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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7호 길라잡이] 기억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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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2. 2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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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7호 길라잡이 2016.3.7]


기억과 기록


최은정(ACT!편집위원회)


  한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1월 세월호 유류품 촬영 당일에 대한 노순택 사진작가의 글이 잡지에 실린 바 있습니다. 노순택 작가는 알량한 사진 기술을 가진 까닭에 그 자리에 호출되었다.”라고 스스로를 말했고, “한 서린 물건들을 찍었다지만, 아무도 그 한을 사진에 담지는 못했다. 감광제는 한에 반응하지 않는다.”라고 매듭지었습니다. (*1)


출처: 416가족협의회 기억저장소

(원숭이 인형. 길이 약 70cm, 사진 촬영: 노순택, 기록: 서홍석)


   노순택 작가의 글을 읽은 후.

  이 친구는 머리가 복잡해질 때마다 416가족협의회 기억저장소 유류품 확인 창을 열었다 합니다. (*2, 3)

짝 잃은 신발, 구겨진 점퍼, 교복, 체육복, 캐리어, 백팩, 파우치, 야구모자, 안경, 이어폰, 휴대폰, ‘입사기념 파이팅!’이라 적힌 돼지저금통, 누군가 안았을 원숭이 인형, 아들 또래용 장난감.

  노순택 작가의 말을 빌자면, “살았더라면, 굳이 되찾지 않아도 상관 없었을 유품들이 그 곳에 있었고, 평범한 명사로 이름 지어져 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격한 분노나 슬픔 같은 감정은 들지 않았고,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곱씹게 됐다고 합니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가을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ACT!’100호를 맞이합니다. 2003년 첫 발행 때 13년 후 100호를 맞으리라 예상했을까요. 아니면 좀 더 일찍 맞으리라 생각했을까요. 분명한 것은 한 호 한 호 미디어 활동가들이 세상에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며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기쁘게 그 발자국을 기록해왔다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말 없는 유품들이 더 큰 무언가를 말하듯. 묵묵히 촘촘하고 단단하게 기록해가야겠다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ACT!’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2016년 첫 번째 발자국을 소개합니다.

 

  오는 416일은 세월호 참사 2주기입니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는 지난 2년간 팽목항, 안산, 서울을 오가며 카메라와 함께 유가족 곁을 지켰습니다. 곧 세상에 나올 <416프로젝트-망각과 기억>2년간의 기록을 모은 6개의 옴니버스 다큐멘터리입니다. 세월호의 기억을 왜곡하려는 의지에 저항하는 -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의 활동을 되새겨봅니다.

  4년에 한 번 오는 윤일인 2016229.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문을 닫았습니다. 지역의 작은 영화관 하나 지켜내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많은 관객과 미디어 활동가들은 그 마지막을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 신영을 찾았습니다. 그 기억과 기록들이 또 다른 신영의 문을 열리라 기대합니다.

  작년 12월 열린 제4회 서울마을미디어축제 포럼 변화를 만드는 마을미디어는 마을미디어의 성장을 확인하고 활성화를 위한 조건을 모색해보는 자리였습니다. 잘 정리된 포럼에 대한 이 글이 마을미디어의 또 다른 성장을 위한 단초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비합리적인 제도의 틀 안에 갇혀 있는 저작권 이슈를 짚어보는 과정을 통해 비영리 공공 콘텐츠 제작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탐색해봅니다.

 

  97호는 유난히 연재 기사가 많은 편입니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해보자며 소박하게 시작한 선후배 활동가의 미디어운동 10기획대담은 햇수로 3, 벌써 13번째를 맞이했습니다. 이번에는 독립영화 유통에 대한 이야기를 인디플러그를 통해 들어봅니다.

  마찬가지로 가벼운 안부 인사나 하자고 시작했던 릴레이 인터뷰는 햇수로 2, 7번째를 맞이했으며, 이번에는 오랫동안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다큐인의 근황을 알아봅니다.

  꾸준히 고정 팬을 늘리고 있는 학습소설’ 7화는 숫자가 사라진 세계에 대한 단편으로 꾸려졌으며, 영화의 의미를 돌아보는 우리 곁의 영화는 내러티브에 대해 살펴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연재는 무려 2개입니다. 하나는 지역의 작지만 큰 영화제를 살펴보는 것으로 이번 호에는 익산과 충주의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다뤘습니다. 그리고 미디어교육에 대한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나의 미교이야기는 안산 단원고 교육 사례를 소개합니다.

  티끌이 모여 태산을 이루 듯. 이 다부진 연재들이 단단한 알갱이가 되어 언덕을 이루고 태산을 이루리라 기대합니다.

 

  또한 청소년의 시각에서 본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에 대한 리뷰는 다시 한 번 세월호를 둘러싼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고 있으며, ‘ACT!’에 대한 의견이 담긴 ‘Re:ACT!’는 또 한 번 ‘ACT!’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무언가에 무작정 답하려 하지 않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집중하는 ‘ACT!’가 되길 바라며, 97호의 출발을 알리는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1. 노순택의 사진의 털 - 씨네21 No.1039 2016.1.19.

*2. 416가족협의회 http://416family.org/

*3. 416기억저장소 416유류품유품 http://www.flickr.com/photos/416memory/colle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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