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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5호 Re:ACT!] ACT! 는 컨설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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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 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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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5호 / 2009년 9월 30일

 

ACT! 는 컨설팅이다.
 
강묘애(농인미디어활동가)

 

 

 

 

ACT!를 읽을 때마다 항상 먼저 읽는 것은 내가 아는 미디어활동가들이 쓴 글이나 미디어교육에 관한 것이다. 이번 64호에서도 [현장]의 미디어교육 부분을 제일 먼저 읽었다. 아무래도 내가 지금 농인미디어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눈길이 가게 되는 것이리라.

 

아, 농인미디어라고 하니까 농인의 ‘농'자 때문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교육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농인은 의학용어로는 청각장애, 그 중에서도 수화를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 즉 수화를 언어로 사용하면서 그들만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농인'이라고 부른다.

 


이번 64호에서도 박규민 편집위원님이 쓴 [지적장애인 미디어교육 포럼 참가기]에 대한 글을 흥미롭게 읽었다. 미디어교육에 관한 글들을 읽어보면 비장애인 강사가 쓴 글보다는 자신이 장애인인 교사가 쓴 글이 좀 더 구체적이고 흥미롭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 역시 농인이지만 나와는 다른 장애인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래서 간혹 비장애인이 느끼는 것처럼 다른 장애인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가질 때가 있는데 박규민 위원님이 쓴 내용 중 지적장애인에 대해서 윤리적 관점으로 바라보지 말고 표현의 방법을 달리하여 있는 그대로 보자라는 부분에서 공감이 가면서도 하나의 새로운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내가 농인미디어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미디액트의 권유였고 2007년도에 시작해서 여러 곳의 농학교를 거쳐서 올해는 상반기에 인천의 한 농학교에서 농학생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교육을 하였고, 지난 주부터 서울의 한 농학교에서 미디어교육을 시작했다. 미디어에 대해 전무했던 내가 미디어교육을 하면서 오히려 내가 많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고 현재도 여전히 자질이 부족하지만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올해의 미디어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참 의미 있는 해라고 생각되는데 그 이유는 현재 나가고 있는 농학교가 바로 나의 모교이기 때문이다. 비록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다녔던 학교지만 그 이후에 다녔던 일반학교에서 농인이 아닌 비장애인들과 잘 되지 않는 어눌한 발음으로 대화를 하면서 오랫동안 소통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느낌을 되돌아보면 그 짧은 3년 기간이라는 기간은 소통적으로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러기에 모교에서 나와 같은 언어인 수화를 사용하는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참 감개무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러 곳의 농학교에서 농인미디어교육을 하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가는 곳마다 방송실이 구비되어 있는 학교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웬 방송실인가 하겠지만 나는 그동안의 농인미디어교육을 하면서 방송실의 중요성이 굉장히 크다고 느꼈다. 왜 중요한지에 대해 쓰자면 내게 주어진 리뷰 A4 한 장 분량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간단하게 얘기를 하자면 농인에게 모국어는 시각언어인 수화이고 제 2언어는 한국어(글)이다. 그들은 비장애인처럼 한국어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수화로 사고한다! 비장애인학생이 많은 일반학교와는 달리 소수의 농학생이 모여 있는 공간인 농학교에서 다양한 생각이나 토론 등이 오가기가 쉽지 않다. 미디어교육을 하면서 대부분 아이들이 그들의 생각의 표현이 풍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놀랐고 심지어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고학년임에도 꿈이 뭐냐고 물으면 확실하게 대답하는 아이들이 없을 만큼 꿈이란 비장애인이나 갖는 것이라는 경향이 강하다. 그들에게는 비장애인 교육의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된 정보나 내용들을 보여주어야 그들이 더 잘 이해를 할 수 있고 그들의 생각도 자랄 수 있으며 그들도 꿈을 가질 수 있는데 그런 환경에 있지 않으니 마치 고립된 섬에 머물러있다고 느꼈다. 아이들이 졸업 후 사회생활에서 비장애인과 다른 소통체계로 인해 사회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학교인 만큼 학교에서는 미디어교육이 끝난 후 하나의 활용방안으로서 방송실을 만들어서 그들이 지속적으로 그들의 시각적인 생각을 영상을 만들어서 다양한 생각과 정보의 소통이 오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편의 ‘용산 4구역 [구술사 프로젝트]를 듣다'를 읽으면서 공적기록만으로 알 수 없는 농인들의 이야기들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예전에 생각은 했었지만 잊고 있었는데 이 글을 보면서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농인들이 살아온 역사에 대한 증언도 중요한데 일제 강점기나 특정 사건이 일어났던 시대에 살았던 농인들의 역사를 담은 자료들 역시 없다. 언젠가 농인들의 영상구술사를 제작할 계획인데 구술사의 ‘구'는 입으로 하는 말이라는 의미이므로 농인들의 언어인 수화의 의미와는 안 맞는다. 한자 ‘손 수'를 뜻하는 ‘수'자를 바꾸면 영상‘수술사'가 되는데 어색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터뷰를 보면서 이렇게 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되었다.

 


ACT!에 기고된 글을 쓴 분 중에는 농인미디어교육을 하면서 알게 된 활동가들이 있는데 그들이 부러운 점은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매일매일 새로운 미디어 관련 정보들이나 교육내용을 피드백하고 접할 수 있는 소속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매번 분석적이고 새로운 내용들을 기고하는 그들을 보면서 그에 반해 현재 아직까지 자신이 농인이면서 미디어교육을 하는 사람은 나뿐이고 농인미디어교육에 대해 공유할 사람이 없으니 뭔가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농인에게 맞는 미디어교육방법이나 다른 미디어 이슈나 교육 동향을 알려면 내 스스로 찾아야한다. 각 활동가들의 생생한 경험들이 ACT!에 나와 있기 때문에 그들이 쓴 글들은 정보가 되고 위로가 되고 자극이 되고 있다. 이점에서 ACT는 뭔가 내게 컨설팅 역할을 해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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