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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5호 미디어인터내셔널] 미국 커뮤니티 액세스 보존법, 의회 제출 - PEG 채널의 지속적 생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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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 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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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75호 / 2011년 7월 25일


 
 
 
미국 커뮤니티 액세스 보존법, 의회 제출
- PEG 채널의 지속적 생존, 가능할까
 
박민욱 (ACT! 편집위원회)

 

 

 

미국에 잠시 살며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텔레비전에서 별 걸 다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어느 날은 초등학생들의 야구경기 중계가 있기에 무슨 전국 리틀 야구대회인가 해서 봤더니, 인근 지역 초등학교 야구팀들 간의 경기였다. 이를 테면, 성북구 구청장배 리틀 야구대회 정도? 하지만 경기에 임하는 아이들의 진지한 얼굴에서 동네야구의 어설픔은 찾아보기 힘들었음은 물론이거니와 (물론 실력은 어설펐으나...), 경기를 중계하며 팀별로 자세히 전력분석을 하는 캐스터들의 태도에서도 사뭇 메이저리그 경기의 향기가 묻어났다. 또 어떤 날은 인근 고등학교의 교사-학부모간 회의가 생중계되기도 했고, 카운티 축제라도 있는 날이면 그야말로 온종일 특집방송이었다. 우리 옆집 아주머니가 집 뒤뜰에서 재배한 커다란 호박덩이를 들고 자랑스럽게 거리를 행진하던 그 모습이란.

 

 

이런 별 걸 다 보여주는 동네 TV채널들을 PEG 채널이라 부르는데, 공공적(Public), 교육적(Educational), 정부(Government) TV 채널이란 뜻이다. 현재 미국에는 무려 5000개가 넘는 PEG 채널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지역 정부와 학교, 교회, 그 밖의 각종 지역 단체들과 개인들이 지역 소식, 긴급 상황, 지역의 여러 이슈들에 대해 서로 정보를 제공하고 취합하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즉, 미국의 시청자들은 시 의회나 카운티 정부의 각종 회의, 공청회 등은 물론, 심지어 학교 이사회 회의, 학교 수업, 지역 스포츠 이벤트, 교회 행사 등도 PEG 채널들을 통해 안방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PEG 채널들은 시민단체와 비영리 기관들 그리고 개인들이 지역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함으로 지역주의(localism)와 시민 참여를 촉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처럼 PEG 채널들이 대단히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이지만, 여기에도 근본적인 위협이 존재하고 있으니, 그것은 역시 돈이다. PEG 채널들은 현재 연방(국가)이나 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 케이블 회사들이 지급하는 수신료와 PEG 지원금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지원금은 케이블 회사와 지역 커뮤니티 사이에 체결된 지역 케이블 프랜차이즈 협약에 의한 것인데, 최근 연방통신위원회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이하 FCC로 표시)가, 몇몇 중요 예외가 있긴 하지만, PEG 지원금을 오직 시설과 장비에만 사용하도록 국한시키고 운영비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면서, 많은 PEG 채널들이 운영비용을 마련하는 데 애를 먹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도 최근에 여러 주에서 케이블 회사들이 PEG 채널에 지급해야 할 비용을 축소, 폐지할 수 있도록 관련 주법을 개정하면서 많은 PEG 채널들이 재정적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특히, 위스콘신과 오하이오 등 6개 주에서는 PEG 채널들에 대한 모든 재정 지원이 내년부터는 끊기게 될 예정이며, 한 연구는 2005년 이래로 미전역에서 약 100개의 PEG 채널들이 이미 문을 닫았고 현재 400개 이상의 채널들이 곧 방송을 중단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PEG 채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지난 5월에 있었다. 미국 하원의원인 타미 볼드윈 (Tammy Baldwin, 민주당, 위스콘신)과 스티브 라투레 (Steve LaTourette, 공화당, 오하이오)가 지난 5월 5일, 커뮤니티 액세스 보존법 (Community Access Preservation Act)을 의회에 제출한 것이다. 이 법안은 PEG 채널들이 현재 직면한 여러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마련되었는데, 역시 그 핵심은 자금 지원과 관련한 것이다. 우선, 새 법안은 PEG 채널들에 배당되는 지원금이 시설과 장비뿐만 아니라, 모든 PEG 관련 비용에 사용될 수 있도록 보장하였다. 현재의 불필요한 제한을 철폐함으로 PEG 채널들의 운영비용에 숨통을 트여주려는 의도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케이블 회사들이 PEG 채널들에 지급하는 비용을 의무화하고 그 구체적 가이드라인까지 정하였다. 즉, 현재는 얼마를 지급할지 케이블 회사와 PEG 채널들이 각자 알아서 협상할 수 있었던 데 비해, 새 법안에 따르면, 케이블 회사들은 전체 수익의 2%를 PEG 채널 지원금으로 지급해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기존에 주법이 정하고 있는 지원금이 그보다 많은 주의 경우에는 현재의 액수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외에도 커뮤니티 액세스 보존법은 PEG 채널들이 일부 케이블 회사들로부터 받는 부당한 대우를 지적하며 PEG 채널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를 재차 보장하고 있다. 현재 케이블 법은 PEG 채널들이 케이블 사업자들의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며 모든 케이블 가입자에게 시청 가능해야 함을 보장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케이블 회사들은 전통적으로 지역 상업 텔레비전 시그널과 PEG 채널을 같은 방식으로 모든 가입자들에게 부가비용 없이 제공해 왔다. 하지만 현재 몇몇 사업자들은 PEG 채널들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는데, 이들이 서비스하는 PEG 채널은 흔히 접근성이 떨어지고, 질이 낮으며, 기본 기능이 배제되어 있는데다 심지어 더 높은 가격으로 제공되기까지 하고 있다. 이에 새 법안은 케이블 회사가 PEG 채널들을 어떠한 부가비용도 없이, 어떠한 질적 저하도 없이, 또한 내용과 정보에 대한 어떠한 가감도 없이, 케이블 가입자들에게 제공해야만 함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 또한, PEG 시그널이 모든 케이블 시스템의 가입자들에게 어떠한 부가적인 서비스나 장비에 대한 부가비용 없이 동등하게 제공되어야함 역시 규정하고 있다.

 

 

커뮤니티 액세스 보존법은, 여기에 더해, PEG 채널에 미치는 케이블 프랜차이즈 주(state)법의 영향에 대해 FCC가 조사하고 의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현재 몇몇 주들이 지역의 필요와 관심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주차원의 케이블 프랜차이즈 기준을 채택함으로 PEG 채널의 소멸을 가져오고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새 법안은 케이블 시스템에 대한 정의를 광범위하게 확장, 수정하고 있는데, 이는 여러 기술적 변화에 따라 독특한 방식으로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부 사업자들이 자신들은 케이블 사업자가 아니므로 케이블 법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제시된 것이다. 새 법안은 기존의 케이블 사업자와 다른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더라도 유사한 형태의 방송 사업자라면 반드시 PEG 채널과 관련된 케이블 법을 준수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아직 국회에 제출된 단계이긴 하지만, 이러한 커뮤니티 액세스 보존법의 출현에 미국 PEG 채널들은 전폭적인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으며, 커뮤니티 미디어 연합(ACM, Alliance for Community Media)도 성명서를 내고 새 법안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특히, 그동안 FCC의 불필요한 제한에 의해 운영비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PEG채널들은 새 법안의 통과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지역 공동체 라디오 법(Local Community Radio Act)이 발효되면서, 새로운 공동체 라디오 설립에 장애가 되어왔던 FCC의 규제가 철폐된 바 있고, 이에 따라 앞으로 800개에서 1200개의 새로운 지역 공동체 라디오가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한다. ([ACT!] 74호 “공동체라디오를 허하라 - 위기의 순간 생명을 구하는 공동체라디오” 참조) PEG 채널들 역시, FCC의 규제 철폐로 운영비용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게 된다면,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데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새 법안은 PEG 채널들을 축소, 중단시키려는 지역 케이블 회사들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대부분의 PEG 채널들이 재정적 문제와 지역 케이블 회사들의 압력으로 지속적 생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커뮤니티 액세스 보존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자칫 큰 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커뮤니티 액세스 보존법의 국회 제출로 미국 PEG 채널들의 지속적 생존여부가,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는 셈이다.

 

 

* 참고
커뮤니티 액세스 보존법 전문은 다음에서 볼 수 있다.
http://www.govtrack.us/congress/billtext.xpd?bill=h112-1746

 

 

* 관련 기사
[ACT! 74호 미디어인터내셔널 2011. 05. 31] 공동체라디오를 허하라 - 위기의 순간 생명을 구하는 공동체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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