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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2호 작.큰.영화제] 관객들, 영화제의 중심에 서다 – FoFF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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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7. 2. 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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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02호 작.큰.영화제 2017.3.]


관객, 영화제의 중심에 서다 – FoFF 2017


성상민 (ACT! 편집위원회)



 정확한 통계치는 없지만, 여러 기사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매년 100여개의 영화제가 개최된다고 한다. 물론 하루나 이틀 정도로 짧게 개최되거나 단발성으로 열리는 영화제들도 모두 포함한 수치이지만, 어찌되었든 이 숫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대략적으로 하나의 영화제가 3일에서 5일 동안 열린다고 가정한다면,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 한국 어딘 가에선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한 이래 2017년 현재 한국은 수치상으로만 따지면 영화제의 천국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영화제들은 대중들에게 닿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만다. 많은 사람들은 부산국제영화제와 같이 거대한 영화제들을 기억한다. 그렇다고 해서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대규모 국제 영화제들의 상영작이 널리 알려지는 것도 아니다. 몇몇 작품들은 운 좋게 수입사의 눈에 띄어 개봉될 수 있지만, 대다수의 작품들은 짧은 영화제 상영 기간 동안만 한국에 머물다 다시 떠난다. 해외에서 직접 해당 작품의 DVD를 입수하거나, 불법 공유로 작품을 구하지 않는 이상 영원히 작별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사진 1] FoFF 영화제 포스터



 이런 상황에서 2월 25일 토요일부터 3월 1일까지 다양한 영화제들에서 상영되었던 작품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영화제, FoFF(The Festival of Film Festivals) 2017이 첫 번째 막을 올린다고 한다. 영화제에서 호평받았던 상영작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반가운데, 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도 전문적인 영화인이 아니라 평범한 관객들이라는 점이 더욱 놀랍다. 대체 관객들은 어떻게 자신들이 중심이 된 영화제를 만들 수 있었을까? FoFF를 주최 · 주관하는 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이하 ‘모극장’)의 김남훈 상임이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모극장, 관객들과 함께 영화제를 만들다


 이미 <ACT!>는 2013년 1월에 발행된 82호와 (<한국 영화 환경은 얼마나 ‘공정’한가요? - ‘모두를 위한 극장’과의 인터뷰>)와 2015년 6월에 발행된 93호에서 (<기획대담 (11) 미디어 운동 10년을 논하다 – 대안 배급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모극장과의 인터뷰를 게재한 적이 있었다. 2013년, 설립되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모극장은 영화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노트북에 싣고서 직접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랩톱영화제’를 실험하는 중이었다. 2015년 본격적으로 협동조합으로써 출범한 모극장은 공동체 상영을 중계하는 플랫폼에 대한 구상을 고민했다. (공동체 상영 중계 플랫폼은 2015년 말 ‘팝업시네마’라는 이름으로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2017년, 모극장은 관객들과 함께하는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떻게 모극장은 본격적으로 영화제라는 플랫폼을 관객들과 함께 만들게 된 것일까. 김남훈 이사는 FoFF의 시작은 전적으로 관객들의 몫이었다고 말했다. “매년 청년기획단이라는 이름으로 젊은 활동가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에 대한 소구가 청년층에서 확대될 필요도 있고, 영화 산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라도 청년층은 결코 무시할 수 없죠. 2016년에 모였던 청년기획단 사람들은 ‘광진관객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지역 영화제를 만드는 것으로 활동을 마무리하려고 했었습니다.”




[사진 2] 관객기획단과 함께 FoFF 2017을 준비 중인 모두를위한극장의 김남훈 상임이사.



 광진관객영화제는 영화에 대해서 관심은 있지만, 전문적으로 일을 하지 않았던 평범한 관객들인 모극장의 ‘청년기획단’ 사람들이 뭉쳐 만든 영화제였다. 행사의 운영이나 프로그램 섭외, 홍보에 있어 청년기획단으로 모인 관객들이 주체가 되어 2016년 연말에 진행되었다. 하지만 김남훈 이사는 이러한 관객 영화제가 일회성으로 결코 끝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청년들이 영화를 통해 연속적인 활동을 이어 나가기 위한 다른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꼭 영화제가 아니어도 좋지만, 모극장이 그간 해왔던 커뮤니티 시네마 운동이나 공동체 상영 운동이 좀 더 발전해 나가기 위한 거점이 필요하다고 느꼈죠.”


 김남훈 이사는 공동체 상영 운동이나 커뮤니티 시네마 운동과 같은 관객 중심의 영화 운동이 좀 더 발전해 나가기 위한 요소로 크게 세 개를 들었다. 콘텐츠, 공간, 그리고 주체. “FoFF는 영화 운동에 필요한 콘텐츠를 마련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앞으로 차차 영화 운동이 지속적으로 열릴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그 운동을 이끌어나갈 주체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죠. 그런 점에서 FoFF는 단순한 영화제가 아닙니다. 올 한 해 여러 지역에서 펼쳐질 관객 중심의 영화 운동을 수행하는 플랫폼인 것이죠.”


 그렇다면 FoFF가 말하는 ‘관객 중심의 영화 운동’이라는 말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김남훈 이사는 모극장이 생각하는 ‘관객 운동’을 설명했다. “관객 운동에서 관객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영화를 매개로 스스로 창작을 하고, 다시 그 행위를 사회화하는 주체까지 관객이 되는 것이죠.” 모극장은 그간의 활동들이 관객 운동을 조직화하는 시도라 정의했다.


 김남훈 이사는 이어서 최근 진행 중인 한국의 관객 운동들이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음을 말했다. “전국에 다양한 커뮤니티 시네마가 존재하죠. (편집자 주 - '커뮤니티 시네마'는 관객 또는 시민으로 구성된 공동체가 운영하는 대안적인 형태의 상영관을 말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커뮤니티 시네마는 어떠한 구심점과 결론을 찾아야 하는지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커뮤니티 시네마의 규모가 정체되거나 지속가능한 모델을 찾지 못한 채 흐지부지 막을 내리는 곳도 많죠. 그런 점에서 FoFF는 그간의 시도와 실패들을 집대성한 창구라 생각합니다. FoFF가 끝나면, 조만간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관객들을 중심으로 한 관객 커뮤니티 ‘씨네클럽 FoFF’를 만들어 이러한 커뮤니티 시네마 운동과도 더욱 연계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FoFF가 관객을 위한 영화제라면, 기존에 존재했던 수많은 영화제들은 지금까지 관객을 위하지 못했다는 것일까. FoFF가 다른 영화제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차별점이 궁금했다. “물론 모든 영화제가 관객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배려하고 있을 겁니다. FoFF가 특별하게 다르다고 말하는 건 매우 무례한 답변이겠죠.”


 그러나 동시에 영화제를 만드는 ‘주체’의 차이가 많은 차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자체나 정부 보조금, 후원금을 유치하거나 운영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겠죠. 상영관이나 상영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방식 역시 달라질 겁니다. 영화제가 영화 산업과 정책, 그리고 시민들과 관계 맺는 방식 역시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조그마한 차이들이 모여 FoFF 만의 개성을 만들지 않을까요.” 




‘영화제들’을 위한 영화제


 FoFF를 그저 ‘영화제 상영작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자리’라고 규정하면 FoFF의 가치는 그렇게 크지 않다. 다양한 영화제 상영작들이 한 번에 모일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지만, 서울독립영화제의 ‘인디피크닉’과 같이 영화제들이 개별적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지난 회 상영작들을 다시 상영하는 자리는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EBS국제다큐영화제(EIDF)의 경우에는 최근 ‘D-BOX’라는 이름으로 대부분의 영화제 상영작들을 PC나 스마트 기기로 볼 수 있는 서비스까지 마련했다. 시간적, 금전적 여유만 된다면 최소한 EIDF 상영작들은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김남훈 모극장 이사는 FoFF는 단순한 ‘앵콜 영화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영화제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순회 상영회는 대부분 공동체 상영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관객들에게 알려지고 찾아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죠. 기존의 방식들이 의미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채널을 만들면 더욱 좋다고 생각합니다.” 김남훈 이사는 FoFF를 영화제들이 합심하여 다시 한 번 작품들이 회자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이자, 기존의 공동체 순회 상영회와 상호적인 효과를 도모할 수 있는 시도라 말했다. 영화제의 풀 네임인 The Festival of Film Festivals, ‘영화제들의 영화제’라는 말대로 영화제들을 위한 축제로 FoFF가 구성된 것이다.




[사진 3] FoFF 2017의 개막작이자 인디다큐페스티발 상영작인 오민욱 감독의 <범전>의 스틸. 이외에도 6개 영화제에서 건너온 다양한 작품들이 FoFF 2017에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말대로 FoFF 2017에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비롯해 서울독립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발, EIDF, 그리고 유럽단편영화제까지 총 6편의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작품들이 찾아온다. “꾸준히 개최되고, 관객들에게 분명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영화제들과 함께하고자 했습니다. 더 다양한 지역의 많은 영화제와 함께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현실적인 여력이 되지 못하니까요.” 영화제들의 상황은 저마다 달랐지만, 관객들이 주체가 되는 영화제를 만들겠다는 모극장의 뜻에 많은 영화제들이 호응했고 FoFF를 통해 함께 하게 되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적극적으로 돕고 많은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오히려 모극장이 다른 영화제들을 못 따라가거나 서툴게 대응한 방식이 있었죠.”


 그러나 아쉽게도 2017년의 FoFF는 서울에서만 개최된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살지 않는 이상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들을 보기 위해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서울에 찾아오는 것은 도통 쉽지 않다. 김남훈 이사는 추후 FoFF를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도 개최할 의향이 있다고도 말했다. “이미 몇몇 지역에서 FoFF를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서도 한 번 더 할 수 있겠냐는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FoFF 상영작을 순회 상영하는 형식으로는 하지 않을 겁니다. 지역에서 영화 관객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에 도움이 되면 몰라도, 그냥 상영작을 들고 지역에서 상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니까요. FoFF는 지역 관객 운동과 주체 형성을 돕는 거점의 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조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FoFF는 올해 첫 회를 맞이하는 영화제다. 동시에 관객들이 만들어나가는 영화제이기도 하다. 모극장은 지금까지 소규모 상영회를 몇 번 주최한 적은 있지만, 다양한 극장들을 오가며 약 50편에 이르는 작품을 상영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영화제의 주체가 되는 관객들도 ‘광진관객영화제’라는 소규모 영화제를 개최한 적은 있어도, 극장 세 곳을 무대로 하는 영화제를 개최하게 된 경험은 그 전까지 없었던 것이다. 모극장이든, 관객이든 모두에게 있어 FoFF는 처음 맞이하는 미지의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FoFF는 아마추어적인 영화제일 수 있지만, 김남훈 이사는 그러한 말에 개의치 않았다. “FoFF는 분명 프로가 아닙니다. 프로그래밍도 프로페셔널하지 않고, 영화제를 만드는 관객들 역시 풀타임으로 영화에 대한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죠. 하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이렇게 영화제도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유명 작품, 유명 배우가 오는 것이 영화제의 전부는 아닙니다. 기존에 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들을 관객이 다시 호명합니다. 모든 예술 관람 행위에서 관객이 맨 처음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이고 상호적인 행동이죠. 관객이 주체가 되어 작품을 재구성한다는 건, 매우 창의적인 시도 아닐까요?”


 김남훈 이사는 앞으로도 FoFF는 지자체나 기업의 후원에 의지하는 대신, 관객이 중심이 되어 영화제의 방향을 결정하고 지자체는 이에 간섭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형태의 ‘거버넌스’(협치)가 기반이 되는 영화제로 이끌어 나갈 것을 선언했다. 동시에 이를 위해서는 더욱 많은 관객들이 FoFF와 함께 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모든 것은 관객에게 달려있습니다. FoFF에서 상영되는 작품 대다수는 영화제가 끝나면 묻힐 수도 있는 운명이었지만 관객이 불러냈기에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죠. FoFF의 앞날도 관객이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번 FoFF를 통해 적극적인 관객으로서 스스로를 규정하고 싶은 분들이 많이 모였으면 싶어요. 그리고 영화제 이후, 함께 활동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 4] 모두를위한극장의 직원들과 관객기획단이 함께 힘을 모아 성공적으로 FoFF를 개최하기 위해 합심하고 있다.



 FoFF는 아직 막이 오르지 않았다. FoFF가 앞으로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인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그간 지속적으로 공동체 상영과 관객 영화 운동에서 많은 고민과 움직임을 보였던 모극장과 적극적으로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관객들이 FoFF를 통해 한자리에서 만나 함께 한 걸음을 내딛는다는 것은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모습들이다. FoFF의 첫 행사가 될 FoFF 2017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시작되어 마무리될까. 그리고 뒤이어 출범할 ‘씨네클럽 FoFF’는 어떤 활동들로 올 한해를 가득 채울까. 답은 아직 알 수 없다. 그 답을 채우는 것은 이 글을 읽을 관객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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