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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8호 이슈와 현장] 독립영화와 사회적 경제의 접점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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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4. 4. 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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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8호 이슈와 현장 2014.03.31]


독립영화와 사회적 경제의 접점 찾기

- 독립과 협동사이 강연 후기 


스이 (독립과 협동사이)


[편집자 주] 2014년 1월, 독립영화인들의 사회적경제 공부 모임인 ‘독립과 협동 사이’는 지속 가능한 독립영화의 길을 사회적경제를 통해 모색하는 기획 강연을 5차례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글은 강연 기획자이자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스이의 관점에서 본 강연 후기로 독립영화와 사회적경제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독립영화의 역사는 사람의 역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실천의 동력인 자본을 멀리하면서 독립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 없이도 일하겠다는 (기특한!) 사람을 동력으로 삼아야 했다. 그래서 ‘협동’이라는 용어의 표피는 낯설지만, 그 실체는 독립영화 진영에서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함께 하지 않으면 작품을 만들 수 없었고, 함께 하지 않으면 지금껏 버텨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열풍처럼 불고 있는 협동조합 붐 (* 2014년 1월 31일을 기준으로 3,597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고 한다.) 에 솔깃했던 것은 언제부턴가 자리잡혀버린 독립영화 1인 제작 시스템에도 적용해볼 수 있는 협동의 지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주변의 든든한 지인들을 꾀어내어(!) 협동조합에 대한 스터디를 하기 시작했다. 4명이 모인 스터디에서는 협동조합에 대한 책을 꽤 열심히 읽었는데, 그러면서 시장경제의 전제인 ‘이기적 인간’들끼리 협동이 가능할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주고받기도 하고 협동조합 사업 모델을 구상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가질 만한 다른 독립영화인들도 만나고 싶어졌다. 끝을 알 수 없었던 기획 강연은 그렇게 단순한 만남의 욕구(?)에서 비롯되었다.



▲ 독립과 협동사이 기획 강연 웹자보



  기획 강연의 근간을 이룬 문제의식은 크게 다섯 가지였다. ‘독립영화 진영에서 왜 사회적 경제가 필요한가, 사회적 경제는 무엇인가, 제작 영역에서는 그 동안 어떻게 함께 해 왔는가, 배급 영역에서는 어떻게 함께 해 왔는가, 앞으로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 


  5차례에 걸친 강연의 내용을 모두 요약할 수는 없지만 (* 구체적인 내용은 이 글 아래 자료집 파일을 참고해주시길) 강연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의 흐름을 강연 기획팀의 입장에서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가 아닌, 상호적인 존재로 보는 사회적 경제의 관점에서는 협동의 방식으로 공동의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 독립영화 운동 진영에서는 제작 집단이나 배급 프로젝트 등 제작과 배급을 공동으로 이뤄온 경험이 있었다. 최근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독립영화의 1인 제작이 가능해졌지만, 경쟁을 통한 제작지원금 획득이나 독립영화 배급사를 통한 유통 시도 등으로는 (유통 채널을 갖지 못한) 독립영화의 고질적인 유통/배급/선순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지점에서, 어떤 방식의 협동을 통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 독립과 협동사이 기획 강연 중 3강 ‘독립 다큐 공동제작 연대기’



  이 지점부터 막막해지기 시작한다. 마지막 강의 때도 ‘어떻게 협동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워크숍을 통해 협동이 가능한 지점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지 중지를 모아보려 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좀처럼 좋은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물론, ‘제작비 계’와 같은 재미있는 제안들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1인 제작 시스템에 익숙한 요즘의 제작자들로서는 협동의 방식을 상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협동은 사람 간의 일이기 때문에 ‘함께 해야 한다’는 당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협동을 ‘연습’하면서 사람 간의 신뢰를 쌓아갈 때 가능한 일인 것이다. 


  다섯 차례에 걸친 강연을 통해 들여다본 독립과 협동의 사이에는 ‘독립’이 갖는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과, ‘협동’ 가능성에 대한 회의와 의문, 그렇지만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서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한 절박한 동의와 어떻게든 협동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미한 기대가 뒤엉켜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예정된 강연이 모두 진행되고 나서 작지 않은 행사를 마무리했다는 후련함보다는 이 엉켜있는 결들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풀어낼 수 있을지, 함께 풀어낼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들로 오히려 더 큰 막막함에 직면해야 했다. 



▲ 사회적 경제의 관점을 고려해 ‘독립영화진영의 대응방식’을 정리한 표 - 1강 ‘나는 왜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중에서



  아직 모든 생각들이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중간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1인 제작자들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기대하는 독립과, 막막한 제작/배급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기대하는 협동이 양립하는 데에는 무수한 선결 조건들이 있기 때문에 당장 큰 규모의 협동을 꿈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기반 위에 성급하게 거대한 공동의 조직을 만드는 것은 누군가의 일방적인 헌신에 기대게 되거나, 조직 자체가 형해화 되기 쉽다. 오히려 작은 일에서부터 협동을 시도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즉, ‘어떻게 협동할 것인가?’ 이 밑도 끝도 없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군가 혼자 바쁘게 움직여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절박함을 가진 이들이 함께 이것저것을 시도해보면서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강연 이후 적지 않은 고민과 상상, 두려움과 흔들림의 과정을 겪고 나서, 다음 달부터 작은 실험들을 해보려고 한다. (시도될 실험의 내용은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 오픈세미나에서 공개할 예정이니) 머리와 손을 맞대실 분들은 연락주시길. □



 

* 관련 사이트

- 독립과 협동 사이 이메일:  indiencoop@gmail.com

- 독립과 협동 사이 강연 자료집 (다운받기 http://bit.ly/1ee7y7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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