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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3호 이슈와 현장] 시위 현장의 안과 밖 사람들 -360도 VR카메라로 촛불 집회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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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7. 5. 1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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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3호 이슈와 현장 2017.05.19]


시위 현장의 안과 밖 사람들 

- 360도 VR카메라로 촛불 집회를 담다


대담 참여자 : 주일(창작자) + 김송이(미디액트)


 2015년 제31회 선댄스 영화제 뉴 프론티어 부문에서 VR로 만든 가상현실 영화 9편이 상영되었다. 영화제 부대행사에서는 VR기기 제작업체 ‘오큘러스’에서 만든 가상현실 비행시뮬레이터 Birdly를 선보였다. Birdly는 2분짜리 VR 체험영상이었다. 이를 체험 해보기 위해 영화제 관객들이 두 시간 가까이 줄을 섰다고 한다. 2014년에는 페이스북 CEO 주커버그가 오큘러스 리프트를 인수했고, 유튜브에 이어 페이스북에서도 360도 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미디액트에서도 미디어운동과 VR의 접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했다. 2016년 하반기, ‘VR제작단’을 꾸려서 미디액트 수강생을 비롯하여 VR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몇 번의 기획회의를 거쳐서 당시 한창 진행되던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을 VR로 담기로 했다. 이 대담은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VR 제작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VR과 미디어운동의 접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하는 고민을 담기 위해 마련되었다. 당시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한 김송이(미디액트)와 제작을 총괄한 장주일이 주로 얘기를 나눴다. 당시 제작된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영상을 먼저 감상하고 아래 대담을 읽어보면 좋겠다.


추천하는 감상방법은 아래와 같다.

1. VR 고글이 있다면 고글을 쓰고 본다.

2. 고글이 없다면 스마트폰 전체화면으로 폰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본다

3. 컴퓨터로 본다면 마우스로 드래그하면서 화면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본다

※ 후반부 무대 장면은 양쪽 소리가 다르므로 이어폰을 끼고 보면 더 좋다.



[미디액트랩] 길가에 버려지다_VR360영상_광화문 촛불집회 11월 26일

https://youtu.be/KJQhGnB1m1c




VR을 선택한 이유


김송이(이하 송): 작년 10월쯤,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에서 진행한 <차세대 시민영상콘텐츠 지원사업>으로 VR제작교육 및 작품 제작을 진행했다. 제작단을 꾸리면서 <ACT!> 100호에서 주일씨가 쓴 가상현실을 다룬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 그걸 보고 자연스럽게 연락을 하게 되었다. 프로젝트 합류 의뢰를 받고 어땠나?


장주일(이하 주): 미디액트에서는 왜 360도 VR 매체를 선택했는지 제일 궁금했다. 같은 사업을 진행한 다른 미디어센터는 UHD나 드론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송: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미디어 운동에 적용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흥미를 끌었던 게 360도 VR이었다. 평소에 미디액트 스텝들이 하는 세미나를 통해서 해외 VR 작품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VR을 주로 산업적으로만 접근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극적인 오락성 체험 콘텐츠나 성인물만 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를 보면 VR을 통해서 사회적인 주제를 다룬 콘텐츠 제작이나 여러 시도를 이미 많이 하고 있었다. 미디액트도 그런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주: VR은 다른 기술들보다 일상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이 있다. VR을 보려면 고글도 필요한데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다.


송: 유튜브에서 360도 영상을 쉽게 볼 수 있고, 값싼 구글 카드보드지로 고글을 만들 수도  있어서 기술 자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아직 익숙하지 않고 콘텐츠가 부족한 한계는 있지만.


주: 제작은 전문가들 중심으로만 이루어져 온 게 현실이다.


송: VR 제작이 보편화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주: VR 고글 자체가 일상생활과 분리를 유도한다. 특수한 체험으로서 어떤 공간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대리 체험을 하게 해주는 정도이다. 기술적 호기심 이상의 창작자, 감상자로서의 더 큰 호기심은 생기기 힘든 점이 있다.


송: 공감한다. 개인적으로도 팀이 꾸려지고 나서 자료 조사를 하면서 여러 자료들을 접하고서야 비로소 VR과 친숙해졌다.


△ 대담에 함께한 김송이(왼쪽), 장주일(오른쪽)



VR의 특징


주: 프로젝트에 참여한 팀원들 중에서는 그 전에 고글을 착용해 본 적도 없는 분이 많았다. 외국 밴드의 공연 실황(무대 위, 관객석까지 기록된 360도 영상)들을 보여주면서 VR을 소개해줬다. 구글에서도 360도 영상을 꾸준히 제작 중이다. ‘구글 스포트라이트 스토리즈’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도 소개했다. 운전석에 있는 아빠와 뒷좌석의 딸을 360도 카메라로 찍은 영상인데, 감상자가 자신이 바라볼 위치를 선택해 볼 수 있다. 외화면 영역을 사운드로 추정하던 기존의 프레임 위주의 영화와 달리 VR은 감상자가 보고 싶은 곳을 실시간으로 선택해서 볼 수 있다. 때문에 감상자의 역할이 기존에 주어진 영상을 보기만하는 것을 넘어서 좀 더 능동적으로 변한다.

(참고: 스포트라이트스토리즈 <Pearl> https://www.youtube.com/watch?v=WqCH4DNQBUA)


송: 건물 사이를 오가면서 촬영한 영상도 함께 봤다. 건물에 뚫린 창 사이를 오가면서 촬영한 영상이다. 이걸 소개하면서 360도 카메라 촬영시 유념해야할 점이 공간이라는 것을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참고: OneRepublic의 Kids 360version https://www.youtube.com/watch?v=eppTvwQNgro)


주: 360도 VR 영상은 공간 전체를 잡으니까, 기존의 영상 제작 방식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외화면 영역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화각 안 공간만 신경 썼다면, 이제는 카메라가 위치한 공간 전체를 신경써야 한다.



촛불집회를 VR로 담다


송: 광화문 촛불 집회를 찍자고 했을 때도 공간성에 좀 더 주목했던 것 같다.


주: 탄핵정국 당시,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이라는 공간이 중요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했다. 그곳을 담고 있는 영상들은 아주 많은데, ‘이 공간 한가운데 360도 카메라를 하나 세워놓는다면 어떨까‘ 했던 것이다.


송: VR은 다방면에서 촛불 집회의 분위기를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영상보다 더 나아간 매체라고 생각했다. 집회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인식도 있기 때문에, 지금 광화문 집회의 분위기를 그대로 잘 포착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그 외에 초반 기획에는 젠트리피케이션, 세월호 등의 주제도 있었다. 기획회의 때 주일씨가 VR을 통해 다음 로드뷰가 못하는 것을 해보자라고 제안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결과적으로 ‘이면’을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이길 바란다고.


주: 그동안 보지 못했던 면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의미는 보는 사람을 이 자리로 끌어올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너도 이 자리에 있어’라는 환각 혹은 대리체험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영상들은 보는 이와 현장간의 거리를 자각하게 만든다면, 360 영상은 이러한 거리감을 없애는 효과를 준다. 고글을 씀으로써 이것은 단순히 거리를 두고 보는 행위가 아니라 이를 체험하게 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화각의 확장보다 보는 이의 체험 감각이 생생해진다는 게 핵심이다. 관람자와 생산자의 철저한 분리가 해소되는 것이다. 이것이 360도 VR 영상의 매력이다.



△ 11월 26일 집회 무대 앞에 360VR 카메라를 세워두고 무대와 사람들을 함께 기록했다

이 날 촬영된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미디액트랩] 광화문 집회 1분 소등 행사 VR 360 영상 (2016년 11월 26일 촛불집회)

https://youtu.be/a7FF3FIOJ9o


송: 360도 VR 영상 볼 때 항상 고글을 쓰고 보나?


주: 폰이나 아이패드로 보긴 하는데 이야기에 몰입해야 한다면 고글을 쓰고 본다. 힘들긴 하다. 한번 보면 놓치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몇 번이나 더 봐야 한다.


송: 기기를 쓰고 봐야한다는 것을 VR 기술 쪽에서는 약점으로 꼽고 있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 극장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일상과 분리된 영화체험 각오를 하듯이 VR 체험도 이와 같은 면이 있다. 같은 영상이라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기기 착용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극장에 발 들이는 순간의 분리성을 고글을 쓰면서 획득하는 것 뿐이다.


송: 나의 경우는 기기 쓰는 게 불편해서 결국은 2D처럼 컴퓨터를 통해서 마우스로 조작해서 보게 된다. 그렇다면 결국 2D영화와 어떤 근본적 차이가 있을까, 란 의문이 든다. 흥미가 떨어지기도 했다.


주: 3D TV도 한때 붐이 일었다가 가라앉았다. 여러 이유들 때문에 현재는 사장되다시피 했는데 VR도 마찬가지 운명이 될 수도 있다. 성공여부는 앞으로 어떤 포맷이 개발되고, 제작자들이 얼마나 늘어날지에 따라서 달려있다.


△ 왼쪽 작게 보이는 게 삼성에서 출시한 기어360 카메라, 오른편에 보이는 것이 고프로를 이어 붙여서 만든 360 카메라이다.


송: 다시 돌아와서, VR로 집회를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주: 상황의 이면을 보여줄 수 있다. 즉 관람자의 선택 작용이 제작자의 의도에 포섭되지 않는 민주주의적 관람이 가능하다. 서울에서 열리는 촛불 집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잠시라도 그 집회에 참여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영상을 찍고 끝나는 게 아니라 라이브로 중계하게 되면 SF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홀로그램처럼 동시간 체험도 가능할 것이다.


송: 지방에 계신 분들이 우리가 올린 VR영상을 통해서 촛불집회를 보신 모양이다. 집회 무대 한 켠에서 수화 해설을 해주는 장면을 보고 좋았다'라는 피드백을 주시기도 했다.


주: 한편으로 VR이 생산자와 관객을 나누지 않고 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결국 이것은 ‘시선의 능동성’에 불과하지 않은가 되물을 수도 있다. 시선의 능동성이 과연 진정으로 능동적인 것일까하는 문제 말이다. 물론 집회는 직접 참여하는 것이 기본적인 능동적인 행위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 참석하는 것만을 능동적인 행위라고 한다면, 이러한 경험 우선주의도 폭력일 수 있다. 멀리 살거나 신체가 불편한 경우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매체를 통해서 내가 보고 싶은 곳을 가보거나 들여다보는 것이 진정한 가상현실이다.


송: 촛불집회 무대와 관객을 같이 보여주는 영상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영상은 너무 정적이어서 촛불집회의 역동성을 잘 드러내는 장면은 아닌 것 같아서 아쉬웠다.


주: 아쉽다는 평가는 지금까지 공개된 영상에 대한 반응으로써는 유효하지만 VR 매체의 가능성에 대한 판단은 아닌 것 같다.



△ 장대 끝에 360VR 카메라를 매달아서 촛불 집회를 기록했다


△ 좀 더 체험적인 영상을 위해 헬멧에 카메라를 연결한 모습



송: VR이 대안 미디어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주: 대안 미디어를 주류미디어가 다루지 않는 영역을 다른 시선에서 다루는 것으로 정의해본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VR을 찍기 위한 장비가 거대하고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접근성이나 제작 규모차원 때문에 대안미디어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제는 장비도 간소해졌고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도 작업이 가능하다. 이것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여러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전에 <가난의 경로>라는 영상에서 쪽방촌을 다뤘다. 만약 이 쪽방촌을 360도 카메라를 통해 보여줬었다면 보는 사람이 공간에 대한 감각을 훨씬 더 실감나게 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참조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1737.html)


송: 시리아 난민 소녀를 VR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이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고, 그 이후로 많은 후원이 잇달았다. VR이라는 매체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많은 관객이 그 소녀의 상황에 이입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런 부분에서는 VR기술이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겠다.

(참조 : Cloud over Sidra https://www.youtube.com/watch?v=FFnhMX6oR1Q)

(참조 : UN이 VR의 힘으로 정책을 바꾸기 위한 노력

https://creators.vice.com/en_us/article/virtual-reality-unvr-refugees)


송: 촬영을 한 번 해보니까 그 전에 VR 영상을 그냥 볼 때와 느낌이 다르더라. 기어 360과 고프로는 화질 차이도 많이 나고. 촬영 소스를 모아서 10분 넘는 영상으로 제작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걸 느꼈다.


주: 고프로로 찍은 영상을 360도 영상으로 제작할 인력과 기술이 많이 부족하다. 카메라의 해상도도 문제지만 디스플레이의 문제도 있고. 기어360의 경우에는 어두운 곳에서는 화질 열화도 너무 심하다. 조명을 치던가, 밝은 곳에서 찍거나하는 방법을 써야한다.


송: 어두운 곳에서는 화질이 떨어져서 VR의 매력인 몰입감을 깨버린다. 아직은 기술적인 한계가 많이 있는 것 같다.


주: 예를 들어서 우리가 많이 쓰는 다음 로드뷰는 길을 찾다가 좀 더 보고 싶은 부분이 있을 때 어느 정도는 확대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간판을 확대해서 전화번호를 보고 싶으면 손가락으로 줌을 하면 된다. VR도 좀 더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려면 이와 같은 방식이 가능해야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VR도 좀 더 고해상도로 촬영이 가능해져야한다.


송: 마지막으로 향후 VR로 제작하고픈 프로젝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주: 이번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할 때 얘기는 되었으나 현실화는 되지 않은 기획들을 다음에는 해보고 싶다. 영화 제작현장에서 안과 밖의 사람들을 보여주는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뿐만 아니라 애초에 기획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에서는 VR 영상의 여러 가능성을 더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송: 나도 앞에 거론되었던 애니메이션 영상들이 생각난다. VR 영상 안에서 상황이 바뀌면서 여러 측면을 볼 수 있는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


주: 재밌겠다.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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