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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8호 안녕!2009!] 아이,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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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 2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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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8호 / 2009년 12월 30일






아이, 미디어
 
지각생(정보통신활동가)

 

 

 

2010년이 밝았습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 많이 만드시길 바래요. 연초라 모든 걸 낙관하고 희망에 부풀어 있고 싶지만, 지난 며칠 간 일어난 일들 때문에 그럴 수만은 없네요. 
 
 

장면 1 : 연말이라 정리할 일이 많아 정신없던 차에, 트위터(Twitter)를 통해 속보가 들려옵니다. 용산참사 보상협상이 타결됐다는 겁니다. 순간 반가워 얼른 그 내용을 퍼 날랐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 계속 트위터를 주시하고, 질문도 던져 봅니다. 보도를 유예하기로 해서 자세한 내용은 금방 알 수 없었지만 총리 사과문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왜 MB나 서울시장이 아니라 총리지? 진실 규명은? 구속자 석방은? 궁금해 죽겠는데 열 받는 소식이 역시 트위터를 통해 돌기 시작합니다.

 

 

썩을 언론들이 '협상 타결'하며 모든 것이 잘된 것처럼 막 보도하고, 몹쓸 인간들이 그게 자기들 공인 것처럼 입을 놀린다는 것입니다. 아.. 일을 손에서 놓고 씩씩 거리고 있자니, 금방 트위터를 통해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추측, 분석한 글들이 돌고, 상황을 인식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탄식,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들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협상타결 소식을 듣고 나서 불과 30분 정도 걸렸을까요? 주요 포털과 인터넷 언론사로 가니 타결 잘됐다는 기사만 넘치고 있습니다. 그냥 돌아와서 다시 트위터만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장면 2 : 2010년 첫날의 새벽, 송년회 도중 빠져 나와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트위터에 들어가니 노동법 개악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려 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여러 사람들이 트위터를 통해 지금 상황들을 간략하게 얘기해 줍니다. 주류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을 내용들, 장면들을 트위터 친구들을 통해서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반대 토론에 나선 의원들을 멀리서 응원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지만, 정보의 흐름이 자유롭지 못한 곳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간략하게나마 듣게 되니 좋더군요.

 

 

잠깐, 뭐가 가장 좋은 걸까 생각해보니, 이 곳 저 곳, 이 언론, 저 게시판 다닐 필요 없이 이 트위터 창 하나만 열어 놓으면 거의 실시간으로 소식을 듣고, 통찰력 있는 분들의 논평도 듣고, 함께 즐거워하고, 화내는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좋더군요. 여기에 제가 만일 아이폰(iPhone) 같은 것까지 있었다면? 아마 전 송년회를 중간에 나오지 않고도 이런 소식을 접하고, 같이 있는 사람들과 얘기하고, 생각과 느낌을 다시 트위터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겠죠? :) 
 


‘뉴미디어(New Media)'는 새롭지 않다

 

 

 

2009년에도 여러 뉴미디어 상품, 서비스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어지럽게 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끈 것들이 바로 아이폰과 트위터인 것 같습니다. 아이폰은 11월에 발매된 애플(Apple)의 스마트폰(PDA와 휴대폰의 기능 등을 합친 다기능 모바일 장치)이고요. 트위터는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오바마의 선거 운동에 활용되었다고 해서 유명해졌다가, 2009년 5월에 김연아 선수가 가입했다고 알려진 후 한국에서 폭발적으로 사용자가 늘어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온라인 인맥구축 서비스)입니다. 왜 다른 것 다 제쳐 놓고 이 두 가지가 관심을 끌고, 앞으로 한동안 열풍이 계속될 것이라고 얘기되는 걸까요? 
 


잠깐, 뉴미디어에 대해 얘기한다고 하고 바로 기술적 용어가 난무하면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하게 된다면 좀 찜찜하죠? 뉴미디어의 ‘뉴'는 대체 언제까지, 무엇보다 '뉴'라는 것인가? 마치 '포스트모던'이란 말처럼 참, 뭐한 선전 문구 같습니다.

 

 

뉴미디어는 기술적으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디지털화되어 융합되는' 온갖 미디어를 말하는 것이고, 다른 의미로는 전통적 매스미디어가 아닌 개인(1인)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를 뜻합니다. 뉴미디어에 대해 말하려면 뭔가 그것에 걸맞는 방식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화'가 화두가 된지 오래되어, 이제 적당한 ‘다수의 대중'이 아닌 한 명 한 명 최종수용자에게 맞춤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뉴미디어의 방식이겠지요?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어떤 분인지 제가 모르니, 이 글도 천상 그럴 듯한 외피를 둘러쓰고 무난한 형태를 취한 전통적인 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이 글을 보여 드리고 싶은 분들을 조금 구체화해보기로 하죠. 전문적인 기술 지식을 갖고 계신 분은 말고, 그냥 미디어 운동에 관심 있는 활동가 혹은 일반인?(활동가와 일반인을 나눠서 죄송합니다) 기술 용어는 가능하면 뺄 테니, 조금 나오는 것들에 대해서는 참을성 있게 받아들여 주시길 바랍니다.

 

 

바람의 다섯 방향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와서, 예전에 ‘웹 2.0'이라고 한참 얘기할 때 그랬듯, 2009년 한해 뜨거웠던 것들의 공통적 속성이 무엇인지 한번 꼽아보면서 의미를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제 주관적으로 꼽은 블로그 등 뉴미디어들의 방식, 그리고 아이폰과 트위터의 공통적 특징들을 얘기해 보면,

 


1. 아주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서 사용하기 편합니다.

 

2. 개방적인 구조라서 다양하게 변모하여 욕구를 충족시켜 줍니다.

 

3. 사용하는 ‘개인'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어느 한 집단의 일원이라기 보단 독자적인 세계를 만드는 것을 돕죠.

 

4.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아주 가깝게 연결된 듯한 느낌을 줍니다.

 

5. 그리고 현실과 점점 닮아가거나 현실과 다른 것 간의 간극을 메워줍니다. 
 
 

* 첫 번째는, 바로 '단순함', 그리고 직관적이라는 것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고 인터넷이 삶에 뿌리를 내리면서, 한 사람이 접하고 활용하는 정보와 지식의 양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가능성의 영역을 넓히는 효과가 있지만 그만큼 삶이 피곤해지는 원인이기도 할 것입니다. 어쨌든 우리는 점점 더 할 수 있는 만큼의 다양한 것들을 욕구하게 되겠죠. 그러다보면 우리의 욕구에 집중할 수 있게 복잡한 것들을 쉽고 직관적으로 제시해주는, 단순한 형태가 꼭 필요하게 됩니다. 요즘 같은 세상, 뭔가 복잡하게 다 하려면 참 고달프잖아요?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은 그전엔 이런 저런 다양한 도구들을 활용해서 하던 것을 한 가지 단말기로 다 할 수 있게 해주고, 사용 방법이 직관적입니다. (이건 아이폰만의 특성은 아니겠죠) 
 


트위터는 어떤가하면, 이전에 온라인 인맥구축 서비스에서 하던 온갖 다양한 작업등은 할 필요 없이, 친구 찾아 관계를 맺어 놓으면 이후에는 혼잣말 하듯 계속 하고 싶은 얘기만 하면 됩니다. 서로가 친구 등록해서, 모 서비스에서 인맥 관리하듯 번거로운 작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건 트위터의 독특한 친구 맺기 방식 덕분인데, 한 문단이 너무 길어지니 일단 설명은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트위터에서는 한번에 140자 이내의 짧은 글만 써야 되는데 그게 참 맘에 들더군요)

 


* 그 다음 바람의 방향은 ‘개방성'이라고 하겠습니다. 웹2.0도 개방이 주요 특징 중 하나인데,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이 서로 간의 의심, 집단의 이기심, 관료적인 절차 등으로 인해 막힌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 하고, 할 수 있는데 다른 것이 내 앞길을 막아선다면 참 답답하죠. 특히 내가 무언가를 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해야 하는데, 그것들이 각각 너무나 다른 방식을 사용해서 각 과정마다 번거롭게 사람이 많은 작업을 해줘야 한다면 참 피곤합니다.

 


아이폰의 강점 중에 하나로 꼽히는 것은 ‘앱(App)'이라고 불리는 아주 다양한 부가 기능 프로그램들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내가 뭔가 필요한 것, 바라는 것이 있으면 직접 그 기능을 만들어 여러 사람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이폰이 개방적인 시스템이어서 가능합니다. 다른 스마트폰들은 이것처럼 다양한 부가 기능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었고, 누구나 그런 것들을 만들어 사용하고 공유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아이폰의 개방성을 말해주는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12월 초, 서울과 경기지역의 버스 도착 정보 등을 쉽게 알 수 있는 ‘서울버스'라는 앱을 한 고등학생이 만들어서 공개했습니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버스 정보가 웹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데 그 정보를 가져와 보여주는 것이었지요. 공개한 지 얼마 안 되어 금새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갑자기 경기지역의 버스 정보가 보이지 않게 됐는데, 알고 보니 경기도에서 그 정보는 경기도의 재산이라고, 협의 없이 갖다 쓰는 거라고 정보 이용을 차단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발끈해서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경기도에 집단으로 항의를 했습니다. 항의가 엄청나게 빗발치자 경기도 행정 책임자가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즉각 정보 제공을 재개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불과 2주 안에 일어난 일입니다. 앱 공개와 인기몰이, 그리고 경기도의 차단까지 한 주, 사람들이 원인을 알아내고 이슈화해서 집단행동을 하고, 변화를 이끌어내기까지 걸린 시간이 한 주입니다. 1인 미디어의 파급력, 모바일과 트위터의 속보성, 블로그의 이슈화 능력, 개방해야 하는 이유, 기술과 문화를 따르지 못하는 한국의 정책 여건 등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트위터는 API라고 하는 것이 잘 공개되어 있어, 수많은 부가 서비스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자동으로 트위터에 올린다던지 웹페이지에 접속하지 않고 트위터를 활용할 수 있는 온갖 프로그램들, 그리고 지나친 ‘트윗질'로 회사에서 곤란해지지 않도록 트위터 외관을 사무용 프로그램처럼 만들어주는 것까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여러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더해져서 트위터 활용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원래 그것 자체로 갖고 있는 기능들보다도 얼마나 사람들이 그것을 자유롭게 응용해서 활용할 수 있는지, 그렇게 필요한 정보와 창구가 공개되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언뜻 봐서는 그럴 듯 하지만 꽉 닫혀 있는 것들은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다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오래 사랑을 받기 힘듭니다.

 


* 세 번째 바람은 ‘개인화'라고 하겠습니다. 집단의 홈페이지,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 등과 달리 블로그, 모바일 기기, 마이크로블로그(트위터를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등은 철저히 개인이 각자 직접 운영하고 통제하는 공간입니다. 집단의 일원에서 독자적인 세계가 되어 가고 있는 ‘개인'들은 점차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길 원하고, 과정의 주체가 되길 원할 것입니다. 
 
 

블로그나 마이크로블로그, 모바일 기기나 SNS 등은 여러 말 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런 개인화된 공간 혹은 도구라는 것을 알 수 있겠지만, 트위터의 경우는 약간 더 흥미로운 구석이 있어 얘기해보고 싶네요. 트위터를 모르는 분은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가볍게 들어주세요. 트위터에서 메시지의 흐름은 follow 관계를 통해 정해집니다. 한 사람이(A) 자기 페이지에서 어떤 말을 할 때, 그것을 듣고 싶은 사람은(B) 그 사람을 ‘follow'합니다. 그러면 A가 자신의 페이지에서 어떤 말을 할 때 그 말이 B의 공간에 나타납니다. A는 B를 follow하지 않았다면, B가 자기 공간에서 뭐라고 말을 해도 A의 공간에 표시되지 않습니다. 이런 비대칭적인 친구 맺기 구조는 다른 SNS의 방식과는 조금 달라서 친구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서로 가져야 하는 부담을 여기서는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누군가가 내가 하는 말을 들으려고 follow한다고 해서 나도 꼭 그 사람을 follow해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물론 예의상 해줄 수는 있지만요. 그래서 유명한 사람, 연예인이나 정치인과도 아무 부담 없이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들도 당신에게 부담을 느끼지 않겠고요. 
 
 

이 방식의 장점은 내가 메시지의 흐름을 좀 더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말하는 것을 내가 듣거나 안 듣거나를 부담 없이(저 사람이 삐질까 걱정할 필요 없이) 조절할 수 있고, 내가 들은 좋은 말을 역시 나를 follow 하고 있는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RT, ReTweet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과 follow 관계망을 맺고 있다면 한 소식을 더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릴 수 있게 됩니다.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도 몇 단계의 사람을 거쳐 순식간에 소식이 퍼질 수도 있습니다. 한 명이 수많은 사람을 모아 놓고 방송할 필요 없이, 나와 관계 맺고 있는 몇 사람에게만 전달하면, 각자의 세계를 통해 예측할 수 없는 정도와 경로로 퍼져 나갈 수 있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을 모아 놓고 방송해서 한 번에 확~ 퍼져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하겠지만, 우린 많은 경험을 통해 그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로서, 나 개인은 이제 분명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 네 번째 바람은 ‘실시간으로 연결됨'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이 시간적, 공간적 거리를 엄청나게 줄여주는데, 그것의 궁극이 ‘실시간' 연결입니다. 인터넷 방송이 시작된 지는 꽤 되었고, 사회운동에도 인터넷 방송이 간간히 활용되었는데, 그것이 본격적으로, 폭발적으로 많이 활용된 것은 2008년 촛불부터입니다. 여러 인터넷 언론사 뿐 아니라 개인들이 현장을 촬영해서 인터넷으로 방송했지요. 그 현장에 함께 할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 방송을 보면서 공감하고 지지를 보냈습니다. 기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제되어 시간차를 두고 정보를 입수할 때와 달리, 보통 사람들이, 편집되지 않은 영상을 통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실시간으로 소식을 보내주는 것은 사람들에게 '함께 하는' 느낌을 더 강하게 줄 수 있었고,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실시간으로 소식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서로의 시공간적, 감성적인 제약을 거의 없애고 '가까이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독립적인 세계로서 새로운 성격의 관계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던, 그냥 외로운, 소외된 삶을 사는 평범한 현대 일반인이던 간에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주고받고, 실시간으로 검색해서 상황을 알 수 있다면 정말 좋겠죠.

 


한국은 음성통화 시장이 수익이 많이 남는 등의 이유로 다른 나라에 비해 무선 인터넷 환경은 그다지 큰 발전이 없었습니다. 유선 초고속 인터넷은 일찌감치 발전했지만요. 그래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무선 인터넷은 속도도 느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사용하기 힘들었는데 스마트폰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무선 인터넷을 부담 없이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테더링'이라는 기능을 통해 다른 노트북을 인터넷에 연결할 수도 있게 해줍니다. 그렇게 연결할 경우 속도가 아주 빠르진 않지만 수시로 블로그를 읽는다거나 하는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이로 인해 앞으로 인터넷에 '상시 연결'되어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얻고 보낼 수 있습니다. 
 
 

트위터의 경우는 혼잣말과 대화를 끊임없이 나누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실시간입니다.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거의 옆에 있는 누군가가 바로 바로 얘기해 줍니다. 맨 처음에 예를 든 것처럼 늘 여러 사람과 같은 곳에서 함께 소식을 나누고 의견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가상의 공간은 규모의 제한이 없지만 저 멀리 있는 듯한 사람 누구와도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얘기할 수 있지요. 
 


* 다섯 번째는 '현실과 닮아간다'라고 할까요. 트위터를 하다 보면,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사람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정보와 지식을 얻는다고 하지만,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주고받는 얘기들의 비중이 결코 적지 않지요. 어찌보면 우리는 끊임없이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어떤 메시지를 옮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근데 그 메시지는 대개 함축적인 짧은 메시지를 계속 주고받는 형태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친구를 만났는데 책 읽듯이 길게 얘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책을 읽는 것도 예전에 누군가가 남긴 메시지를 내가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것인데, 이런 것이 쌓였다가 내 사상을 형성해서 나중에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지 전달하게 될 것입니다. 간접적이고 시간이 걸리고 다른 형식일 순 있지만 역시 메시지는 나를 통해 (가공도 되어서) 계속 전달됩니다.

 


신발을 수선하는 분은 지나치는 사람의 발을 우선적으로 보게 된다고 합니다. 발만 봐도, 신발 상태, 걸음걸이 등만 봐도 그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 표정, 제스처, 옷차림, 액세사리 등을 생각하다 보면 사람은 직접 말로 전하는 것 외에도 상당히 많은 메시지를 늘 갖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사람은 한번에 굉장히 많은, 복잡한 메시지를 천천히 가까운 곳에 전하는 그런 미디어인 것도 같습니다. 옷차림 하나, 헤어 스타일 등에도 공동체의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보면 끔찍할 정도로 많은 메시지가 있을 것 같아요. 그에 비하면 다른 “미디어”들은 적고 단순한 정보를 그저 빨리 전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죠. 사람이 가장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은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아닐까요.

 


트위터는 내가 메시지의 경로의 한 지점에 있습니다.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점 그 자체입니다. ‘나'는 내가 들어온 말을 있는 그대로 혹은 약간 가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합니다. 속보가 들어왔다면 나를 follow 하는 사람에게 RT함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듣는 얘기가 다른 인터넷 언론에 비해 부담감이 적은 것은 어쩌면 그 길이가 짧다는 것과, 옆에 앉은 사람과 수다 떠는 듯한 느낌 때문은 아닐까요? 
 
 

새로운 미디어들은 계속 현실과 기존 미디어의 간극을 좁혀 나가는 듯 합니다. 매스미디어 밖에 없을 때는 블로그만으로도 부족한 부분을 많이 메울 수 있었습니다. 블로그를 쓰는 사람이 많아지고 일반화되자, 이제 블로그만으로도 부족한 것이 생기는 것 같고, 그래서 다른 SNS, 마이크로블로그 등을 쓰는 건 아닐까요? 블로그를 관리하는 것이 점점 의미가 커지면서 짧고 부담 없이 툭툭 내뱉으며 가볍게 수다 떨 수 있는 공간들을 원하게 되는 건 아닐까? 더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더 많은 사람과 편하게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닐까? 저만 해도 블로그를 처음 쓸 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지만 나중에는 페이스북을 하게 되고, 그것도 싫증날 즈음에 트위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현재로서는 트위터로 ‘거의' 만족을 하고 있는데 어쩌면 앞으로 또 새로운 것이 제 남아 있는 욕구를 조금 더 충족시켜 주는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것은 그런 욕구들이 밖으로 자꾸 드러날 때 더 빨리, 정확하게 만들어지게 될 것입니다. 

 
아이, 미디어

 


지각생이 트위터 계정을 만든 것은 2009년 여름 어느 날이지만, 처음 가입하고 나서 당장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몰라 흥미를 잃고 몇 달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비영리단체 무료 IT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블로그와 메일링 리스트, 커뮤니티 등에 홍보를 하다 트위터가 생각이 났습니다. 짧게 한마디 남기고 떠났는데 얼마 후에 살짝 다시 들어가 봤더니 그 한마디를 트위터를 하는 몇몇 활동가들이 이곳 저곳 RT(펌질)해 줘서 꽤나 많은 분들이 답글을 주셨더군요.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소식을 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굉장히 신나는 경험이었습니다. 바로 트위터가 재밌어져서 그때부터 트위터의 다양한 활용법을 공부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트위터로 중국 쓰촨성의 지진이 속보로 전세계에 알려졌다더라, 이란 대선에 불복한 대학생들의 시위가 유튜브와 트위터로 전세계에 알려져 전 세계의 사람들이 함께 하기 시작했다는 얘기, 마이클 잭슨의 사망소식이 가장 먼저 트위터를 통해 알려졌다는 얘기 등 트위터의 가능성에 대한 얘기는 종종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트위터에 재미를 붙이기 전에는, 그게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가 없더군요. 내 메시지가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 의해 RT 되어 퍼져 나가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트위터 대화를 통해 알게 되는 등의 경험을 한 다음에야 ‘오~ 이거 뭔가 있겠는데'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좋은 글이 있으면 열심히 RT해서 퍼 나르고, 주위 사람들에게 가입을 권유하고 아는 사람들끼리 서로 연결시켜주기도 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관계를 맺는 것을 지금 한참 재미있게 실험하고 있습니다. :)

 


뉴 미디어는 어떤 새로운 기술적 장치와 시스템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있어 왔던 것을 다르게 사고하고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부당한 제도, 정책에 의해 규제되어 오던 것을 해방시키는 것, 자신의 경험과 감성에 기초한 ‘개인적 말하기'가 대세가 되는 것 등이 ‘새로운 미디어'의 요소가 아닐까? 기술적으로 새로운 무언가가 나왔다고 해도 자유로운 표현이 억압 받아 뻔한 얘기만 오고 간다면? 블로그를 쓰긴 쓰는데 단체 홈페이지에서 홍보해 오듯 계속 쓰고 있다면? 그럴 때도 뉴 미디어라고 말하기는 뭔가 찝찝합니다. 표현의 자유, 정보 공유, 소수의 목소리 보장 등이 빠진다면 껍데기만 새로운 미디어가 되는 것이겠죠.

 


아이폰과 트위터 등이 뭐가 그리 특별해서 관심 받는다기보다는, 뭔가 그런 새로운 문화, 방식을 지금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일지 모릅니다. 기술의 개발과 구현은 현재 시장 자본이 거의 주도하고 있지만, 기술 변화의 동기를 제공하고 방향을 잡으며, 오랜 시간에 걸쳐 결국 몇 가지로 수렴되게 만드는 것은 일반 대중의 활동입니다.

 

 

‘뉴미디어' 선전에 계속 쫓기지 않는 길은 대중이 스스로 미디어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일텐데, 그걸 위해서는 일상 속의 작은 욕구에서 출발해서 내가 원하는 것, 내게 필요한 것을 꾸준히 인식하고 상상하고 표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화를 주도하면 기술은 따라올 것입니다.

 


한동안, 2010년에도 아이폰과 트위터의 바람은 계속 불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새로운 무엇이 등장하더라도 결국에는 위에서 얘기한 그런 방향의 바람이 불 거라고 믿어요. 느긋한 마음으로 내가 원하는 것,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새로운 것들이 그런 것에 걸맞는지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 주

 

1) 트위터(Twitter) : 무료 소셜 네트워킹 겸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이다. 사용자들은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 인스턴트 메신저, 전자 우편(e-mail) 등을 통해 '트윗' (Twit ; 140 characters 한도 내의 문자)을 트위터 웹사이트로 보낼 수 있다. 트윗은 사용자의 프로파일 페이지 (Profile page)에 표시되며, 또한 다른 사용자들에게로 전달된다.

트위터 공식 홈페이지 : http://www.twitter.com/

 

2) 아이폰(iPhone) : 터치 스크린 기반의 아이팟, 휴대전화(카메라 기능), 모바일 인터넷의 세가지 주요 기능을 가진 모바일 전자 기기이다.

 

 


[필자소개] 지각생

 

올해는 꼭 정보통신활동가네트워크와 IT자원활동가네트워크가 활성화되길 바라는 IT노동자. 일단 혼자서 비영리사회운동단체에 무료로 IT상담/수리/교육 출장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함께 하고픈 분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fosswithyo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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