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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8호 길라잡이] 봄, 다시 희망의 씨앗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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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3. 3. 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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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8호 길라잡이 2012.4.17]

봄, 다시 희망의 씨앗을!

최은정(ACT! 편집위원회)

개나리, 목련, 벚꽃이 망울을 틔우는 이른 봄.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ACT!>는 늦은 인사를 드립니다. 그간 안녕하셨나요? 지난 겨울은 잘 보내셨나요?

<ACT!> 78호 길라잡이는 지후님이 보내주신 리액트(Re:ACT!) 이야기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눈물이 찔끔 돌게 한 지후님의 리액트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먼저 그 동안 <ACT!>를 너무 ‘관성적으로 발행한 건 아닌가.’하는 반성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ACT!>를 “미디어운동의 담론에 대한 고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운동의 실천적 지평을 모색하는 미디어 활동가 집단”이라고 불러주신 지후님에게 과연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잘하고 있는가.’하는 의문이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ACT!>는 ‘그만큼 치열하게 그만큼 실천하고 있는가.’이기도 합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달에 한 번씩 인사를 나누는 사이, <ACT!>는 너무 익숙해지거나 당연해져버린 건 아닐까요. 그래서 “미디어운동의 담론을 고찰하고 미디어운동의 실천적 지향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가 걸어야 할 길과 그 길을 걷는 방법에 대해, 말 걸기를, 함께 이야기하기를, 오랜 기간 소홀히 했던 건 아닐까요. 이 때문에 우리의 목적지는 그저 모호한 경계의 어디쯤으로만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지후님이 <ACT!>에게 주신 과분한 독려와 조언은 내년이면 10살을 맞는 <ACT!>가 꼭 해야 할 이야기이자 전국의 많은 미디어 활동가들과 함께 해야 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 의미를 마음에 꼭꼭 새겨 올 한 해 <ACT!>는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2년 첫 번째 길라잡이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힘껏 낭비해보자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희망이라는 단어는 너무 먼 이상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조금은 간지럽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물 하고도 두 번째 죽음을 맞은 쌍용자동차노조와 깨부숴진 구럼비와 붉은 색으로 채워진 411 총선 소식을 들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고단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고단함은 장기투쟁사업장의 빛바랜 현수막만큼이나, 서울 곳곳에 여전한 남일당의 잔상만큼이나, 빌딩숲 사이에 버티고 있는 낡은 쪽방촌만큼이나, 오랜 시간 계속된 고단함이기도 합니다.

그 고단함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겁고, 너무나 힘겨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함께’라면 조금은 가볍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좀 더 충분히 ‘낭비’한다면 조금은 쉽게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주 많이,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차고 넘치도록 ‘함께’ ‘희망’을 이야기해야 그 작은 씨앗이나마 땅에 흩뿌려지고, 그 중 몇이 싹을 틔우고, 볕과 바람과 비를 맞으며, 자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절망하긴 쉬우나 희망하긴 어렵습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고단함 때문에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비관하고, 때로는 회피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쉽습니다. 지나온 길을 차분히 되짚고, 걸어가야 할 곳을 분명히 판단하고, 그 길을 올바르게 걷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단해진 씨앗은 쉽게 부서지거나, 쉽게 물러지진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함께’ ‘희망’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북돋아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 이른 봄. <ACT!>는 ‘함께’ ‘희망’하기 위한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현장 영상 활동가 지원 조직 및 네트워크를 위해 출발한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
‘다름’이 어우러져 새로운 ‘우리’를 꿈꾸는 미디어 네트워크 ‘오겡끼데쓰까’
보편적 권리를 요구하는 ‘장애인 영화관람권 쟁취를 위한 노력’
미디어운동과 퍼블릭 액세스의 새로운 플랫폼을 모색하는 ‘복지갈구화적단’
대안교육과 미디어교육의 접점을 찾으려는 ‘교사 대안의 길을 묻다’
소소하고 시시콜콜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담은 ‘전미네의 담벼락’과 ‘Me,Dear’

<ACT!>가 선택한 첫 번째 이야기에는 두 영상 활동가의 죽음과 몇 번의 실패와 접근 불가능한 주류 미디어의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 데 모아진 목소리가 있고, 또 다른 시작이 있고, 함께 하고픈 행동이 있습니다.

‘함께’ ‘희망’하기 위해 <ACT!>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은 바로 이것일 것입니다. 작지만 소중한 가능성을 찾아내고, 알리고, 말을 걸고, 꾸준히 이야기하는 것. 물론 김준호님의 말처럼 “수단과 방법은 좀 가리면서”말입니다.

그리고 이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지후님의 말처럼 “시련과 인내가 당장의 보상을 내어주지는 못할지라도 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하며 있어준다면 반드시 좀 더 아름답고 사람에 대한 예의가 살아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ACT!>도 믿기 때문입니다. “끝내는 생명이 죽음을 평화가 폭력을 이긴다.”는 작은 신부님의 말처럼 말입니다. 오는 봄, 다시 희망의 씨앗을 함께 뿌릴 수 있길 <ACT!>는 소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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