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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9호 이슈와 현장] 서울을 문화적으로 만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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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4. 6. 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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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9호 이슈와 현장 2014.06.25]


서울을 문화적으로 만든다고?

-<서울의 문화권리 확대 및 문화예술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안들> 토론회를 마치고



최혁규(문화연대 활동가)


  우리에게 문화라는 단어는 매우 익숙하고 친숙하다 못해 일상적이다. 하지만 문화정책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전다. 정책이라는 단어가 주는 다소 딱딱한 어감이 문화가 주는 활력과 충돌해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을 바꿔 문화권리라고 하면 어떨까? 아직도 낯설게 느껴지는 개념이기는 하지만, 이 개념은 한 명의 인간으로서 문화적 삶을 살 수 있는 권리, 즉 자신의 생각을 문화적으로 표현하고 창작하고 이것들을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권리를 말한다. 이는 1948년 제정된 ‘세계인권선언’에서 사용했을 정도로 오래된 개념이고, 문화정책은 이를 이행하고 확대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공적인 약속이다. 그렇다면 문화정책이 그렇게 복잡하고 딱딱하지만은 않지 않을까? 우리의 손으로 우리의 삶을 더 문화적으로 가꿀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의 문화권리는 어느 지점에 있고 어떻게 이 권리를 실현시킬 수 있을까?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를 문화예술생태계적 관점에서 봤을 때 서울시민의 문화적 권리는 어떻게 실현되고 확대될 수 있을까? 6.4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423일과 58일 두 차례에 걸쳐 여러 문화예술단체들이 이런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평가하고 한 목소리로 모아 서울시 문화공약으로 제안하는 자리가 있었다. 문화연대, 세종문화회관 노동조합, 스포츠문화연구소,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서울시 문화공약 제안을 위한 문화예술단체 연속토론회 <서울의 문화권리 확대 및 문화예술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들>은 오랜 시간 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꾸준히 활동했던 단체들의 구체적 실천을 바탕으로 서울시의 문화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첫 번째 토론회는 참여 단체들이 활동하고 영역에서의 현황들을 공유하고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기존의 문화정책을 평가하고 새로운 그림을 제시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거시적 관점에서 문화예술 공유지 구축과 문화예술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들을 제시하는 것에서부터, 서울시 시네마테크 지원, 지속가능한 독립영화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방법들, 스포츠문화 활성화를 위한 방안과 같이 문화예술 장르별 과제들, 그리고 마을미디어 활성화와 생활문화공간의 지원 같은 생활권 단위의 과제들, 또한 예술가의 처우 개선과 같은 주체별 과제들이 다양하게 논의되었다. 문화적 가치가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서부터 도시 자체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서울이라는 공간과 그 안팎의 주체들과의 관계까지 확대되기 위한 각 단체들의 고민이 묻어나오는 정책과제들이었다.


  두 번째 토론회는 이전의 토론회에서 제시되고 토론된 내용들을 취합하고 정리해서 구체적인 문화공약으로 제시하는 자리였다. 이날 총 24개의 공약이 제안되었고, 이 공약들을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들이 오갔다. 제안된 공약들은 크게 문화행정 자체의 개혁에 대한 제안과, 문화공간과 문화기반시설 조성 및 지원에 대한 제안, 문화예술 지원과 문화예술인 지원에 대한 제안, 영상산업과 문화콘텐츠산업 등 문화산업에 대한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서울의 문화권리 확대 및 문화예술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안들

 

 

1. 시민주도 참여계획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도시계획의 혁신적 재구성

2.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직을 개방형 전문직으로 운영

3. 창의성에 기반한 생활권역(마을, 동네) 교육+문화+복지 통합정책 수립

4. 서울의 문화예술진흥 기본 제도 혁신 및 특성화

5. ‘생활기술 융합 제작센터설립을 통한 사회적 경제의 창조적 모델 창출

6. 소수자 및 취약계층을 위한 지역문화 공간 확충 및 지원 활성화

7. 서울 도심내 예술창작 공간 임대로 지원제도 도입

8.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활성화 및 지역 거점화

9. 도시와 농어촌을 쌍방향적으로 지원하는 (가칭)문화귀촌센터 설치

10. 서울시 (가칭)’문화예술인지원센터설립

11. 서울시민의 미디어기본권에 관한 선언 채택

12. 동 단위 마을미디어 큐레이터 배치

13. 서울시 주민/복지/문화 공간을 활용하여 동마다 마을방송국 설립

14. 자치구별 마을미디어지원센터 및 서울시 마을미디어 종합지원센터 조성

15. 시네마테크 지원 정책 활성화

16. 서울형 독립영화 지원 정책 수립 및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구축

17. 독립영화 창작 활성화를 위한 지원 확대

18. 독립영화 상영 및 배급 활성화

19. 건강도시 시스템 구축을 통한 생활체육 정책 활성화

20. ‘Play again’ 중고스포츠용품 상설 유통 시스템 구축

21. 스포츠기록문화콘텐츠 인프라 구축

22. 생활권 내 문화적 환경 구축을 위한 생활문화공간 활성화 정책 추진

23. 예술이 살아있는 도서관 프로젝트

24. 지속가능한 창작 환경 구축



  이 공약들은 공통적으로 문화예술생태계적 시각에서 개인과 공동채의 삶과 생활에 기반한 정책이다.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인해 파괴된 개인들의 주체성이나 공동체의 관계망을 회복하기 위한, 그리고 개인들이 창의성을 발휘해 자신과 공동체의 삶을 재구성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를 마련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들을 담은 정책 공약이다. 이는 문화적 권리의 실현만이 아니라 문화적 권리의 실현과 함께 문화를 매개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권리 또한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정책들이기도 하다. 가령 서울시민의 미디어기본권에 관한 선언 채택의 경우, 미디어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서울시민의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권리를 담은 내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권리의 실현을 위한 서울시 문화공약 제안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문화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삶의 조건들을 만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발걸음이다.

 

  물론 문화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이번 서울시 문화공약 토론회는 서울 시민의 문화권리 확대와 문화예술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정책을 구상해보는 자리였다. 제안된 정책이 각 문화예술 단체들이 각각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축적된 현장성과 전문성에 기반한 것들인 만큼, 이 정책들은 서울시장 후보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통치권자, 행정기관, 서울 시민 모두에게 제안하는 내용이다. 누구 하나가 실행시켜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고 실현시켜야 할 문화적 권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적인 문화부처의 개별적인 문화사업의 한계를 넘어 삶의 기반이나 도시 운영의 전반적인 원리로서 접근해야 한다. 이렇게 문화정책은 문화적 관계를 통해 도시의 지속가능한 삶의 조건들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서울시 문화행정의 과감한 개혁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것들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를 문화적으로 만드는 주체는 역시 우리다.

 

○ 1차 토론회 자료집

http://www.culturalaction.org/xe/center_01/640301

 

○ 2차 토론회 자료집

http://www.culturalaction.org/xe/center_01/640833



필자소개 최혁규

문화연대 활동가.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20대 초반 서울아트시네마 주변을 배회하며 보고 읽고 듣고 쓰고 이야기하며 지냈습니다. 예전처럼 극장에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영화를 고민하며 문화운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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