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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3호 현장] 지역과 퍼블릭액세스, 그리고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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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3호 / 2007년 7월 6일

 

 

지역과 퍼블릭액세스, 그리고 연대

정경훈(시청자미디어센터) 
 
부울경 퍼블릭액세스 공동제작 워크숍
지난 5월 29일 경남 산청 지리산자락에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 지역의 영상제작활동가들이 모였다. 시청자미디어센터를 비롯하여 독립영상미디어센터진주, 마산MBC시청자미디어센터, 울산MBC시청자미디어센터, 울산미디어연대, 부산여성회 영상제작단 위민, 경남시청자영상제작단의 활동가들, 그리고 그 외 개별 영상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둘러앉았다. 그들이 그렇게 모인 것은 올해 초부터 시작해왔던 퍼블릭액세스 공동제작과 연대활동을 1차적으로 평가하고 이후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지역’이라는 공간적 공동체 안에서 시민미디어를 뿌리내리고 퍼블릭액세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연대의 틀과 실천이 필요한지를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전국퍼블릭액세스네트워크 간사 박채은씨는 강의발제를 통해 UCC열풍 속에서 퍼블릭액세스의 근본적 개념을 찾고 현재 사회적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오해를 넘어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퍼블릭액세스가 확산될 것인지를 이야기하였다. 이어진 경남시청자영상제작단 심재훈 대표는 지금 시도되고 있는 부울경 퍼블릭액세스 공동제작 사업의 진행과정을 설명하고 향후 지역네트워크 설립 강화로의 목표를 제시하였고, 독립영상미디어센터 진주의 박기식 사무국장은 발제에서 소규모 미디어센터의 확산과 미디어센터 간 연대를 통해 지역네트워크 활성화에 복무할 것을 이야기하였다.
그럼 이러한 고민의 시작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 먼저 부울경 지역의 변화된 혹은 변화하고 있는 지점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하겠다.


미디어운동의 환경변화와 지역의 출발

지난 2~3년간 부울경 지역에서는 미디어운동의 환경적 변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크게 3가지 정도로 정리해 보면 우선 2005년 이래 부울경 지역에서는 시청자미디어센터와 더불어 많은 센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문화관광부 산하의 김해센터와 MBC가 설립한 울산센터, 그리고 독립센터로 시작한 진주지역 등 운영구조도 다양한 센터들이 많이 건립되었다. 이러한 센터들의 설립과 움직임은 지역의 미디어활동 중심거점이 되어서 활동가들이 모이게 되고 시민사회단체가 미디어운동을 끌어안으면서 센터와 함께 미디어운동의 확장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센터들의 모습이 시작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미디어교육이나 제작지원 사업이 센터의 특성에 따른 독창성과 대중성을 미처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들이 부족하다고 해야할 것 같다.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센터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한 고민들이 많이 필요한 시점이다.
두 번째로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나 시청자주권 확장을 위한 조직들이 시민사회 내에서 조직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경남에서는 시청자영상제작단이 마산MBC시청자미디어센터와 함께 지역에서 영상제작, 상영, 미디어교육, 퍼블릭액세스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시청자주권협의회가 부활하면서 부산MBC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시민단체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울산에서도 울산미디어연대가 본격적인 미디어활동을 펼치며 지역 내에서 활동가양성과 미디어활동을 위한 조직사업들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그 외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총화되지 못하는 많은 활동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는 방송국의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이 열리기 시작한 점이다. 이미 마산에서는 마산MBC의 ‘보물상자’나 ‘열려라 라디오’가 오래전부터 지역에서 안착되어 진행되고 있고, 부산에서는 라디오프로그램인 ‘라디오시민세상’이 거의 2년 가까이 방송되어 왔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부산KBS의 ‘열린채널 부산’ -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우선 논외로 하고 - 이 시작되었고 부산MBC에서도 ‘라디오 시민세상’의 성과를 이어 TV프로그램으로 ‘TV시민세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부울경의 지역방송국인 KNN에서도 공개적인 자리를 통해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연내에 시작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케이블 방송 역시 방송위원회로부터 지원받아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5곳이나 되고 있다. 이렇듯 지역에서 많은 우려를 갖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퍼블릭액세스 채널이 시작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분명 우리들에게 좋은 조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주도하지 않으면 좋은 조건은 나쁜 상황으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지금도 그런 안 좋은 조짐은 곳곳에서 담벼락의 작은 균열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미디어활동가들이 이런 문제점들을 상시적으로 공유하고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자리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울경 퍼블릭액세스 공동제작 사업의 시작올해 초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는 부울경 지역의 미디어센터와 지역활동가단체에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제작하는 사업을 제안했다. 물론 모든 영상활동가나 단체에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함께 시작을 만들어 갈 지역들이 모였다. 제안은 간단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지역의 퍼블릭액세스 상황이나 사안들을 나누는 일과, 함께 기획하고 제작하는 영상물을 만들어 지역에서 액세스하는 일을 해 보자는 것이었다. 지역활동가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네트워크 활동의 필요성을 모두 절감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동제작 프로그램은 회의를 통해 공통의 주제와 지역별 소재만을 정해서 각 지역에서 제작에 들어간다. 그러면 그 달의 코디네이터를 맡은 지역이 취합하여 완성하는 방식이었다. 작품의 형식이나 시간을 따로 규정하지는 않기로 하였다. 다만 현재의 우리 역량이나 불안정한 초기 시스템이다 보니 옴니버스식으로 묶어 편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지금까지 세 편의 작품이 제작되었는데 각 주제는 이주노동자, 한미FTA, 지역공동체 속의 미디어였다. 제작된 작품은 마산MBC의 ‘보물상자’, RTV, 지역케이블채널을 통해 액세스되었다. 하지만 부울경 지역의 지역민들이 같이 볼 수 있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없는 것이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KNN같은 지역 지상파 방송이 제대로 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이 지역에서는 중요한 사안일 듯 싶다.
공동제작의 일과 더불어 기획회의에서는 지역의 퍼블릭액세스나 미디어운동 현황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도 중요한 사안 중 하나이다. 부산에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창원에서 ‘한발 늦은 뉴스’는 어떻게 액세스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 가는지 등 이런 사업이나 현안을 이야기하면서 네트워크로서의 활동상을 맞추어가려고 한다.
 
공동제작 이후 성과와 한계, 그리고 전망약 5개월가량 공동제작 사업을 진행해 오면서 5번의 기획회의와 1번의 워크숍, 3번의 프로그램 제작과 액세스가 이루어졌다. 여전히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나름의 성과와 한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이 꾸준히 제작되면서 지역에서 액세스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지만 프로그램 제작이 만만치가 않다. 단순히 지역별 작품을 합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력과 연출력을 높여 지역이슈를 하나의 작품으로 녹여내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내부적 요구가 높지만 아직은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 - 주체들의 과중한 업무, 제작시스템의 미비 등 - 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부산, 마산, 진주, 창원, 울산 외에도 김해나 함안 등 대중적으로 좀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해 나가야하는 과제도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 조직으로서 자리잡아 가기 위해서는 지역현안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투쟁의 사안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공동의 또는 지역별 실천과 투쟁과제를 도출해 나가는 작업으로 발전하여야 한다. 향후 공식적으로 부울경 네트워크나 연합 등의 이름으로 설립하면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부울경 네트워크 조직 건설, 지역이 함께 만드는 액세스 프로그램 제작이라는 목표 속에 출발한 우리 지역의 활동가들은 이 모임이 지역의 퍼블릭액세스 환경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내면서 퍼블릭액세스의 올바른 정착과 대중적 확산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지역미디어운동의 구심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아직은 한계도 많이 드러나고 있고 미숙함도 많지만 길게 보고 시작한 일이니 차근차근 밟아가되 끊임없이 평가하고 수정하며 실천해나가는 활동가 조직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더불어 다른 지역과의 연대로 모범을 배워 우리 내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조언과 도움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마 올해 말에 이번 활동을 평가하는 자리가 있을 것인데 그 자리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기를 바라면서 글을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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