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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찐’ 변화를 만드는 참여 저널리즘을 주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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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1. 4. 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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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공방송국이 어떻게 참여 저널리즘을 실천했는지를 기록하고 분석한 이 가이드북은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 본 글은 '마을미디어웹진 마중(2021.3)'에도 게재됐습니다.

 [ACT! 124호 리뷰 2021.04.09]

 

공동체의 '찐' 변화를 만드는 참여 저널리즘을 주목하다

- <참여 저널리즘 : 공동체에 귀 기울이는 보도를 위한 현장 가이드북> 추천의 글

 

박채은(독립미디어연구소사회적협동조합)

 

  지역방송, 지역미디어가 사라지고 있는 시대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 기반 동영상 서비스들은 애초부터 지역성보다는 글로벌또는 국가 단위의 현지화 전략에 초점을 두고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오랫동안 미디어 산업 내 지배적 지위를 차지했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역방송국을 통폐합하고 있으며, 시대의 변화를 쫓아 글로벌 OTT와 대적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그 중심을 이동하려 한다. 지나치게 개인화되고 상업화된 유튜브 콘텐츠들 사이에서 지역의 이야기, 공동체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은 아주 소수의 실험에 불과하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마을에 살고 있고, 공동체에 속해 있다. 우리 동네의 주먹 싸움이 다른 나라의 전쟁보다 더 중요하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마을 콘텐츠, 더 미시적인 공동체의 목소리를 담은 이야기들은 앞으로 더 절실해질 것이다. 기존 산업 시스템에서 만들어지는 미디어들 외에도 마을공동체미디어가 꼭 필요한 이유이다. 지난 10여 년 간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들이 서울과 지역에서 펼쳐졌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공동체미디어들은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과 공동체의 더 나은 변화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다. 지역 주민들, 공동체들의 참여를 통한 미디어 소통 활동이라는 점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에서 참여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핵심 가치이다.

 

  그런데 그동안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참여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마을미디어에 관심 있는 주민들이 참여해서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형태가 가장 많이 활용되는 참여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이 참여한다는 것만으로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지향하는 변화를 만들어내기는 역부족이다. 그동안 매체에서, 공론의 장에서 소외되고 배제되어 온 주민들을 더 많이 참여시키고, 지역 공동체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그 과정을 어떻게 조직하고 영향력을 만들어낼 것인가, 그 방법론에 대한 탐구와 실천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참여 저널리즘’이라 불리는 저널리즘 분야의 새로운 시도를 담은 가이드북을 소개하고자 한다. <참여 저널리즘 : 공동체에 귀 기울이는 보도를 위한 현장 가이드북>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에 있는 지역공공라디오방송국 <캡 라디오>(*주)에서 ‘참여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7년 넘게 이끌고 있는 저자 제시카 마리아 로스가 실제 주민들의 참여를 조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참여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캡 라디오>는 여느 지역라디오 방송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보다는 시나 공공기관에서 오는 보도자료 등에 기초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었다. <캡 라디오>는 공동체방송국은 아니었지만, 지역성과 공동체 참여를 강화하기 위하여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참여 저널리즘’ 실험을 시작했다.

 

▲ <참여 저널리즘 : 공동체에 귀 기울이는 보도를 위한 현장 가이드북> 표지

 

  이 가이드북은 참여 저널리즘을 이렇게 정의한다. 보도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공동체들과 대화를 통해 기사를 선정하고, 이해와 신뢰를 형성하도록 보도 과정을 설계하며, 보도를 넘어서 지역사회에 활기를 줄 수 있는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참여 저널리즘5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배제되는 목소리를 우선적으로 배치하여 지역의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는 포용적 태도, 보도과정이나 프로그램 제작과정에 더 넓은 공동체를 참여시키는 공동제작’, 그리고 어떤 이슈에 대해 지역 공동체의 공감과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대면 행사조직, 문제 제기만이 아니라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보도를 통해 공공성높이기, 마지막으로 보도를 넘어서 보도 과정을 통해 주민과 방송국 서로에 대한 신뢰,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공동체의 활력을 구축할 것을 제시한다.

 

  이 가이드북은 참여 저널리즘에 대한 이론적 접근이 아니라 실제로 방송국이 지역 주민들을 참여시키고, 더욱 섬세하고 적절한 공동체 보도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특히 지역의 참여 저널리즘 실무자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참여 저널리즘이 왜 중요한지를 경험과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 <참여 저널리즘 : 공동체에 귀 기울이는 보도를 위한 현장 가이드북> 목차

 

  가이드북은 5단계의 참여 저널리즘 과정을 소개한다.

 

  1단계는 방송국이 지역 주민들을 만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참여 저널리즘에서는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점심 의견 청취, 월드 카페, 현장 조사, 이야기 모임 등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편안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참여 저널리즘의 첫 단계이다.

 

  2단계는 지역 공동체의 장점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들을 발견할 때 지역의 부족한 점, 잘못된 점만을 부각하는 결함 찾기방식을 뒤집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참여 저널리즘에 기반하여 지역 공동체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장점을 찾는 커뮤니티 조직화 방법론을 제시한다.

 

  3단계는 사람들로부터 진짜 이야기를 모으는 과정이다. 저자는 커뮤니티 박람회’, ‘이동용 이야기 부스’, ‘공동체 미디어 워크숍등을 통해 추진력 있게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한다. 지역사회를 모으는 일은 농사를 짓는 것과 비슷하다. 먼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땅을 준비하고 세심하게 씨앗을 뿌리면, 더 많은 수확을 하게 된다. 이번 계절만이 아니라,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많은 수확을 하게 될 것이다.”

 

  4단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나아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편집본에 대한 의견 청취’, ‘프로젝트 자문단 구성’, ‘생방송 파티 열기’, ‘소규모 그룹 대화 모임등 다양한 청취 행사들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5단계는 보도 과정에서 지속적인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보도 프로그램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지역 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것은 보도 과정을 관리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참여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전체 과정에 걸쳐 사람들을 참여시켜서 신뢰를 구축하고, 공동체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며, 주민들이 방송국에 점점 더 많이 개입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일이다.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는 요즘 이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 전통이 위태로울 때, 우리가 보도하는 공동체들에 더욱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공공방송국이 어떻게 참여 저널리즘을 실천했는지를 기록하고 분석한 이 가이드북은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잘 하려면 어떻게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상적 개념으로서 참여가 아닌 구체적인 실천전략으로서 참여 방법론인 셈이다. 또한 기성언론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저널리즘의 관행들을 벗어나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해 저널리즘이 어떻게 새로운 힘을 얻게 되는지 현장의 경험을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 이 안내서가 마을공동체미디어들에게 참여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다양한 참여 저널리즘프로젝트들이 시도되는데 자양분이 되길 기대한다.

 

 

*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에 있는 지역공공라디오방송국 <캡 라디오> https://www.capradio.org


글쓴이. 박채은 (독립미디어연구소 사회적협동조합)

- 독립미디어, 미디어 임팩트에 관심을 두고 독립연구자들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액티비즘과 예술, 그리고 사회적 소통에 대한 화두를 실천하는 다양한 방법론을 고민하는 활동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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