / 2007년 3월 7일

 

 


우리가 라디오를 하는 이유! 

- 오산 이주노동자라디오 인터뷰



문유심(ACT! 편집위원) 

*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자들의 사업성과 때문인지, 영화 ‘라디오스타’의 영향이 미쳐서인지 일간지나 잡지에 ‘작은’ 라디오 방송국, 비주류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작년 11월에 개국한 오산의 이주노동자라디오(www.owcc.or.kr/gnu4/omwradio.html)
또한 그 중 하나이다. 이곳은 얼마 전 액트 기사로 나왔던 ‘믿거나 말거나 30만원으로 라디오 스튜디오 제작하기’의 모델이기도 하다.
이주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라디오방송을 한다는 것, 그리고 저가 장비로 제작된 스튜디오의 사례라는 것 때문에 여기저기서 유명해진 이 방송국의 프로그램이 궁금해서 편집자는 인터넷으로 들어가 방송을 들어보았다. 그런데 당췌! 방송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곳의 방송은 모두 외국어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시그널 음악이 시작되면서 줄줄이 이어지는 알 수 없는 멘트를 접하면서 ‘참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산 이주노동자 라디오는 현재 인터넷으로만 운영이 되고 있는데 이후 소출력 공동체라디오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작년 개국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고, 한국에서 이주민들의 언어로 라디오 방송을 하는 것의 의미도 되짚어 볼 겸 편집자는 이 방송국을 방문해서 취재해보기로 했다. 
아래에 이어지는 내용은 방송국 운영을 담당하는 오산노동자문화센터의 김승만 간사와 인도네시아어 방송을 진행하는 아셈씨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가 아셈씨의 한국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는 자원활동가인 이미진씨가 도움을 주었다.
 
1. 라디오를 시작하기까지...Q : 라디오 방송은 어떻게 생각하시게 되었나요?
김승만 : 상담하면서 보니까 이 친구들이 근심이 많더라구요. 집에서는 다치지 않았냐,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그러면서 소식을 궁금해 하고요. 그런데 전화하려면 보통 일주일에 만원 넘게 든다는데 부담이 되잖아요. 그래서 최소한 목소리라도, 자기 사는 모습을 친지들에게 알려주면 '아, 한국에서 잘 살고 있구나' 할 것 아니에요. 이렇게 고국에 있는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 필요했어요. 그쪽에 정보 인프라가 부족하더라도 모뎀같은 것으로 들을 수 있으니까 인터넷 라디오를 해보기로 했지요.
그리고 또 지역에 이 사람들의 문화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오산 외에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일텐데, 대부분 피부색이 하얀색이면 일단 이 사람들은 괜찮게 봐줘요. 러시아나 카자흐스탄 출신자 같은 사람들이요. 우리랑 똑같이 안 생겼어도 말예요. 그런데 우리 같이 황인종이거나 피부색이 짙은 사람들은요, 왜곡된 정보에 의해서 무섭단 느낌이 들어요. 그들 문화도 제대로 모르면서...그래서 최소한 언어는 전달이 안 되더라도 노래라던지 이런 것들을 지역사회에 알리려고 하고 있어요.

Q : 미디액트에서 교육을 먼저 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연계가 된 것이었나요?
김승만 : 저희가 2005년도에 찾아가는 이주노동자 영상교육을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지속가능한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 분들의 신분이 안정적이지가 않잖아요. 불법체류인 경우도 있고...그래서 신분적인 노출도 안 시키고 자유롭게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어요. 산재 문제라던가 의료 지원 같은 정보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저희 센터를 안 거치더라도 알 수 있게끔요. 
라디오는 우리가 쉽게 배우며 접할 수 있고, 컴퓨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까 프로그램에 대해 약간 적응만 하면 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교육 요청을 드렸어요. 그래서 관악FM과 연결이 되었고 작년 6월부터 교육을 하게 된 것이죠.

Q : 교육에서 개국까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김승만 : 관악FM에서 와서 녹음 하는 법, 사운드포지 활용하는 법이랑 녹음이 어떻게 되는지 실습을 진행하고 그런 후 여름에 공동체라디오 연구팀에서 와서 스튜디오를 꾸미자, 한번 해보자 그래서 8월 초에 이 스튜디오를 꾸몄어요. 그리고 11월 19일 개국을 한 것이죠. 개국 전까지 6회 교육을 했고, 개국 이후에는 관악FM과 한 달에 한 번씩 교육을 해요.
올해는 스토리 구성에 대해 미디액트에 교육 요청을 할 예정이에요.

Q : 미디어교육으로 영상을 하셨었는데 비교해보시니까 어때요?
김승만 : 영상은 지속성이 없어요. 우리가 장비를 확충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요. 장비를 빌리려면 서울에 있는 미디어센터에 가야하는데 광화문까지 갈수도 없고, 대여료도 부담되고...저희가 하기가 어렵더라구요. 기자재를 확충해놨다 그러면 지속가능하죠. 프로젝트는 일회성인 것 같아요.

2. 방송국 운영

Q : 라디오 스텝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김승만 : 스리랑카의 자나크씨, 인도네시아의 아셈씨, 네팔의 옴씨가 참여하고 있구요, 자원봉사자 2분, 참여자(아나운서) 세 분이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서 회의를 해요. 어떤 내용을 다룰 것인지요. 그러면 참여자들이 노래, 소식들을 가지고 가공을 해요. 이주노동자분들 같은 경우 자국 소식을 접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웹싸이트를 통해 모니터링을 해서 관심사들을 방송으로 알려줘요. 스리랑카 같은 경우 크리킷 대회에 관심이 많으니까 무슨 대회에 나가서 우리가 몇대몇으로 이겼다 그런 것들과 사회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다뤄요. 참여자들이 원고 구성하고 아나운서를 하고 자원봉사자 2분이 엔지니어 겸 피디 역할을 하는 것이죠.
Q : 장비는 총 얼마 들었어요?
김승만 : 총150만원 들었어요. 컴퓨터 백만원에 두 대, 스튜디오 이런 것 저런 것 하는데 이십만원, 장비 다 합쳐서 삼십만원. 삽십만원이 콘솔이 이십오만원. 잭 등이 오만원 들었어요.
Q : 방송은 주로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지나요?
아셈 : 뉴스, 음악방송 위주로 하고 있어요. 뉴스는 주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얘기에요. 산재 못 받은 것에 대한 얘기도 많구요. 제가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든요. 한국의 방송에서 보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마음 따뜻한 얘기가 계속 나와요. 그런데 많은 이주노동자들 임금 못 받은 사람들 많구요, 산재 못 받은 사람들 많아요. 그런 내용을 뉴스로 다뤄요.
Q : 방송할 때 인도네시아 말로 하는데, 그래서 좋은 점이 있다면요? 예를 들어 같은 인도네시아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그런 것이 있을 것 아니에요?
이미진 : 타국에서 일주일 열심히 일하고 일요일날 우리가 방송 하는 걸 듣는 건데요, 인도네시아 음악 같은 경우 평상시에는 듣기가 힘들어요. 인터넷 유투브 같은 데 음악이 들어와 있긴 한데 인터넷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은 못 찾아보잖아요. 그래서 아셈씨가 인도네시아 음악을 틀어주어 아주 좋아하지요.
Q : 방송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이미진 : 아셈은 한시간, 다른 분들은 30분이요.
Q : 한시간이면 정말 긴 시간인데요?
이미진 : 아셈씨가 워낙 욕심이 많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요. ‘히스테리아’라는 밴드 매니저도 하셔서 밴드소개도 해야 되고요. ㅎㅎ
아셈 : 그리고 인도네시아 커뮤니티 활동도 하고 있어요. 거기 같이 있는 해리(Harry Ken Achmad)씨가 다른 이주노동자 방송도 하고 있고요.
이미진 : 그래서 방송 자체가 정치적이 색깔이 짙어요. 노조활동도 하시고 집회같은 데 자주 가시다 보니까요. 아셈씨 방송뿐만 아니라 세분 다 노조활동을 하시는 분들이라 뉴스가 정치적 색깔이 짙어요. 한국 정치적 상황에 관심도 많고요. 그에 대해서 방송 멘트도 많이 하시고요.

Q : 방송을 시작하면서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승만 : 처음에는 신기해하고 참여하는 분들이 많이 왔어요. 그런데 자기 시간을 내서 와야 하니까 재미없으면 안하게 되더라구요. 한 열 명 정도로 시작했다가 지금 두 명 남았어요. 인도네시아의 아셈 같은 경우는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해서 나중에 들어왔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노래를 알릴 수 있으니까 좋아해요. 옴씨 같은 경우에는 산재 문제 때문에 여기 오게 됐어요. 그 당시 고국에 돌아가서 할 일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였구요. 2005년도에 산재 보상은 다 끝났는데 자기가 살아가는 가치관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 저기 소식도 접하고 자기가 무얼 할지 준비하고 있어요. 자나카 같은 경우도 일단은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들려줄 수 있으니까...이런 게 좋은 거죠.

3. 청취자, 참여자 확보 계획Q : 청취자는 얼마나 되나요? 그리고 앞으로 홍보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요?
김승만 : 청취자는 현재 별로 없습니다.(웃음) 친구들을 통해서 알음알음 알려나가는 단계에 있구요. 그렇지만 꾸준히 함으로써 이분들에게 자신감을 주는 그런 면이 있어요. 그리고 어떻게 홍보해 나갈 것인가...이게 관건이죠. 그래서 홍보전단지를 만들고, 명함을 만들어서 홍보하고 있어요. 자료화 시켜서 CD를 만들어 배포하고 MP3도 만들려고 생각 중이에요.
Q : 전국에 산재해 있는 작업장에 어떻게 그런 식으로 홍보할 수가 있을까요?
김승만 : 이주노동자들은 그 자체가 한국에서도 이주민들이에요. 일거리를 찾아서 떠돌아다니는...여기도 충청도에서 올라오고 대구에서 올라오는 등 전국 각지에서 오신 분들이 많아요. 이렇게 이주노동자들이 한곳에 정착해 있는 것이 아니에요.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요. 이분들이 ‘여기에 가면 무엇이 있다’ 그렇게 입소문을 낼 수 있어요. 그리고 씨디화 시켜서 배포도 하고요.
Q : 그런 이주노동자들의 특징,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방송을 하려면 지속성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김승만 :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잡히면 끝이거든요. 그렇게 안 되게 하려고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층을 가지려고 그래요. 신분적 보장이 된 한국연수생으로 들어오신 분들, 비자가 있는 분들 몇 분 정도 같이 할 수 있도록 하구요.
그리고 관악FM과 협의를 해서 방송위원회라든지 복권기금 등의 문화 취약계층을 위한 육성 기금 같은 것으로 장비 확충 겸 계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해요.


4. 이주민들의 언어로 방송을 한다는 것

Q : 한국이 이제 이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다문화사회가 되었는데, 그에 비해 이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을 고려할 때 이 자국어 방송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김승만 : 인도네시아 공동체, 네팔 공동체와 같은 조직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방송국이 이들의 매체가 된다기 보다는 지역조직으로서 이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들의 일상을 보면 주말에는 자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가게에 얽매여있어요. 여기에 가면 자신들의 언어로 말할 수 있으니까요. 제 생각에 한국어를 배운다는 그 자체가 폭력이라고도 봐요. 최소한도로는 배워놔야지요. 안전이라던지, 자신들의 권리 때문에라도요. 그런데 너무 한국어만 가르치는 게 아닌가...다문화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데만 치중하지요. 
이주노동자 센터 같은 곳에서 이주노동자를 위한 페스티발을 하는데요, 이분들이 실질적으로 준비하는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그들의 언어를 통해서 그들의 노래를 알려준다는 그 자체가 그분들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고, 지역사회에 알릴 수 있다는 것이죠. 많은 사람이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방송국을 통해서 ‘아, 그 분들도 노래가 있고 언어가 있고 가치관이 있구나’하게 되고 최소한도로 다가갈 수가 있는 것이죠. 
그리고 한국에 살기 위해 결혼한 이주여성들이 있어요. 이들 2세의 정체성 문제도 있잖아요. 
이런 것 속에서 객체로 있는 이주민들이 주체로 설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게 아닐까 해요. 자기 스스로가 자기를 알리는, 센터에서도 활동가로서 자기 스스로가 주체로 서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Q : 공동체라디오 준비하는 분들에게 많이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참고삼아 말씀해주세요. 

김승만 : 저희가 중점 삼는 것은 지역에서 어떤 사업을 할 것이냐에요. 라디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주체를 누구로 세울 것이냐 하는, 지역에 대한 파악이 먼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단 이곳은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있어요. 그 다음에 비정규직 노동자라던지 취약계층이 주류매체가 아니라 비주류 미디어 속에서, 다양한 방송 네트워크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정보를 나누는 것이죠. 소식을 나누면서 지역사회에 자기가 알리고 싶은 내용을 알리는 홍보의 공간...그리고 그런 공간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것...이런 게 좋은 것 같아요. 사랑방처럼요. 거창한 것을 꾸민다기 보다는 만남의 공간을 만들고, 만날수록 연대가 하나하나씩 이루어지면서 사회를 바꾸어나가는 가능성들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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