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 – 나의 미교 이야기 14화]

      최근 매체의 다양화와 교육 영역의 확장, 법제화 추진 등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미디어교육의 현장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소개하고자 [미디어교육 스토리텔링- 나의 미교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글을 통해 전국 각지에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교육자들이 교육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함으로써 미디어교육의 오늘을 파악하고 발전적 내일을 위한 담론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합니다. 

      이번은 그 열네 번째 순서로, 순천의 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든 단편영화 <작아도 괜찮아>의 제작기를 소개합니다. 그동안 학교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는 주체적인 어린이 상을 꾸준히 제시해온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의 최근작인 이 영화는 통폐합으로 사라져가는 작은 학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은 학교의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평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 상황을 용감하고 슬기롭게 극복해냄으로써 학교의 주인으로서, 제 삶의 주인공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편 영화 밖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학교와 마을과 삶의 이야기를 선생님과 함께 영상으로 만들며 영화를 통해 세상을 보고, 세상을 향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습니다.

      학교와 세상을 연결하는 창으로서의 영화,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도록 손잡고 동행하는 미디어교육,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이 만들어가는 길을 통해 희망적인 학교미디어교육의 내일을 기대해봅니다. - 이수미(ACT! 편집위원)




    [ACT! 111호 나의 미교 이야기 2018.10.05.]


    영화를 만들며 성장하는 아이들 

    - 전남 순천 월등초<작아도 괜찮아> 제작기


    차선령(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 회원)



    4번째 단편영화 <작아도 괜찮아>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은 전남을 배경으로, 전남의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전남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2014년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시골에 맡겨진 도시아이의 성장기를 담은 <개천의 용>, 2015년 순천만 갯벌을 지키는 아이들 이야기 <순천만 아이들>, 2016년 머리카락에 숨어 피를 빠는 ‘이’가 생기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이녀석들>에 이어 2018년 4번째 모임공동제작 단편영화 <작아도 괜찮아>를 촬영했다.


      <작아도 괜찮아>는 통폐합 위기의 작은 학교를 학생, 교사, 마을이 힘을 모아 지키는 내용이다. 작은 학교는 비교육적, 비경제적이라는 시각과 작지만 알찬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시각의 갈등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전라남도는 887개 학교 중 학생 수 60명 이하 작은 학교가 42%(373개)로 작은 학교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80여년 역사에 학생 수 1천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학생 28명의 '작은 학교'가 된 순천 월등초가 영화 <작아도 괜찮아>의 배경이다.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생기를 찾아 행복한 학교로 거듭나고 있는 모습을 영화에 담아냈다.


    ▲ 2018년 8월, 단편영화 <작아도 괜찮아> 촬영 현장



      작은 학교를 없애고 큰 학교로 통폐합시키면 과연 교육적일까? 작은 학교 안에서 아이들의 삶을 바라본 적 없는 사람들이 효율성과 경제성을 기준으로 쉽게 이야기한다. 학교는 마을과 함께 생각되어야 한다. 마을에 아이가 1명 있더라도 학교는 학교여야 한다. 한 학급에 3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이 다니는 큰 학교 교육이 작은 학교보다 의미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내가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걱정은 아이들의 삶을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관계망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작은 학교들을 통폐합하여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마을과 함께 또 다른 상상력을 발휘하여 해결되어야 한다.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은 영상이 취미인 교사 모임을 넘어서 학교와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 되려 한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과 삶을 함께 하며 교육문제를 온몸으로 느끼는 교사들이 교실 속 꿈과 기쁨, 슬픔과 갈등, 힘을 담은 영상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영상은 만든 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전달하며 흐트러져 있는 진실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명확하게 해준다. 영상을 접한 사람들이 현실에서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 공감하며 마음을 움직인다. 이 감동은 모든 것이 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 우리가 영상을 하는 이유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영화제작의 의미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의 회원들은 모두 교사들이다. 각자 학급 아이들, 각 학교에 에너지를 가장 많이 쏟고 있으며 가정에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전남 곳곳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은 모이기 힘들지만 시간을 쪼개 자녀들을 데리고 모임에 참여하고 수시로 밴드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우리의 영화는 전문적인 연기자들과 스태프로 꾸려져 멋지게 만들어지는 상업영화가 아니다. 다소 미숙하고 풋풋하지만 학생들과 교사들의 삶을 영화로 그려내는 살아있는 영화다. 


      이번에 제작한 <작아도 괜찮아>는 순천 월등초의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를 담은 이야기이다. 2017년 월등초에는 1학년 신입생이 1명 입학한다. 학교의 교직원, 학부모, 학생들 모두 이 상황을 걱정하던 중 교육청에서 통폐합 대상학교라는 공문이 오고, 학교통폐합에 대한 찬반의견이 대립된다. 학교를 살려보자는 마음들이 모아지고 2018년 입학식에는 8명의 1학년 신입생이 들어오게 된 실제 이야기를 조금 더 영화답게 재구성하였다.


    ▲ <작아도 괜찮아>는 통폐합으로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를 지켜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 “작은 학교를 둘러싸고 비교육적, 비경제적이라는 시각과

    작지만 알찬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시각의 갈등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이 시도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영화제작’은 단순하게 하나의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에 아이들을 참여시키는 의미가 아니다. 아이들은 영화를 통해 삶의 주인공으로서의 일상적인 이야기에 상상력을 곁들여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양한 의견 속 갈등을 조절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그들만의 회의를 통해 결정된 내용을 설득하기 위한 사회적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아이들의 본질과 그들의 삶이 연결된 성장과정이다.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에서 만드는 영화들에는 언제나 학교의 학생들과 교직원, 마을 사람들이 등장하고 학교와 교육의 문제가 발생하며 영화 속 주인공은 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아이들이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도 소중한 우리 학교를 지켜주라고 호소하는 학생들이다. 실제로 영화에 학생 등장인물은 오디션으로 뽑힌 주인공 4명 이외에는 모두 월등초 학생들이다. 큰 학교로 전학 가려는 1학년 동생을 다시 자전거로 작은 학교로 태워오는 과정, 마을 사람들과 학생들이 월등초의 신입생 유치를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는 장면 등에서 학생들은 영화가 아닌 실제처럼 진지하게 임했다. 마을 주민들, 학부모들, 월등초 교직원, 전남 곳곳의 작은 학교에 근무하는 우리 모임 역시 모두 마음을 모아 참여하였다. 


    ▲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



    학교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는 교사들 


      학교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던 교사들은 영상에 아이들을 담고 싶다는 생각에 방학마다 서울과 양평 종합촬영장을 돌며 촬영, 편집, 분장 기술 등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기술을 배워온 교사가 다른 교사들을 가르치면서 2005년,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이 꾸려졌고, 실력을 쌓은 모임은 연수를 개설하여 영화를 배우고 싶어 하는 또 다른 교사들에게 나눠준다. 이렇게 하여 선생님이 학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 전남 곳곳에서 제작되고 있다. 모임에는 전남지역 유초등 교사 3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2005년 만들어진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은

    학교 이야기를 담은 단편영화를 꾸준히 제작하며

    아이들의 삶과 교육의 문제에 대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은 영상미디어의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주인이 되어 미래를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을 위해 다양한 차원의 교육 문제를 공유하고 앞으로 교사의 역할을 함께 고민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영화 시나리오는 아이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는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노래가사를 짓고 작곡하여 영화의 주제가와 배경음악을 만들며 학생들의 노래를 영화에서 활용한다. 영화 포스터와 영화에 사용되는 소품, 영화 장면들의 이미지화 및 영화에 사용되는 로고 디자인 작업도 우리들이 직접 학생들과 함께 고민해서 제작한다. 우리 모임이 하고 있는 ‘영화’는 영상 미디어의 의미를 넘어서 교사와 학생들의 협력적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2014년 전남 영상미디어 교사 모임 선배들의 연수를 듣고, 당시 근무했던 전교생 20명의 작은 학교 영남초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한 영화 <안녕 꿈틀아>와 <비누방울의 모험>을 만들어 아이들이 스스로 깨우치고 성장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느꼈다. 모임회원으로서 영상 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 현안에 대한 배움을 얻고 있다. 


    ▲ “아이들은 영화를 통해 삶의 주인공으로서 

    일상적인 이야기에 상상력을 곁들여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양한 의견 속 갈등을 조절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그들만의 회의를 통해 결정된 내용을 설득하기 위한 

    사회적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삶의 주인공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을 위해


      이번 여름 폭염 속에서 일주일간 15∼20분 분량의 영화 제작을 위해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한편의 영화를 만드는데 기술과 내용을 채우기 위한 많은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소요된다. 힘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지만, 그 어떤 대가나 보상보다도 그저 영화를 찍는 동안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힘을 합쳐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낀다. 영상 속에 우리 아이들의 협력과 존중, 희망을 담아 세상에 보여주자는 우리들의 열정과 책임감으로 내년에도 영화를 찍고 있을 것이다. 


      11월 24일, 7회를 맞는 순천스쿨영상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들이 많지만, 순천스쿨영상제는 전남의 다양한 환경에 있는 구릿빛 피부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예술 축제를 지향한다. 영상미디어 체험활동을 준비하고 영화관에서 학생들이 만든 영상의 상영기회를 제공한다. 지원 없이 우리들만의 힘으로 축제를 기획 운영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러나 영화제작과 영상제를 통해 친구와 의미 있게 소통하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는 믿음, 공동 작업을 하는 즐거움,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 다른 교실 모습을 보며 공감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소감을 들으면 힘이 나 내년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들이다.


      우리는 영화 속 주인공인 아이들의 실제로 살아가는 삶 속에서도 주인공이 되어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그게 우리가 만드는 영화 속에서 항상 아이들이 주인공인 이유이다. □




    글쓴이 - 차선령(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 회원)



    전라남도 고흥에 위치한 고흥동초등학교 교사. 작은학교와 시골 아이들을 사랑하는 따뜻한 선생님. 교실 속 꿈과 기쁨, 슬픔과 갈등, 힘을 담은 영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에서 많은 배움을 얻고 있다. 




    <작아도 괜찮아> 제작 과정


    날짜

    과정

    내용

    201712

    주제 선정

    작은 학교로 영화 주제 선정 후 각자 학교 이야기와 통폐합 관련 기사, 뉴스 영상을 밴드에서 공유하고 영화 스토리를 잡아 나갔다.

    20183

    제작계획서 작성

    모임에서 공유된 자료들을 정리하고 토의하여 가제 작은 학교의 꿈영화제작 계획서를 작성하여 두루뭉술했던 영화제작 계획을 구체화시켰다.

    1~5

    전문성 신장

    사운드, 분장, 편집, 연기, 촬영, 조명 등 전문성 신장 모임연수 후, 다시 전체교사 연수를 실시하여 교실 속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내는 노하우를 공유하였다.

    5

    배경 섭외 스텝 역할 나누기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순천 월등초로 섭외하였다. 회원들의 영화 제작 역할을 나누고 역할에 맞게 각자 영화를 준비하였다.

    1~7

    시나리오 작성

    전남 작은 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들의 학교 이야기를 담은 영화 시나리오를 작성하였다. 연수모임 외에도 밴드에 공동창작 제작일지를 올리며 작성글과 댓글들로 수정을 거듭하였고 함께 시나리오를 고민하고 완성하였다.

    6

    촬영 스케줄 확정

    포스터 제작

    영화 촬영 일정이 나왔고 그 일정에 맞춰 나는 우리반 학생들과 함께 영화 포스터를 제작하였다. 아이들과 뉴스를 활용해 작은 학교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토론했다.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이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포스터에 담아냈다.

    77

    학생연기자 공개오디션

    6학년 체격의 활동적이고 자전거 탈 줄 아는 학생 3명과 초1학년 체격의 귀엽고 붙임성 있는 1명을 뽑는 연기자 공개오디션에 전남 초등학생 60여명이 지원했다.

    728

    연기자 워크숍

    월등초에서 열리는 연기자 워크숍에서 화술과 발성, 호흡, 감정표현, 신체표현 등의 기초 훈련과 영화 시나리오에 맞는 캐릭터들을 구축하였다.

    7

    콘티 작성 주제가 녹음

    월등초와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시나리오 씬별 촬영 장소 선정하고 콘티를 그렸다. 우리 영화에 어울리는 노래를 작사 작곡하여 주제가가 완성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합창과 악기를 지도 연습하여 여수 여도초 합창단이 멋지게 주제가를 불러주었다.

    84~12

    집중 촬영

    단편영화 <작아도 괜찮아> 집중촬영 기간으로 월등초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민 연기자와 제작진이 함께 모여 작은 학교의 꿈과 희망을 담아냈다. 올 여름, 폭염으로 모두가 힘든 상황이었지만 학생들과 우리, 지역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연기하고, 촬영하고, 소품을 만들고, 고민하고, 고쳐나가며 진심을 담았다.

    9

    (현재)

    편집

    배경음악 작곡

    씬별로 회원들이 편집하고 편집한 영상은 밴드에 올려 다른 회원들이 더 좋은 의견을 달면 다시 수정한다. 영상 분위기에 맞는 배경음악들도 만들어 밴드에 올리고 있다.

    1124

    (예정)

    시사회

    영화 시사회는 순천스쿨영상제를 통해 진행된다.



    ▮ 관련 기사

    김민수, 2015, ACT! 96호, 교실 속의 영화감독을 꿈꾸며 – 영화 <순천만 아이들> 제작기

    http://actmediact.tistory.com/298


    ▲ <작아도 괜찮아> 포스터

    Posted by ACT! act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