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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7호 미디어꼼꼼보기] 이주노동자의 눈에 비친 영화 <자유로운 세계>와 한국의 모습 - 이주노동자 미디어활동가 마붑 알업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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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7호 / 2008년 12월 8일

 

 

이주노동자의 눈에 비친 영화 <자유로운 세계>와 한국의 모습
- 이주노동자 미디어활동가 마붑 알업 인터뷰 - 




인터뷰 진행: 오재환, 장문정(ACT! 편집위원회)
 
켄로치의 영화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입소문이 가득했다. 이곳저곳 사람들이 모여 영화를 관람했고,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너무나 잘 담아냈다는 평가가 오고 갔다. 그건 전문적인 영화저널의 평론가와 기자들만의 평가가 아니라 우리 주변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ACT!편집위원회는 <자유로운 세계>의 영국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매개로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다뤄보고자, 10년째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왔으며 이주노동자 미디어활동가이기도 한 마붑 알엄을 만나, 영화 <자유로운 세계>와 한국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ACT!: 한국의 이주노동자로써 영국의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다룬 <자유로운 세계>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 왔는지 궁금하다.


마붑: 현실적으로 이주의 삶에 대해서 미등록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었는데, 일자리 소개 하는 그런 것들의 실제적인 사항들을 많이 보여줬던 것 같다.


ACT!: 현실적인 것들이 많이 반영했다는 얘기인가?


마붑: 미등록이 이주노동자들의 현재 싸움이라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왜 이주를 하는지를 이란 가족들의 모습으로 잘 표현해주었던 것 같다. 물론 그들처럼 정치적 망명으로의 이주뿐만이 아니라 이주에는 다른 이유들도 많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영국이라는 사회가 기존에 영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적응하기 힘든 점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 앤지는 이주한 이란 가족들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처지에 지친 나머지 그들을 신고해 버리고, 주인공인 앤지에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앤지의 집에 찾아가 아들을 빼앗고 돈을 갈취한다.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 모두를 무조건 범죄자라고 할 수 없다. 갈 곳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신고했던 앤지의 경우처럼 그들도 어떤 사회적인 시스템이 그러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양 쪽 모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게 실제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좋았다.


ACT!: 영화에서 보여 지는 영국 이주노동자들의 현실과 영국사회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마붑: 영국사회도 다양하게 많은 사람들이 3D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정치적인 이유에서의 난민 문제와 경제적으로 힘든 것도 이주의 한 부분이겠지만, 또 어떤 한 면에서는 영국사회에서도 그 사람들이 많이 필요로 했기 때문에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어떤 해결책도 없는 것 같았다.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 이지만, 영국이라는 나라가 선진국이라 얘기되어지고, 이주민, 이주노동자들을 오랫동안 받아 들여왔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런 문제들이 있구나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ACT!: 영화에서 보면 이주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궁지에 몰리게 되니까, 범죄 아닌 범죄를 하게 된다. 뭔가 폭력적으로 자기들이 살길을 찾기 위해 돈을 빼앗아 와야 하고, 근데 그걸 보면서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해서 사실 궁금해지는 것이 있었다. 그러니까 한국 이주노동자들도 또 저 정도로 궁지에 몰려있을까. 저런 상황이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있는가 하고.


마붑: 일단은 법제도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은 어디 가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공장이나, 다른 어떤 업체에서 이주노동자로 차별을 당하더라도 법제도로 해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잡혀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그 사람들이 그런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범죄행위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 건데, 그만큼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그 것 뿐이기 때문이다.
일했는데 돈을 못 받는 것이 얼마나 고통이겠는가. ‘자원봉사라며 돈 안 받겠다.' 그러면 몰라도, 일하는 것인데 어떻게 돈을 못 받을 수가 있을까. 게다가 사장 도망가거나 회사만 돈 벌거나 그러면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기의 권리를 찾고 싶을 뿐이다. 그 대상이 누구 던지 상관없이 어떻게든 돈을 받아오는 것이 목적이 될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나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한국도 똑같다. 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점이 있다. 한국은 나라가 크지 않다. 그리고 이주노동자 지원센터가 150개 이상 있다. 지역별로 그런 것이 있는데, 그나마 어디서 임금을 받지 못했거나 차별을 당했을 때, 도와주는 단체들이 좀 있긴 하다. 하지만 물론 다 부족하다. 저는 한국에서 10년 됐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일한 사람들은 임금체불이나 그런 것들이 무조건 있다. 하지만 일단 미등록 같은 경우엔, 비자가 없거나 그러면, 어디 가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예를 들자면 회사가 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부도를 냈다면, 전혀 도움을 받을 수가 없는데 그때 그 노동자는 혼자서라도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사장을 찾아가고자 한다. 제가 예전에 출연했던 <반두비>라는 영화에도 1년 동안 밀린 월급 찾기 위해서 돌아다니는 씬들이 있다.
사장 이름도 제대로 잘 모르고, 자동차 번호, 집 주소만 있는데, 부동산 가서 물어보기도 하지만 결국엔 찾을 수가 없어서 언제나 포기를 하게 된다. “아, 받을 수 없겠구나.” 하고... 법적으로도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예전에 공장에서 거의 6,7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 적이 있었다. 지원센터에서도 도와줄 수 없다고 하자, 결국 그 친구가 어떻게 했냐면, 회사전화로 국제전화를 하는 거다. 너무나 화가 나고 마음이 아파서 국제전화를 10만원씩 하는 거다. 그렇게라도 해야 자신이 시원하니까. 자기가 사장에게 몇 백만 원이나 월급을 받아내지는 못 했지만, 그나마 전화를 빼앗아서라도 전화를 해야 되겠다. 라고.. 어떻게 보면 되게 웃기지만, 힘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위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공장에서 월급을 못 받았는데 밤에 몰래 가서 공장 사장 집 문에다가 사장 개새끼라고 써놓고 도망가는 경우도 있었다.


ACT!: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 이외에 다른 차별적인 상황들은 어떠한가?


마붑: 3D업종에서 일하는데 위험하니까, 기본적으로 다치는 사람은 꽤 많다. 맞는 사람도 꽤 많고. 공장에서 일하다가 괜히 이유 없이 맞거나 아니면 의사소통 안 된다고 맞거나, 뭐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맞거나, 그런 것은 기본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은 다른 문화를 잘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배타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른 것은 그저 다른 것일 뿐이다. 나와 다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인정해야하는 것이다. 내가 그 문화를 무조건 다 받아들이고 다 그대로 따라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선택일 뿐이다. 다양한 문화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면, 즉 A와 B 있으면 A가 되는 것이 아니라, A+B가 되거나 아니면 A+B가 C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서로를 받아들이면서 살아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무조건 한국인 되라는 그런 압박감이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꽤 있다. 예를 들자면, 나는 돼지고기를 안 먹는다. 헌데 안 먹으면 ‘왜 돼지고기를 안 먹느냐.' ‘이상한 사람이네.'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종교적인 이유에 대해서 말하지만 한 쪽에선 이해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목욕탕에서 함께 벌거벗고 샤워하는 것을 문화적인 면에서는 할 수가 없는데,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는 그런 것이나 손가락으로 음식을 먹는 것도 숟가락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게 내 문화이고 내 취향일 뿐이데, 그것을 더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제가 영국에서 살아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나마 영국에는 여러 인종들이 살고 있어서 문화적인 충돌이나 그런 것이 많이 없고 다만 노동이나 그런 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ACT!: 분명 여권을 가지고 일하는 합법적인 신분의 이주 노동자와 미등록 이주 노동자에 대한 대우와 노동 환경의 다름이 있다. 영화에서 보면 공장의 사업자가, 오히려 법적으로 전혀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그래서 더 열악한 노동환경이 주어지더라도 아무 얘기도 할 수 없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보여 진다.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마붑: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를 좋아하는 사장들도 있다. 그만큼 무리하지 않고, 벌금이나 이런 것으로 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차별을 좀 더 하고 싶어서 아니면 자기가 좀 더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은 어느 나라나 똑같을 것인데 일단 제도적으로 어떻게 이주노동이 합법화 되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제도로도 합법화 가 되어있고, 그 나라의 언어도 잘하고 그 나라 법도 다 잘 알면 그 사람에게 차별하기가 힘들고 공장에서 해고하는 것도 더 힘들 것이다. 근데 합법하지만 일회용 노동자처럼,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언제든지 자를 수 있고, 계약이나 그런 것이 없다면, 임금도 더 적게 줘도 되고, 일도 더 많이 시킬 수 있고, 아무리 뭐라 해도 찍소리 안하는... 그저 눈감고 일만 하는, 그런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사장에 따라 다르겠는데, 어쨌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일반적으로 합법적인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긴다. 그런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노동에 따른 똑같은 입금을 적용하거나 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인데 결국에는 자기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사장들이 선택해서 하니까 어떻게 보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긴다. 이렇게 보여 지는 것이다. 한국도 지금 고용허가제라는 법이 있는데 고용허가제 법 자체가 고용주에게 주어져 있다. 그야 말로 고용허가제인데, 고용주가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즉 권리나 이런 것들을 다 고용주한테만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용주가 시키는 대로 다 해야 한다. 주말에도 일해야 하고 공장을 옮길 수 있는 자유도 없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법무부가 어디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어떤 차별적인 상황이 생겨도 일만 할 수밖에 없다. 공장을 옮길 수 없으니까 공장에서 노예생활 하듯이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인권 단체들에서 고용허가제를 두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노동 허가제를 받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기간에 대한 계약을 함으로써, 일방적으로 해고하지 못하고 밀린 월급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그리고 또 계약한 기간을 마쳤을 때는 일터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 모든 노동자를 합법화하라고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그 만큼 노동자들을 필요로 함으로 그런 시스템적 문제점들을 개선해야하는 것이고, 이주노동자들은 비자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또 인간적인 면에서는 버마에서 오는 사람들처럼, 난민이나 정치적 망명으로 이주 하는 사람들을 합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한국도 옛날에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정치적 망명자들이 있었지 않은가. 한국은 단일 민족이고 이주민을 받아들임으로써 민족이 뭔가 섞이겠다. 이런 개념이 좀 웃긴 것 같다.


ACT!: 한국의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에 대해 더 설명해 달라.


마붑: 일단 법적으로 더 해고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고용허가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직접 그런 일자리를 정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자면 나는 이 일을 좋아하는데 내가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맞지 않을 수 도 있는 것이지 않은가. 또 일하다 보니까, 내가 여기서 계약을 맺어서 하고 있으니까 80만원인데, 어떤 등록되어 있는 노동자가 같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임금이 120만원이니 200만원이니 그런 것이다. 그러면 그 노동자도 당연히 이탈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들어올 때부터 그 만큼 많은 돈을 들여서 브로커를 통해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ACT!: 영화 안에서 주인공이 인력 알선업체를 하며 중간에서 굉장히 많은 돈을 착취한다. 한국에서도 그 과정들이 이와 비슷한지 궁금하다.


마붑: 한국은 상황이 좀 다르다. 한국에도 직업을 소개하며 임금의 몇 십 프로를 중간에서 가져가는 업체들이 많은 편이다. 제가 알기로는 여기 동대문에 있고,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안산에도 있고, 경기도에도 많이 있다. 그런 곳에는 영화에서처럼 아침마다 사람들이 가서 일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보다는 친구를 통해 소개를 받아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사실 여기서는 직업을 소개하는 중간 브로커가 돈을 갈취하는 것이 그만큼 심하지는 않다. 하지만 일단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서 이주노동자들이 투자하는 비용이 엄청 많아서...한 몇 천 만원되니까, 들어오기 전에 그 나라의 브로커와 한국의 브로커가 서로 연관되어서 돈을 가로채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또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들일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쪽에서 이런 문제들을 없애려고 노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양 쪽 나라 모두의 문제라서 쉽지가 않다.


ACT!: 주인공이 노동자가 아니라 위에서 착취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다. 영화는 그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과정을 보여준다. 주변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며 화를 내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그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겠다. 라는 입장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도 그냥 나쁜 사람들이 아니고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거고, 회사 경영이라는 것이 그런 거고, 그런 식의 얘기를 하는 것이다. 한국에도 그런 브로커 같은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와 비슷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입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마붑: 이해할 수는 있다. 제가 원래 다녔던 회사가 저희 형도 함께 일했던 굉장히 작은 회사였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힘든 상황들이 있었다. 그나마 저희 형이 그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했기 때문에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알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서 회사 사장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그때가 2-3년 전 쯤 인데, 거의 3,4천만 원 정도를 빌려줬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 형이고 회사의 사장이다. 이렇게 아는 정도로. 결국에 형은 회사에서 9년, 10년을 일하긴 했지만 갈 때는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 했다. 나를 고용할 때도, 우리는 가족이다. 너와 나는 노동자와 고용주라는 노사관계가 아니라 가족 관계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리 사장이라도 잘해 주는 사람도 있다. 아플 때 병원도 데려가고 뭐가 먹고 싶을 때, 사주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정말 가족같이 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뭐가 힘들더라도 도움을 받은 것도 있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일하기도 한다. 12시간씩 일하기도 하고 일주일 주간, 일주일 야간, 이렇게 눈 감고 일했다. 결국에는 야간 일을 많이 해서 몸이 많이 안 좋아졌고 일하다가 다치기도 했다. 그래서 밤에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 낮에 일을 하게 해달라고 얘기했지만, 절대 안 된다. 다른 사람은 하고 있는데 너는 왜 안 하냐. 하는 대답만 있었다. 나는 3,4년을 그렇게 일했지만 몸이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 한다. 낮에 좀 일하게 해 달라. 라고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못 했고, 일을 하며 계속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결국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나는 한국에 들어오면서 운동도 했었고, 법에 대해서도 좀 알고 있어서, 힘들어서 일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 내 잘못이기도 하지만 사장에게 퇴직금을 달라고 했다. 회사도 이미 예전처럼 작은 회사가 아니라 주식회사가 되었고, 노동자들도 거의 15-20명 가까이 되며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사장이 나한테 하는 얘기는 “네가 방글라데시로 떠나고 싶구나. 잡혀 보내겠다.”라며 협박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느낌에서 같은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 왜냐하면 자기 이익이 달려있는 문제에선 사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에게 이익이면, 끝까지 안주고 그 만큼 많이 벌고 싶고...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많이 빼앗아 오고 싶어서... 어떤 자본의 핵심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나에게 일 시킬 때도 그랬다. 토요일이었는데, 늦게까지 일하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쉬고 싶기도 하고 그런 것은 당연하지 않나. 헌데 일 안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 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나도 미등록 이였으니까. 그런 식으로 협박하는 것이다. 물론 그 사람도 어쩔 수 없이 공장을 잘 운영해서 돈을 더 많이 벌겠다는 욕심이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차별하는 것이 맞다. 차별하는 것은 맞는데, 이 차별하는 것 자체가 일상이 되어 버리는 거다. 차별이 일상이 되어버리면 안되는데, 자기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해서도 생각해야하는 것인데, 실제로 그 사람이 차별을 당할 때는 그 사람이랑 내가 상황을 바꿔서 그 어떤 느낌일지 이해를 해줘야 하는 건데, 그건 안하고 자기 이익만 생각하다 보니까 그것 자체가 일상화 되어버리는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 그래서 자기가 차별하는 것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고, 그래서 자기에게 이익이 있으면 한 때 쓰고, 자기에게 권리가 있어서 합법적인 이주노동자들을 쫓아내는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데려왔는데 결국에 자기가 힘들어 지면, 자유롭게 사람들을 쫓아내고, 돈도 안주고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인간적인 태도가 아니라 자본의 나쁜 모습들인 것 같다.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주민들이 벌써 20년 전부터 일하고 있고, 살면서 그나마 생긴 법이 고용허가제라는 것인데, 이것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치려고 하지 않고, 이주노동자들을 차별하려고만 한다. 사람들을 잡아서 본국으로 보내버리고, 또 여러 가지 문제로 차별하고, 이주노동자들이 만든 단체에 있는 사람이나 어떤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으면 강제로 쫓아 내보내고... 이런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과 정부 시스템의 논리인 것 같다. 자기가 필요할 때 쓰고 필요 없을 때 버리는 것. 그런 거다. 하긴 내 생각이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도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어떤 한편에서는 자본의 논리 안에서 자기보다 약자인 사람을 차별하는 행위가 “맞는 것이다.” 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반대로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고 말이다. 그나마 자기의 아들이 납치당하자 이주 노동자들의 입장에 대해서도 조금 느끼는 것 같았지만, 결국 그들의 아들과 자신의 아들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아들이 더 중요하다고만 생각한다. 앤지의 아들을 납치했던 사람들도, 복수를 해서 그에게 단순히 돈을 다시 돌려받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단지 자신들의 상황에 대해 이해해 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가족이라는 것이 어디의 누구에게나 똑같지 않은가. 헌데 한국 사람들은 나와 우리가족에 대해서만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른 이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심과 이해가 부족하다.


ACT!: 이주노동자와 관련한 영화들이 한국에도 많이 있었다. 또 물론 주류 미디어에서도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곧잘 나오는 편이다. 주류미디어나 기존의 이주노동자 관련 영화들에서 부족했던 면들이 뭐였는가. 켄로치의 <자유로운 세계>라는 영화에 대해서 한국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영국의 이야기지만 그 현실에 대해서 공감한다고 얘기한다. 특별히 그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마붑: 공중파나 주류 미디어에서 보여 지는 것은, 불쌍한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는 일단 불쌍하고, 아니면 이상한 말투 때문에 웃긴 사람일 뿐이다. 주류미디어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이주민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국제결혼 가정이나 2세까지 하면 지금 거의 110만 명에 이른다. 보수적인 농촌지역도 거의 30%정도가 국제결혼이다. 또한 한국전체의 결혼 중 15%도 국제결혼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다. 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외국인일까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그들을 분명 외국인이라고 부를 수 없지 않은가. 물론 여기로 일하러 왔지만, 서울에서 일 한다고 했을 때, 단지 국적만 다를 뿐이지 서울에도 다른 지역에서 일하러 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지 않은가. 다 서울시민들이 아니지 않은가. 다 다른 곳에서 일하러 오지 않는가. 다 먹고 살기 위해서 오는 거다. 마찬가지로 이주노동자들도 단지 다른 나라에서 일하러 오는 것 뿐이다. 다 같이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것 뿐. 하지만 이렇게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정적인 시선들이 방송에 많이 있다. 그런 시선들에는 워낙에 문제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대로만 하는 거다. 예를 들자면, 이주여성에 관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미녀들의 수다>가 있다. <미녀들의 수다>는 한국 자랑이나 뭐 그런 모습들만 보여 지는 것 같아 사실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날 정도다. 여자들은 물론 예쁘고 말도 잘하고, 그래서 재미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한국을 단순히 다이나믹 코리아, 열려있는 코리아, 글로벌 코리아라는 모습들만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실제로 한국은 닫혀있는 곳이고 차별적인 곳이지만, 그런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는다. 한국은 워낙에 자기중심적으로만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요즘에는 이주노동자들이 등장하는 영화도 생겨났고, 예전부터 인디 쪽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시각으로 많은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져 오기도 했다. “자유로운 세계”는 사실 영국이라는 나라가 많이 개방적이라고 전 세계에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모습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소수자들의 상황에 대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같이 존재하는 사람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와 같은 영화를 만들어주지는 못 했다. 워낙에 이주노동자에 관한 장편영화가 아직 만들어진 적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말로만 다문화, 글로벌 시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가 있으면 좀 더 고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가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ACT!: 마지막으로 좀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마붑: 자본이, 어떤 큰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싼 노동력과 그 나라의 자원을 아무리 이용해도 그 것에 대해서는 한국 사람들 박수를 치지 않나. 자본의 세계화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한국에 있는 노동자들을 쓰지 않고, 다른 나라의 싼 노동력을 이용하고자 다른 나라로 공장을 옮겨 그곳의 노동자들을 착취를 한다. 예를 들자면 어떤 기업이 방글라데시에 가서 공장을 차린다. 그럼 그 공장의 노동자들은 임금을 많이 받고 있는가. 아니다. 오히려 더 잘 받지 못한다. 그런 현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 다음에 그 나라에 가서 자원을 쓴다. 가스를 쓰고, 전기를 쓰고, 뭐 이것저것 많이 쓴다. 기업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많은 자원을 그 기업이 다 소모해버리면, 다른 일반 사람들이 못 쓰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것에 대해서 일반적으로“맞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속에 있는 이주노동자들,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일자리 빼앗아 간다. 이주노동자들이 범죄 짓 한다는 식으로. 언론에서도 또 이주노동자가, 또 외국인 근로자가 이런 사고를 쳤다. 라는 식으로 나온다. 얼마 전에 마석에서 이주노동자들 130, 150명이 잡혀갔다. 그 사람들은 그냥 착하게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인데, 3D업종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 것인데, 그런 그들을 하루아침이면 130명씩 잡아가는 것이다. 근데 여기 언론에는 나오지도 않는다. 만약에 한국인이라고 생각해봐라. 방글라데시에는 한국인이 2만 명 넘게 있다. 아주 나쁜 사장들이 한국사람 130명을 추방시킨다면 한국정부가 가만히 있겠나? 그만큼 우리만을 챙기는 것이다. 남에 대해서는 배려하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20년 전, 30년 전에 많은 노동자들이 다른 나라로 이주해갔었다. 한국에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도 마찬가지인데, 잘해줘야 하는 것이 맞는데 오히려 반대로 하고 있다. 한국도 그런 것들을 좀 더 보완하기 위해서 다문화시대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지만, 단순히 홍보차원에서 그저 그렇게 홍보만 하는 느낌이다. 난 다문화라는 것이, 같은 지역에서 여러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동등하게 서로 존중하며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방식들이 아직 문제가 많다. 진정한 자유로운 세계라고 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꿈이 아닐까. 국경을 넘어서 오는 이들의 꿈이 아닐까. 누구나, 어디에서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세계. 단지 몇 십 개의 나라만이 세계자산의 70-80%를 가지고 있다. 없는 나라들의 사람들은 굶고 너무나 가난하게 살아가는데, 이런 것에도 잘 사는 나라들의 책임이 있다는 것. 이런 것을 인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자유로운 세계야 말로, 어떻게 보면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영화 <자유로운 세계>에서 그 자유로운 세계란, 자본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모든 노동자가 자유로운 세계를 꿈 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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