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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11호 길라잡이] 가짜뉴스와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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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8. 10. 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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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11호 길라잡이 2018.10.20]

 

가짜뉴스와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김주현 (ACT! 편집위원)

 

“우리에겐 신문도 지상파도 종편도 없습니다.…우리가 모두 언론이 되면 됩니다. 스마트폰으로 애국 혁명을 일으킵시다!”

- 2017년 2월 서울시청 앞 박근혜 탄핵반대 집회 중 사회자 발언 중

 

‘우리 스스로 미디어가 되자’ 이 선언은 미디어운동 진영에서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강조하며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와 똑같은 문구가 온갖 가짜뉴스로 난무한 태극기 집회에서 나왔다는 점은 우리의 생각을 복잡하게 한다.

 

 

△ 박근혜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 중 한 장면

 

 

최근 한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가짜뉴스는 보수적 기독교 단체에 의해 조직적으로 생산되고 전파되었다. 이 보도에서 가짜뉴스의 뿌리로 지적한 에스더 미디어학교의 교육 내용을 보면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교육 현장이 떠오른다. 포털 사이트 가입부터 댓글작성까지. 반공교육만 차치하고 본다면 여느 동주민센터나 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하는 미디어교육 수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작은 글자를 애써 읽으며 강사의 교육에 따라 열심히 손가락 타자를 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뭔가 애잔한 기분이 들기까지 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러한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미디어 교육의 강화가 다시금 얘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짜뉴스에 대해서 현재 논의되는 대응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제도적으로 가짜뉴스를 규제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총리는 얼마 전 “가짜뉴스는 사회통합을 흔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민주주의 교란범”이라고 지적하면서 적극 대응을 주문하였다. 또 여당인 민주당은 가짜뉴스대책특위까지 구성하고 모니터링과 팩트체크, 제도개선 방안마련 등에 나섰다. 두 번째 방향은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인 규제는 한계적이고, 표현의 자유탄압 등 우려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규제가 아닌 기존 언론이나 시민사회의 자정 능력을 통해서 해결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시민사회의 자정능력 강화를 위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가 얘기되고 있다.

 

하지만 막상 미디어교육을 하고자 한다면 누구에게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얼마 전 유명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은 인터뷰를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청소년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해줘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청소년들은 이미 (미디어 활용법을) 다 알고 있는데, 정작 어른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이를 지도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JTBC의 프로그램 <랜선 라이프> 중 한 장면

 

그럴만한 것이 최근 한 설문조사를 보면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위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나왔다. 그리고 이미 초등학생들은 유튜브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다.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과제할 때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서도 유튜브에 먼저 검색을 한다. 유튜브에 ‘우리 반’이라고 검색하고 스크롤을 조금만 내려보시라 아이들이 직접 만든 영상이 하루에서 수십 건 새로 쏟아져 나온다.

 

어른들은 가짜뉴스를 보고, 청소년들은 크리에이터에게 열광하는 시대. 이 두 가지 키워드는 지금의 미디어 환경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지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시민의 권리확장으로서 미디어 권리 실천이라는 미디어 운동의 오래된 테제는 지금 어디쯤 와있을까. 독립다큐멘터리에서 SNS 상의 바이럴 콘텐츠로, 감독에서 크리에이터로,  커다란 변화의 흐름 속에서 미디어운동의 주체는 계승되지 못한 채 각개전투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가짜뉴스와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우리의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고민을 함께 해나가겠다는 마음으로 111호를 발행한다.

 

먼저 ACT! 111호 [이슈와 현장]에서는 방송계와 사회적 경제 미디어 분야의 전망을 각각 살펴보는 글을 실었다. [페미니즘 미디어 탐방]에서는 유튜브 채널 <너나나나>의 두 크리에이터의 이야기를 담았다. 분노 이후 즐거운 삶을 상상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인터뷰를 보니 앞으로 나올 콘텐츠들이 더 기대가 된다.

 

[인터뷰]에서는 두 여성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순아 감독은 (독립)영화계 반성폭력 활동가와 작업자 사이에서의 고민을 담담하게 얘기해주었다. 인터뷰를 읽으면서 남순아 감독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외롭거나 고립되지 않도록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연대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ACT!에서는 오래 활동한 사람들의 고민과 근황도 들어보는 기회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첫 번째 인터뷰 대상은 <니가 필요해>(2014)를 만든 김수목 감독이다.

 

[리뷰]에서는 주목할 만한 다큐멘터리 2편을 다뤘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긴 투쟁을 담은 <사수>(2018),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을 다시 추적한 <더 블랙>(2018). 전자는 최근 영화제를 통해서 처음 공개되었고, 후자는 얼마 전 개봉해서 독립영화관을 통해서 상영 중이나, 관객수는 미진하다. 내리기 전에 극장에서 챙겨보자.

 

[작지만 큰 영화관]에서는 상도동 대륙서점이라는 작은 책방에서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독립다큐멘터리 상영회 소식을 전한다. [나의 미교이야기]에서는 전남 순천의 월등 초등학교에서 제작한 단편영화 <작아도 괜찮아>(2018)의 제작기를 보내주었다.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은 몇 해 전 ACT!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순천만 아이들>을 비롯해서 꾸준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 인터내셔널]에서는 호주 공동체미디어기금 소식과 인터넷의 다양한 분야의 시상을 통해 여러 활동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웨비상 소식을 담았다. 끝으로 [Me,Dear]는 이번호부터 편집위원이 아닌 외부 필진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마민지 감독이 다큐멘터리 제작과 페이퍼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주었다.

 

※ 참고기사 및 자료

 

- [한겨레] ‘가짜뉴스 학교’ 체험기…6시간 강연 뒤 “열심히 퍼 날라 주세요”

- [미디어오늘] 가짜뉴스, 규제만으로는 안된다

- [미디어오늘] 극우보수의 유튜브 진지전

- [한겨레 칼럼] 가짜뉴스, 어떻게 잡을 것인가?

- [IZE] 10대의 유튜브│② 유튜브로 놀고 먹고 공부하고 '인싸'되기

- [노컷뉴스] 대도서관 "10대들에게 유튜브는 '리모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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