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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8호 길라잡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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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5.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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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8호 길라잡이 2016.5.19]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김주현(ACT!편집위원회)


 노인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이 전경련의 막대한 지원을 받고 관제 집회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른바 ‘어버이 연합 게이트’. 한 달이 지났다. 아직 수사는 제대로 진행이 안 되고 있고 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의 직접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노인들의 보수화 성향은 오래된 얘기다. 하지만 노인들이 이처럼 조직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6년 결성된 어버이 연합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와 관련한 부산 희망버스가 기점이었다. 당시 어버이연합은 전국각지에서 몰려드는 희망버스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부산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우려했던 희망버스 측과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지만 이 일을 계기로 어버이연합은 이후 각종 시민들의 집회 현장에 출몰하기 시작한다.


 몇 년 전 한 집회에서 그들을 마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그들을 마주했을 때 드는 감정은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달랐다. 두려움이나 혐오 같은 감정을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짠했다. 한참 열을 올려서 소리를 지르다가도, 뜨거운 땡별에서 맨 바닥에 앉아서 쉬는 할아버지들의 지친 표정. 깊이 패인 주름. 힘없는 머리칼. 군복으로 한창 멋을 냈지만 그걸로 가려지지 않은 초라한 몸. 단상 위에서 열을 올리며 반공을 설파하는 연사의 과장된 목소리와 제스처에 의지해서 겨우겨우 자신들의 자부심과 신념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지킨다기 보다는 버티는 것에 가까워보였다. 그 광경은 약간은 우스꽝스럽거나 한편으로는 슬프기까지 했다.

 

 한국 사회의 노인 문제는 심각하다. 얼마 전 OECD가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률은 지난 2013년 기준 49.6%로, 회원국 평균 12.6%보다 4배 가량 높다고 한다. 사회는 점점 더 고령화되고 있다. 노인 계층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젊은 층보다도 훨씬 더 심각하다. 젊은 층은 알바라도 할 수 있지만 노인들은 그마저도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노인들이 자식에게서 버림을 받았다거나 홀로 쓸쓸히 죽어간다는 종류의 이야기를 미디어를 통해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이제 그런 종류의 소식은 뉴스에서 잘 다뤄지지도 않는다. 뉴스는 특별한 일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쓸쓸한 죽음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노인들이 존경해마지 않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대선 공약으로 내건 노인연금은 반토막이 났다(*주1). 박근혜 정부 들어 노인 복지정책은 오히려 후퇴했다고 한다(*주2). 하지만 노인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되었을까. 노인들은 왜 자신의 처한 현실에 대한 분노를 엄한 곳으로 애써 돌리고 있을까. 이 문제를 단지 그들이 전경련이나 청와대의 지원에 응답한 것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 2016년 한국 사회의 노인 빈곤율은 심각하다 (사진 출처 : 노컷뉴스)


 여기서 우리는 노인 미디어교육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게 하고, 소외된 자신의 이야기를 공론장에서 발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미디어 교육의 역할이라면 지금 그것이 가장 필요한 것은 어버이 연합의 어르신들이 아닐까하는 생각. 노인미디어 교육은 소외 계층에 대한 미디어교육의 일환으로 일찍부터 고민되고 진행되었다. 2016년 현재 그런 노인미디어 교육에 대한 고민은 어디쯤 와있을까. ACT! 지난 호에 실린 노인 미디어 관련한 기사를 찾아봤다. 4개의 기사가 나왔다. 그나마 가장 최근 기사가 2011년으로 약 5년 전이다(우연하게도 마지막 기사와 어버이 연합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시기가 일치한다).


[ACT! 44호 이슈와 현장 2007.8.10.] 노인미디어교육의 쟁점과 과제 -수용자 중심에서 시작하는 교육으로

[ACT! 44호 이슈와 현장 2007.8.10.] 지역에서 노인미디어교육의 준비와 과정 그리고 남은 숙제들

[ACT! 67호 이슈와 현장 2009.11.30.] 영화감독이 된 어르신들, 노인미디어교육에서 노인영화제까지!

[ACT! 76호 이슈와 현장 2011.9.30.] 노인 미디어교육 - 욕망에 대해 질문하다


 위의 기사 중 인상적인 한 구절을 아래에 옮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노인이 될 것이고 노인에 대하여 말할 때 이미 그것은 결코 우리와는 무관한 남의 일이 아니라는 말을 한다. 노인은 결국 우리의 미래 자화상인 것이다. 하지만 노인미디어교육은 단순히 노인들의 여가를 충당해 주는 수단이나 사치스런 장식품 정도로 여기는 구조화된 사회적 시선, 그리고 그런 사회적 시선 속에 노출되어 있는 열악한 교육환경, 노인분들의 심리적 박탈감과 무기력 등 이중, 삼중의 장애물과 만나야 한다.


 궁극적으로 노인미디어교육은 노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삶과 사회에 대하여 힘을 갖도록(empowerment) 돕는 것이어야 한다. 교육은 그들이 이미 습득한 기술을 유지하고 새로운 기술변화에 적응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 자기만족이나 목적의식, 자아정체성을 강화시키는 것이어야 하며,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의 삶과 지역 및 전체 사회 속에서 힘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미디어교육은 사회적으로 편견 지어 있는 것처럼 불필요한 장식품이나 사치품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자기성장을 위한 공급원이자 노인들이 가진 중요한 욕구들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원천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더 많은 고민과 토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노인미디어교육의 쟁점과 과제: 수용자 중심에서 시작하는 교육으로’(ACT! 44호 이슈와 현장 2007월 8월 10일 발행) 중에서


 위의 글을 읽으며 최근 ACT!에서 노인미디어 교육에 대해 너무 소홀하게 다뤘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노인들의 스스로의 보편적 권리를 인식하고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앞선 고민을 이어받아 다시금 노인미디어 교육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그 길에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98번째 ACT!를 발행한다.


 98호 ‘이슈와 현장’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케이블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전주의 사례를 소개한다. 최근 케이블 방송의 인수합병으로 시끄럽다. 하지만 시민들이 지역 케이블 방송을 통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지역의 이슈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길을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이 작은 사례를 통해서 다른 지역에서 케이블 방송에 대한 퍼블릭 액세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14번째 ‘기획대담’에서는 인디포럼 작가회의의 박홍준 의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인디포럼의 고민과 전망을 엿볼 수 있다. ‘릴레이 인터뷰’는 다큐 공동작업실 탐방기를 담았다. 다큐멘터리 작업자들이 따로 또 같이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함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리뷰’에서는 최근에 테러방지법과 관련해서 이슈가 된 소설 <리틀 브라더>와 어린이 동요 경쟁 프로그램인 <위키드>를 다루었다. 릴레이 기획으로 ‘작지만 큰 영화제’에서는 인천인권영화제를 소개한다. ‘나의 미교 이야기’는 청소년 성평등 미디어교육을 다뤘다. ‘인터내셔널’은 지난 인디다큐 페스티발 포럼 소식을 담았다. 동시대 아시아 다큐멘터리들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사다. 날로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는 ‘학습소설’과 최근에 ‘ㅍㅍㅅㅅ’에도 연재되며 인기를 더하고 있는 ‘우리 곁의 영화’, 마지막으로 <ACT!>의 일당백 편집위원 성상민의 진솔한 고민을 담은 ‘미, 디어’도 놓치지 말길 바란다. □


주1. 韓 노인빈곤율, OECD의 4배 상회, 뉴시스, 2016년 5월 16일 기사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60516_0014086711&cID=10201&pID=10200


주2.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3년차 朴대통령 노인 공약 성적 50점… 보수성향 단체도 “기초연금 후퇴, 서울신문, 2015년 12월 28일 기사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51228008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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