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03호 작.큰.영화제 2017.5.19]
영화로 연대를 만드는 장, 대구사회복지영화제
성상민 (ACT! 편집위원회)
대구, 바로 옆 경상북도와 함께 ‘TK’라 묶이며 ‘보수 세력의 본산’이라 불리는 도시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해방 직후까지 ‘한국의 모스크바’라고 불리며 혁명적인 운동가들이 결집했던 대구는 한국 전쟁과 군사 쿠데타를 거치며 정치적 성향이 정반대로 굳게 되었다. 지역감정이 거세지며 대구 지역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은 더욱 강해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1번’을 찍는 동네, 부산 이상으로 지독하게 보수적인 지역. 그나마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부겸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보수의 이미지가 약간 탈색되었지만, 여전히 타 지역 사람들이 대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좋지 않다.
한시적이었던 공대위, 영화제를 통해 꾸준히 모이다
[사진 1] 제 8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포스터
필자 역시 대구를 그저 보수적인 동네로 생각했었다. 그러다 보니 2015년에 처음 알게 된 대구사회복지영화제가 너무나도 인상적일 수밖엔 없었다. 단순히 대구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영화제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서울인권영화제나 장애인인권영화제 같이 사회운동 조직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영화제들은 이미 존재했었기 때문이다. 단지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그것도 소위 ‘보수 세력의 본산’이라 불리는 대구 지역에서 진보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단체들이 연대하며 꾸준히 열리고 있을 따름이다.
게다가 대구사회복지영화제가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롯한 공공기관은 물론 이렇다 할 기업 스폰서도 없이 열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2017년에 8회 행사를 맞이한 것이 기적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더군다나 2016년 7회 영화제를 제외하면 모든 영화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관람료가 관객 수입의 전부이다. 인심 좋은 밥집 주인도 손님들에게 밥값은 받건만,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관객들에게 많은 것을 퍼주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이런 ‘인심’이 가능한 것은 결국 대구사회복지영화제가 ‘영화 산업'의 장이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에 존재하는 사회운동 단체들이 연대하는 장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교조와 같은 노동조합들의 지역지부부터 대구장애인인권연대나 우리복지시민연합과 같은 지역의 장애인-사회복지단체, iCOOP생협 같은 협동조합들이 매년 합심하여 영화제를 기획하고 주최한다. 물론 영화제를 꾸리기 위한 운영비도 함께 분담한다.
처음부터 이들이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서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 이들 단체가 처음 모인 계기는 2007년 경북대학교병원에서 발생한 간병인 탄압 문제였다. 당시 경북대병원은 간병인들에게 식권 지급을 중단하고,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에 가입한 간병 노동자들이 사용하던 노조 사무실을 일방적으로 폐쇄하는 등의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와중에서 경북대병원이 기존에 자체적으로 고용하던 간병인들을 내쫓기 위해 간병을 외부용역으로 돌리려 시도하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었다. 그렇게 2007년 대구/경북 지역 사회운동단체들이 집단적으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간병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대구지역 공동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약 1년 간 이어진 파업 투쟁 끝에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대다수 공동대책위원회의 운명이 그렇듯, 당면한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해산뿐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거부하고 계속 모이기로 했다. “노동탄압 문제가 경북대병원만 해결한다고 끝날 문제도 아니고, 이 지역에선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니 꾸준히 모여 이야기할 연대체의 필요성을 느낀거죠.” 영화제의 공동조직위원장인 우리복지시민연합의 은재식 사무처장은 당시의 상황을 그렇게 설명했다. 꾸준히 지역의 사회단체들이 함께 모이는 장으로서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구상되었고, 2010년 첫 번째 막을 올리게 되었다.
[사진 2] 영화제가 폐막하기 하루 전, 영화제를 올해도 무사히 치러냈다는 것을 자축하는 뒷풀이가 열렸다.
영화제라는 형식에 거부감이나 저항감은 없지 않았을까. 대구사회복지영화제의 공동 주최 단체 중 하나인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한 활동가는 처음 영화제에서 함께할 무렵을 이렇게 회상했다. “사실 영화제라는 형식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었어요. 그저 제가 소속한 단체에서 같이 영화제를 만들어 함께하자고 결의하니까 영화제를 함께하게 된 거죠.” 하지만 영화제가 열린 지 어느덧 8년차, 활동가의 생각도 조금은 바뀌었다. “여기 영화제가 단순히 영화 몇 편 보고 끝날 행사였다면 이렇게 계속 많은 단체들이 함께하지는 않았겠죠. 영화를 통해서 여기 대구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고, 같이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그 말대로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각자의 업무와 삶에 지친 사회운동 활동가들이 많은 이들을 만나며 찰나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마당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공공운수노조 한국정보화진흥원 노동조합에 소속된 한 조합원은 영화제를 통해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원래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하던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역 균형 개발을 이유로 2015년 대구와 제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회사에 처음 입사할 때부터 언젠가는 대구로 가겠구나.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했었어요. 그런데 정작 회사가 대구로 가고 집도 대구로 옮겼는데, 너무나도 마음이 헛헛한 거예요. 대구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데,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주중에 잠시 몸만 대구에 두고서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가기에 바빴으니까요.”
새로운 공간에서 적응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공공운수노조가 그에게 대구사회복지영화제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렇게 한국정보화진흥원 노동조합은 2017년부터 대구사회복지영화제와 함께 하게 되었다. “그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죠. 물론 시위나 집회에서 사람들을 보긴 하지만, 시위가 아닌 자리에서도 계속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타지에서 온 사람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꼭 집회가 아니더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대구사회복지영화제가 좋아요. 함께 모이기 쉽지 않은 사람들, 한 곳에서 다 볼 수 있어서….”
한편으로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일종의 ‘해방구’가 되기도 했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다음 침공은 어디?>에 대한 씨네토크를 진행한 경북혁신교육연구소의 김용식 사무국장은 영화제가 지역 사람들에게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말해주는 것이 좋다고 평했다. “교육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제가 사는 이 지역이 이래저래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다른 지역들은, 심지어 경상남도나 강원도에서도 소위 진보 교육감이 들어섰는데 여기 대구-경북-울산은 여전히 보수 교육감이 위세를 떨칩니다. 심지어는 최근에 울산 교육감은 비리 문제로 구속되었잖아요. 제가 저지른 일도 아닌데 많이 부끄럽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올해 대구사회복지영화제에서 <다음 침공은 어디?>가 상영된 것은 김용식 국장에게 너무나도 각별했다. 경북, 울산은 물론 대구 지역에서도 제대로 개봉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미국인을 중심으로 제작된 영화에, 워낙 다양한 영역의 사안을 다루고 있다 보니 정신없긴 합니다. 하지만 마이클 무어가 만든 다른 다큐멘터리가 그랬듯,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분명 있거든요. 그러나 여기서는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도 얼마 없고, 토크 프로그램 같은 건 꿈도 못 꾸죠. 의미 있는 작품을 여기 모인 관객들에게 말할 수가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이 작품 말고도 다양한 영역을 다룬 작품들을 상영하니, 너무나도 소중할 수밖엔 없죠.”
영화에 대한 애정, 지역 사회와 만나다
[사진 3] 8년 째 대구사회복지영화제의 프로그래머로 활약하고 있는 김상목 프로그래머.
김용식 국장의 말대로 대구사회복지영회제는 무척이나 다양한 의미를 지닌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다. <천에 오십 반지하>, <혁명을 위한 제안>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호평받은 다큐멘터리는 물론 <파노스와 요르고스 그리고 당나귀> 같이 수작이나 한국에선 제대로 된 개봉 기회를 잡지 못하고 IPTV용으로 전락한 작품들도 다시 빛을 볼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 <박근혜정권퇴진행동 옴니버스 프로젝트 ‘광장’> 같이 시의적절한 작품도,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화면-음성 해설이 삽입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접근 장벽이 없는) 영화도 모두 대구사회복지영화제에서 볼 수 있다. 크기는 작아도, 내실 만큼은 어느 큰 영화제 못지 않은 셈이다.
영화제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상목 프로그래머는 영화제가 다양한 작품들을 대구-경북 지역에 소개하는 ‘쇼케이스’ 역할을 겸한다고 일찌감치 필자에게 말한 바가 있었다. “대구에는 영화관이 많아도, 다양한 작품들은 상영되지 않습니다. 예술-독립영화 전용관이라 해봤자 동성아트홀, 오오극장, 그리고 CGV 아트하우스 1개관이 전부죠. 개봉하는 영화들도 제대로 상영될 자리가 없는데, 영화제를 통해서만 겨우 볼 수 있는 작품은 어떻겠어요. 그런 점에서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사회적인 가치를 지닌 작품도 틀지만, 다양한 작품에 목마른 사람들을 위한 장이기도 한 것이죠.”
영화제의 단골 관객이었던 이석범 씨는 대구사회복지영화제를 통해서 그간 극장에서 보고 싶었지만 대구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2013년부터 영화제를 알게 되었어요. 지금은 그래도 오오극장이라도 있지만, 그때만 해도 대구에는 예술영화관이라고는 동성아트홀 밖에는 없었거든요. 게다가 거기는 해외 예술영화를 위주로 틀어서 독립영화를 보는 게 더 쉽지 않았어요. 오오극장에서 활동하시는 권현준 감독이 만든 대구 지하철 문제에 대한 다큐멘터리 <탈선>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어요. 굳이 멀리 부산까지 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죠.” 그 인연 덕분일까. 석범 씨는 김상목 프로그래머의 제안으로 올해 영화제에서 상영본을 검수하는 스탭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사진 4] 올해 대구사회복지영화제의 스탭으로 활약한 이석범 씨. 그는 영화제를 통해서 대구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작품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석범 씨 외에도 많은 관객들이 대구, 경북에서 쉽게 못 볼 작품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오오극장에서 만난 한 대학생 관객은 우연하게 TV를 보다 영화제를 소개하는 뉴스를 보고 무작정 극장에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사실 시간표를 잘못 보는 바람에 원래 보려던 작품이 아니라 다른 걸 봤어요. 그런데 그 작품도 괜찮더라고요. 영화제가 아니었으면 블록버스터 말고 다양한 영화가 있는 것도 몰랐을 테고, 오오극장 같은 영화관이 대구에 있는 줄도 몰랐을 것 같아요.”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불빛 아래서>의 조이예환 감독 역시 대구사회복지영화제가 지역적인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자란 서울 촌놈이라서… 최근에서야 이런 영화제가 있는 걸 알았어요. 솔직히 독립 다큐멘터리들, 정말 크게 걸리지 않고서야 수도권이나 부산에 있는 영화제나 극장에서만 볼 수 있단 말이에요. 그 조차도 얼마 되지 않는 공간이지만, 그러다보니 더 안전하게만 소비되는 느낌도 들고. 영화에 대해서 마음껏 말하고 싸울 여지가 없는 게 아쉬워요. 그래서 대구사회복지영화제가 제 작품을 불러줘서 너무 반가웠어요. 제 작품이 수도권을 벗어나 대구라는 공간에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여지를 준 것 같아서.”
공교롭게도 <불빛 아래서>를 보러온 관객 중에서는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로컬 밴드이자 펑크 밴드인 '드링킹 소년소녀 합창단'의 멤버들도 있었다. 애초에 <불빛 아래서>가 홍대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 활동했지만 결코 녹록치 않은 인디밴드를 다룬 다큐멘터리였기에, 그래서 보러 온 것이었을까. ‘드링킹 소년소녀 합창단’의 멤버들에게도 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들을 수 있었다. 남자 멤버 한 명이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좋아하는 밴드가 나와서 <불빛 아래서>를 꼭 보고 싶었거든요. 올해 영화제 개막작이 그 작품이라기에, 영화제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는 인디밴드 ‘웨이스티드 쟈니스’를 가장 좋아하며, 특히 메인 보컬인 멤버 ‘안지’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멤버 자체로써의 매력도 있지만, 드링킹 소년소녀 합창단의 멤버들과 동년배였기 때문이다. “영화도 좋고, 영화에 나오는 웨이스티드 쟈니스가 직접 대구까지 내려와 개막 공연도 해서 정말 죽였어요. 그래서 다른 멤버들도 불러서 이번에는 다 같이 한 번 더 보기로 한 거예요.”
다른 여성 멤버 한 명이 이어서 이야기를 꺼냈다. “솔직히 다큐멘터리가 저희들 이야기 같았어요. 대구에서 작은 영화들 볼 곳이 오오극장, 동성아트홀 두 곳 정도 밖에 없듯이 여기도 라이브 클럽 진짜 없거든요. 홍대에서 밴드하는 것도 힘든 마당인데, 대구에서 하는 것도 더 쉽지 않아요. 그래서 너무 공감이 갔어요. 이런 영화제 대구에서 좀 더 생기면 좋을 텐데.”
[사진 5] 올해 대구사회복지영화제의 개막작 <불빛 아래서>를 연출한 조이예환 감독.
Film Festival Must Go On! (영화제는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한다!)
이렇게 영화제에 대해 애정을 가진 관객들이 많지만, 대구사회복지영화제가 평탄한 길을 걸은 것만은 아니다. 김상목 프로그래머는 지난 4월 22일, 영화제가 폐막하기 하루 전 날이 돼서야 대구에 내려올 수 있던 필자에게 반농담조로 이렇게 말을 했었다. “개막식에 왔으면 좋았을텐데. 사람들도 꽉꽉 들어차고 공연도 흥미롭고. 대선이 얼마 안 남아서 그런지 단체 관람이 많이 줄었더라고.” 어차피 티켓값을 받는 영화제도 아니었지만, 좀 더 많은 관객들이 찾아오지 않은 것을 내심 아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던가. 영화제를 함께하는 언론노조 지역지부가 물심양면으로 함께한 덕분에 올해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대구MBC, TBC를 비롯한 지역 언론에 많이 소개될 수 있었고 영화제를 잘 몰랐던 지역 주민들도 많이 올 수 있게 되었다고 김상목 프로그래머는 폐막사에서 밝혔다. “심지어는 서울, 경기, 울산 등에서도 찾아온 관객들도 있었습니다. 저희 영화제는 무료니 비싼 교통비를 관람료처럼 쓰고 찾아온 셈이죠. 덕분에 총 관객수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모든 걸림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조직위원회에 뭉친 단체들이 모은 운영비와 후원금이 영화제 운영 자금의 전부이다, 영화제의 독립성은 지킬 수 있지만, 갈수록 영화 수급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영화제는 많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영화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제를 찾기 위해 수많은 노력들을 아끼지 않았다.
그 노력은 단순히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비하 발언을 트위터로 내뱉어 논란이 된 소설가 츠츠이 야스타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상영을 고심 끝에 취소하는 것은 물론, 비록 대관 비용 문제로 4월 22일 단 하루만 상영할 수밖에 없었지만 오오극장을 상영관에 추가하며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킨 것도 영화제가 다양한 이들과 함께 하려는 노력이다.
대구 지하철의 노조 탄압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탈선 derailed>의 연출자이자 오오극장에서 기획홍보팀장을 맡고 있는 권현준 감독은 올해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대구사회복지영화제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대구에 사실 영화제가 없던 건 아닙니다. 단편영화제도 있고, 여성영화제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여지가 부족했죠. 그런 와중에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다양한 측면으로 노력했던 면이 있어서 참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메인 상영관인 동성아트홀을 가려면 계단을 이용해야만 해서 ‘사회복지’를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이 찾아올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비록 단 하루뿐이지만, 영화제의 상영관이 되어 접근성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것에 기여할 수 있어서 다행이죠.”
[사진 6] 비록 단 하루였지만, 대구의 유일한 독립영화전용관인 ‘오오극장’이 대구사회복지영화제의 상영관이 되며 장애인들의 접근성이 대폭 향상되었다.
<박근혜정권퇴진행동 옴니버스 프로젝트 ‘광장’>의 GV에서도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해당 작품에서 성주 지역의 사드 반대 투쟁을 그린 에피소드 <파란 나비>의 감독이자 그날 GV의 게스트로 초청된 박문칠 감독에게 누군가 질문을 했다. “작품은 무척이나 잘 봤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 퇴진이, 사드 반대가 어떻게 영화제가 내건 ‘사회복지’하고 연결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박문칠 감독은 그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당연히 이런 이야기들도 사회복지가 맞죠. 불쌍한 사람들 돕는 것만이 사회복지는 아닙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잘 살 수 있도록 만드는 모든 행동과 정책이 사회복지죠.” 그 대답대로 영화제는 무척이나 노력하고 있었다. 지역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영화를 상영하는 소개의 장에서 시작해, 사회를 바라보는 폭 넓은 시선을 지역에서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서 말이다.
단순히 영화제를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 그저 지역 영화인들을 부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지역성의 전부가 아니었다. 지역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영화제가 지역과 함께하는 길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영화제 제목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사회복지’처럼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대구사회복지영화가 열린 그 순간 대구는 결코 ‘보수의 본진’이 아니었다. 수도권보다 훨씬 더 영화제와 사회가 만날 수 있는 여지를 고민하는, 8년째 지속 중인 활발한 실험의 장이었다.
[사진 7] 2017년 대구사회복지영화제의 폐막식이 열리는 동성아트홀의 로비를 가득 메운 관객들의 모습. 앞으로도 대구사회복지영화제가 대구를 대표하는 것은 물론, 영화제의 역할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영화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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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성상민(ACT!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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