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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0호 특집] 영상·언론운동에서 미디어 운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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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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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0호 / 2005년 4월 29일 

 

 

영상·언론운동에서 미디어 운동으로

 

 

고 광 연 ( 광주·전남미디어행동준비위원장 )

 

  

들어가며

'한국의 미디어운동, 환경이 매우 빨리(긍정적인 의미로) 변한다'는 미국의 미디어활동가 도로시 키드의 ('네트워커'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그래, 참 많은 것이 변했지'라며 무릎을 쳤다. 그리고 '영상미디어센터'를 화두로 대전에서 첫 모임을 가진 '지역 미디어센터 네트워크'의 5년동안의 활동을 생각해보았다.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던 미디어센터, 그래서 미디어센터만 만들어진다면 부족함 없이 영상운동을 해보겠다던 시절로부터 120억원 짜리 미디어센터 들어서는 시대가 되었다.

글쓴이가 활동하고 있는 광주 또한 많은 변화를 겪은 후, 방송위원회의 시청자미디어센터 설립이라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의 시민사회권은 '미디어주권네트워크'라는 연대조직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 연대조직은 통합방송법 개정으로 확보된 퍼블릭 액세스권을 위한 연대조직 이었던 ‘시청협’의 경험 이후 미디어운동을 위한 지역의 시민사회권을 포괄하는 조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눈으로 확인되는 변화만큼, 우리 운동이 그동안의 변화된 정세를 반영하고 있을까? 이것은 분명 어려운 질문이다. 따라서 이 글은 그 해답을 찾기 위한 한 활동가 생각이다.


광주지역 언론·영상운동진영의 현황 개괄

그동안 지역 언론운동은 기존의 미디어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통해 건강한 미디어환경을 마련하는데 초첨이 맞추어져 있었다. 지역 시민사회권에서 자생적인 대안미디어운동이 전개되기도 했었지만(시민의 소리, 다른신문, 오마이뉴스 등) 그 결합수준이 ‘단순 지지’의 수준에 불과했었다. 물론 미디어감시 운동이 다른 운동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여성민우회 등)은 고무적인 흐름이다. 또하나 퍼블릭엑세스 등 대안미디어를 창출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그 운동이 단절적이었거나(시청협의 경우) 장기적인 전망하에서 이루어지지 않았고(VJ교육 등) 이마저도 운동진영의 역량약화(언개련의 해산, 민언련의 침묵)로 인해 계속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광주지역의 영화운동 진영은 관객운동(시네마떼끄)으로부터 시작하여 미디어리터러시교육운동으로 영역을 확장하여 발전해오고 있다. 그러나 광주지역의 영상운동(독립영화, 단편영화 제작자들 포함)진영은 분열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전망의 공유부재와 리더십있는 작품의 부재, 영상운동에 대한 인식의 부재 등이 주원인이다. 특히 광주국제영화제, 광주영상예술센터 등의 대규모 이벤트성 영상정책에 의해 역량의 분산이 심각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안정적인 기반하에서 작품제작을 통한 운동의 경험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퍼블릭액세스 등에 대한 인식의 부족은 지역시민사회권과의 공동 대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운동을 위한 활동가들의 움직임 

2002년 광주에서 퍼블릭액세스와 미디어교육을 위한 공공시설로서의 미디어센터에 대한 확신을 갖은 '광주영상미디어센터'가 조직되었다. 주로 영화운동진영에 의해 주도된 '광주영상미디어센터'는 2002년 최초의 공공 영상미디어센터인 '미디액트'의 개소로부터 자극받아 지역에 영상미디어센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영상운동을 미디어운동의 차원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독립미디어센터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광주(독립)미디어센터'는 이후 '전국지역미디어센터 네트워크'와 함께 미디어센터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환기, 정책생산 및 개입 등의 활동을 벌이면서 지역차원에서는 미디어교육, 영상활동가들의 조직화를 벌이게 된다. 초기 영화운동 지향적이었던 이들의 입장은 특히, 퍼블릭액세스 사업을 통해 영화운동을 미디어운동속에서 사고하는 방향으로 변홰왔다.

광주지역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위한 조직이었던 '시청협'이 해산하고 난 후 '시청협'을 주도했던 광주민언련의 '‘VJ분과' 회원들의 활동도 주요한 움직임이었다. 광주민언련의 VJ교실 출신인 이들은 '저널리스트적 시각'에 입각한 영상미디어운동을 지향했다. 광주민언련의 영상관련 사업을 전담(VJ 교실, 청소년미디어학교 등) 하였던 이들은 민언련내부의 사정으로 2004년초 '열린미디어연대'를 조직하고 민언련 VJ분과와 공동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장과 밀착된 미디어운동의 모범을 보인 광주·전남지역의 영상활동가조직으로 '호남노동미디어활동단 - 필'이라는 현장조직이 있다.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영상미디어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데 '필'은 지역의 대기업을 중심 조직되어 있으며 노동현장의 문제를 중심으로 작품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필'외에 노동영상 활동가들로는 민주노총 등 아직 조직화되지 않은 현장의 영상활동가들이 존재한다.


활동가들의 새로운 조직 - 광주미디어행동연대

2004년 방송위원회의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사업이 가시화되고 다음 미디어센터의 건립지역으로 광주가 거론되면서 활동가를 주측으로 방송위원회 시청자미디어센터에 대한 공론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미디어운동의 활동력을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이 모색되었다.

■ 2004년 12월 15일 미디어행동연대 발기인모임

새로운 조직을 준비하면서 두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첫째 그동안 흩어져 있던 활동가들의 역량을 모으는 문제 둘째, 방송위원회의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가 가시화되면 조직될 지역시민사회권의 대응조직과의 역할분담이 그것이었다.

광주지역에서 영상활동가로 분류될 수 있는 세력들은 그 활동배경의 다름과 공동활동 경험의 부재로 조직적인 연대를 이뤄내지 못했었다. 광주만의 특징은 아니겠으나 특유의 패거리주의가 지역 운동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 조직될 활동가 조직은 이러한 부정적 요소를 해소할 조직운영의 원칙을 합의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는 사안에 시급함에 쫓겨 조직운영의 원칙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결코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러한 논의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조직은 활동가 조직의 연대조직이 아닌 ‘새로운 조직으로의 재조직화’를 택하게 되었다. 기왕에 활동가조직에 소속되어있는 활동가외에 개인활동가를 배려하는 것도 한가지 이유가 되었음은 당연하다.

또한 새조직은 장기적인 전망을 갖을 것을 목표로 했다. 당면한 방송위원회의 시청자미디어센터 사업에 공공적인 성격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디어센터 설립 이후에도 견제와 개입을 통해 미디어센터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창작을 통한 미디어활동으로 궁극적으로는 ‘퍼블릭액세스 방송국(커뮤니티 TV방송국)’을 목표로 상정했다.

이는 지역의 시민사회권의 미디어운동에 대한 이해와 개입에 대한 평가를 통해 활동가들이 의제를 제안하고 추동해나가자는 의미였다.

광주지역 영상활동가들을 망라한 새로운 조직의 명칭은 '광주․전남미디어행동연대(미디어행동)'이고 2005년 4월중 출범예정이다.


지역미디어운동의 새로운 전개 - 광주전남미디어주권네트워크

미디어활동가들이 시청자미디어센터로 촉발된 지역 미디어운동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지역 시민사회권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시청협을 주도했던 광주민언련이 조직 재정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던 시기였기에 논의를 주도할 여력이 없었다. 그리고 광주영상미디어센터를 비롯한 미디어활동가들은 지역 시민사회권에서 아직은 ‘시민권’을 얻지 못하던 시기였기에 무작정 민언련을 기다리고 힜던 형국이었다. 상황의 변화는 조금 엉뚱한 곳에서부터 왔다.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건립을 위해 방송위원회가 구성했던 추진위원회의 위원 한분으로부터 간담회 제안이 왔었다. 민언련, 광주영상미디어센터, 여성민우회, 문화연대 등이 참여했던 이 간담회에서 방송위원회의 시청자미디어센터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었다.

그후 시청자단체, 문화운동단체, 영상활동가단체 등이 참여한 연대조직 준비모임이 진행되었다. 가칭 ‘시청자주권네트워크’라는 연대조직이 담아야 할 내용과 동의단체의 확대 등을 위하여 내부워크샵, 초청강연 등을 거치며 2005년 4월 ‘광주·전남미디어주권네트워크(이하, 미디어주권네트워크)’라는 명칭으로 출범을 앞두고 있다.

‘시청자주권’에서 ‘미디어주권’으로의 명칭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연대조직은 방송위원회의 시청자미디어센터만을 사업대상으로 하는 조직이 아니다. 지리한 내부 논의를 통해 비록 방송위원회의 시청자미디어센터 건립이 연대조직의 필요성을 촉발시키기는 했지만, 미디어환경의 변화를 수용하고 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자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물론 연대조직 운영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시청자미디어센터 대응사업에 전념하자는 입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전적으로 시민사회권의 역량에 대한 판단의 문제지 입장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미디어운동의 양날개, 미디어행동과 미디어주권네트워크

기나긴 모색의 시간을 보낸 후 광주지역의 영상미디어운동은 활동가들의 실천조직과 시민사회권의 연대조직을 무기로 본격적인 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미디어운동은 과거처럼 수용자중심의 운동 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생산하고 소통시키는 적극적인 실천으로 전환해야 한다. 퍼블릭액세스로 표현되는 이러한 담론을 보다 적극적으로 떠 안아 지역 미디어민주주의 뿐 아니라 지역을 민주적으로 재편하겠다는 보다 큰 포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과 5년여의 시간이 흘렀건만 미디어센터라는 꿈은 현실이 되었다. 따라서 꿈속에 안주하지 말고 이를 인간해방의 무기로 삼아야 한다.

목표는 분명하다, 조직이라는 무기도 준비되었다. 영원한 청춘의 도시, 혁명광주에서 꿈에 동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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