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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3호 학습소설] 人이 없는 전쟁 1부: 인공지능과 로봇의 일자리 침공에 대한 르포르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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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7. 5. 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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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3호 학습소설 2017.5.19]


人이 없는 전쟁 1부 

: 인공지능과 로봇의 일자리 침공에 대한 르포르타주


주일 (창작자)


학습소설 키워드 #인공지능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있는 사고, 학습, 자기계발 등을 컴퓨터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컴퓨터 공학 및 정보기술의 한 분야.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2016년 3월, 이세돌과 구글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4대 1로 승리하면서 이 기술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지 혹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적이 될지에 대한 주제를 두고 여러가지 예측이 있다.





1. 인공지능 비서 YA


  아침 6시. 벌써 눈이 떠졌다. 다른 때면 여전히 자고 있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다.  


  “좀 오래되긴 했지만 요즘 써도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유심은 안 꽂아서 전화를 하거나 외부에서 인터넷 하긴 힘들겠지만 집에서는 내 방 공유기가 있으니까….


  해온 언니가 예전에 자기가 쓰던 스마트폰을 선물해주었다. 게임하지 말고 숙제할 때 자료 조사하라고 준 거지만, 아직은 이걸로 뭘 할지 전혀 모르겠다. 그동안 친구들 걸 잠깐씩 만져본 적은 있지만 사용법도 모르고 앱을 어떻게 내려받는지도 모르거든. 언니가 바빠서 자세한 사용법을 배우려면 주말까지 며칠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게 조금 답답하지만 그때까진 혼자 이것저것 해보는 수밖에. 이 귀한 걸 선물 받은 게 어디야.


  “야! 오늘 날씨 어때?”


  언니가 알려준 인공지능 비서 YA를 불러봤다. 대학원 다니는 언니 친구가 만든 인공지능 비서 앱이라는데 애플이나 구글의 비서보다는 못해도 제법 쓸만하고 앞으로는 더 좋아질 거라고 했다. 많은 대화를 나눌수록 더 똑똑해질 거라고 했으니 자주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오늘 날씨는 아주 좋아. 아침과 한낮 기온 차가 심하니 학교 갈 때는 가벼운 겉옷 하나 입고 가는 게 좋겠어.”


  YA앱 화면에는 기온과 날씨, 미세먼지 수치 등을 나타내는 기호와 숫자가 떠있었지만, 소리로는 사람이 말하듯 평범한 대화형 문장을 내뱉었다. 고맙다고 말해볼까?


  “뭐 이런 것 갖고. 앞으로도 고마울 일이 많을 거니까 인사는 넣어둬. 이제 너 학교 갈 시간이지 않냐? 얼른 일어나서 밥이 나 먹어.”


  어? 어…. 원래 인공지능이 이렇게 싸가지 없는 거였나?



20세기 방식으로 교육을 받으며 21세기 로봇과 경쟁해야 하는 아이들



2. 교사는 사라질까?

 

  “요즘 언론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공부해볼까요?”

  

  창체시간. 컴퓨터 선생님이 책에도 안 나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공부하자고 한다. 할머니랑 뉴스를 보면 모든 사람이 떠들던 그 주제다. 


  “사물인터넷에 대해서는 얼마 전 설명했었죠? 앞으로는 인간과 로봇이, 로봇과 인공지능이 모두 연결될 거예요. 과거에는 한 분야의 성장이 반드시 다른 분야에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이젠 모든 게 연결되어 긴밀하게 협력하며 움직이고 가장 효율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이라는데 삼십분째 선생님이 혼자 떠들고 있다. 그걸 열심히 필기하라고까지 한다. 이게 창의적인가. 옆자리에 앉은 상민이가 자기 화면을 보라고 했다. 얘도 어지간히 지루했나보다.


  “앨빈 토플러라는 유명한 아저씨가 한국 교육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대. ‘한국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서 학교와 학원에서 하루 15시간 동안을 낭비하고 있다.’ 딱 우리 얘기지 않냐?”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 순간,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주아라.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되면 우리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왜 상민이가 아니라 나야. 침착하게 지금까지 필기한 걸 보자. 모든 게 연결. 효율성 추구. 불필요한 것이 사라지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자라지며 모든 이에게 가능성과 기회가 확산된다…. 이걸 잘 정리하면,


  “학교가 사라질 것 같아요.”


  선생님의 눈이 커졌다. 반 아이들도 웅성거렸다. 오늘도 찾아온 이 순간.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그런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수습하자.


  “아라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정말 궁금해서가 아니라 수업 분위기를 망친 게 불만이라는 듯 따지는 목소리였다. 뭐 한 두번 들어보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한국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서 학교와 학원에서 하루 15시간 동안을 낭비하고 있다.”


  선생님의 표정이 굳었다. 어떻게든 수습해야 한다. 뭐라고 말하지? 그때 상민이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내 공책 위로 올려놨다. 뭔가 잔뜩 써있었다. 난 공책을 보는 척 상민의 메모를 따라 읽었다.


  “지금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사람 수보다 많습니다. 초고속 인터넷도 섬이나 산속까지 보급되어 있습니다. 유튜브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매니아들이 책에도 나오지 않는 내용을 올리고 있고, 하버드나 MIT 같은 해외 명문대학들은 몇몇 강의를 MOOC란 이름으로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든 공부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 있는 이런 환경에서 학교가 왜 존재해야 할까요.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수업내용은 한 번만 녹화해서 각자 집에서 봐도 될 것이고, 계산 풀이에 대한 정답은 컴퓨터가 더 정확하게 알려줄 것입니다. 또 선생님 말씀대로 앞으로 단순하게 지식을 암기하거나 시험만 잘 보면 되는 직업은 사라질 텐데 굳이 학교란 공간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앉아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요?” 


  상민이 이 자식 너무 과격한 거 아니야? 맞는 말 같아서 따라 읽긴 했지만 이 정도면 할머니 호출각인데. 선생님은 충격을 받았는지 잠시 책상에 앉아 고민하기 시작했다. 쉽게 넘어가진 못할 것 같다. 얼른 쉬는시간 종이 치면 좋겠다. 시계를 보니 1분 남았다.

  앉아있던 선생님이 일어나 칠판에 큼직하게 적기 시작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 인간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아라가 알려준 앨빈 토플러의 말에 한 가지를 추가해야 될 것 같습니다. ‘곧 사라질 학교에 앉아’로요. 아마 교사란 직업도 사라지겠죠. 여러분 모두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을 텐데요, 앞으로 그런 일자리들이 어떻게 될지 조사해보는 게 숙제예요. 인간보다 더 빠르고 똑똑한 인공지능과 더 정교하게 작업을 하면서도 지치지 않는 로봇이 보급되면 인간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요? 다음주 창체 시간까지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미래를 예측해보는 게 숙제예요. 자신의 장래희망 직업이 어떻게 될지를 알아봐도 되고 사람들의 직업 전체에 대해 알아봐도 좋아요. 대신 인터넷으로 검색하지 말고 직접 일을 하고 계신 어른들에게 물어봐야 돼요. 알았죠?”


  학생들 모두 큰 소리로 대답을 하고 짐을 챙겨 교실을 빠져나갔다. 좀 심했다는 생각에 꾸중 들을 걸 각오하고 늦게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선생님은 멍한 눈빛으로 창밖만 바라봤다. 뭔가 실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상민이 이놈을 혼내줘야겠다. 하려면 자기가 하지 왜 나한테 그런 걸 내밀어서.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으면 누가 웃게 될까. 출처 : CNW Group Ltd


3. 식당 점원은 사라질까?


  친구랑 수다를 떨다가 아이스크림콘을 사먹으러 햄버거 가게에 갔다. 계산대 앞에 못보던 기계가 서있었다. 계속 지켜보니 사람들이 계산대가 아닌 기계 앞에서 주문을 했다. 화면을 눌러 원하는 음식을 고르고 신용카드를 집어넣으니 순식간에 주문이 끝났다. 잠시 후 직원이 주문번호를 확인하고 음식을 건네줬다. 극장에서도 표 살 때 저런 기계를 이용했던 것 같은데 햄버거 가게에도 들어오니까 신기하다. 친구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저게 보급되면 직원들 잘리는 거 아니야?”

  “그러게. 지금도 카운터에 한 명밖에 안 서 있잖아.”

  “저 기계 가격이나 전기요금이 알바비보다 쌀까?”

  “글쎄. 그건 모르겠네. 우리 컴퓨터 창체 숙제 여기서 할까?


  카운터에서 협조를 요청하니 거절당했다. 하지만 그냥 포기할 우리가 아니다. 한참 기다리다가 근무를 마치고 사복으로 갈아입고 문을 나선 언니 한 명을 붙잡았다.


  “언니, 안녕하세요. 뭣 좀 물어봐도 돼요?”

  “응? 뭔데?”

  “매장에 설치된 주문기계가 궁금해서요.”

  “아, 무인 주문 키오스크? 뭐에 쓰나 궁금해?”

  “아뇨, 사람 대신 주문을 받는 건 알고 있는데 그 기계가 사람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해서요.”


  질문은 내가 하고 친구가 메모장을 꺼내 열심히 적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귀찮아하던 언니도 진지한 우리의 모습을 보고 벤치에 앉아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국 매장에 설치하고 있는 중이다, 알아보니 가격이 몇백만원이긴 하지만 매달 기기 임대료 몇십만원만 내는 수준이고, 그조차 본사 차원에서 보급하는 거라 크게 부담은 없다, 예전에는 알바든 정직원이든 계산대 업무, 매장 관리 업무, 주방 업무 등을 돌아가면서 했고 지금도 그러고는 있는데 아무래도 키오스크 도입 이후에는 계산대 업무의 비중은 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당장은 계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응대하거나 기기 사용법을 안내해야 하기 때문에 갑자기 인력을 줄이진 않겠지만 모든 사람이 익숙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언니가 말했다.


  “그럼 기계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건데 걱정 안 돼요?”

  “이런 데서 일하면 멋있어 보이지? 예쁜 유니폼 입고 일하고. 근데 대부분 최저임금만 받고 있는 걸. 최저임금이 뭔진 알지? 어차피 다른 데서도 최저임금은 주니까 채용을 줄여도 별로 치명적이진 않을 것 같아. 다른 데 가면 되니까. 그런데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무인 주문 시스템을 도입하고 개인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식당들도 일본처럼 시스템을 도입하면… 그때쯤 되면 심각할지도 모르겠다. 꽤 많은 일자리가 동시에 사라지는 거니까.”


  짧은 인터뷰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무인 주문 기계를 운영하는 데는 최저임금 6470원보다는 적게 든다. 게다가 24시간 일할 수 있고 사람처럼 아플 일도 없고 시급을 올려달라고 말할 일도 없으니 굳이 도입을 마다할 필요가 없겠다. 내가 사장이라도 돈을 덜 쓰는 쪽을 선택할 것 같다. 아직은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봐야 할 것 같다.


    

상품을 가방에 넣고 계산대를 거치지 않은 채 나갈 수 있는 상점 ‘아마존고’.  



4. 편의점 직원은 사라질까?


  동네에서 제일 큰 편의점에 갔다. 손님이 많았다. 덕분에 직원들도 바빴다. 계산대에서 손님 응대하고, 진열대에 물건 갖다 두고, 편의점 앞 간이 탁자 청소하고. 거의 로봇처럼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일하는 직원들이 존경스러워보였다. 난 저렇게 빠릿빠릿하게 못 할 텐데. 사장님을 취재하고 싶어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손님이 모두 사라지기 무섭게 파라솔 밑에서 쉬고 있는 사장님에게 달려갔다.


  “안녕하세요!”

  “어, 아라 왔니. 할머니는 잘 지내시고?”

  “네. 요즘 슬슬 결혼식이 늘어나서 잔치 음식 만들러 다니느라 바쁘세요.”

  “좋은 일이네. 네가 집에서는 할머니 푹 쉬게 잘 도와드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네! 근데 뭣 좀 물어봐도 돼요?”

  “뭐가 궁금한데?”

  “아저씨는 돈 잘 벌어요?”

  

  아저씨는 껄껄 웃었다. 왜 그러지?


  “다른 편의점은 직원도 한 명 쓰고 사장님 혼자 일하는 곳도 많은데 여긴 늘 알바 직원도 많고 손님도 많아서요. 다른 곳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서 그럴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아저씨가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가서 하드 두 개를 꺼내왔다. 콘이 더 좋지만 할 수 없지. 나도 파라솔 밑에 앉았다. 인터뷰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드를 먹으며 학교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설명하고 궁금한 것들을 소나기처럼 쏟아냈다.


  “하나씩 설명하자. 먼저 우리 편의점은 다른 곳보다 영업이 꽤 잘 되는 편이야. 네 표현대로라면, 돈은 잘 벌고 있지.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꼭 아저씨가 부자란 이야기는 아니란다.”

  “왜요? 돈 많이 벌면 부자 아니에요?”

   

  아저씨는 긴 시간 동안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근처에 혼자 사는 가구가 많은데 오래 전부터 소포장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다보니 그게 잘 먹힌 것 같다, 편의점에는 할 일이 많은데 직원 한 두명으로는 모두 감당할 수 없어 여러 사람을 고용하고 있다, 총 매출액은 크지만 가맹점 본사에 내는 비용, 인건비, 그밖에 잡다한 비용을 모두 생각하면 그렇게 많이 남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힘들게 벌어서 다른 사람들 월급으로 줄 바엔 적게 벌고 다 가지면 되지 않나?


  “그렇긴 하지. 그런데 나 혼자 돈을 다 가져가면 우리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돈을 못 벌잖아. 그 사람들도 돈을 벌어야 나나 이 동네 골목에 줄지어 있는 구멍가게들도 장사를 할 수 있는 거고. 돈이 돌아야 경제가 활성화되는데 그 첫번째가 고용창출이란다.” 


  그동안 난 사업이나 취직의 목표는 돈을 벌려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다른 사람들과 마을 전체를 생각하는 거라고?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럼 저 밑에 있는 햄버거 가게처럼 무인주문시스템이 도입돼서 사람들이 잘리면 큰 일 나는 거예요?”

  “당연하지. 아마 점주들은 돈을 더 벌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누가 대신 생활비를 주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혼자 굶는 게 아니잖니. 나라도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기회를 주면 좋지 않겠어?”


  사장 아저씨가 휴대폰을 꺼내서 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영어로 설명이 나와서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림만 봐도 대충 감이 왔다. 사람들이 마트에 들어선다. 물건을 고른다. 계산대에서 돈을 내지 않고 그냥 걸어나온다. 신기한 모습이었다.


  “이게 뭐예요?”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아마존이란 회사에서 준비중인 마트의 모습이란다. 아마존고라고 해.”

  “사람들한테 물건을 그냥 나눠주는 곳이에요? 아무 거나 집어서 계산도 안 하고 그냥 가는 것 같은데.”

  “하하하.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 아마존고는 무인 편의점 같은 곳이야. 물건을 진열할 때야 사람 손이 가겠지만 물건값 계산이나 재고조사 같은 단순한 일은 자동으로 이뤄지지. 요즘엔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잖아. 가게에 들어갈 때 스마트폰의 신호를 잡아서 누가 들어왔는지 자동으로 파악한단다. 모든 상품에는 작은 칩이 붙어 있어서 매장 안에서 이동을 하면 어디로 가는지 누가 들고 갔는지가 실시간으로 컴퓨터에 기록되지. 물건과 누군가의 스마트폰이 매장을 나가는 순간 그 사람의 계좌에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니 굳이 계산대에 줄을 설 필요가 없겠지?”

  

  난 도난을 걱정했지만 아저씨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남은 하드를 깨어 물었다.


  “어차피 모든 물건에 달린 칩이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하고 있고 거기에 감시카메라나 출입구의 도난방지 시스템까지 결합하면 우리 가게처럼 사람 눈으로만 감시하는 것보단 더 안전할 것 같은데? 우리 가게도 나쁜 사람들이 집어가는 물건 손실액이 하루에 얼만지….”

   

  “그럼 앞으로 편의점에서도 일자리가 사라지는 거예요? 계산 안 하고 바로 집에 갈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요? 그게 몇 초나 걸린다고.”

  “우리 아라는 똑똑하니까 아저씨가 설명하는 걸 다 알아 들을 수 있지?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볼게.”

  

  진작에 하드를 다 먹은 나는 아저씨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다른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요! 하지만 아저씨는 내 신호를 못 받았는지 휴대폰으로 다른 영상 하나를 더 보여주었다. 배송 트럭 한 대가 고속도로를 지나고 있다. 어느 순간 운전사가 손을 떼고 뒷자리로 이동한다. 트럭은 운전사 없이도 원래 가던 길을 잘 간다.


  “이게 무인자동차에요?”

  “정확하게 말하면 자율주행차야. 무인자동차는 사람 없이도 혼자 돌아다니는 차를 말하는데 이건 컴퓨터가 혼자 운전을 하지만 사람이 필요하긴 하니까. 두 개는 다른 개념이란다.”


  이때부터 사장 아저씨의 설명이 조금씩 어려워졌다. 아마 머지않아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아마존고처럼 사람의 일자리는 줄어들 거다, 단지 인건비만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통산업 자체가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변화할 거다, 얼마 전까지 상점은 손님이 찾아와서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찾고 구매하는 공간이었지만, 요즘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든 접할 수 있고 인터넷으로도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은 이미 고른 제품을 집어가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요즘 소비자들의 취향은 워낙 뚜렷하기까지 하니까, 그런 점에서 편의점은 더 이상 상점이 아니라 물류창고의 최종단계일 뿐이다, 그런데 공간의 제약 때문에 상점 안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다 놓을 순 없고 비효율적이다, 실시간으로 수요를 파악하고 제때 필요한 곳에 제품을 배송하려면 어쩔 수 없이 자동화 시스템의 도입은 필수적이다, 또 유동적인 수요에 맞춰 배송을 하려면 사람의 운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운전자도 인간이다 보니 정기적으로 쉬어야 하고 실수도 하고 교통량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당연히 비용도 많이 들고 운전자의 안전과 제품의 정확한 도착도 담보할 수 없다, 세계적인 물류기업들이 도입하는 자율주행트럭은 해결책 중 일부일 뿐이다. 


  “우리 몸에서는 혈액이 일 초도 쉬지 않고 돌아가지? 물류나 유통산업 관계자들은 혈액순환과 같은 항상성과 효율성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의 발생이나 시간과 공간의 낭비는 곧 불필요한 지출이니까.” 

  

  편의점 아저씨 되게 똑똑하다. 그리고 착하다. 굳어가는 내 표정을 슬쩍 보더니 콘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갖다 주셨거든.


  “미국에선 드론이 날아다니며 택배 배송을 하고, 음식을 주문하면 귀엽게 생긴 로봇들이 집 앞으로 갖다 준단다. 아마 우리나라에도 머지않아 이런 것들이 도입되겠지?” 

  “으응…. 설명이 어려워서 모두 다 알아듣진 못하겠지만, 결국 사람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 같은데요? 특히 트럭운전사나 음식배달 알바들은 로봇으로 다 대체되겠죠?”



벤츠의 자율주행트럭 주행 모습. 운전사의 피곤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되진 않았다.



  마침 편의점 앞으로 택배트럭 한 대가 지나갔다. 아이스크림이 먼지에 덮이지 않게 몸을 틀어야 했다. 트럭을 바라보던 아저씨가 말했다. 


  “저 기사님들이 한 건 배달하면 받는 돈이 오백원 안팎이야. 배송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서 수당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는데 무인이든 자율택배트럭까지 다니면 그마저도 못 버는 일이 벌어질 거야. 아마 택시나 버스기사님들도 줄어들지 않을까?”

  “대중교통도요?”

  “그럼. 화물이 안전하게 배송되면 여객 운송에도 자율주행차나 무인자동차가 앞다투어 도입되겠지. 정해진 노선만 운행하는 대중교통이라면 일반 자가용보다 먼저 도입될 것 같은데? 지금도 어떤 전철들은 기관사 없이 무인운행하고 있거든. 또 자동차로 미어터지는 도로를 잘 지켜보면 대부분의 차엔 한 사람만 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만약 카풀처럼 근처에 사는 여러 사람들이 자율주행차 한 대로 함께 출퇴근을 한다면 어떨까. 길도 덜 막히는 건 물론이고, 출퇴근길에 긴장하며 운전하는 노동이 사라지니 훨씬 덜 피곤하거나 다른 유익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버스 택시기사가 주는 것을 넘어 자동차 전체의 대수도 줄어들 거야.” 

  

  하긴…. 예전에 뉴스에서 자동차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도로가 아닌 주차장이라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주차 공간을 찾는 차량이 만들어내는 정체가 도로를 막히게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도 하고.


  “들을수록 첩첩산중이네요. 편의점 직원도 사라지고, 배송트럭 기사도 사라지고, 대중교통 기사도 사라지고, 자동차까지 줄어들면 자동차 공장 노동자도 줄어들 거고….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이 옮겨 갈 직업이 새로 생길까요?”

  “글쎄다. 그건 아저씨도 잘 모르겠다. 예전 산업화가 진행되던 시기에는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도시나 공단으로 이동하며 많은 월급을 받는 일자리를 얻기가 수월했는데 지금처럼 절대적인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에선 그런 일이 가능할지 모르겠네. 여기부턴 많이 배운 사람들과 정치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 같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친 사장 아저씨는 손님이 밀려들자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재빨리 큰 소리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뭔가 많이 적혀있는 탁자 위 메모장을 보니 걱정이 됐다. 미래에는 인간을 위한 일자리가 남아 있을까? 내가 일할 곳이 존재하기는 할까? 로봇은 단순한 반복작업을 잘하고 인공지능은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른 계산과 분석을 잘 한다니 그것과는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직업을 구할 수 있진 않을까?

  아직 어떤 결론을 내리진 못하겠다. 내일부터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호기심도 호기심이지만 나 때문에 내준 숙제니 창체 선생님에게 당당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


————————————— 참고자료 ————————————— 

무인주문 시스템 소개자료 : http://www.trosvision.com/trosvision/files/trosvision_ecatalog_kor_20150715.pdf

일본 무인편의점 뉴스영상 : https://www.facebook.com/tvasahinews/videos/1065785720215834/

미국 아마존Go 소개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NrmMk1Myrxc

배송회사 UPS의 빅데이터 활용사례 기사 : http://mediasr.kr/archives/6583

배송회사 UPS의 빅데이터 활용사례 영상 : https://youtu.be/DbYyzaLeXJ8 

아마존 물류창고 로봇 소개영상 : https://youtu.be/UtBa9yVZBJM

아마존 드론배송 소개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vNySOrI2Ny8

음식배송로봇 소개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Fj9NG7g0PSAtSc

음식배송로봇 기사 :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70512071024&type=det&re=#


버드와이저 자율주행트럭 소개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ctjSPBlPcxc

자동주차기능이 가져다 줄 변화 기사 : http://www.hani.co.kr/arti/economy/car/762740.html

자동주차기능 소개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gxKI99iDI_Y




[필자소개]

주일 (창작자)

해양학자-프로그래머-경찰-소설가를 거쳐 지금은 창작자라는 꿈을 10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전해진다. 

영화를 비롯한 각종 영상제작을 하고 있으며 가끔 학교안팎에서 젊은 학생과 늙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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