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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4호 길라잡이] 시작은 한 걸음을 내딛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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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5. 8. 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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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4호 길라잡이 2015.8.20]


시작은 한 걸음을 내딛는 것부터


성상민 (ACT! 편집위원회)



 속담 중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죠. 옛날에는 솔직히 그 말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시작하는 것은 쉬운 일인데, 대체 왜 시작이 어렵다는 건지도 모르기도 했거니와 도통 시작을 해도 잘 풀리지 않는 일이 너무 많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조금씩 나이를 먹게 돼서야 이 속담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 자체가 버거워지고, 귀찮아지고,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몇 년 전만 해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흥미롭고 신났었는데, 지금은 즐거움 뒤로 일말의 불안함이 찾아오더군요. 지금 이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나한테 걸림돌이 되어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지금의 안정된 삶을 송두리째 내버리는 것이 아닐까. 이런 불안감들이 조금씩 나를 잠식하는 게 아닐까 싶어 다시 불안감에 빠지는 등 한동안 슬럼프에 시달리고 했었습니다.


 특히 이번 <ACT!>를 준비하면서 이런 생각들이 많이 들더라고요. 기획회의를 준비할 때는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신이 났었는데 정작 글을 준비하고 마감이 닥쳐오고 나서는 사람이 달라지더라고요. 내가 왜 이런 기획을 준비했지? 어쩌자고 이런 무모한 기획들을 당연히 잘 할 수 있다고 나섰을까. 기타 온갖 부정적이고 어두운 생각들이 저를 마구 감쌌습니다. 제가 원래 멘탈이 그리 강하지 못한 편이긴 하지만, 이번 호의 '책임편집위원'이 되어 여러 가지 기획들을 준비하고 총괄하는 입장에 놓여보니 이런 생각들이 유난히 강하게 들더라고요. (그리고 지금 '길라잡이'를 쓰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ㅠㅠ)


 하지만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호 기획을 준비하고 시작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피상적이고 단편적으로만 알았던 부분을 기획을 준비하고 글을 쓰게 되면서 생각을 다질 수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시작이란 두려운 것이기도 하지만 완전히 피할 수는 없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작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마냥 비아냥거려서는 안 되겠죠. 어차피 우리 모두는 쉽사리 무언가를 시작하지 못하는데요. 대신 서로 함께 손을 잡고 조금씩 한걸음, 한걸음씩 나가가야죠. 그런 점에서 저는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을 이렇게 다시 풀어 쓰려고 합니다. 시작이란 한 걸음을 내딛는 것부터라고.




[사진 1] 당장 앞에 무엇이 있을지 몰라도, 함께 한 걸음씩 나가는 것이 진정한 시작이 아닐까요. (출처=Pixabay)


 이번 <ACT!> 94호도 미디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려는 분들과 함께 같이 한 걸음씩 내딛으며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특히 이번 호의 <이슈와 현장>에서는 독립영화, 미디어 운동, 그리고 그간 쉽게 다루지 못했던 미디어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는 등 다양한 미디어 영역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ACT!>에는 처음 글을 쓰시는 자유기고가 천용희 씨가 '독립영화와 정책 사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한국 독립영화가 얽혀있는 정책적인 현안과 문제에 대해서 깊은 글을 쓰셨고, 또한 저번 호에 이어 편집위원 성상민 씨가 (ㅋㅋㅋ 이렇게 제가 직접 제 글을 소개하려니 좀 부끄럽네요) ‘독립영화와 자본 사이’의 두 번째 글을 썼습니다. 대형 영화사가 독립영화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던 첫 번째 글에 이어 이번 글에서는 한국 독립영화가 놓여있는 유통-배급 상황과 다양한 독립영화인들이 내놓은 대안들에 대해서 다룬다고 하니, 무척이나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리고 작년 10월에 진행된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삼척'에 이어 지난 6월 초 밀양에서 진행된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밀양'에 직접 참여하신 미디어 활동가 최종호 씨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서울문화재단에서 예술가교사로 활동하시는 윤지은 씨가 자신이 겪은 경험을 토대로 최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CoP(연구공동체, 실행공동체)의 실제 적용 사례와 이를 미디어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글이 <이슈와 현장>에 게재되었습니다. 거리가 너무 멀어 쉽게 찾아갈 수 없던 곳, 궁금하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던 영역들에 대해서 쓴 글들인 만큼 분명 많은 도움이 되겠죠?


 올해부터 많은 <ACT!> 독자 여러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학습소설>도 이번 호 ACT!에서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코너입니다. 아직까지는 비용이 높고 개념도 익숙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향후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보고 있는 3D 프린터. 이 3D 프린터의 가능성과 대중화될 미래에 대해서 주일 씨가 참 재미있고 유익한 소설을 쓰셨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호에는 특별히 <인터내셔널> 코너에서도 최근 3D 프린터와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신기술인 '드론'에 대해서도 글을 써주셨으니, 학습소설을 사랑하는 독자 분들이라면 <인터내셔널>도 꼭 놓치지 마세요!


 비록 아쉽게 사정상 <릴레이 안부인사>와 <기획대담>이 빠져 이번 호에 실린 인터뷰는 단 하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절대 지나칠 수 없을 겁니다. 왜냐면 이번 <ACT!>에는 전국 각지에서 투쟁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현장 영상 활동가를 응원하고 지원하는 모임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의 제작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된 두 명의 감독, 변규리 씨와 이병기 씨에 대한 인터뷰가 실려 있으니까요. 이들이 왜 현장에서 계속 투쟁하며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또는 영상에서는 알 수 없었던 이들의 생각이 알고 싶다면 이번 글이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또한 이 두 감독님들이 <ACT!>의 애독자였던 만큼 이번 호의 독자코너 <Re:ACT!>에도 기꺼이 참여해 주셨으니, 이분들에 대해서 더욱 깊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겠죠? 그리고 <Re:ACT!>의 참여는 언제든지 대환영이니, <ACT!>를 평소에 잘 읽고 계신 독자분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기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번 호에 인상적으로 '여는 글'로 시작한 편집위원 조민석 씨의 <우리 곁의 영화>도 이번 호부터 본격적인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왜 우리가 영화를 그저 단순하게 소비하는 대신 영화를 알아야만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간명하면서도 문제의식이 가득 담긴 글을 써주셨습니다. 벌써부터 다음 호의 내용이 기대되는 것은 저뿐인 걸까요? 아, 그리고 조민석 씨는 매 호 편집위원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코너인 <Me, Dear>에서도 글을 써주셨습니다. <Me, Dear>가 연재된지 최초로 영상으로 구성해서 만들었다고 하네요. 영화사를 짧은 영상으로 구현한 이번 <Me, Dear>인 만큼 <우리 곁의 영화>와 함께 보는 것도 좋은 도움이 되겠죠?


 이외에도 최근 발행된 책, 개봉한 영화에 대한 리뷰도 있지요. 참 좋은 작품인데 아쉽게도 적은 관에서만 개봉해 안타까웠던 독립 다큐멘터리 <명령불복종 교사>에 대해 지금 현재 전교조에서 활동 중인 교사분께서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일들을 덧붙여 생생한 리뷰를 써주셨고, '다큐멘터리를 꿈꾸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붙인 이인현 씨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을 다룬 인터뷰책 <다큐멘터리, 현장을 말한다>에 대해 독특한 리뷰를 써주셨습니다. 정말로 다큐멘터리 스크립트를 보는 것처럼 흥미로운 형식으로 글을 써주셨거든요. 와, 이렇게 소개를 하고 보니 글 하나하나 모두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글들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번 <ACT!>에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아요. 92호와 93호의 발행 기간이 너무 늦어지는 바람에 이번 호를 빠르게 발간해 발행주기를 맞춰야만 했고, 그러다보니 <릴레이 안부인사>와 <기획대담>이 빠지는 등 이번 호에 아쉽게 넣지 못한 기사나 기획이 많거든요. 매번 완벽한 모습을 보이지 못해 참 죄송스러운 마음이 많은 <ACT!>, 하지만 더 알차고 빠른 <ACT!>로 시작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한 걸음을 내딛고 싶습니다. 더 나은 시작을 위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의견과 지적, 그리고 많은 참여를 부탁드리며 ACT! 94호, 이제 한 걸음 앞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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