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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9호 기획대담] (15) 감독들이 만든 극장, 관객들과 만나는 공간 - 인디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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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7. 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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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9호 기획대담 2016.7.20]



기획대담 (15) 미디어 운동, 10년을 논하다.

감독들이 만든 극장, 관객들과 만나는 공간 - 인디스페이스



대담 참여자 :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부관장),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사무국장)

진행 및 정리 : 김주현, 차한비 (ACT!편집위원회)



 지난 6월 17일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후원의 밤이 열렸다. 2015년 6월, 서울극장으로 둥지를 옮긴 지 딱 1년만이었다. 2007년 11월,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으로 문을 연 인디스페이스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일방적인 사업자공모방식 변화로 지원금이 끊기면서 2009년 12월 말 문을 닫았다. 이후 많은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모금에 힘입어 2012년 5월 민간 운영의 독립영화전용관으로 재개관했으며, 지난 2015년 6월 광화문에서 이전하여 현재는 종로 3가 서울극장에 자리하고 있다. 후원의 밤 행사가 종료되고 사흘이 지난 6월 21일,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부관장과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사무국장 두 사람의 기획대담이 진행되었다.


ACT!: 각자 소개를 부탁드린다.


원승환(이하 원): ‘인디스페이스’라는 이름을 지은 사람이다. 독립영화전용관에서 2007년부터 일을 했으니 내년이면 10년이다. 오래 했고, 인디스페이스도 오래 되었구나 싶다.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인디스페이스 내부에서도 우리의 10년을 이야기 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맥락에서 오늘 대담 자리가 의미 있게 만들어진 것 같다.


안소현(이하 안): 인디스페이스에서 프로그래밍과 회계 및 정산 등 사무국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요즘은 각종 후원 행사와 크라우드펀딩 등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일한 지 이제 10개월 정도 되었다.


원: 안소현 국장은 처음 독립영화전용관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안: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 내가 잘 안 보는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웃음)


원: 그 말이 맞다. 외국에는 독립영화전용관이라는 개념이 없다. 한국만의 특수한 사례다. 인디스페이스는 독립영화를 보는 관객의 요구 때문이라기보다는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애초에 ‘내가 만든 영화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처음엔 독립영화인들의 단체인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운영했지만, 지금은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이라는 별도의 법인에서 운영하고 있다. 운영 주체의 변화에 따라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민의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극장이 어떻게 인식되도록 만들어야 하는 지가 우리의 숙제다.



△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부관장



안: 사무국에서 가장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극장에 사람들이 더 올까’다. 영화와 극장을 홍보하는 자본도 부족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독립영화전용관이라는 극장 자체의 이미지가 독립영화를 함께 보고 함께 이야기하는 공간이 아니라, 의미 있고 무거운 영화를 상영하는, 그래서 선뜻 다가서기에 문턱이 높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그것을 바꿀 수가 있지,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더 올 수 있을까, 그런 질문들이 본질적인 고민이다. 처음 개관한 2007년도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독립영화를 둘러싼 환경은 분명 달라졌는데 극장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할지 고민하게 된다.


원: 2007년 개관 당시 환경은 지금과는 정말 달랐다. 장편영화가 만들어지기는 했는데 개봉하는 영화는 일 년에 한두 편 정도였으니까. 개봉하고 싶은 욕구는 있었으나 기존 극장에서 수용이 안 됐다. 우리에게도 독립영화를 쉽게 상영할 수 있는 스크린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2000년에 처음 제안해서 실제로 만들어지기까지 7년이 걸렸다. 개관 당시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하는 일 하나 하나가 그 자체로 역사가 됐다. 독립영화전용관이 개관했다고 일간지 사설이 나왔을 정도였으니까. 그럼 그때의 가장 큰 고민은 뭐였을까?


안: 글쎄, 영화가 없는 것?


원: 영화는 있었다. 다만 관객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 영화가 없었다. 영화를 개봉하려면 관객으로 하여금 극장으로 보러 올 수 있게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업적으로 말하면 마케팅과 홍보다. 그때는 독립영화 배급사가 ‘인디스토리’뿐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매일 영화를 트는 것이고 2주에 한 편씩은 개봉을 하는 것이었다. 최소한 일 년에 20편을 개봉한다는 것이데, 개봉할 영화와 그 영화를 홍보하고 배급할 배급사가 필요했다. 그러니까 인디스페이스가 어떤 부분에서는 독립영화의 형질을 전환시킨 셈이다. 이후 ‘시네마달’, ‘키노아이’, ‘인디플러그’ 등의 배급사가 만들어졌다. 극장이 있으니까 외국영화를 배급하던 배급사도 한국의 독립영화를 배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화를 찾기가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시스템이 생긴 것이다.



△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사무국장



안: 나는 사실 인디스페이스의 역사를 글로 배웠다(웃음). 맥락은 이해가 되는데 막상 풍경이 그려지지 않는다. 독립영화 배급사와 인디스페이스 간에 어떤 결의가 오고 갔는지 좀 더 자세한 배경이 궁금하다.


원: 독립영화전용관 건설이 필요하다고 얘기할 정도로 독립영화인들에게 배급은 중요한 숙제였다. 그때 배급PD라는 이름으로 이상엽 씨(전 시네마달 배급팀장) 같은 분들이 배급PD로 나서서 감독들과 계약을 하고 배급을 진행했다. 인디스페이스 사무실에 이상엽 씨 자리를 만들고 그가 배급하는 영화가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할 수 있도록 마케팅 전문가를 매칭 시키기도 했다. 또한 인디스페이스 첫 해의 주요사업 중 하나가 바로 개봉지원 사업이었다. 1개 스크린이고 지원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최소한의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고 개봉했다. <필승 Ver2.0 연영석> 같은 영화가 그런 식으로 개봉됐고, <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의 경우에는 감독들로부터 개봉 의뢰가 와서 ‘인디스토리’로 연결시켜주었다. 배급사는 있는데 홍보 담당자가 없으면 인디스페이스가 중간에 다리를 놓기도 했고, 오래 활동한 배급사가 신규 배급사를 인큐베이팅 하도록 돕는 등 배급사 간의 협동을 조정하는 역할도 했다. 그러면서 ‘상상마당’, ‘인디스토리’, ‘키노아이’, ‘시네마달’, ‘진진’, ‘실버스푼’,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등이 모여 독립영화 배급사 네트워크도 만들어졌다. 거기에서 배급 일정을 조율하고 공동 마케팅을 모색하는 작업들을 했다. 사실상 인디스페이스는 2년 2개월 정도 밖에 활동하지 못했는데 짧은 시간 안에 그런 시스템이 구축됐던 것이다. 때문에 극장이 문을 닫은 이후 배급사들이 ‘시네마루’를 보이콧하고도 계속해서 독립영화를 배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고, 거기에는 인디스페이스가 기여한 바가 있다. 

  인디스페이스를 만들 때 자신만만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전용관이 왜 필요하냐는 입장이었지만, 우리는 전용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좌절하는 대신 전용관이 만들어지는 그 날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내에 배급위원회를 꾸려서 연구 작업도 하고 각종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실제로 두 편의 영화 <다섯은 너무 많아>와 <안녕, 사요나라>를 개봉하기도 했다. 독립영화 DVD를 제작해서 판매하고, 온라인 상영을 진행하고, 카페 등에서 독립영화 상영회를 꾸준히 열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매년 사업보고서를 만들고 평가했다. 우리가 하려는 일에 확신이 들었고, 사업계획이 명확했기 때문에 겁 없이 저지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극장에 관객이 많지 않았지만 그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니었던 시절이었다.


안: 가정법이긴 하지만, 만약 인디스페이스가 2009년에 문을 닫지 않고 3년의 공백기 없이 꾸준히 운영되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원: 인디스페이스는 줄곧 1개관이다. 인디스페이스가 문을 닫은 그 이듬해에 이명박 정부는 ‘시네마루’를 열었고 ‘아리랑시네센터’와 ‘한국영상자료원 KOFA’에 1개 스크린을 확보하면서 독립영화전용관을 3개 정도로 늘렸다. 만약 인디스페이스가 문을 닫지 않았다면, 1개 스크린이 아니라 여러 개의 스크린이 있는 독립영화전용관을 어떻게 운영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항상 스크린이 1개였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고, 스크린을 2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것은 우리에게 언제나 꿈같은 일이었다. 


안: 2개 스크린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상영을 계획했을까. 지금처럼 개봉 영화 편수가 많지는 않았을 텐데 하나는 기획전으로 다른 하나는 개봉관으로 운영하는 방식인가.


원: 그렇게는 안 했을 것이다. 기획전 상영은 한국영상자료원 등에서 이미 하고 있으니까. 인디스페이스가 생겼을 때 독립영화 메인관은 인디스페이스였다. 인디스페이스가 문을 닫고 난 이후부터는 독립영화의 메인관이 CGV 무비꼴라쥬가 되었다. 아마 공백기가 없었다면 CGV와 경쟁하면서 독립영화 배급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방식으로 사업을 꾸렸을 것이다.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자율성을 갖추려고 노력했을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개봉 일정을 CGV가 정하고 있는데, 인디스페이스가 문을 닫기 전에는 배급사 네트워크에서 각 회사가 개봉할 영화들의 일정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인디스페이스는 배급사의 자율성을 지키고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CGV 무비꼴라쥬의 경우 외국영화를 개봉하는 사이사이에 한국 독립영화가 제한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상황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독립영화 전용관을 만들 때 단순히 개봉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개봉 이후 부가시장에 배급을 하고 수익이 생기는 시스템을 만들면서 독립영화의 재생산 구조를 갖추자는 목표가 있었다. 인디스페이스가 문을 닫으면서 내부에서 그런 고민이 단절되었고, 재개관 이후 인디스페이스의 고민은 독립영화 시장을 키우는 것이라기보다는 인디스페이스 자체의 생존이 된 것 같다. 



ACT!: 말이 나온 김에, 최근 후원의 밤이나 크라우드펀딩 등을 진행한 인디스페이스 상황에 대해 듣고 싶다.


원: 독립영화전용관 자체가 공적 지원 없이 운영 가능한 사업이었다면, 독립영화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장에서 독립영화를 틀지 않고 시장 내에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게끔 만든 것은 시장의 실패이기 때문에 이 사업을 진행한다고 생각한다. 인디스페이스는 재개관 이후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줄곧 지원을 받지 못하다가 2014년도에 5천만 원을 받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인디플러스에는 한 해에만 5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다. 독립영화전용관이 그만큼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셈이다.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에서 대신 그 사업을 하는 인디스페이스가 있는 것인데, 정작 이쪽은 지원하지 않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에서 독립영화전용관을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마냥 수익률을 쫓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 모두의 공동부담으로 가꾸어가는 공유지 같은 공간으로 설정하고, 이 공간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영화를 틀었다고 공적 지원이 중단되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극장으로 오면서 운영비용 자체도 커졌다. 좌석 수도 100석 이상 늘어났고 임대료도 올랐다. 지출은 높아졌는데 관객들은 기대만큼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부담이 누적되고 생각보다 튼튼한 뿌리가 없으니까 흔들리는 측면이 있다. 때문에 계속 버티기 위해서는 고정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든가, 어디서 다른 지원을 받아오든가, 아니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은 답이 없으니까 휴관을 생각했는데, 다행히 서울극장에서 임대료를 할인해주기로 했고 그만큼은 더 버텨보자고 정리된 상태다.


안: 이 공간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절박하게 느껴진다. 공간이 가진 의미를 되새길 때, 인디스페이스가 없어지면 볼 수 없는 영화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공동체 상영이나 자율 상영과 같은 상영 방식의 플랫폼 자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굳이 극장이 아니어도 된다고 했을 때, 인디스페이스의 위치가 어떻게 변화할지도 궁금하다. 






원: 처음 인디스페이스의 운영 주체는 한국독립영화협회의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였다. 그곳에서 두 가지 사업을 했는데 하나가 극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공동체 배급과 상영이었다. 모든 독립영화가 극장 개봉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극장 상영만으로 독립영화 상영과 배급을 전부 설명하거나 담당할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극장 개봉은 제도화된 시장 내에 독립영화가 들어가는 것이고 공동체 상영은 비제도화 된 영역에서 독립영화 상영과 공동체 운동이 결합하는 형태다. 이 두 가지는 같이 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개봉하더라도 스크린 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극장 개봉하는 영화조차 더 넓게 관객들과 만나려면 공동체 상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송환>은 아트플러스에서 개봉하고, 푸른영상과 한독협이 함께 공동체 상영을 진행했다. <우리학교>는 개봉은 개봉대로 하고 공동체 상영 위원회를 조직해서 지역에 있는 관련 단체들이 간접 배급 역할을 하는 등의 운동을 했다. 실제로 사람들이 공동체 상영을 각인하기 시작한 것도 극장 개봉했던 영화를 공동체 상영으로도 만날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현재 인디스페이스는 극장 기능만 있다. 그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두 가지를 모두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상황에 맞게 인력들이 배정되어야 한다. 다른 사업을 하려면 그 사업을 담당할 새로운 사람이 필요한데 재개관 한 인디스페이스에는 그런 인력을 배치할 여력은 없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인디스페이스의 현재 기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개봉 위주이다 보니 개봉하지 않는 독립영화인들은 인디스페이스에 무관심한 측면이 있는데, 지금까지는 정기상영회가 그 지점을 완충하는 역할을 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식의 접근은 이제 한계에 오지 않았나 싶다. 너무 많은 곳에서 하고 관객도 생각보다 없다.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안: 혹시 구상 중인 것이 있나.


원: 감독들의 첫 번째 시사회 같은 모델을 생각 중이다. 감독들은 무엇보다 영화를 만들고 처음 관객을 만나는 경험이 제일 소중하다. 꼭 개봉하는 영화가 아니더라도 감독들이 인디스페이스에 신청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 인디스페이스는 제작자 집단, 그러니까 공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만든 영화관이다. 지금은 한독협과 분리되고 전문화되면서 애초에 인디스페이스가 지녔던 제작자들의 네트워크라든가 제작자들의 영화관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데, 사실 인디스페이스가 다른 극장들과 차이가 있다면 바로 그 점이다. 독립영화 감독들의 영화관이라는 자리와 이미지를 다시 획득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감독들이 소중하게 느끼는 영화관이고, 관객들은 이곳을 찾아와서 제작자들과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좋겠다. 


안: 여전히 유효하고 지금 정말 필요한 가치다. 제작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현재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일을 하면서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프로그래밍 역시 배급사를 통해서만 진행하면 업무적으로야 수월하지만, 독립영화전용관 프로그래밍이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차별성이 없다.



△ 한 시간을 예상했던 인터뷰는 두 시간을 훌쩍 넘겨 슬슬 마무리가 되었다. 

왼쪽부터 안소현 사무국장, 차한비 편집위원, 원승환 부관장



ACT!: 현 시점에서 인디스페이스의 향후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원: 인디스페이스에 국한되지 않고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이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 미래를 설정할 필요를 느낀다. 자생적으로 버틸 수 있을 만한 조직 모델이라든가, 비즈니스 모델 같은 것들이 상상되고 실현되어야 한다. 휴관 이후 사회적 경제나 협동조합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 공적 지원을 받아서 인디스페이스를 만들었는데, 한국 사회에서 정권이 바뀌면 그것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공적 지원도 안정성이 떨어진다면 대안이 뭘까. 그러다 사회적 경제 모델을 만나게 됐다. 시민과 영화인의 모금으로 영화관을 만들었고, 상황이 악화되었을 때 후원으로 버텨가고 있지 않나. 독립영화인이나 관객이 정말 주인이 되는 영화관에서는 극장의 위기를 자기 자신들의 문제로 느낄 것이다. 그러한 조직 모델들이 다양하게 실험될 필요가 있다. 또한 안정적 수입을 창출하기 위해 1개월 관람권 또는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정액제 등의 비즈니스 모델을 상상할 필요도 있다.

  지역과의 네트워킹도 중요하다. 지역의 극장들은 어쨌거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지원의 타당성을 설득해야 한다. 왜 이 공간이 필요한지 설득해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영진위는 지역 독립영화인들의 요구와 무관하게 독립영화전용관 설립지원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한독협과 결이 다른 지역독립영화협회들이 있다. 지역 독립영화전용관 설립과 관련하여 이 지역독협들과 공동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은 문제다. 고민을 함께 나누고 그들과 네트워킹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독립영화전용관에서 더 많은 독립영화를 포괄하기 위해서는 등급분류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비영리의 영역에 상업영화와 동일한 잣대를 강요해선 안 된다. 지금 이 나라에는 등급 받지 않을 권리가 없다. 인디스페이스가 이런 문제들을 독립영화인들과 함께 풀어가야 한다. 



한 시간을 계획했던 대담은 두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마무리되었다. 대담 끝에 두 사람에게 인디스페이스를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을 때와 가장 힘을 얻었던 순간을 물었다. 안소현 사무국장은 극장에 사람이 없을 때가 제일 어렵지만, 동시에 극장을 찾아오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는다며 매표와 수표를 할 때 마주치는 관객들과의 어떤 순간, 본인의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감독들의 어떤 말들을 떠올렸다. 원승환 부관장이 말을 이었다. 일 년 내내 연중무휴인 극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피로감은 끝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극장은 존재하고, 내일 또 누군가는 이곳에 영화를 보러 온다는 사실, 동시에 누군가는 자신의 영화를 상영하리라는 사실이 정말 좋은 점이라고.


인디스페이스는 자그마치 10년을 버텨 온, 버텨 갈 극장이다. 그 시작과 과정에서 수많은 계획과 시도가 있었고, 때로는 얻고 때로는 잃었다. 감히 그것을 성공이나 실패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이곳이 여전히 진행형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독립영화를 보러오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고 환영하며 오늘도 이 자리에 있는 인디스페이스를 오래 지켜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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