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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3호 이슈와 현장] 하늘을 향해 빛으로 소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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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3. 4. 2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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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3호 이슈와 현장 2013. 4. 15]

 
 하늘을 향해 빛으로 소리쳐
- 쌍용자동차 노동자 철탑 농성 옴니버스


하샛별('대한문에서 만나'영상팀)
 
 
▲ 송전탑에서 보낸 쌍용자동차 문기주 지회장의 영상 중 한 장면 
(<하늘을 향해 빛으로 소리쳐> 중에서)
 
 
  “오늘 날씨가 엄청 춥습니다. (천막)안에 있는데도 콧수염에 고드름이 생기고, 굉장히 춥습니다.” 
  1월 어느 아침, 평택 쌍용차 공장 앞 철탑에서 온 동영상 메시지를 보고 한동안 펑펑 울었던 걸로 기억한다. 꽁꽁 언 얼굴에 고드름이 달린 수염… 마음이 아파서 울다 보니, 나도 모르게 철탑에서 동영상을 보낸 이에게 미운 감정이 들었다. ‘왜 아침부터 이런걸 보내서 사람 마음을 긁는 거야!’

지난 봄, 그들이 내게로 왔다

  2012년 11월 가을의 막바지, 겨울의 초입에 쌍용차 해고자 세 사람은 철탑위에 올라갔다. 김정우 지부장이 단식 41일차를 견디고 쓰러진 다음날 새벽이었다. 단식농성, 고공농성… 누군가의 말처럼 왜 노동자들은 항상 불행을 경쟁해야만 하는 것인지. 철탑에 오르고 한 동안 머리가 띵 하고, 마음도 헛헛했다. 시간을 조금 더 돌려 지난 4월 어느 날 나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만났다. 2009년에 정리해고가 있었고, 옥쇄파업을 했고, 노동자와 가족들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기에 멀리서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하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22번째 죽음이 발생했고, 대한문에 분향소가 차려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선배와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그리고 제대로 갖추어지지도 않은 바닥에 놓인 영정사진과 상복을 입은 해고자들을 보는데 마음이 울컥 했다. 죽은 자들의 사연도 서럽지만 살아 있는 자들의 슬픔의 깊이를 가늠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술잔도 나누다 보니 그이들과 가까워졌고, 이들을 내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들의 삶을, 투쟁을 카메라에 기록하고 있었다.  

현장의 카메라들이 손잡다
 
  경찰에 의한 숱한 폭력과 연행, 노숙생활을 거치며 안정화된 대한문 분향소는 수많은 시민들의 애도의 공간이 되었다. 일자리를 잃고 삶의 터전을, 관계의 거점을 잃고 죽어간 이들을 함께 추모하는 공간이자 죽음의 원인이 된 정리해고-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내는 광장이 되어갔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기록하는 현장의 카메라들이 있었다. 내가 오기 이전부터 묵묵히 현장을 기록하던 사람들이 존재했다. 현장의 카메라는 경찰의 폭력에 맞서 공권력의 횡포를 증언하는 감시자였고, 싸우는 당사자들에게는 발언대가 되어주는 듯 했다. 카메라를 든 각기 다른 이들이 각자의 작업을 위해, 혹은 현장중계를 위해 함께 하고 있는 대한문이라는 공간에서 ‘대한문에서 만나’영상팀이 시작되었다. 투쟁 당사자인 쌍용차 조합원의 경찰 폭력 채증 영상을 편집하여 문화제 때 상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났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대한문에서 만나’영상팀은 따로 또 같이 쌍용차 투쟁을 기록해 나가고 있다. 대한문 영상팀 뿐 아니라 미디어활동가, 다큐멘터리 감독들도 각자의 시선으로 현재의 투쟁을 카메라에 담아 가고 있다.

하늘을 향해 빛으로 소리쳐

  쌍용차 노동자 세 명이 평택 쌍용차 공장 앞 송전탑에 둥지를 틀고 난 뒤 노동자들이 높은 곳을 찾아가야만 하는 상황, 극단적인 투쟁방식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높은 곳에서 궂은 날씨와 참담한 현실과 싸우고 있는 이들을 최소한 외롭게 두지는 말아야하지 않겠냐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그 과정에서 문화연대 활동가의 제안으로 문화예술인들도 각자의 분야에서 연대의 방식을 고민하고 실천하기로 했다. 영상을 만드는 우리들도 영상을 통해 힘을 보태기로 했다. 어떤 방식이 있을지 논의하다가 가능한 수준에서 빠르게 제작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에 모두들 동의했고, 각자의  짧은 작업들을 묶어서 옴니버스로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했다. 
  “하늘 사람이 된 노동자들이 외롭지 않길 바라며, 하늘 사람의 목소리가 땅에 좀 더 닿길 바라며. 카메라를 드는 이들이 빛으로 소리치고 연대하려 모였다. 평택 쌍용자동차 철탑에서 출발한다.” 이렇게 쌍용차 철탑농성 옴니버스는 시작되었다. 
 
 
▲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고공 농성이 진행 중인 평택 송전탑 


하늘의 목소리를 퍼뜨려라

  <하늘을 향해 빛으로 소리쳐> 프로젝트는 1차적으로는 하늘에서 투쟁하는 이들을 응원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평택송전탑 위, 울산 송전탑 위, 전주의 조명탑 위, 아산의 굴다리 위에서 극한의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더불어 하늘 사람들의 목소리가 땅에 닿기를 바랐다. 영상 활동가들이 빛으로 하는 연대를 통해 하늘의 목소리가 땅으로, 땅의 목소리가 하늘로, 이쪽 하늘에서 저쪽 하늘로 연결되어 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정도의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첫 번째 상영은 철탑 아래에서 진행된 송년문화제였다. 제작된 영상은 이후 온라인에 공개 했고,  SNS를 통해 퍼뜨려졌다. 제작 이후 배포의 문제를 고민하면서 배포 가능한 창구의 협소함이 안타까웠다. 철탑 영상 뿐 아니라 각 현장에서 제작되고 있는 영상들이 모아지고, 배포되는 안정적인 공간이 있다면 좋겠다는 고민을 이번 옴니버스를 제작하면서 나누기도 했다. 미디어 활동가들이 같이 고민해볼 문제라고 보여 진다. 

지금도 하늘에는 사람이 있다
 
  2013년 3월 15일. 평택 철탑농성 116일차를 맞으며 고공농성중인 문기주 정비지회장의 몸 상태가 심각하게 좋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급하게 의료진이 송전탑위로 올라갔고, 상태 확인 후 설득 끝에 치료를 위해 철탑 아래로 내려왔다. 함께 ‘살기’위해 올라간 철탑에서 몸이 다 망가져서 내려와야만 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서글프다. 그리고 이런 서글픈 현장을 기록하는 카메라들이 있다. 이 기록의 결과들은 시기에 맞게 필요한 현장 상영용으로 제작되기도 하고,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들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기록해야 되는 서글픈 현장들이 조금씩 줄어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조심스레 해본다. 아직도 평택 철탑에는 두 명의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울산 송전탑 위에, 혜화동 종탑 위에도 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하늘을 향해 빛으로 소리쳐>는 인디다큐페스티발2013에서 현장발언대 섹션에 초청되어 상영을 앞두고 있고, 4월26일 KBS <열린채널>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그 전에 모든 하늘 사람들이 땅에서 봄을 맞이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필자소개] 하샛별

- 카메라 드는 것보다 술잔 드는 것이 더 좋아서 늘 고민하는 다큐멘터리를 배우고 있는 사람. 지난4월 대한문 분향소 설치 이후부터 쌍용자동차 투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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