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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2호 미디어인터내셔널] 영국 지역방송연합 ULTV의 “채널 6” 정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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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72호 / 2010년 12월 22일


 
 
 
 
 
영국 지역방송연합 ULTV의 “채널 6” 정책 소개
: 디지털 방송 전환이 가져올 새로운 공공 서비스
 
김지현 (ACT! 편집위원회)

 

 

 

지역 방송 채널을 위해 뭉치다.

 


 

2007년 12월, 영국 정부 및 영국의 방송통신 규제기구인 오프콤(Office of Communications, “Ofcom”,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앞으로 편지 하나가 발송된다. 편지에는 지역 공동체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TV 방송 서비스를 위해 주파수를 할당하라는 요구가 담겨있었다. 이 편지에는 이와 같은 목적을 위해 그동안 각자 개별적으로 캠페인을 벌여온 수많은 영리 및 비영리 단체들의 서명이 담겨있었다. 지역 방송 채널의 설립을 위해 하나로 뭉친 이들의 이름은 바로 “United for Local Television”. 바로 영국 지역방송연합 “ULTV”의 탄생과정이다.

 

 

ULTV는 정부에게 지역 방송을 공공 서비스의 하나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단체 및 개인들의 모임이다. 멤버는 국영, 사영, 공동체 방송 영역에 상관없이 누구든 들어올 수 있으나 주로 지역 방송을 해온 RSL(제한 면허) 방송국들과 공동체 방송국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발행된 RSL 면허 소지 방송국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밖에 공동체미디어연합(CMA) 등 커뮤니케이션 정책에 있어 시민사회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 활동해온 영국의 대표적인 단체들의 연합인 “퍼블릭 보이스(Public Voice)”와 정책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ULTV는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들이 무료로 지역 방송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오늘날 영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TV 플랫폼인 무료 디지털지상파TV 플랫폼, 소위 말하는 “프리뷰 (*주1) ”에 지역방송 서비스를 위한 채널을 확보할 것을 제안한다. 이 방송 서비스는 기존의 'PSB' 멀티플렉스 중 하나의 비디오 스트림을 이용하되 지역 송출 지점에서 (소위 말하는 “추가/제거” 기술을 사용하여) 지역 프로그래밍을 삽입하여 전송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영국 각 지역마다 자신의 지역 방송을 가질 수 있게 된다. ULTV에 따르면 오프콤의 검토 결과, 이 시스템은 이미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한다.

 

 

ULTV가 제안하는 채널 6 정책 - 영국의 여섯 번째 공공서비스방송

 

 

 

ULTV는 영국 전역에 서비스되는 프리뷰 및 케이블 TV 방송서비스 중 6번 채널을 지역 채널용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 채널은 영국 전역에 있는 지역 채널들의 네트워크로서 독립적인 프랜차이즈로 운영되지만 프로그램 및 자원 공유를 통해 일정 정도의 규모를 갖출 수 있다. 또한 지역마다 채널 번호는 같지만 독자적인 방송국 면허 제도를 통해 자신만의 지역 프로그래밍을 송출하게 된다. 전국 지상파 방송망에 포함되게 될 이 채널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채널 6의 목적

 

 

- 지역 단위를 근간으로 하는 회사가 운영하고, 제작 및 고용, 훈련 기회를 증진한다.

 

- 50% 이상은 지리적 위치를 고려한 지역 뉴스 및 스포츠, 시사, 기타 적절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와 함께 전국 및 광역 단위를 위한 프로그래밍도 선보인다.

 

- 교육, 예술, 문화, 사회, 건강, 역사, 종교, 환경 및 공동체 프로그래밍을 비롯해 그동안 잘 접할 수 없었던 공공 서비스 콘텐츠의 제공을 활성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 공유 및 네트워크 활동을 개발한다.

 

- 사회 통합, 지역 활성화, 지역 민주주의 및 평생 학습, 적극적 시민의식 활성화 등에 기여하는 지역 공동체들에게 목소리를 제공한다.

- 지역 상가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지상파 광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높임으로써 중소기업의 경쟁과 성장을 돕는다.

 

- 지역의 공공 서비스 및 교육, 커뮤니티 행사 등에 대한 접근을 향상시킨다.

 

ULTV의 제안에 따르면 지역 TV 채널은 지역에 관한 뉴스와 스포츠, 그밖에 다양한 지역 및 네트워크 프로그래밍을 제공하게 된다. 또한 지역 광고 활성화를 통해 처음으로 지상파 TV 광고에 관심 있는 많은 지역 상가들에게 비용 대비 효과적인 선택권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ULTV는 그동안 시장질서와 기존의 공영방송 모델에서는 활성화되기 어려웠던 다양한 지역 및 공공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 소비되는 메커니즘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한다.

 

 

 

ULTV가 이러한 정책 제안을 하게 된 배경에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주파수 재배치의 문제가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방송이 전환하면 기존 하나의 TV 주파수에서 MMS(Multi Mode Service) 방식을 통해 여러 개의 채널로 쪼개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아날로그 TV 방송이 종료되면 이에 사용되던 주파수가 유휴 상태에 놓이게 됨에 따라 새로운 주파수 대역도 생기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무너지고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가 증가함에 따라 이렇게 생긴 주파수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방송 영역 뿐 아니라 통신과 뉴미디어 산업 영역에 이르기까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기존의 방송국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 공공 지상파 방송 시스템인 “공공서비스방송(Public Service Broadcasting, PSB)” 멀티플렉스 시스템은 유럽의 경우 SD급으로 정해짐에 따라 많게는 10배 정도의 채널을 더 제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서비스 모델의 틀에 갇힌 채 지역 콘텐츠와 같은 새로운 공공 콘텐츠들을 활성화하거나 다양한 소규모 제작 주체들의 방송 진출을 그다지 확장시켜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ULTV에서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사업자들이 그대로 독점구조를 이어나가고 있는 디지털 방송 전환은 방송의 다원성과 다양성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며, 디지털 전환에 따른 주파수 활용 문제에 관해 기존의 방송인들뿐 아니라 지역 당국 및 새로운 공공기관과 시민사회 단체, 방송 제작 주체 등 모든 이해 당사자들을 모아놓고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ULTV는 지역 채널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로 다음의 여섯 가지를 든다.

 

 

채널 6가 만들어져야하는 여섯 가지 이유

 

 

1. 지역 민주주의의 강화 : 정치인들이 지역 이슈에 관해 발언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질의 받으며, 이러한 문제에 관한 논의와 논쟁이 활성화됨으로써 지역의 목소리가 대변될 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2. 공공 정보의 촉진 : 학교, 자선활동, 스포츠 모임, 커뮤니티, 다양한 민족 그룹, 박물관, 자발적 모임 및 공공 단체들이 자신의 활동과 서비스를 촉진할 수 있는 출구를 제공한다. 참여와 적극적 시민의식 장려.

 

3. 공공서비스방송의 목적과 특성 충족 : 시민들의 관용과 이해, 상호 존중을 지원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하며 지식을 증진시키는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는 구체적 창구이다. 지역의 프로젝트와 이니셔티브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대학 및 공공 영역과 파트너십을 만들어낸다.

 

4. 지역적 콘텐츠 생산 및 시민들의 접근권 보장: 독창적인 지역 콘텐츠 생산 및 실험과 도전을 위한 창구 즉, 새로운 재능 인력과 형식 개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규 독립 제작자 및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일반 시민,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방송에 대한 접근 기회를 넓힘으로써 전국 및 지역적으로 새로운 미디어 고용과 접근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5. 경제 발전과 산업 촉진 : 지역 상인들에게 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광고 및 후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들은 현재 거의 모든 상업 방송 시간대에서 전국 단위의 브랜드들에게 밀리고 있다, 이밖에 채용 및 훈련 등 추가의 경제적 특징들이 있다.

 

6. 방송에서의 목소리의 다원성 : 맞춤형 지역 뉴스 및 시사 정보를 제공함에 있어 전국적 공공서비스방송 모델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전국적 공공서비스방송에 대한 경쟁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및 전국적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혁신적 콘텐츠를 공유하는 효과적인 출구를 제공할 수 있다. 단순히 지역 공동체 뿐 아니라 연령, 종교 등 관심사에 따른 공동체의 목소리도 반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2012년 12월 31일이 되면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된다. 이에 맞춰 KBS에서는 지상파를 통해 무료로 20여개의 텔레비전 다채널을 서비스하겠다는 K-VIEW 플랜을 들고 나오고 있기도 하다. 영국ㆍ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에서는 화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전체 국민이 볼 수 있는 무료방송정책에 역점을 둠에 따라 기존 아날로그 방송 하나의 주파수(6Mhz)에서 약 10개의 채널로 쪼개는 것이 가능한 SD(Standard Definition) 중심의 MMS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프리뷰는 약 50개의 채널을 서비스하는 것이 가능한 반면, 한국은 화질은 좋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이 볼 수 있는 유료방송정책에 역점을 둠에 따라 기존 하나의 TV주파수에서 HD급 1개 채널과 SD급 3개 채널로 쪼갤 수 있는 HD(High Definition) 중심의 디지털 전환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에서 90년대 이후 새롭게 선보인 방송 서비스들은 유선방송ㆍ위성방송ㆍIPTV 등 모두 유료방송 서비스들이다.

 

 

무료 디지털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유료 방송에 가입할 수 없는 경제적 약자들에게 다양한 채널의 향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기존 방송 사업자들의 프로그래밍만으로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사회 주체들의 목소리와 삶의 콘텐츠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이미 온갖 채널이 넘쳐나는 시대, 이런 가운데에서도 진정으로 새로운 채널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참고사이트
ULTV 홈페이지 http://www.unitedforlocaltv.com/

 

 

 

1. 프리뷰(Freeview)는 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료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이름이다. 이름 자체가 무료라는 뜻을 갖고 있는 이 프리뷰는 2002년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주도로 설립되어 현재는 영국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한 플랫폼이다. 영국에서 프리뷰를 통해 텔레비전 방송을 시청하는 가구는 1000만 가구로 전체의 38.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이 36.8%의 위성방송이 2위이며, 케이블방송 수신자는 13.2%로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에서 프리뷰가 가장 많은 수신자를 확보하게 된 이유는 무료 플랫폼이라는 것과, 이 플랫폼이 제공하는 채널이 무려 50여개나 된다는 것이다. (고희일, http://blog.daum.net/sk600/7673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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