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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0호 미디어인터내셔널] 새 술은 새 부대에 - POV의 다큐멘터리 공동제작 프로젝트 <해커톤>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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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4. 7. 3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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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0호 미디어인터내셔널 2014.9.22]

 

새 술은 새 부대에

-POV의 다큐멘터리 공동제작 프로젝트, <해커톤> 파헤치기

 

 

신지인(ACT!편집위원)

 

 이번 <인터내셔널> 코너에서는 미국의 공영방송 채널인 PBS에서 진행하고 있는 POV 해커톤(Hackathon)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하여 소개해볼까 한다. 대체 해커톤은 무엇이고, 그렇다면 POV에서 하고 있는 다큐멘터리해커톤은 또 뭔지 한 번 소상히 파헤쳐보자.

 

 본래 해커톤이라는 개념은 해킹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오픈 소스 개발 공동체 회사에 의해 맨 처음 태어났다. 이때의 해커톤은 소프트웨어 코드 기술자들과 외부인들의 협력 작업을 통해, 한정된 시간동안(피자와 에너지 드링크로 밤을 새어가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일을 가리켰다.

 

 POV는 텔레비전 역사상 가장 오래된 독립 논픽션 영화 쇼케이스다. 1988년 이래로 POV는 매년 미국 공영 방송 채널인 PBS를 통해 14~16편의 독립영화를 방영했고, 지금까지 총 250여 편 이상의 작품을 미국 전역에 선보였다. POV에서 발표하는 작품들은 친밀감, 인상 깊은 줄거리 그리고 시의성을 잘 담아내 왔다.

 

 이러한 POV에서 다큐멘터리 해커톤을 시작했다. POV 해커톤은 2012년 처음 시작되어 현재까지 총 6번 개최되었다. 이 다큐멘터리 해커톤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의식과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창의성, 그리고 소프트웨어 기술자 혹은 디자이너의 기술력을 합치는 과정이다. POV는 주최자로서 영화제작자들이 제출한 작품 기획들 중 일부를 선발하고, 적절한 기술자들을 섭외해서 제작자와 기술자로 이루어진 팀을 짜준다. 팀 구성이 끝나면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약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해당 프로젝트의 제작에 돌입한다.

 

 POV의 해커톤은 다큐멘터리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깨는 새로운 선례를 만들고 혁신적인 방송 프로그램들을 창조함으로서 다큐멘터리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전이자 실험이다. POV 해커톤은 제작을 희망하지만 기술적인 도움, 창의적인 조언이 필요한 영화제작자라면 전 세계의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아래의 사항들은 POV가 공지한 지원자들이 지켜야 할 참고 및 조건사항들이다.

 

1. 픽션 요소가 약간 정도만 가미된 기획, 새로운 복합장르 정도까지만 허용되고 오직 논픽션 영화만 공모할 수 있다.

2. 국적에 관계없이 전 세계 어느 독립 영화인이나 모두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합격 시 발생하게 될 미국 내 체류 비용은 개인 부담)

3. 지난 4년 이내에 제작된 영화만을 선별한다.

   이 외의 영화들은 주요 영화제 등에서 주목을 받았거나 수상했을 경우에만 예외를 준다.

4. 아직 미완성이더라도 거의 완성된, (어느 정도의 선에서) 일부의 선별된 컷만으로도 공모할 수 있다.

5. POV에 한번 공모했던 작품은 다시 공모할 수 없다.

6. 작품의 길이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7. PBS가 명시한 지침에 위배되지 않는 작품들만 선발한다.

 *공모와 관련된 더 자세한 정보는 다음 링크를 참고하면 된다.(*주1)

http://www.pbs.org/pov/filmmakers/submit-your-film.php

 

 

POV 해커톤 6회 뜯어보기


해커톤에 참석한 POV 디지털 대표, 애드난 웨이지()

CreatorUp! 공동창립자 마이크 트린지(오른쪽). 사진 : 피터 S. 메디나


  “우리가 요즘 보는 다큐멘터리는 대부분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고, 다수의 대중의 반감을 사지 않는 선에서 제작되고 있다. 하지만 POV 해커톤의 목적은 대담하고 혁신적인 사회 고발 다큐멘터리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경우 트랜스미디어 프로젝트나 멀티플랫폼 다큐멘터리에 관해서는 전문적 지식이나 제작비에 있어서 부족함을 느낄 수 있는데, POV의 해커톤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영화제작자들이 웹 기술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라고 디렉터 애드난 웨이지는 말한다. 확실한 관점과, 기술성, 현대성 그리고 주제에 관한 열정이 담긴 다큐멘터리 작품이라면, POV의 해커톤에 얼마든지 응모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POV 해커톤 6회를 들여다보자. 이번 해커톤에는 총 5팀이 선정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 올해 517일부터 18일에 걸쳐 이틀 동안 진행되었는데, POV 해커톤 사상 최초로 뉴욕이 아닌 LA에서 열린 행사이기도 했다. 이 기사에 사용된 모든 사진과 6회 POV 해커톤에 관한 다음 취재 내용은 국제 다큐멘터리 협회(IDA, International Documentary Association)에서 발행하는 매거진 <다큐멘터리>에 게재된 로라 알모(Laura Almo)의 기사를 발췌, 번역한 것임을 밝힙니다.(*주2)

 

 

<17>

-오전 10


  LA 예술가 거리 내 공동 창작 공간인 허브에서 POV 해커톤 6회가 시작되었다. 행사 첫머리에 POV 디지털 대표, 애드난 웨이지가 밝힌 개최 취지는 바로 모험’, 그리고 놀이였다. “이야기꾼과 기술자를 모아놓으면 어떤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탄생할까? 장편 다큐멘터리는 앞으로도 존재하겠지만, 우리는 다른 형태는 어떤 것이 가능할지 알아보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미디어 제작자와 기술자(코딩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를 포함하여 3~5명으로 구성된 각 팀은 난생 처음으로 함께 작업을 해보는 사람들이었다. 미디어 제작자가 해커톤에 지원하면서 제출했던 기획안을 초석 삼아, 구성원들이 함께 고쳐나갔다. 이어진 30시간 동안 기술자, 디자이너, 미디어 제작자들은 각 팀별로 한 프로젝트의 기본형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들 모두의 목표는 일요일 저녁 5시까지 MVP(최소한의 실행 가능한 작품)를 만들어 그 날 밤의 관객과 심사위원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다.

 

<6POV 해커톤 전체 프로젝트 목록>

-공중시선 (참여자 : 그렉 프렌티스, 켈리 시어스, 마이클 셰로터)

-이름 없는 집 (참여자 : 크리스 콘웰, 스테판 디피앙코, 테일러 페라리,비벡 칼리라만, 줄리아 웰스)

-문제적 나 (참여자 : 에반 파블리카, 바이런 큐, 빈센트 스캣리프)

-원주민의 귀환 : 하와이 (참여자 : 루카스 알몬, 나타샤 플로렌티노, 휴 호우, 로리 수미에)

-10블록 안의 세상 (참여자 : 잭 코디, 스탠 다이로, 마크 셀파 프랭퀴어, 행크 크낙, 로빈더 어펄)

 

-오전 1015: 브레인스토밍


 처음 몇 시간동안의 목표는 주어진 시간 동안 어떻게 그 프로젝트를 해낼 수 있을 것인지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원주민의 귀환: 하와이> 팀은 복원되었지만 거의 드러나지 않은 하와이 숲에 대한 원주민의 이야기를 다룬 아이패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이 팀에서는 여러 기술적 문제들 중에서도 자바 스크립트나 드롭박스 등 여러 소프트웨어 중에서 어떤 것을 사용할지를 논의했다. <문제적 나> 팀은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에 사용할 어플의 첫 페이지를 어떻게 만들지 고심하고 있었다. 이 어플은 사람들이 접속해서 자기 삶의 장애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도록 하는 연결통로로 사용될 예정이다. 논의가 샛길로 빠지면 웨이지를 포함하여 현장에 상주하는 10명의 멘토들이 곁에서 즉시 바로잡아 프로젝트 진행을 돕는다.

 

-오후 1230: 작업 시작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작업 방향을 잡고 나면 각자 계획대로 코딩 혹은 인코딩 작업에 들어간다. 참가자들은 점심도 먹는둥 마는둥 하며 작업에 몰두한다.

 

-오후 530: 중간 발표


 각 팀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작업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발표를 한다. 이 발표와 피드백을 통해 현재 방향을 굳히는 팀도 있고, 규모나 방향을 조정하는 팀도 있었다.

 

<18>


-오후 430: 기술체크 및 내부시사


 이 시간은 발표 직전에 연습을 해보는 순서다. 일부 기술자들이 아직 작업을 하고 있는 동안, 다른 참가자들은 지난 30시간 동안 스쳐간 기대와 도전, 성과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10블록 안의 세상>팀 미디어 제작자인 마크 세르파 프랭퀴어와 로빈더 어펄은 POV 해커톤이 주는 진정한 혜택은, 참가자들 모두 발전 가능성을 지닌 결과물을 들고 나가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랭퀴어는 우린 이제 이 프로그램의 뼈대를 갖게 됐어요. 앞으로 이것을 기초로 해서 살을 더 붙여나갈 수 있죠.”라며, “사람들은 뭔가 상호작용하는 것을 다룰 때는, 그래, 이 이미지가 이러저러하게 작용할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상상과 현실은 사뭇 다릅니다. 그걸 알려준다는 것만으로도 이 자리는 엄청 의미 있는 경험이 되죠.”

 

-오후 7: 뒤풀이와 상영


 IDA에서 준비한 작은 파티 후 발표가 시작되었다. 이 날의 심사위원은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산하 아넨버그 커뮤니케이션 학교 교수인 데이비드 크랙, 영화감독 린 골드파브, 사회적 기부 플랫폼 클리클리의 설립자 쿠퍼 해리스, 그리고 포브스 잡지의 칼럼니스트 로리 코즐로스키였다.

 

 첫 순서는 <문제적 나>였는데, 이 팀은 사용자가 만든 영상으로 이루어진 모바일 앱을 만들었다. 사용자들은 내 열정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요?”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를 도와주는 영상을 만들어 올리게 된다. 심사위원들은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여기서 제공하는 도움이란 정서적 지지인가, 실질적인 해결방법인가?” 등의 적절한 질문을 던졌다. 미디어 제작자인 바이런 큐는 이 질문에 대해 이 앱은 사람들이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하게 하려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심사위원들은 프로젝트를 더 발전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제안을 해주었다.

 영화감독의 졸업작품을 확장하여 만든 <10블록 안의 세상>은 토론토의 어느 동네를 자세히 보여준다. 이 날의 결과물에서 보여준 예시는, 사용자가 길을 가다 어느 식당에 들어가 니카라과인 식당 주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내용이었다. 크랙은 이 감독은 어찌보면 구글맵스와 비슷한 지점이 있지만, 사용자가 메뉴와 레시피 등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더욱 상호작용성이 높다고 보았다. 코즐로스키는 이 프로젝트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수준을 가진 사람들, 미디어를 잘 모르는 세대도 이용가능하다는 잠재력이 있음을 짚었다.

 

<10블록 안의 세상> 팀이 결과물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S. 메디나

 

 <이름 없는 집>은 한 가족의 사적인 영상집 형태로, 참여자들이 그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 구성원의 풍부한 묘사를 통해 공유하게 한다. 이 프로젝트는 심사위원들에게 다양한 반응을 얻었다. 한편 해리스는 이 작품이 사랑스럽고 심플하며, 기술과 실로 잘 통합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참여자들의 공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과 가족의 기억을 공유하는 과정이 너무 단순화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크랙은 이것이 단지 정서적인 면을 뛰어넘어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며 병력을 공유하는 방법으로도 좋겠다고 제안했다.

 

 <원주민의 귀환 : 하와이>에 대해서 심사위원들은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앱 내의 중요 지점들 중에 사용자가 자기가 원하는 곳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 크랙은 이 앱이 (미디어 제작자 로리 수미에 기획대로 10대를 위한 게임 형태라는 점을 고려하여) 과학이나 민족지학 교육에 사용하면 어떨지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공중시선> 발표가 있었다. 이 작품은 인터랙티브적 실험 영화로,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를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감시 불안을 이용하고 있다. 코즐로스키는 이 프로젝트가 에드워드 스노든의 NSA 폭로를 시사하는 것으로 추정하며, 다른 어떤 것보다도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 팀에 기술자로 참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베테랑 프로그래머 마이클 셰로터는 이번 해커톤을 다음과 같이 멋지게 요약하며 발표를 마쳤다. “제가 해커톤을 사랑하는 이유는 정말 실험적이기 때문입니다. 해커톤 자체가 미디어 제작자의 팔레트를 더 넓게 펼쳐주기 위한 것이죠.”


<공중시선>의 결과

 

 여기에 심사위원들이 자리한 이유는 우승자를 선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피드백을 해주기 위해서다. 참가자들 자체 선정 최고작은 <10블록 안의 세상>이었다.

 

*해당 결과물은 아래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www.pbs.org/pov/hackathon/previous-hackathon-projects.php

 

 

새 술은 새 부대에

 

 다큐멘터리 해커톤은 POV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2001년 설립되어 매년 뉴욕에서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는 트라이베카 영화 협회(TFI, Tribeca Film Institute)’201212Tribeca HACKS <케임브리지>를 시작으로 3개월마다 각기 다른 테마의 해커톤을 진행하고 있다. TFI의 해커톤은 꼭 다큐멘터리에 분야에만 한정되지는 않고 뉴미디어, 등을 다루기도 하지만, 돌아오는 10월에 이루어지는 해커톤은 3일 동안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 <DOK>으로 진행될 예정이다(참고사이트 https://tribecafilminstitute.org/programs/detail/tribeca_hacks)

 

 현 jTBC 사장 손석희가 MBC를 떠나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첨단 기술의 발전에 따라 독립 다큐멘터리 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회의 아픈 곳을 꼬집어야할 다큐멘터리 영화가 할리우드마냥 화려한 기술을 좇느라 본래의 역할을 못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애드난 웨이지의 말처럼 장편 다큐멘터리는 앞으로도 존재하겠지만, 다른 형태, 새로운 형태, 새로운 공동작업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사람들이 극장에서 다큐멘터리를 찾지 않는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을까? 관객이 인터넷상에, 스마트폰 앱에 접속해 있다면, 제작자 역시 빠르게 그 곳으로 접속해 들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것은 아직 실험 수준에 불과하다. 전통적인 극장 상영 방식, 긴 호흡의 장편 다큐멘터리가 전하려는 본질도 놓지 않고 이어가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찌 보면 또 다른 장르, 인터랙티브 혹은 상호소통 다큐멘터리의 미래는 해커톤처럼 다큐멘터리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였던 새로운 기획과, 제작, 유통 방식에서 찾아야할 지도 모른다. □

 

 

* 참고자료


주1. POV 해커톤 공식 사이트 http://www.pbs.org/pov/hackathon/


주2. 디지털 놀이터 : POV 해커톤 LA를 가다(원제 : A Digital Sandbox: POV Brings its Hackathon to LA)

 출처 http://www.documentary.org/magazine/digital-sandbox-pov-brings-its-hackathon-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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