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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9호 읽을거리] 우리에게 필요한 도구상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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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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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9호 / 2007년 3월 7일

 

 

우리에게 필요한 도구상자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도구상자』 - 텔레비전 읽기, 만들기, 보여주기 - 
(도쿄대학 정보학환 MELL프로젝트, (사)일본민간방송연맹 지음, 안미라?황조희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2007) 
 
최혜영(미디액트 미디어교육 교사) 

‘21세기 초반의 정보사회, 우리는 다양한 미디어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신문, 책은 물론 휴대전화, 컴퓨터, 비디오카메라 등 미디어는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터넷 또한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미디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라는 질문과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상자(tool box)가 되었으면 한다는 들어가는 말로 이 책은 시작됩니다.
미디어의 영향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한다는 ‘보호주의적 접근’으로 시작된 미디어교육 접근법은 미디어 수용자에 대한 관점이 변하면서, 수용자가 자신의 목적에 맞게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프로그램 내용을 분석하고 비평하는 ‘비판적 시청’ 기술을 기르는 데 그 목표를 두었다가 현대 기술공학의 발달로 다양한 미디어 활동이 늘어나고 수용자가 미디어를 능동적이고 창조적으로 생산하고 그 과정에 참여하는 존재로 여겨지게 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접근법’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디어를 만나다>
미디어 교육에 대한 이론적 학습과 실천적 경험이 미약한 상태에서 2006년 하반기부터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유아미디어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교사로서 이 책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우선 미디어교육에서 자주 거론되곤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가 과연 무엇이고, 왜 그것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고, 현장에서 아이들과 미디어 교육을 진행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실질적인 내용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1장 [미디어 리터러시를 알자]에서 밝히고 있는 이 책의 목적과 성격은 이러한 본인의 독서 욕구를 채워줄만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영상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구체적인 작법이나 기술, 지혜를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으나 흔한 매뉴얼 책과는 달리 독자의 세계관을 바꾸는 사상적인 의도에서 편집된 것이고, 미디어 리터러시를 난해한 이론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며 미디어 리터러시의 실천을 위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였다는 것입니다. 특히 텔레비전이라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을 획득하고, 현재의 텔레비전을 새로운 텔레비전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을 습득하기 위한 사상적이고 매뉴얼적인 도구상자로서 이 책의 역할을 언급하고 있습니다.<내용의 효용성>
‘사단법인 일본민간방송연맹(민방연)’과 ‘동경대학 대학원 정보학환MELL(Media Expression Learning and Literacy)프로젝트’가 협력하여 2001~2002년 2년간 청소년들이 TV프로그램 제작과 방송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체득해 나가도록 하는 파일럿 연구를 실시했고, 그 활동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책의 본론은 모두 4장으로 이루어졌으며 저자는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학환 조교수인 미즈코시 신을 비롯한 19명과 4개 지역 방송국입니다.
2년간 이루어진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많은 저자들의 글로 구성한 이 책은 ‘텔레비전’이라는 하나의 미디어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지만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폭넓은 영역을 체계적이고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1장 [미디어 리터러시를 알자]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개념과 필요성에 대해 쉬운 일상적인 언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2장 [텔레비전 읽기, 만들기, 보여주기]는 ‘텔레비전 읽기’에서 영상 미디어의 특징과 그것이 우리 일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일상 속에서 텔레비전을 의식적으로 읽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으며, ‘텔레비전 만들기’에서는 실제로 영상 작품을 제작하는 방법과 구체적인 카메라 촬영방법 등을 제공하고, ‘텔레비전 보여주기’에서는 제작한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과 함께 ‘표현하는 것’이 가지는 사회적 소통 의미와 변화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다시 텔레비전 읽기’에서 표현자로서 타자의 작품을 보는 감각을 통해 미디어 생산자가 놓여있는 상황을 생각해보는 능동적이고 비판적인 새로운 타입의 시청자의 역할을 보여줍니다. 즉, 2장에서는 텔레비전을 매개로한 비판적 읽기와 참여적 제작 등의 단계적인 활동 과정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1장과 2장에 비해 3장에서는 [새로운 텔레비전과 사회]라는 제목으로 텔레비전이라는 미디어를 사회 문화적 관계성 속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교육의 연대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의 확장에 대해 모색하고 제안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텔레비전과 지역 ? 공간’에서 언급된 스테레오타입은 중앙 집중적인 일본의 텔레비전 문화 속에서 전국 프로그램과 로컬 프로그램의 관계, 일본의 텔레비전과 해외의 텔레비전의 관계 등을 새롭게 바라보는 키워드로 다가왔습니다.
사카타 구니코는 ‘스테레오타입’이라는 문제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이 타문화나 타자를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 거기에 문제는 없는지와 같은 의문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미디어를 통한 이문화간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설명하고 미디어 리터러시의 저변에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실천적인 학습을 위해 미디어 학습의 ‘연대’와 ‘협동’의 방안을 제시하고 텔레비전이 다른 여러 미디어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새롭게 환기시키기 위한 ‘미디어 비교하기’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확장’에서 하세가와 하지메는 미디어리터러시의 다양성에 대해 이해하고 심화시킬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폭넓고 입체적인 시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활동에서 ‘미디어로 배우는 것’(리터러시)과 ‘미디어를 배우는 것’(미디어 리터러시)의 균형에 대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를 언급합니다. 직접 책을 기획하고 제작하여 누군가에게 판매하는 ‘책 만들기 프로젝트’와 ‘명함 팸플릿’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발명하는 워크숍, 클레이에니메이션 만들기와 플립북 만들기 등을 통한 ‘미디어 놀이로 배우는 영상의 기원’이라는 워크숍에 대한 내용을 통해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와 활동을 제시하고 미디어의 다양한 확산성과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는 우리의 일상 속에 입각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책은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워크숍을 보여줌으로써 이론적 이해를 넘어 현장에서 실천적으로 적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사례들을 접할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그러한 과정들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추상적인 관념들이 어느 정도 구체적인 형상으로 인식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구성의 효과성>

[칼럼]의 배치
책의 구성에 있어 한 가지 돋보이는 것은 본문 내용 사이사이에 배치되어 있는 [칼럼]입니다. 지역의 학교와 미디어 교육 관련 단체 등 현장에서 이루어진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실천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칼럼들은 본문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와 적절히 결합되어 독자에게 MELL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도울뿐더러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실질적인 방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칼럼] 6,7,9(‘체험하면서 배우기’ 와 ‘모나리자는 왜 미소 짓고 있는가?’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공공 미디어의 디자인으로’)는 미디어교육 현장에서 교육을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독자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한 교육의 방향과 실질적인 교수법을 모색하는 데 유용하리라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적 진행 형식
180여 페이지로 구성된 책 한 권을 비교적 쉽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어렵지 않고 실질적인 내용적 측면도 있었겠으나 이 책의 짜임새도 한 몫하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TV 특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이 2년간의 프로젝트 경험을 토대로 그 결과물을 작성한 것이기에 사실에 대한 기록적인 성격이 있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사실 기록을 떠나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가 이론적 사상적 바탕을 가지고 분야별로 실천적이고 제안적인 본론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하나의 스토리적 맥락을 가지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미디어 리터러시를 다룸에 있어서 초보적인 독자를 대상으로 기본적인 개념 설명으로 시작해서 구체적인 매뉴얼을 보여주고, 현재의 미디어 상황과 사회적 환경을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동시에 새로운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한 더욱 확장된 관점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글의 시작되기 전 ‘들어가며’와 글의 마지막 부분에 ‘나가며’를 통해 이 책의 제작의도와 역할에 대해 독자가 놓치지 않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독자는 잘 짜여진 프로그램의 구성을 따라 이 미디어가 전달코자 하는 의미를 수월히 받아들일 수 있고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본문 7~8페이지에 나오는 ‘이 책의 사용법’ 중 “이 책 또한 하나의 미디어이며 구성된 것입니다. 비판적으로 참고하시길 바랍니다”라는 글은 독자로 하여금 비판적 읽기에 대한 의식을 환기시켜 주는 동시에 비판적으로 참고하라는 저자의 지시를 따르게 하는 이중적인 장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저자와 독자가 의식하든 안하든 간에.

<아쉬움.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도구상자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자신에게 질문을 해 봅니다. ‘미디어(책)를 통해 나의 세계관은 새롭게 바뀌었는가?’라고. 아직 분명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단 처음 이 책을 통해 얻고자 했던 두 가지를 경험하기에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미디어교육을 진행하면서 종종 참고하고 비교할 만한 자료로 제 역할을 해 나가리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과 방법, 새롭고 폭넓은 관점 그리고 미디어교육을 위한 연대의 필요성 등을 두루 살피고 제시하고 있는 반면 미디어교육의 대상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바탕으로 하는 미디어교육은 특정한 지역과 대상에게 부여되는 기회의 차원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장되고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문화, 사회적 계급, 성, 물리적?정신적 장애 등에 의해 사회적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략) 따라서 미디어 교육은 사회 각 구성원의 참여를 보장하고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 평등을 실현시키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뚜렷한 관점을 제시하고 그 방법과 활동 형태를 고민할 수 있는 책이었다면 보다 나은 ‘사상적 매뉴얼’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을 접으면서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도구상자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이루어진 프로젝트의 결과물과 논의들은 분명 우리에게 지침이 되고 혹은 실질적인 ‘나침반’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글의 효용성과 효과성을 이야기하면서도 회의가 들었던 것은 ‘꼭 이것이어야 하나?’ 였습니다. 
책 본론에 앞선 심상대(SBS 편성기획팀 차장)님의

“우리나라에도 미디어 교육에 대한 책들은 어느 정도 있지만 이론에 중점을 둔 책들이 대부분...참조할 만한 미디어 교육 현장 교재가 별로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미디어 교육 현장에서도 케이스 스터디가 많이 이루어져 내용상 풍성하고 교육적으로 업그레이드된 미디어 교육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라는 글과 [역자 후기]의
“한국에...폭넓은 미디어 교육의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있고, 다양한 활동과 담론 형성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미디어 교육이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체계적 정리와 내용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라는 글에 자꾸 마음이 머뭅니다.
분명 공통점과 연관성은 있지만, 일본의 미디어 환경과 우리의 그것은 다를 수 있고, 미디어교육의 방향과 목적 대상에 있어서도 관점이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도구상자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미칩니다. ‘체계적 정리와 내용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그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되고 곧 우리에게 적합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도구상자를 만나보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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