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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0호 작큰영화제] 우리, 어떻게 10년 동안 함께할 수 있을까요 - 이주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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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0. 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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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0호 작큰영화제 2016.10.14]


우리, 어떻게 10년 동안 함께할 수 있을까요 - 이주민영화제


이나단 (이주민영화제 코디네이터)



[편집자 주] 2004년 한국의 이주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위한 공동체 방송국인 이주민방송(MWTV)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주민방송은 2006년 한국 최초의 이주민들을 위한 영화제인 이주민영화제를 처음으로 개최했죠. MWTV도, 이주민영화제도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 끝에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전히 곳곳에 존재하는 차별과 경멸. 그 속에서 이주민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를 만들고, 다같이 모여 우리를 말하는 영화를 보는 행사인 이주민영화제는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주민영화제에서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인 이나단 님께서 보내주신 이주민영화제의 역사와 의의를 돌이켜 보는 글을 함께 읽으며 다같이 10월 말에 열릴 10회 이주민영화제에 찾아간다면, 정말 보람차지 않을까요? 




 올해로 10회를 맞이하는 이주민영화제(MWFF, 구 이주노동자영화제)는 서울시의 후원을 받아 이주민방송(MWTV)과 이주민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준비하는 작지만 큰 영화제입니다. 어느덧 10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주민영화제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아트하우스모모에서 열립니다. “고향 지금 여기”이라는 슬로건 아래 총 9개 섹션으로 다양한 이주관련 영화들이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이주민영화제는 이주민방송이 주최하는 축제입니다. 현재 문래동에 둥지를 튼 이주민방송은 이주민에 의한, 이주민을 위한 방송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뜻을 모아 세운 비영리단체입니다. 이름 모를 들꽃처럼 아름다운 이 조직은 2004년 창립하여 활동을 시작한 이래 이주민과 선주민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사회에 팽배한 차별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대중적인 매체인 영화를 통해 이주민과 선주민간의 원활한 소통을 도모하고자 지난 2006년부터 이주민영화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주민영화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나


 이주민영화제는 이주민이 누려야 할 문화권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이주민을 한국 문화에 동화시키려하기보다, 어떻게 해야 이주민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한국 사회와 소통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조금 더 다문화인 접근방식으로 이주민의 문화권에 대해 고찰해보고 싶었습니다. 

 

 또 대중매체를 통해 주로 전해 듣는 한국 사회의 이주민 관련 소식은 안타까운 사고나 경악할만한 사건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이 워낙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보니, 다치거나 또는 심지어 사망하게 되는 내용의 뉴스를 자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런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나 전해 듣는 사람 모두가 지치게 되는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당시 사무국장이었던 김홍빈 씨가 영화제를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주민이 자국어로 만들어진 영화를 볼 수 있게 하자, 나아가 자신이 직접 재능을 발휘하는 문화 활동할 수 있는 자극이 될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한편 당시 이주민방송에서 활동하던 미누 씨는 특별히 문화권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 분은 MWTV에 이주민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이렇듯 문화권에 대한 관심이 영화제라는 형태로 표출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이주민영화제는 시작되었습니다.



영화제를 만들며 계속 겪는 어려움들, 그리고 고민들


 이주민방송에서 처음으로 뉴스 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관련된 경험이 전무한 이들이 모여 영화제를 준비하다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저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영화제를 만들어갔습니다.

 제일 큰 시행착오는 자막준비에 있었습니다. 한국어와 영어, 두 개의 언어로 된 자막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나 정작 영어와 한국어 모두 능숙하지 않은 이주민이 많았습니다. 자국어로 된 자막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해서 상영 중간에 나가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개막작이 대사가 한 마디도 없는 애니메이션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작품이 상영되는 동안 주변 인력을 총동원하여 다음 작품의 자막을 만들어서 퀵으로 보냈습니다. 즉석 불고기 요리처럼 첫 상영을 진행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러한 시행착오들에도 불구하고 물심양면으로 영화제의 동행이 되어준 벗들이 있었기에 10년을 이어온 것 같습니다. 이주민영화제가 과연 이주민들의 삶의 모습이 담긴 영화를 통하여 우리사회에 이주민들이 갖고 있는 고민과 현실을 전달하는 역할을 제대로 감당해내고 있는지,  또 이주민 영화제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본 상영전 외에 다채로운 문화행사와 학술행사를 통하여 이주민과 선주민이 만나고, 함께 소통하고, 고민을 나눌 자리를 마련하고자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 제9회 이주민영화제에서는 ‘4%의 자격’이라는 슬로건 아래 한국 인구의 4%(약 200만 명)를 차지하고 있는 이주민들의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함과 동시에 네팔 지진피해 구제를 위한 모금 관련 특별전시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주민영화제 집행위원들은 ‘이주민영화제가 비록 작지만 이주민들과 선주민들의 함께 이해하고 서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제로 지속되길 희망한다고’ 입을 모아 말하곤 합니다. 그 말씀처럼 이주민영화제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낯선 타자와의 소통을 시작하고, 불필요한 경계를 허물며, 보편적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북돋아줄 수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길 소망합니다. 제10회 이주민영화제는 여러 주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올해도 역시 영화제의 새로운 역사를 이어갈 동행이 필요합니다. 

 현재 소셜펀치 후원함을 통해서 (https://www.socialfunch.org/mwff2016) 직접적으로 영화제 사업을 응원해주실 수 도 있고, 이주민방송 회원이 되어 영화제를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활동에 대한 지지의 뜻을 표현해주실 수도 있습니다.


 이주민방송과 이주민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이주민들의 목소리가 대한민국 사회에 전달 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만들기 위한 운동으로서 영화제를 기획하고 운영해왔습니다. 그 운동의 기초는 이주민과 선주민이 조우하고, 소통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임을 믿는 신념에 바탕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시나브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정과 환대의 삶을 구성해가는 사회, 오늘보다는 조금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의 변화가 가능해지리라 믿습니다. □




※ 글의 일부는 이주민방송의 이병한 전 대표가 예전에 타매체와 나눈 인터뷰에서 발췌하였습니다.



[필자소개] 이나단 (이주민영화제 코디네이터)

 이주민방송 기자단 교육을 받던 수강생이자 백수에서 갑작스레 이주민영화제의 코디네이터이자 취업자로 신분의 큰 변화를 겪은 서울 청년입니다. 이주노동자, 난민 이슈에 관심이 많고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인지라 두가지가 겹쳐지는 이주민영화제를 정말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저 잘난체하며 홀로 으시대며 살다가 죽는 것보다는 내 주변의 이웃과 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살다가 죽고 싶습니다. 주위의 사람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사랑을 가진 사람이 되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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