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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8호 인터뷰] 여성미디어운동 활동가들, 긴 대화를 시작하다. - 도로시 키드 교수와의 작은 간담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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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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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18호 / 2005년 2월 28일

 

  

여성미디어운동 활동가들, 긴 대화를 시작하다.

 

- 도로시 키드 교수와의 작은 간담회

 -   

    • 일시 : 2005년 1월 28일
    • 장소 : 여성여상공동체 '움' 사무실
    • 참가자 : 조석순애, 이영 (여성영상공동체 '움'), 수수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권미혁, 안진경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소희 (RTV), 김태은 (연구자), 이진행 (미디액트 정책연구원)
    • 통역 : 조동원 (미디액트 정책연구실장), 김지현 (ACT! 편집위원)
    • 정리 : 이진행 (미디액트 정책연구원)

 

 

[편집자 주] 지난 1월, 국내에서 여성미디어운동을 고민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미디어운동과 여성운동 활동가로 활약하고 있는 도로시 키드 교수를 만나 해외 여성미디어운동의 현황을 공유하고 한국에서의 여성미디어운동의 전략을 고민해볼 수 있는 작은 간담회가 마련되었다.
도로시 키드 교수는 '미디액트 공개강좌 - 미디어운동의 최전선에서 만나다' 의 강의를 위하여 지난 1월 말 한국을 방문하여 보름여의 체류기간 동안 국내의 미디어운동 주체들과 여성운동 주체들을 만나 다양한 활동들을 취재하였고, 이 과정에서 미디액트 활동가들에게 여성 미디어운동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자는 제안을 하게 된 것이다. 마침 미디액트 찾아가는 미디어교육의 주제 중 하나인 여성미디어교육에 대한 자문을 위하여 여성-미디어-교육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온 주체들이 최근부터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져온 상황이어서, 이 논의가 보다 많은 활동가들의 참여 속에서 진행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특별한 기획 없이 짧은 시간 안에 조직된 자리였지만 생각 보다 많은 활동가들이 모여 시종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참가자 모두에게 상당히 고무적인 경험이 될 수 있었다. 그 동안 국내에서 여성미디어운동에 대해 고민하는 주체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서 각자의 활동과 운동 전략에 대한 고민을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번 모임은 현장에서 이야기되었던 내용을 넘어, 앞으로 함께 논의할 주제들이 발굴되고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여성미디어운동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보다 발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면서, 이 날의 열띤 논의를 지상중계한다.
* 논의의 주제와 약간 벗어난 일부 논의들은 제외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진행 : 촉박하게 연락을 했는데도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다. 오늘 논의의 주제가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 전략적인 부분에서부터 여려 실천활동, 제작이나 네트워크 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볼 수 있을 듯 하다.

우선 도로시 교수가 여성 미디어운동의 역사적인 측면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겠다.

 

▷ 도로시

 : 

만나서 반갑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실 참석자는 두, 세 명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었지만, 다양한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치있다고 생각된다. 여성주의 미디어운동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할텐데, 이미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한국의 상황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 지난 주에 몇몇 다른 그룹들을 방문해서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진보넷, RTV, 민우회, 움, 일다 등에 대하여 간단한 역사를 들었을 뿐이다. 토론하면서 더 알아갔으면 좋겠다.

  

서구 여성운동의 흐름 & 여성운동과 커뮤니케이션

 

1970년대에 비디오 작업을 처음 시작했는데, 포터팩 카메라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포터백은 최초의 포터블 카메라였는데, 여전히 무겁기 했지만 가지고 다닐 수는 있었다. 공동체 개발 프로젝트에서 비디오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시기에 캐나다에서는 제3세대 여성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 운동은, 베트남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운동, 섹슈얼리티의 해방을 위한 운동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 아이를 낳거나 낳지 않을 권리 등), 그리고 또한, 같은 일을 할 경우 남성들과 같은 돈을 받을 권리(동일노동 동일임금)를 주장하고, 노동조건의 차별을 막고자 했고, 와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라고 취급되던 영역(카메라를 활용하는 것도 그런 영역 중 하나였는데,에 진출하기 위한 운동도 있었다.

 

급진적 미디어운동과 여성미디어운동과의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여성운동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은 상당히 중요한 영역으로 인식되어왔다. 커뮤니케이션은 주류미디어에 의해서 드러나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소통하는 기제이고, 위계적이고 수직적이지 않은, 동등한 관계 속에서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며 (이것은 언제나 권력과 관련되어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나누고 정치-경제적 권력과 지배에 대해서 아버지, 남자형제, 사촌 등과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서도 중요했다.

 

토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여성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서너가지 측면만 간단하게 이야기하겠다.

 

첫째는 관련된 기술을 우리의 목적에 맞게 전유하고 요구하고 탈환하는 것이다. 1970년대에는 북미, 유럽, 인도 등에서 볼 수 있는 사례와 같이 남성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신문과 잡지사를 점거하는 운동들이 있었다. 이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남성중심성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현재의 미디어구조에 대해서 문제제기하고 신문이나 잡지들에서 제기하는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서 문제제기하고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여성들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위한 투쟁이었다. (토론토에서는 좌익 신문을 장악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미즈를 만들기 전에 유력한 잡지사를 장악한 경력이 있다.)

 

두번째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누가 이야기하는 것인지,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 이야기를 하는 방식은 어떤지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이전에는 가정폭력, 이혼, 레즈비언, 여성의 성 등이 모두 비밀에 붙여졌지만, 여성운동에 의해서 이런 이야기들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사회적 이슈가 되도록, 이런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이를 여성주의적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내는 것이다. 이는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고, 정치적인 것이 개인적인 것이다."라는 구호를 70년대에 사용했다. 개인적이고 비밀스럽고 일상적이고 가족의 영역이고 사적이라고 여겨져왔던 영역들을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이었다. 건강, 재생산에 대한 권리, 여성에 대한 폭력, 가정폭력, 섹슈얼리티, 성적취향 등의 이슈를 포함했는데, 이 모든 것이 개인적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사실은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여성운동 차원에서 드러내고, 이런 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흐름 속에서 주류적 커뮤니케이션에 도전하는 방향으로 활동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세번째, 국제적인 차원에서 여성운동 간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해내는 것이었다. 미디어나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전지구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있다. 자본가들에게도 이런 네트워크가 있고, 지금 열리고 있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도 거대하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겠지만, 여성운동은 30년 전 부터 이런 활동을 해온 것이다. 이는 10년 단위로 새롭게 발전해왔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조직은 제작자들의 네트워크였다.

 

1970년 중반 유럽에서 시작된 네트워크의 하나는 공개적인 포럼이었는데,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세계사회포럼과 같은 형태였다. 이주노동자, 폭력 피해 여성, 성매매여성 등의 이슈가 있다.

 

1975년에 스위스에서 결성된 ISIS는 현재까지도 페미니스트 뉴스와 분석를 제작해서 공유하고,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 필리핀 마닐라, 컴팔라 등에서 활동하고 있고, 여러 다양한 여성 조직들과 활동하고 있는 국제적 네트워크이다. 오늘 ISIS 웹사이트와 메일링리스트로부터 받은 소식으로, 지금 열리고 있는 세계사회포럼에서 여성 미디어를 위한 조직을 할 수 있는지 등을 논의한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여성을 위한 정보통신 기술 역시 중요한 활동 영역이다.

 

다른 하나는 ARMAC (세계공동체라디오방송연합) 소속의 여성 공동체라디오 방송 네트워크이다. 공동체라디오 국제 네트워크 차원에서 코스타리에서 시작된 국제 여성 라디오 운동 네트워크인 FIRE(Feminist International Radio Endeavour, 웹사이트 http://www.fire.or.cr/indexeng.htm) 에서 제안한 것이 95년의 북경여성대회 10주년을 맞아 공동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함께 만드는 것에 관심 있는 분이 있을 것 같아서 이야기했다.)

 

(FIRE[Feminist International Radio Endeavour]의 웹사이트)

  

국제적으로 여성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북경여성대회와 같은 국제 컨퍼런스였다. 이를 계기로 네트워크가 조직되었다. 75멕시코시티, 80년 코펜하겐, 85년 나이로비 (케냐), 95년 북경 등에서 국제 회의들이 진행되었다.

 

ISIS는 연구를하고 뉴스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ARMAC은 라디오를 중심으로 한 여성 커뮤니케이션 운동의 네트워크였고, APC (국제 커뮤니케이션 연합) 안에도 여성 네트워크가 별도로 존재하는데, 이는 인터넷을 중심으로한 국제 여성 사회운동 네트워크이다.

 

여성운동이 지역적, 개별 국가적 차원에서 여성과 관련된 여러 다양한 문제들를 대중적으로 제기하고, 여성을 위한 사회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사회적 변화를 추동하고, 이를 위한 조직화를 진행하는 것은 동시에 국제적인 자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차원에서도 의미있다. 1993년 비엔나에서 열린 국제적인 여성운동 네트워크에서 최초로 전쟁 시에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강간을 전쟁범죄로 규정하게 되었다. 이는 여러 여성운동 네트워크의 성과였다. 권리를 바꾸어내고 법의 구조를 바꾸어낼 수 있는 다른 과점을 제시한 것이었다. 일국적 차원의 여성운동이 의제를 제기하고 대중적 자각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하여 법제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네트워크를 통해서 국제적으로도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다. 1993년의 전쟁폭력에 대한 법제를 마련한 것이 첫번째 예이다. 단지 10년 전이다.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이전까지 전쟁시의 여성에 대한 조직적 강간과 폭력은 단지 사고로 여겨졌을 뿐이었다. (이런 활동의 결과로) 한국에서도 일본군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싸움은 한국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여성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영역이었던 것 만큼, 여성운동이 전체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바꾸어내는 데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하는 방법을 변화시키고, 이야기를 변화시키고 (누가 이야기를 만드는가,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가,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가), 그리고, 의제를 제기하고 소통의 방식을 바꾸어내는 등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들이 사회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이미 여러 실천들을 통해서 드러났다. 이런 사례는 많겠지만, 토론을 통해서 이곳의 상황도 들어보자.

 

  질의응답 

▶ 질문 : 여성단체인 전국여성노조와 민우회, 웹진인 일다 등을 다녀왔다고 했는데, 어땠는지?

 

▷ 첫 인상은 매우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민우회의 경우, 많은 부서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시간상의 제약때문에 이 모든 활동을 파악하기란 불가능 상황이었다. 전반적으로 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시청자운동, 비평, 주류미디어의 소유구조 문제 등 미디어와 관련된 광범위한 활동들을 해왔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 질문 : 현재적 상황에서, 아까 언급한 공동체 라디오 말고, 다른 네트워크나 여성미디어센터 등의 예가 있는지 알고싶다.

 

▷ 특별한 기념일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세계여성의 날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4시간 동안 다양한 여성 그룹을 초대해서 프로그램을 돌린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서 주제별로 쇼를 만들기도 하고, 음악을 틀기도 하고, 사람들을 초대해서 축제 처럼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한다. 이것은 1년마다 진행되는 우리들의 축제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11월 25일, 여성을 향한 폭력에 반대하는 날에 사람들을 조직해낸다. 하루를 선택해서 기념하는 것은, 여성 이슈의 중요성을 널리 인식하게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동체에 여성의 이슈를 제기하고, 한주 내내 이 주제에 대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인식할 수도 있다. 이는 또한 서로 다른 여성운동 그룹간에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현황을 공유하고 대화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것은 하나의 예이다.

 

국제적 테입을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95년에는 10개국(브라질, 칠레, 멕시코, 캐나다 등)에서 3,4분 짜리 테입을 만들어서 모아내었다. 각자 세계여성의날에 대한 발언을 담았는데, 왜 여성의 이슈가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비디오에 대해서인데, 조직화의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영화제라고 할 수 있다. 여성영화제가 많지는 않지만, 다큐멘터리 영화제나 독립영화제, 여성에게 중요한 주제를 가지고 하는 영화제 등에서, 여성운동 섹션을 만들곤 한다. 여성운동에게는 중요한 조직화의 기제이다. 예를 들어, 핫도그라는 밴쿠버의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섹션을 만들었다.

미디어센터 (여성만의 미디어센터라기 보다 미디액트와 다소 비슷한 일반적인 미디어센터)에서 여성에게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제 두 세 개를 후원하거나 주최하기도 한다. 아카이브에서도 이런 기능을 하기는 하지만, 내 생각에는 영화제가 여성 활동가들의 비디오 작품이 배급되고, 관련 주제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는 대중적인 장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유의미한 공간인 것 같다.

 

APC에서는 여성에 대한 컴퓨터 교육을 지원하고, 컴퓨터 이슈에 관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인쇄매체, 서점, 여성 음악 콘서트 등이 줄어들고 있다. 여성운동에 대한 책과 음악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향에 대한 질문에 대답이 된 것인지 모르겠는데, 주로 여성들의 자율적 공동체의 활동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 질문 : '서점'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출판물 전반의 몰락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서점 외에 다른 수단으로 출판물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인가?

 

▷ 1980~1995년 경에 여성 관련 서적들의 서점이 오픈했고, 여성(주의) 문학이 발전했다. 논픽션, 소설, 시, 학술지 등을 망라하는 것이었다. 99년에는 큰 출판사들이 여성 영역을 큰 시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여성주의 서점, 출판사, 편집자들이 그 사업에서 쫏겨났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여성 서점이 5개나 있었는데, 지금은 다 문을 닫았다. 아마존과 같은 대형 회사들이 여성 관련 서적들을 장악했고, 돈을 잘 벌고 있지만, 더이상 급진적인 주장이 담긴 책들을 출판하지는 않는다. 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기존의 학설을 위협하는 내용 또한 마찬가지다. 큰 문제이다.

 

음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 질문 : 출판 수준은 아니더라도 웹진이나 다른 형식으로라도 작은 시도들이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비판적 분석의 퍼센티지가 감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 인터넷 영역으로 옮아갔다고 생각된다. 개인 블로그, IMC(Indy Media Center) 같은 공간으로... 이 새로운 경향에 있어서 흥미로운 것은, 급진적인 내용 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이다. 이전에 여성운동의 성과로 바뀐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유산을 더 잘 활용하는 것은 젊은 남성들이다. 이들은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서도, 역사적 의미, 내재하고 있는 내용이나 이슈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여성운동 진영에서 커뮤니케이션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에 참여해야 하며, 이 역사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역사를 다시 살아남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성들이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고 본다. 하지만, 여성들도 이슈들을 따라잡고 참여해야 한다.

 

▷ 덧붙이자면,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시스템을 발전시켜왔는데, 새로운 조직화(네트워킹)의 모델, 기술,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경향 등이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 변화의 긍정적인 방향 중 하나는 유색인종 초등학생들의 시도이다. 'Women Reds' (이들 중 일부는 레즈비언인데)는 지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끊어내는 것이다. 나는 이들을 거대한 라디오 그룹인 클리어채널에 대한 반대투쟁에서 만났다. (스스로 일컽기를) 힙합 제네레이션이 기업의 활동을 모니터하고, 거리 시위를 하고, 기업들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여성운동은 아니지만, 젊은 여성들이 이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운동과 시민운동이 결합되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흑인 운동 뿐 아니라 대부분 멕시코 시민권 운동 출신의 라틴아메리카 인들의 활동도 있다. 사실상 사회운동은 그들의 아이들이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활동으로 조직되어 있기 때문에, 함께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운동의 재구조화이다.

 

▷ 하나만 더 이야기해보자.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더이상 38 세계 여성의 날에 하는 행진은 없지만, 세계 레즈비언의 날인 6월 26일에는 50만명의 여성들이 행진을 한다. 일년에 단 한번이다. 나머지 날들에 이들은 어디에 있는가? 내가 보기에, 사람들은 거리에 나서서 자신의 주장을 대중적으로 발표할 의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레즈비언 이슈는 아직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날의 시위에서 사람들은 굉장히 강한 주장을 한다. 하지만, 다른 날들에는 어떠한가? 다들 어디에 있는가? 아마 50만명 쯤 되는 사람들일 것이다.

  

▶ 질문 : 한국에서는 레즈비언이라는 존재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 게이와 비교해서도 그런데, 그래서 존재를 가시화 하기가 힘들고, 인정받을 수가 없다. 따라서 그런 거리 행진 같은 것은 힘들고, 퀴어문화축제 같은 것도 주로 게이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주로 온라인에서 소통하고 만나고 있다. 해외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온라인에서의 소통을 이루어내고 있는지? 온라인에서 조직화되어 활동하는 단체들이 있는지?

 

▷ 국제적으로 인터넷이 레즈비언을 포함하여 많은 성적소수자들이나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들에게 있어 중요한 기제이다. 사회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공개적으로 하지 못하다.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온라인이 사회적 낙인 없이 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몇몇 뉴스 그룹이 있다. 내가 많은 정보를 가직 있지는 못하지만, 이 역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큰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 아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칠레에는 실제로 여성라디오방송국을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소출력라디오가 시작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다음 단계에서는 여성 소출력 라디오방송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체를 여성 프로그램으로 돌리지 않더라도, 몇 시간 만이라도 여성 문제에 할애하고, 각 단체들이 발언할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칠레의 활동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RTV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 여기서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공동체적으로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 동시에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언어와 역사의 차이가 있고, 계급, 가족, 성적 취향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이나 영화제 등을 통한 소통도 좋지만, 라디오로 방송을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공동체 방송은 해당 그룹에게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우리의 주장과 의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들이 관심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여성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인 FIRE는 많은 남성 청취자들을 확보하고 있는데, 그들은 여성이 자신의 의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행복해한다. 내 생각에 커뮤니케이션은 우리 안의 차이를 연결해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소통의 창구가 없는, 특정한 그룹에 대한 프로그램을 가지는 것은 그 그룹에게만 중요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이주 여성의 문제에 대해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이주 여성들 만에게 뿐 아니라, 나에게도 중요하다. 나의 삶과 전체 사회를 연결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고민을 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주의 미디어운동의 전략

 

▶ 진행 :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영화제, 방송 등 각각의 영역이 존재하고 있지만, 전체 여성 미디어운동의 전략급으로 논의되지는 못하고 있다. 새로운 실천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

 

▷ 여러분이 꾸준히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밤 새 토론해도 모자란데, 이는 시간의 문제 뿐 만이 아니라, 이 방에 있는 사람들 말고 다른 여성들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서도, 나의 의견 만이 아니라, 많은 토론과 대화가 필요하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중요하고, 민주적 대화가 중요하다.

 

(미디액트 공개강좌 '미디어운동의 최전선에서만나다' 강의 중인 도로시 키드)

오늘 이 자리, 한국에서의 여성 미디어 전략을 논의하는 역사적인 자리에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분석작업, 전략의 도출 등이 필요한데, 이메일을 통하여 계속 교류를 하는 것이 좋겠다.

 

특히 전략과 관련해서, 특히 여성과 관련된 것만이 아니라 전체 미디어운동에 있어서, 프레임 설정이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내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세 가지 활동의 영역이 있을 수 있다.

 

1) 지배적 미디어 개혁

 

상업 미디어/국가 미디어의 이슈와 재현방식을 변화시키고 더 많은 공공 영역, 퍼블릭액세스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 더 많은 RTV, 진보넷, KBS 열린채널이 필요하다. SBS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

 

액세스 구조를 만드는 것과 함께, 개별 프로그램을 더 나아지게 만들기 위해서 민우회에서 하는 활동과 같은 것이 지속되어야 한다. 모니터링, 퍼블릭액세스, 더 많은 젊은 여성 기자들, 미디어노동자들을 지배적 미디어에서 고용하도록 주장해야 하고 더 많은 여성 문제 관련 콘텐츠를 주장해야 한다. 이런 활동은 열린 공간을 통하여 더 많은 그룹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가능할 것이다.

 

('주류 미디어'를 '지배적 미디어'라고 칭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 편이 훨신 명확하다.)

 

지배적 미디어에대한 개혁 운동은 방송의 콘텐트, 이를 제작하는 전문 스탭(미디어노동자), 그리고 퍼블릭액세스의 차원에서 필요하다. 이에 더해, 전략적인 분석들을 해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많은 새로운 기술과 뉴미디어들이 등장하고 있고, 분석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뒤처져있다. 위성, 무선, 다양한 뉴미디어 등에 대해 분석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업공간에서는 이런 기술을 잘 조직하고 있다. 대안적인 공간에서도 이런 정보를 공유, 교환하고 조직하고 분석하면서 정책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나 자본들이 어떻게 이런 기술들을 사용하여 스스로를 조직화하고 있는지. 따라잡지 못하다면 우리는 이슈가 터졌을 때 따라잡는 것에 급급할 뿐 이슈를 전취해내기 힘들 것이다.

 

2) 독립미디어 활성화

여러분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인터넷 컨텐츠를 만드는 것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여기 덧붙여서, 기업들이 잘 하고 있는 방식처럼, 서로 교차해서 홍보하고, 알려내고, 서로의 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 영화제, 교육 등을 매개로 가능할 것이다.

 

영화제, 대학에서 상영을 하는 것 (소규모 상영회) 등을 조직화의 기제로 이용해야 한다. 서로 질문하고 대화하면서 사회적 이슈들을 제기하고 관련된 미디어 문제들에 대한 토론을 조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동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곳의 여성영화제를 보지 못했지만, 대중들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들을 이용해서 그들을 붙잡아야 한다. 참여자들의 메일을 받아서 메일링리스트를 만든다거나 하는 등...

 

3) 공공적 영역을 확대하고 침투하기

공공적 담론(대화)과 미디어교육 등이다. 아마도 민우회에서 지금 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이미 미디어 교육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이 세 영역을 코디네이팅해야 한다. 독립적인 영역, 지배적 구조에 도전하는 영역, 그리고 공공영역. 잘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가끔 비디오 활동가들을 보면 공공적인 영역에 대한 전략이 별로 없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소규모의 제한된 영역에서의 작업이 아니라 공공적인 영역으로 들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4) 국제 연대

 

한국의 미디어 기술의 변화는 매우 빠른데, 이는 전지구적 신자유주의 때문이기도 하다. 계속 압력을 받고 있고, 우리는 지금 무엇이 진행되는지도 알지 못하게 된다. 이에 대한 지식을 교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네번째 영역이다.

  마무리하며... 

▶ 질문 : 여성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란...

 

▷ 김태은의 논문 영문 초록에서 보이던지, 반드시 여성주의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과정 전체에 있어서, 권위를 가진 사람이 일방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특히 대상과 카메라와의 관계에 있어서, 변증법적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주제가 될 수 있고, 카메라에 대고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풀어낼 수도 있다. 이는 여성운동만의 방식은 아니지만, 여성운동이 이런 형식 대중화시켰다고 생각한다. 여성주의 운동의 성과를 리얼리티 TV가 전취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보통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매일의 일상이 주제가 되는 등).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여성적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어떤 것이 있나?

  

▶ 질문 : 여성으로서, 미디어 활동가로서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 FIRE의 마리아 스와레스에게 그녀의 엄마가 해준 이야기를 들었다. "한 귀를 열어놓고, 한 귀를 막아라 (한 쪽 귀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한 쪽 귀는 나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닫아라.)."

 

나의 삶에서 주된 관심은 다른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는 것이었다. 단지 여성들의 말 뿐만이 아니지만 특히 여성들로부터... 나의 의견을 말하는 것에 못지 않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기회들을 만들어왔다.

 

살기 힘든 세상이다. 사회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하여 계속 활동하고 있다. 물론 잠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이를 통해서 우리가 더 강하고 창조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꿈꾸고 있다.

 

여러분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이런 기회를 갖게 된 것이 무척 기쁘다. 오늘의 이야기는 긴 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전략과 의견을 계속 교류하는 것이 중요한데, 인터넷과 메일링리스트를 통해서 (통역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여) 분석들을 공유하고 전략에 대한 토론을 계속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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