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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8호 안녕!2009!] 독립영화, 당신은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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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6. 1. 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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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8호 안녕!2009! 2009.12.30]


독립영화, 당신은 누구십니까?

최은정 (ACT! 편집위원회)

 

 

 

올 연말, 영화 관련 결산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슈는 [워낭소리]와 [똥파리]를 비롯한 독립영화의 약진이다. 2009년 1월 15일 개봉한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는 16주 만에 관객 290만 명을 돌파했다.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는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등 각종 해외 영화제 수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12만 관객과 만났다. 각종 언론들은 ‘1만만 들어도 대박이라는 독립영화가 놀라운 흥행기록을 세웠다'며 앞 다퉈 보도했다. 
 

 


 
특히 [워낭소리]의 예상치 못한 흥행은 독립영화 진영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영화의 흥행으로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를 계기로 제작의 어려운 현실과 공적 지원 축소의 문제점 등을 다시 한 번 알려낼 수 있었다. 또한 다소 생경할 수 있는 독립영화라는 단어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관객 숫자나 흥행 수익에만 호들갑 떠는 상업 언론, 수익금 배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들, 주인공 노부부에 대한 과도한 관심 등. 그 동안 독립영화가 상상할 수 없었던 온갖 구설수에 시달렸고, 이명박 대통령의 [워낭소리] 관람과 초창기 편집버전 유포로 독립영화 진영 안팎으로 진통을 겪었다. 
 

 


 
상반기 [워낭소리]를 둘러싼 논란들은 영원히 평행선으로만 달릴 것 같았던 독립영화와 흥행이라는 두 지점이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낱낱이 보여줬다. 이 경험은 앞으로 독립영화를 기획, 제작, 배급, 홍보할 때 무엇을 고려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단초들을 제시했다.

 


또한 다시금 진부한 질문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독립영화는 무엇인가'이다. 독립영화를 만들고, 알리고, 지원하고, 응원하는 그 누구라면, 지난 상반기 한 번쯤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졌을 것 같다. 독립영화를 보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관객들에게 독립영화는 뭐라고 말할 것인가?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독립영화의 가치, 정신은 무엇인가? 되돌려 다시 질문하자면, ‘독립영화, 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랄까? 
 

 


 
지난 12월 14일 서울 명동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서울독립영화제 주최로 ‘독립영화 세상 속에 길 찾기'라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독립영화의 지난 활동을 영화가 아닌 한국사회 문화지형 안에서 돌아보기 위해 기획됐다. 발표를 맡은 유운성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독립영화에 대한 주류 영화계와 언론의 관심이 주로 흥행성적이나 해외영화제 수상결과에만 국한된 점을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는 독립영화를 작은 투자로 떼돈을 버는 사업으로 바라보는 시선들과 쥐꼬리보다 못한 스텝 몫의 제작비를 당연하게 잘라먹는다는 일련의 사건들과 중첩되면서 섬뜩한 현실로 변모한다. 그 현실은 독립영화를 이용하는 무리에 의해, 독립영화 본연의 의지가 상실된 지점에서, 경제수치로만 계산된 독립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각인되는 것이다. 
 

 


한편 2009년 독립영화의 떠들석한 약진에도 불구하고 공공 영역의 독립영화 지원 정책은 위축되고 있다. [워낭소리]를 비롯한 다양한 독립영화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사업은 올해 초 폐지됐으며, 복합상영관 건립 예산은 삭감됐다. 또한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이었던 인디스페이스는 운영 주체 변경을 앞두고 있다.

 


이제 막 독립영화에 눈을 돌린 수많은 관객들, 그 관객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축적된 경험과 던져진 논쟁들, 뜻하지 않게 수익 창출 모델로 떠오른 독립영화, 위축된 공공 지원 정책. 2009년은 독립영화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과 고민거리를 만든 해이다.

 


이 시점에서 ‘독립영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고 중요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고 세밀하게 성찰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성찰의 과정이 독립영화가 과연 계산기로만 설명되는 것이 아닌, 공적으로 지원해야 할, 볼 수 있어야 할, 보고 싶어질, 그 어떤 것이냐는 질문세례에 대한 근본적인 답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독립영화제 세미나 자리에서 [송환]의 김동원 감독은 독립영화를 "스스로 기꺼이 주변을 선택한 ‘자발적 아웃사이더'들의 영화"라고 표현했다. 동시에 자발적 아웃사이더로서 독립영화는 모든 아웃사이더 -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소수들과의 관계망을 넓히고 심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지난 10년간의 공적 지원의 성과들을 되짚으면서 독립영화 지원의 타당성과 함께 독립영화 진영 스스로에 대한 반성의 소회를 남겼다.

 


"지난 10년 우리의 몸은 영화제로 향하는 비행기에, 푸짐한 호텔 뷔페 연회장에 너무 익숙해져 있음을 뼈저리게 고백해야 한다. 그만큼 용산 참사 현장이나 평택 쌍용차 공장이 멀게만 느껴지진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독립영화인이라면 시스템 안에 잠시 머물더라도 바깥을 향한 시선과 언제든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2009 서울독립영화제 세미나 ‘독립영화 세상 속 길 찾기 - 김동원 감독 발제문 - 독립영화 지난 10년의 내부적 반성' 중) 
 

 


‘독립영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독립영화가 탄생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묻고 답하기를 반복해온 질문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독립영화의 정의는 사회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들을 더해갔다. 끊임없이 묻고 답하면서 움직이는 역동성, 그 자체만으로도 독립영화는 살아 있는 그 무엇일 것이다.

 


요란스럽게 2009년을 보낸 독립영화에게는 전에 없던 또 다른 몇 가지 모습이 더해졌다. 2010년은 그 중 무엇을 덧대고 무엇을 잘라낼 것인지 다시금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독립영화가 뭐냐고 묻는 관객들과, 오늘도 아르바이트와 작업의 경계에 서있을 제작자들과, 스크린을 짊어지고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만나기 위해 곳곳을 누비는 상영꾼들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이 주거니 받거니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의젓하고 늠름하게 새 단장을 마친 독립영화와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주섬주섬 11년 전 잉크가 묻어 있는 종이 한 장을 건넨다. 이것은 한국독립영화협화 창립선언문이다. 지금도 유효한, 거침 속에서 신념과 확신이 느껴지는 11년 전 이야기가 새 단장을 시작할 독립영화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 
 

한국독립영화협회 창립선언문

 


독립영화는 무엇인가?

 


이 난처하고 진부한 질문을 다시 시작하는 건 시대에 따라 독립영화의 겉모습이 변하더라도 그 밑바닥 정신만은 이어지고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새 우리가 그 질문에 냉소적이진 않는가에 대한 반성이다.

 

 

독립영화의 독립이란 흔히 말하듯 검열을 거부하고 자본을 적게 쓰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립은 '그 무엇을 위한'일일 때 그 의미가 완성된다. 화려하고 기름진 화면보다는 치열하고 정직한 장면들로 새로운 영상언어를 만들기 위해, 우린 상투적 영화공식에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한 사람의 인권, 소수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우린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우리는 독립이 삶과 영화의 진실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 믿는다. 갖가지 타협과 흥정, 매스컴의 각광, 각종 영화제 초대장, 먹음직스러운 뷔페 음식... 이들로부터 초연하게 물러나 작은 진실을 위해 작은 카메라를 정조준 할 때 영화는 비로소 독립하는 것이다.

 

 

독립영화의 영화란 단지 촬영과 편집, 녹음 등 기술적 과정을 거친 셀룰로이드를 의미하지 않는다. 혹은 돈을 벌기 위해 만드는 상품도 아니며 심심한 관객들을 잠시 달래주는 오락도 아니다. 우리는 영화가 사람의 욕망뿐 아니라 선의와 진심도 자극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매체라 믿는다. 가깝게 느끼는 현실을 잠시 물러나 보게 하고 멀게만 느끼는 현실을 다가서 보게 함으로써 관객들이 세상을 새롭게 보고, 더 나은 자신과 사회를 위한 꿈꾸게 하는 영화를 우린 독립영화라 부른다. (중략)

 


- 1998. 9. 18. 한국독립영화협회 창립식에서 독립영화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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