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100호 우리 곁의 영화] 신비로움을 구축하는 전략 - 이미지 : 영화의 얼굴

전체 기사보기/우리 곁의 영화

by ACT! acteditor 2016. 10. 6. 15:24

본문

[ACT! 100호 우리 곁의 영화 2016.10.14]



신비로움을 구축하는 전략 - 이미지 

: 영화의 얼굴



조민석 (<The Secret Principle of Things>, <춤>)



영화를 구성하는 실제적 요소는 이미지와 사운드와 컷입니다. 이미지는 맥락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 말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이미지는 ‘쇼트’와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쇼트로만 한정짓는 것도 적절치 않겠습니다. 사진에서 이어진 영화의 이미지는 실제를 있는 그대로 재현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현실을 대면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영화가 제시하는 것이 실제 그 자체는 아니며 실제의 그것들로 구성된 이미지와 사운드와 컷이 형성해내는 영화는 다시 하나의 ‘이미지’로서 우리에게 인지되기 때문입니다. 즉 영화의 실제적 구성요소의 이미지가 쇼트를 가리키기는 하나 심상心象과 표상表象이라는 측면을 배제하여 말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결국 쇼트와 관계된 것들에 초점이 맞춰지겠지만, 쇼트는 사운드까지 포괄하는 단위이므로 쇼트라고 하지 않고 이미지라 하겠습니다. 고전영화의 메커니즘을 원리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야기가 이미지에 앞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사의 순서에서 보면 이미지가 먼저고 이야기가 들어온 것은 나중의 일입니다. 초기의 영화들, 그러니까 영화가 발명품에 지나지 않았을 때 한 편의 영화는 하나의 쇼트로 만들어졌습니다. 오늘날 통용되는 기준으로 보면 소리도 편집도 이야기도 없는 짧은 클립에 불과한 정도입니다. 소리와 묶이는 것은 처음부터 의도된 일이었으나 아직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서사가 완전히 부재한다고 말할 순 없어도 필름 길이라는 물리적 여건이 이야기를 제약했으며 편집은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한 작업이었습니다. 이처럼 영화는 하나의 쇼트, 실제를 재현하는 한 개의 이미지에서 시작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구체적인 쇼트들이 핵심으로 여겨지는, 이미지가 기본 바탕이 되는 시각 중심의 예술형식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인지할 때 얼굴이 기준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미지는 영화의 얼굴입니다. 얼굴은 그 사람을 판단하게 하는 일차적이자 결정적인 요소이므로 그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그의 전부를 알기엔 턱없이 부족한 단서입니다. 

   우리는 영화에 있어서 이미지를 절대적인 요소로 여기는 일반적인 인식에서 한발짝 물러서보기로 합시다. 영화의 기본단위는 쇼트입니다. 실제의 영화는 쇼트들을 기획하고 제작하여 쌓아올리는 과정으로 만들어집니다.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이는 고전적 방식, 그중에서도 할리우드 클래식의 방식입니다. 쇼트라는 개념은 클로즈업을 발견함으로써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 덕분에 영화는 눈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단일 시점에서 벗어나 온갖 시공간을 넘나드는 초월적 시점을 갖게 됩니다. 온갖 시공간을 넘나든다고 할 때 여기에는 내러티브가 전제되어있습니다. 단일한 시공간 축을 가진 자기완결적 세계가 전제되어있지 않다면 온갖 시공간을 넘나드는 쇼트가 성립되지도, 문제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내러티브와 쇼트는 고전적 방식, 또는 할리우드 클래식의 방식을 대표하는 요소입니다. 60년대에 전면화된 현대영화의 의식이 내러티브로부터 물러서고 쇼트라는 개념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데에는 이러한 맥락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전영화와 현대영화의 경계선을 들여다보는 일이 영화의 이론적 접근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으며 고전영화에 대한 파악 없이 현대영화를 개념화하는 것도 사실상 무리인 셈입니다. 물론 무성영화 역시 이만큼의 비중을 갖습니다.

   우리는 일단 쇼트와 시점에 있어서 기초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부분부터 살펴봅시다. 카메라로 인한 사진 이미지의 기계적 특성, 그리고 그것이 쇼트와 시점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전형화된 원칙을 하나 알아둡시다.



 카메라-렌즈


카메라로 인한 사진 이미지의 기계적 특성 중 쇼트와 시점과 관련해서 알아두어야 할 부분은 렌즈입니다. 렌즈는 광각렌즈, 표준렌즈, 망원렌즈로 나뉩니다. 줌렌즈에서 줌을 전혀 당기지 않은 상태가 광각렌즈, 끝 쪽까지 당겼을 때가 망원렌즈, 중간이 표준렌즈라고 보시면 됩니다. 각각은 화각, 초점심도, 원근감을 기준으로 다른 특징을 갖습니다. 차이를 확인해봅시다.



   <올드 보이>의 그 복도입니다. 왼쪽 화면에서 광각렌즈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우선 왼쪽 화면과 오른쪽 화면의 복도 끝을 비교해보십시오. 왼쪽이 훨씬 멀어 보입니다. 천장과 바닥, 양 벽면이 화면 안으로 들어온 범위도 다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 학교>의 한 장면입니다. 너무 둔감해진 나머지 그냥 지나칠 뿐이지 가만히 보면 이상한 구석이 있습니다. 두 여학생의 몸집 차이가 굉장히 커 보입니다. 벽면이 휘어있는 것도 보이실 겁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게 새삼스럽게 들리실 텐데 실제로는 이렇지 않다는 것도,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에 이런 특징이 생긴다는 것도 알고 계셔서 그럴 것입니다. 말로 설명하진 못해도 실제와 사진 이미지 간의 괴리를 감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보시는 것은 광각렌즈의 특징입니다. 화각이 넓습니다. 즉 화면이 담아내는 범위가 상하좌우로 넓습니다. 초점심도에서 보면 전경부터 후경까지, 가까운 곳부터 먼 곳까지 초점이 다 맞습니다. 이런 경우 심도가 깊다고 말합니다. 원근감에서 보면 카메라에서 멀어질수록 더 멀게, 더 작게 만듭니다. 렌즈의 생김새를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앞면이 볼록하게 생겼습니다.



   이번엔 망원렌즈를 보겠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입니다. 화각, 초점심도, 원근감의 측면에서 광각렌즈와 확연하게 다릅니다. 얕은 심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실 겁니다. 초점이 맞는 범위도 좁고, 화각도 좁습니다.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벌집의 정령>이라는 영화입니다. 시골 사람들이 이동 극장(영화관)에 모여 영화를 보고 있는 장면입니다. 망원렌즈의 특징을 짚어봅시다. 얕은 심도와 좁은 화각은 이제 보이실 겁니다. 원근감에서 보면 평면적입니다. 왼쪽 화면을 보면 아주머니와 영사기가 가까워 보입니다. 세 아주머니의 얼굴 크기도 비슷비슷해 보입니다. 이 역시 눈으로 보면 다르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망원렌즈와 광각렌즈는 각각 양 극점에 있습니다. 둘을 비교해 봅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입니다. 왼쪽 화면은 광각렌즈, 오른쪽 화면은 망원렌즈입니다. 화각, 심도, 원근감에서 서로 정반대에 있다는 것이 확실히 보이실 겁니다.



   표준렌즈는 둘의 중간 쯤 있습니다. 사람 눈과 가장 비슷합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전성기의 대표적인 감독 중 한 명인 하워드 혹스의 <엘 도라도>입니다.



 쇼트-사이즈


할리우드 클래식에서의 쇼트 구성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의미에서의 ‘미장센’의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쇼트를 구성하는 미장센도, 무대를 구성하는 미장센도 질서의 근본적인 뿌리는 회화에 있습니다. 구획 지어진 2차원의 면이라는 물리적 여건이 같기 때문에 이것들이 한줄기에 놓이는 것입니다. 회화에서 연극 무대로 이어지는, 미적 균형과 함의를 갖춘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의미에서의 미장센은 미국보다는 유럽영화들이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영화, 특히 할리우드 클래식에서의 미장센은 쇼트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 가장 잘 보이고 쇼트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최대한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됩니다. 예술성보다는 단순함과 직접성이 미덕인 것입니다.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면 좋은 쇼트인 것입니다.

   쇼트의 사이즈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물의 행위를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쇼트의 사이즈를 의식해봅시다. 쇼트의 사이즈는 사람의 몸이 얼만큼 들어오는가에 따라 풀 쇼트Full Shot부터 바스트 쇼트Bust Shot, 클로즈업Close-Up까지 나뉩니다.


풀 쇼트Full Shot


니 쇼트Knee Shot


미디움 쇼트 Medium Shot 


바스트 쇼트Bust Shot


클로즈업Close-Up


   롱 쇼트Long Shot 그리고 익스트림 롱 쇼트Extreme Long Shot, 익스트림 클로즈업Extreme Close-Up까지 확인해둡시다.


롱 쇼트Long Shot


익스트림 롱 쇼트Extreme Long Shot


익스트림 클로즈업Extreme Close-Up


   풀 쇼트(FS)는 전신, 니 쇼트(KS)는 머리부터 무릎까지, 미디움 쇼트(MS)는 상반신, 바스트 쇼트(BS)는 가슴까지, 클로즈업(CU)은 얼굴, 이렇게 풀 쇼트부터 클로즈업까지 얼굴을 기준으로 신체를 보여주는 범위가 점점 좁아집니다. 영화는 사이즈 순서대로 각각 <스윙 타임>, <매트릭스>, <정무문>, <말타의 매>, <블레이드 러너>, <서편제>, <세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입니다. 이제 레나토 카로조네의 <Tu Vuò Fa' L'Americano>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쇼트 사이즈의 기능적 측면을 의식해봅시다. 



   막이 열리고 밴드 전체의 모습이 보입니다. 전주에서 연주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보여줍니다.



   노래가 시작되면서 레나토 카로조네의 단독 쇼트로 두 소절을 지속합니다. 레나토 카로조네는 건반을 치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음원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밴드 연주자들을 보여주었듯이 피아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또한 확인시켜줘야 합니다. 피아노 연주하는 모습이 눈에 보여야 합니다. 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리가 어디서 나고 있는지 확인시켜줘야 합니다. 노래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눈에 보여야 합니다. 레나토 카로조네의 첫 번째 단독 쇼트는 그런 까닭에 연주하고 있는 손, 노래하고 있는 얼굴을 꽉 차게 보여주는 사이즈인 미디움 쇼트(MS)가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후렴입니다. 후렴에서는 대개 반복되는 가사와 곡조를 통해 정서를 고조시키거나 주제를 드러내곤 합니다. 여기서는 다른 무엇보다 노래가 중요할 것입니다. 바스트 쇼트(BS)가 쓰이고 있습니다.



   곡이 고조되자 만돌린 연주자가 밴드 중앙으로 나와 춤을 춥니다. 첫 쇼트와 동일한 쇼트로 그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춤을 보여주려면 춤추는 사람의 전신을 보여줘야 합니다. 전신을 보여줘야 하니 풀 쇼트(FS)를 씁니다. 앞서 풀 쇼트의 예로 보여드린 장면도 프레드 아스테어가 춤추는 장면입니다. 아메리칸 쇼트American Shot라고도 불리는 니 쇼트(KS)는 주로 서부영화에서 총 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쓰입니다. 미디움 쇼트(MS)는 위에서처럼 악기를 연주한다거나 책을 읽는 등 앉아서 하는 행위, 팔을 사용하는 행위 등을 보여줄 때 쓰입니다. 바스트 쇼트(BS)는 말에, 얼굴 클로즈업(CU)은 감정에 집중할 때 쓰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Tu Vuò Fa' L'Americano> 뮤직비디오는 아주 전형적인 방식으로 쇼트 배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뒷부분은 편집을 더 이야기해야 하므로 <Tu Vuò Fa' L'Americano> 뮤직비디오는 여기까지만 보겠습니다.

   사이즈 구별에 있어서 한 가지 축을 더 덧붙이겠습니다. 우선 말과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둡시다. 말과 감정은 그 사람의 의식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의 이성적 부분, 심정적 부분과 이어져 있는 것들입니다. 말과 감정에 집중할 때 쓰이는 바스트 쇼트(BS)와 얼굴 클로즈업(CU)은 그의 주관적인 면을 보여주는 쇼트인 것입니다. 관객들은 그 사람의 말과 감정을 통해 그의 이성적 부분과 심정적 부분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을 기준으로 쇼트 사이즈를 정리하면 풀 쇼트(FS)부터 미디움 쇼트(MS)까지는 동작에, 다시 미디움 쇼트(MS)부터 바스트 쇼트(BS), 얼굴 클로즈업(CU)까지는 의식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으로, 풀 쇼트(FS)로 갈수록 객관적인 쇼트로, 얼굴 클로즈업(CU)으로 올수록 주관적인 쇼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부터 주관적까지를 양 극에 놓는 축. 이 축으로도 사이즈를 나열할 수 있음을 숙지해둡시다.



 시점


쇼트의 기준, 영화에서의 미장센의 기준은 카메라입니다. 쇼트는, 미장센은 결국 카메라에서 결정됩니다. 화면을 구성한다, 구도를 잡는다, 촬영에서는 이것을 ‘프레이밍’framing 한다고 말합니다. 세계와 대상은 무작정 펼쳐져 있지만 카메라의 사각 프레임으로 그중 특정 부분만 잘라내어 보는 것입니다. 즉 여기에는 특정한 시점이 있습니다. 대상을 어느 방향에서, 어느 정도의 거리와 높이에서 보느냐에 따라 즉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것은 달리 보일 것입니다. 대상을 어떤 입장에서, 어떤 감정으로 보느냐에 따라 즉 어떤 태도로 보느냐에 따라 그것은 달리 보일 것입니다. 시점은 이처럼 물리적 차원을 갖기도 하고, 정신적 차원을 갖기도 합니다. 봄의 의미는 이러한 조건들에 의해 달라집니다. 누군가를 또는 어떤 대상을 객관적, 주관적 축으로 보여주는 것도 시점에 의한 것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이러한 시점을 구현하는데 있어 렌즈와 사이즈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관용적인 경우들을 알아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감정이 고조되었을 때는 거의 예외가 없다 싶을 정도로 망원렌즈가 쓰입니다. 얼굴 클로즈업(CU)에서 자주 쓰일 수밖에 없고 바스트 쇼트(BS)에서도 종종 쓰입니다. 다시 바스트 쇼트(BS)부터 미디움 쇼트(MS), 니 쇼트(KS), 풀 쇼트(FS)까지는 표준렌즈가 기본입니다. 광각렌즈는 좁은 곳에서 인물과 공간을 다 보여주고 싶을 때, 소실점을 만들어 공간의 깊이감을 살리고 싶을 때 그리고 기괴한 느낌을 주고 싶을 때 주로 쓰입니다. 카메라 높이에 따른 구별도 알아둡시다. 아이 레벨Eye Level이라고 부르는 수평을 기준으로 위에서 아래로 보는 것을 하이 앵글High Angle(부감俯瞰), 아래서 위로 보는 것을 로우 앵글Low Angle(앙각仰角)이라고 부릅니다. 하이 앵글과 로우 앵글은 일차적으로는 어른이 아이를 볼 때와 아이가 어른을 볼 때의 뉘앙스, 크기나 권위로 압도하고 크기나 권위를 우러르는 시각을 구현한다고 알아둡시다. 광각렌즈를 사용하면 효과가 극대화될 것입니다. 전대물에서 종종 보셨을 겁니다.


하이 앵글High Angle


로우 앵글Low Angle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 도입부에서 사우론이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전대물, 8·90년대 홍콩 장르물에서 보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쇼트 구성입니다만 하이 앵글과 로우 앵글의 전형적인 사용으로 사우론의 거대하고 위압적인 면모를 효과적으로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전형적인 하이 앵글, 로우 앵글 쓰임에 심리적인 맥락을 덧붙여 하이 앵글을 깔보고 하대하는 눈으로 로우 앵글을 존대하고 추앙하는 눈으로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시점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보는 이의 태도의 측면에서 봤을 때 시점은 이성적 측면과 정서적 측면을 갖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또는 어떤 대상을 볼 때 어느 정도는 계산과 판단이 작동하고 어느 정도는 감정과 몰입이 작동합니다. 때에 따라 계산과 판단이 더 커지기도 하고, 감정과 몰입이 더 커지기도 합니다. 완전히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낯선 사람을 대할 때, 이익이나 손해 가 생기는 일을 두고 상대방을 대할 때, 오랫동안 도움을 받아온 사람을 대할 때, 애틋한 마음으로 감정에만 휩싸여 상대방을 대할 때 그때마다 그를 보는 방식, 그를 받아들이고, 대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그에 대한 친밀감의 정도, 신뢰의 정도에 따라 보는 부분도, 보는 위치도, 이성적, 정서적 조건도 달라지고 시점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낯선 사람을 대할 때는 경계심에 한 발짝 물러서게 됩니다.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이익과 손해가 생기는 일을 두고 상대방을 대할 때는 계산이 커집니다. 상대방 위로 올라서려 합니다. 오랫동안 도움을 받아온 사람을 대할 때는 아주 조심하면서도 그 사람을 향한 채로 여러 면에서 애쓸 것입니다. 감정에만 휩싸여 상대방을 대할 때는 완전히 밀착해 그에게 정신없이 공감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일종의 거리감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는, 이익과 손해를 따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적극적으로 거리감을 작동시킵니다. 오랫동안 도움을 받아온 사람과는, 공감하고 있는 사람과는 거리감이 희미해집니다. 누군가를 또는 어떤 대상을 객관적, 주관적 축으로 보는 것도 이와 같은 거리감 설정에 따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러설수록 객관적, 다가설수록 주관적이 되는 것입니다. 

   사이즈에 그대로 적용해서 보겠습니다. 풀 쇼트(FS)부터 니 쇼트(KS), 미디움 쇼트(MS), 바스트 쇼트(BS), 얼굴 클로즈업(CU) 순으로 봤을 때 이는 얼굴을 기준으로 그 사람에게 점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얼굴을 분명히 볼 수 있으려면 그 사람의 얼굴과 내 얼굴이 가까워져야 합니다. 바스트 쇼트(BS), 얼굴 클로즈업(CU)으로 갈수록 그 사람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바스트 쇼트(BS), 얼굴 클로즈업(CU)은 말과 감정에 집중할 때 쓰입니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의식을, 주관적인 면을 보는 것이고, 그것을 그와 가까워진 상태에서 보는 것입니다. 감정과 몰입 쪽으로 치우쳐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그의 전신을 보려면, 눈에 보이는 부분 전체를 보려면 적어도 몇 발짝 물러서야 합니다. 풀 쇼트(FS)는 그 사람을 그만큼 객관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객관적, 주관적 축에 따른 사이즈 나열이 이렇게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이때 렌즈가 끼어들면 차원이 복잡해집니다. 표준렌즈만 있다면 복잡할 게 없지만 광각렌즈와 망원렌즈는 초점심도, 원근감의 왜곡 등 우리 눈과는 확연하게 다른 기계적 특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풀 쇼트(FS)부터 바스트 쇼트(BS), 얼굴 클로즈업(CU)까지의 쇼트에서는 광각렌즈의 사용이 드문 편이므로 망원렌즈를 놓고 살펴보겠습니다. 망원렌즈는 거리감을 줄이고 초점 범위 바깥을 흐릿하게 만듭니다. 같은 사이즈를 촬영해도 망원렌즈는 표준렌즈에 비해 훨씬 뒤로 물러나야 합니다. 망원렌즈가 자주 쓰이는 바스트 쇼트(BS)와 얼굴 클로즈업(CU)의 경우 사이즈의 내용과 기능은 그 사람과 가까워져 그 사람의 의식에, 주관적인 면에 몰입하고 있는 반면 카메라는 멀찍이 물러나 있으므로 다차원적인 거리감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또한 망원렌즈는 심도가 얕습니다. 초점이 맞는 인물 뒤편을 흐릿하게 만듭니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것과는 오묘하게 달라서 사실적인 느낌보다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느낌을 ‘영화적’인 것이라 여깁니다. 망원렌즈의 쇼트로 그 사람의 말과 감정에 집중하고 있을 때 말과 감정은 그 사람에게 내재해있는 무언가, 그 사람 너머에 있는 어떤 것과 이어져 있지만 비가시적인 무형의 것이므로 영화는 그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못 합니다. 말을 하고 있는, 감정에 젖어있는 그 사람만을 보여줄 수 있을 뿐입니다. 다만 희미해진 후경이 그 사람의 이면, 더 나아가 그 사람 너머에서 그 사람을 추동하고 있는 어떤 것을 나타낸다고 말해볼 순 있겠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만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또 하나의 절대적인 요소로서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힘’. 어쩌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그리고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흥미롭게도, 한편으로는 염려스럽게도 렌즈가 끼어듦으로 인해 이렇게 관조와 몰입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고차원적인 시점이 구현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시점은 영화를 만드는 이들로부터 구성되고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해지는데 여기서도 다양한 양상의 영화이론들이 파생되었습니다. 


오늘은 렌즈와 사이즈를 통해 어떻게 시점이 구현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관련 내용을 더 알고 싶은 분은 볼프강 가스트의 『영화』(문학과지성사) 2장 영화 언어에서 I, II, III, IV, V장, 데이비드 보드웰, 크리스틴 톰슨의 『영화예술』(지필미디어) 4장과 5장, 조엘 마니의 『시점』(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그리고 같은 카이에 뒤 시네마 시리즈인 『쇼트』 4장을 보십시오. 다음 시간에는 ‘사운드’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곁의 영화는 아래와 같이 진행되며, 강의를 옮긴 글임을 밝혀둡니다.


[개요]

1 알아도 써먹지 못하는 - 제작과정 

2 무엇이 우리를 영화 앞에 붙들어 놓는가 - 내러티브 장치 

3 신비로움을 구축하는 전략 - 영상과 소리 

4 영화의 최종 병기 - 편집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

페이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