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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호 정책연구노트] 소출력 라디오 방송 연구 : 제1편, 소출력 라디오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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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제1호 / 2003년 7월 18일

 

 

소출력 라디오 방송 연구 1

이 연구는 국내외의 방송 관련법과 정책 그리고 라디오 방송의 디지털 전환, 주파수 활용, 방송기술, 기재 및 방송 프로그램과 컨텐츠 등을 살펴봄으로써 소출력 라디오의 모델과 그 전략을 모색하고, 이를 현실화시킬 방안을 제언할 것이다. 현재 미디액트 정책연구위원회 내의 소출력 라디오 연구팀에서 그 실천 방안을 정리 중에 있는데, 한편으로는 정책 제안과 토론회로, 다른 한편으로는 실질적인 준비를 위해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과 액세스에 대한 미디액트에서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중에 있다. 우선 이번 호에서는 소출력 라디오의 개념과 의미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소출력 라디오 방송 연구 : 제1편, 소출력 라디오는 무엇인가?

 

하주영 (영상미디어센터 MediACT 정책연구위원)

역사적으로 라디오는 1880년 헤르츠(H. Hertz)에 의한 전파 발사, 1895년 마르코니(G. Marconi)의 무선 통신 발명에 이어 1907년 드포스트(L. DeForest)의 진공관 발명으로 탄생했다. 최초의 방송 매체로 등장한 이 라디오는 다른 매체에 비해 일반인들도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독특한 경제성과 접근성을 지니고 있었으나, 각국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그 활용의 정도는 판이하게 달랐던 것도 사실이다. 이 연구에서 살펴볼 '소출력 라디오'의 역사도 이와 같은 매체 발달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으며, "소출력 라디오" 혹은 "커뮤니티 라디오"라는 이름으로 이에 대한 경험은 국가에 따라 역사적인 발자취를 달리해오고 있다.

한국사회에서도 전반적인 매체환경의 변화와 퍼블릭 액세스 도입에 따른 시민의 미디어 활용이 적극적으로 검토됨에 따라, 라디오를 통한 시민 참여의 활로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들이 있어왔다. 최근에는 놀랍게도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에 의해 이의 법제 도입에 관한 검토가 진행 중에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에 따른 주파수의 확장으로 라디오 활용 영역을 더욱 넓혀주고 있다는 점에서 소출력 라디오의 가능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소출력 라디오의 도입이 정책적으로 논의된 것은 1995년 7월 공보처가 발표한 선진방송 5개년 계획안에서이다. 지방 자치제 실시와 함께 당시 연구보고서는 이러한 지방화 시대에 맞춘 방송 형태라는 구상에서 처음으로 소출력 라디오를 고려하였다. 1995년 방송개발원의 <소출력 지역라디오방송 신설방안 연구> 보고서, 방송위원회 산하 라디오방송발전연구위원회의 종합보고서에서도 같은 취지에서 소출력 라디오에 대한 주목을 시작하고 있다.

또한 김대중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세계화 시대에 부응한 선진방송 체계 구축>이란 명목으로 "소출력 지역 FM라디오 방송 신설·확대"가 포함되기도 하였다. 2002년에는 정보통신부에서 기존 FM 방송국보다 허가제도를 간소화하고 단발성 행사를 중심으로 방송할 수 있는 미니FM 시험 방송을 실시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들 보고서의 접근은 지역성 혹은 방송의 다양성이란 측면을 강조하는 차원에 국한되어 조금씩 상이한,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지역 시민들의 참여라는 명제를 빼놓지 않고 소출력 라디오의 상을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디어에 대한 기존의 권위적인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시민들의 참여와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기간의 노력에 의한 것이기에 반가운 일이지만,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라디오를 시민들의 액세스 미디어로 활용해온 경험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기존의 연구에서는 지역성 강화와 시민 액세스에 대한 전망을 여러 이론적인 토대와 해외 사례를 통해 그 근거를 찾고는 있지만, 한국 사회의 현실과 시민사회 영역에서의 활용을 전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모델에 대한 제시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소출력 라디오 방송의 의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와도 연관된다. 단순히 기계적인 구분으로 방송 출력이 작은 것 혹은 각 지역의 작은 행정 구역 안에서 방송하는 것만을 소출력 라디오라고 명명할 것인지, 시민의 매체 접근과 표현의 자유를 얻어내는 투쟁의 과정에서 이뤄낸 하나의 성과로 볼 것인지, 상업방송의 획일성과 국가권력이 장악한 방송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제 3의 미디어로 소출력 라디오를 볼 것인지에 따라 우리가 시작하고자 하는 '한국 소출력 라디오 방송'의 역사는 정말 판이하게 달라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의미들이 바로 "소출력 라디오"의 개념 안에 포함되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의 접근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인가의 문제는 소출력 라디오에 관한 법제를 마련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아주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왜 소출력 라디오인가?

보다 근본적인 의문은 현시점에서 왜 소출력 라디오에 주목해야 하는가이다. 충분한 답이 될 수는 없지만 우선은 소출력 라디오 법제 도입에 따른 그 시급성과 중요성을 들 수 있다. 이미 앞에서 언급했듯이 변화하고 있는 방송환경과 법제 속에서 소출력 라디오를 한국적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개입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또한 현재 본격화되고 있는 지역 미디어센터 설립은 지역 미디어로서 소출력 라디오의 입지와 근거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소출력 라디오는 어떤 특성들 때문에 주목받는가? 물론 라디오의 장점을 고스란히 가지면서도 그 무언가가 더 작용하고 있다. 너무 많이 들어본 내용이지만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 가장 보편적인 미디어다.

한국사회가 인터넷 강국이라 하더라도 아직 모든 이들에게 이는 보편적인 미디어가 아니다. 인터넷이라는 뉴미디어는 이에 접근하기 힘든 계층, 연령대가 기존의 불평등한 구조를 따라 생겨나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격차는 갈수록 심화될 수도 있다. 반면, 라디오는 모든 사람들이 듣고 즐길 수 있다. 활용하기에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공동체 지향적이며, 지역차원의 주요한 조직화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이는 획일적인 방송, 자본의 지구화와 이에 따른 단일한 지배적 문화에 대항하는 강력한 투쟁수단이 될 수 있다.

  • 상대적으로 저렴한 설립과 운영이 가능하다.

라디오는 다른 방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비가 들어, 그 경제성을 주요한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영상 방송에 비해 비교적 소규모 자본으로 라디오 방송국의 설립과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초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재라든가 송출을 위한 안테나 시설도 그 대상 영역에 따라 다양한 가겪대에서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방송 포괄 범위 상의 광역성과 협역성의 동시 확보가 가능하다. 또한 최근 컴퓨터를 활용한 오디오 편집이라든가 효과 음향 데이터 저장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의 고가의 편집, 녹음 장비가 점차 저렴해지고 있다. 더불어 장비의 간편함은 적은 수의 인원으로도 방송국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동시에 보장해 준다. 이와 같은 라디오 매체의 경제성을 통해 상업적 논리를 비교적 쉽게 비껴갈 수 있으므로 시민들이 직접 만들거나 접근하기 쉬운 미디어로 자리잡기 용이하다.

 •  영상 미디어에 비해 간단한 기술과 순쉬운 매체 접근성을 가진다.

공중파 TV나 위성방송 혹은 케이블은 제작과정이 복잡하고 방송기자재의 이용이 쉽지 않아 일반 시민들이 이를 이용해 자신의 의사를 직접 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에 반해 라디오는 타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지 않는 방송장비와 제작기술로 인해 상대적으로 일반 시민의 접근이 용이하다. 즉 제작의 간편함으로 사회 각계 각층, 특히 텔레비전이나 기존 거대 매체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의 목소리와 삶의 현장을 비교적 생생하게 전달하여 공동의 경험 영역을 넓힐 수 있다.

 •  아무 때나,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다.

라디오 방송은 전파방송으로서의 속보성이라는 장점과 더불어 수신기의 휴대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수신이 편리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언제 어떤 곳에서나 수신기만 있으면 라디오 방송 청취가 가능하다. 또한 라디오 방송 청취만을 목적으로 하는 수신기의 경우 그 가격이 과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한편으로 텔레비전과 같은 영상 미디어는 수용자들이 시선을 브라운관에 집중시켜야만 하는 것에 반해, 라디오 방송은 다른 활동의 수행과 동시에 청취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라디오는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적 매체로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  다양한 운영 방식과 주체에 따른 새로운 문화를 형성한다.

특정 지역에 따라 라디오 방송은 다양한 내용을 구성할 수 있다.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 지역 사회를 방송의 대상과 목적으로 정할 수도 있다. 또 여성, 노동, 환경 등의 전문 집단을 대상으로 한 방송의 경우 굳이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방송의 영역을 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제작된 방송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거쳐 공유될 수도 있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고 그들의 문제점, 의견, 욕구들을 비교적 여과 없이 반영하고 공론화 시킬 수 있는 매체가 될 수 있다.

 소출력 라디오 + 운동?

이런 일반적인 특성을 가진 소출력 라디오 방송은 이것으로 그 개념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그것은 특수하게 운동의 한 영역으로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거대한 미디어 자본은 스스로의 덩치를 계속 불려나가고 있다. 세계화라는 명목 하에 상업 미디어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그 덩치는 더욱 커지고만 있다. 이런 가운데 아니나 다를까 소규모 시민 방송의 영역은 더욱 그 입지가 줄어들고만 있다.

소출력 라디오 혹은 커뮤니티 라디오라는 이름으로 대안적 라디오 운동의 명맥을 유지해오던 국가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작은 미디어들을 거대한 상업 미디어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격렬한 논쟁과 투쟁들이 벌어졌다(최근 미국 FCC의 미디어 소유 규제 완화 결정은 이 투쟁을 더욱 격렬하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의 단편적인 한 사건만을 보더라도 소출력 라디오의 개념 안에 포함되어 있는 투쟁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운동)의 역사에서 소출력 라디오가 대안 미디어로 그 자리를 잡게 된 경위는, 상업방송 혹은 기존 방송 시스템과 그 내용에 지쳐버린 사람들이 대안적인 미디어를 스스로 구성하고, 정치적, 문화적으로 사회의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중요하게 이용되면서부터이다. 여성, 토착 주민들, 민족적, 언어적 소수자들, 청소년, 소작농, 국제 자유주의 운동가 등은 정치적, 문화적 중재와 개발의 수단으로써 라디오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있다. 라디오를 그들의 필요에 맞게 쓰일 수 있는 미디어로 전환시키고 있으며, 이 내용들은 기존 방송체계에서 담아낼 수 없었던 수많은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또한 이들의 활동은 단지 라디오 방송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지역 혹은 그룹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 문화 그리고 정치적 과정에서 끊임없이 개입하고 싸워왔다는 것이다.

이런 라디오 운동은 소출력 라디오 혹은 커뮤니티 라디오라는 이름으로 명명되고 있다. 커뮤니티 라디오는 소출력 라디오 보다 기술적으로는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등 대륙과 국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을 띠기는 하지만 그 운영원리나 원칙에 있어서는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오히려 넓은 의미에서 볼 때 소출력 라디오는 커뮤니티 라디오 영역의 일부라고 볼 수도 있다.

 세계의 라디오 운동

이제 소출력 라디오는 단순히 기술적이고 지역적인 한계에서 벗어나게 된다. 오랜 투쟁의 역사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스스로 가지게 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각 국가 혹은 대륙간의 상이한 역사와 함께 대안적인 시민 미디어로써 소출력 라디오가 자리잡게 된 형태를 살펴보자.

라디오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굉장히 다른 방식으로 발전되었다. 미국에서의 방송은 기본적으로 경쟁과 상업주의가 원칙이다. 유럽과 그 식민지에서 라디오는 국가의 중앙집권적 통제 하에서 라디오가 운영되었고, 캐나다에서는 이들 두 가지 시스템의 복합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즉 전국적인 수준에서는 국가의 강한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적용했고 지역 수준에서는 경쟁과 상업주의를 허용하였다.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는 주, 개인, 종교, 대학, 특정 관심사, 토착민 라디오 방송국으로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모델들은 서로 섞이고 변화하였다. 상업 라디오는 서유럽, 뒤이어 동유럽까지 확산되어 그 첫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공 라디오는 미국에서 미디어 환경의 일부로 나타났다. 아프리카에서는 전국 네트워크의 다양함이 개발, 교육 그리고 커뮤니티 참여 같은 새로운 주제들을 받아들이면서 탈중앙집권적인 과정으로 존재했다.

• 아프리카

라디오는 아프리카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가장 중요한 미디어이다. 문맹률이 높음으로 인해 미디어 자체가 시민들에게 어려움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또한 TV의 경우도 경제력에 따라 그 접근도가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구가 밀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촌지역에서 공영 TV 서비스를 받기란 쉽지 않다.

반면에 라디오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수신자는 상대적으로 싼값에 이를 이용할 수 있고 프로그램은 싸게 생산되고 공급되고 있다. 또한 사실상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중앙 공영 라디오 서비스 방송은 수도나 다른 큰 지역에서 나온 것으로 지역적인 정보를 담고 있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에는 커뮤니티 라디오로 불리는 라디오가 존재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우리가 다루고 있는 소출력 라디오에 포함시키기 어렵겠지만 그 형태와 대안적 미디어로서의 기능은 동일하다. 이는 농촌지역에서 대부분 꾸려지고 있고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방송국은 전국적이고 지역적으로 제작된 프로그램들을 혼합해서 방송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AMARC(World Association of Community Radio Broadcasters; 세계커뮤니티라디오방송연합, http://www.amarc.org)을 중심으로, 라디오 활용에 관한 아프리카 전역에 걸친 연구와 프로젝트, 회의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방송 체계가 중앙 집중적인 성격이 강한 아프리카에서 라디오 방송은 이러한 중앙집중적 형태의 방송구조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꾸려 가는 대안적인 방송을 위한 투쟁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 아시아

아프리카와 함께 아시아의 방송 시스템은 중앙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고 있다. 국가 통제의 전통은 열강 식민지의 잔재로, 미디어 자체가 정부 정책의 선전도구로 고안되었기 때문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두 번째 공통된 특징은 라디오의 중요성이다. 라디오의 중심적 위치는 주변부 국가들의 공통된 형태이다. 1986년 유네스코가 행한 전세계적인 조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는 평균 주민 1,000명 당 160개의 라디오 수신기가 있다고 한다. 반면 TV는 주민 1,000명 당 겨우 39개로 통계가 잡히고 있다. 이런 통계는 이른바 선진국 주민들이 인구 1,000명 당 988개의 라디오 수신기와 472개의 TV를 가진 것과 비교가 안 된다(World Communication Report, UNESCO, 1989, pp,149, 156).

대부분의 영역에서 아시아의 방송 시스템은 아프리카보다 식민지 역사가 미치는 영향 때문에 더욱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라디오 방송에 대한 실험은 계속 되고 있는데, 말레이시아나 스리랑카, 베트남 등에서 고려되고 있다. 필리핀은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다르게 방송 시스템이 미국의 상업적 전통에 강한 영향을 받고 있다. 게다가 개개의 부문과 국영 방송 네트워크에 영향을 주고 있어서 지역 농촌 라디오의 많은 수가 대학과 그 외의 기관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와 별도로 일본에서는 국가적으로 소출력 라디오에 대한 법적 보장을 하고 있다. 물론 대만, 캄보디아, 등 아시아의 몇몇 국가들에서는 해적 라디오의 활동이 미미하게 존재하고 있지만, 워낙 국가의 통제가 심하기 때문에 바로 구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음 표에서 정리하고 있는 한국 라디오 방송의 초기 역사는 대부분의 아시아 식민지 국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 역사적 태동일 것이다.

시기 방송
형태
주체 목적 내용
도입초기

1924 -
1926
시험
방송
조선 
총독부 
체신청
침략통치를 위한 방송매체
1924년 시험방송
1925년 정기 시험방송
- 200W 출력, 뉴스, 일기예보, 음악
- 일본에서 먼저 실시, 대부분 신문사 주도 시험방송, 방송장비 일체 수입
조선일보사 신문홍보, 문화사업의 일환1924년 말 공개실험
보급초기
1927 -
1932
정규
방송
경성방송국 일반 민간방송 설립을 막기 위해 경성방송국 설립 - 경성방송국 (총독부 주도 사단법인, 1926년 설립)
- 수신기 제작 일반 보급단계
확대보급기
1933 -
1937
이중
방송
경성방송국 국악, 민요, 스포츠, 양악, 창 등의 프로그램 운영으로 청취자 확보 시기 - 이중방송(시간별 한국어 방송), 출력 확대
- 조선방송협회 설립, 
- 지방방송(부산, 평양, 청진, 함흥, 이리, 대구, 대전 등으로 확대)
이중방송으로 안정되자 총독부 개입, 뉴스 사전검열, 사상개조, 황국신민화 운동 등 의식개혁 프로그램 배치 - 34년 방송심의위원회 설치 
- 월1회 편성 심의 
- 감청국 상주, 체신국에 방송감독계 설치하여 방송차단
- 37년 중일전쟁발발로 조선중앙정보위원회설치 방송통제
- 중일, 태평양 전쟁으로 인한 수요 확대, 수신기 보급



• 호주

호주의 커뮤니티 라디오 방송은 어느 대륙 못지 않게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이미 독자적인 법령의 제정을 통해 다양한 민족별, 그룹별, 지역별 라디오 방송을 보장하고 있다. 100개의 라디오 방송국이 존재하고 있으며 50개 이상의 그룹이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방송국의 방송은 실질적으로 전국에 분포하고 있으며, 큰 도시에서부터 고립된 오지의 커뮤니티까지 존재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도 소출력 라디오라는 이름보다는 커뮤니티 라디오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소출력 보다 넓은 범위의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런 방송국 중 몇몇은 (주로 큰 도시의) 특별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허가를 받는다. 민족 혹은 원주민 프로그램이나 클래식 음악 혹은 교육 프로그램 등이 이런 특별 방송 서비스에 속한다. 특별 방송의 대부분도 커뮤니티 서비스를 기반으로 허가를 받고 있다. 국영 혹은 상업 라디오 서비스에 기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커뮤니티 그룹들에 서비스하는 특정한 요구에 따라서 방송하고 있다. 커뮤니티 라디오에 대한 액세스 그룹으로는 토착민과 민족 소수자, 여성 그리고 청소년과 실업 청년들 등이 속해 있다.

호주의 커뮤니티 방송국들은 그들의 재정을 3가지 주요한 자원으로부터 끌어오고 있다. : 1) 회원들의 회비, 정기 기부, 기부금의 형식으로 커뮤니티 지원을 바로 받는 것(40%), 2) 광고의 형식으로 매우 제한적인 형태의 스폰서쉽(30%), 3) 연방정부, 국가, 지역 정부 프로그램으로부터 받는 다양한 기금이 있다.

• 유럽

중앙 집중적인 국가소유 방송 시스템 모델은 과거 그들의 식민지 아프리카나 아시아에 더 많이 남겨져 있다. 유럽에서는 이러한 방송에 

대한 국가 통제를 벗어나기 위한 미디어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는데, 이때의 라디오 방송운동이 자유 라디오 운동으로 불리고 있다. 방송에 대한 국가 독점은 1970년대 자유 라디오 운동이 서유럽으로 스며들 때까지 지속되었다. 이 운동의 열기는 드높았는데, 수 천 개의 해적 라디오 방송국(허가받지 않는 방송)이 방송에 대한 국가 지배에 맞서 불복종 운동을 시도했다.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불과 한 줌의 자유 라디오 방송국이 살아남았다. 이렇게 살아남은 방송국들은 여느 국가마다 있었는데, 이는 국가가 방송 독점을 포기할 것을 거부했던 국가들에서도 살아남았다.

유럽의 어느 국가보다도 라디오 운동이 활발했던 곳은 네덜란드이다. 네덜란드는 이런 해적 라디오와 커뮤니티 라디오 운동의 역사가 깊은 국가이다. 자유 해적 라디오 방송국들의 쇠락과 함께 커뮤니티 라디오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고 거의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은 현재 합법적인 커뮤니티 방송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동유럽에서도 사회주의 붕괴 이후 자본주의의 물결이 들어오면서 방송환경의 변화가 급변하였다. 폴란드에서는 이 라디오 운동이 전국노조를 여전히 묶어주고 있는 연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 라틴 아메리카

첫 번째 커뮤니티 라디오의 경험은 거의 50년 전에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국가, 민영 상업방송, 교회, 대학, 노조, 원주민 라디오들은 복합적으로 구성되어서 지역의 라디오 세계의 정말 역동적이고 다양한 면들이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 간 대중 그룹에 의한 라디오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형태로 방송을 하고 있는데, 자신들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이를 상업 방송의 전파를 통해서 방송하는가 하면, 또 다른 방송국들은 "보치나스(bocinas)"를 이용하는데, 간단히 말해 큰 확성기를 오두막이 밀집한 지역에 설치하는 것이다. 라틴 아메리카는 시민 미디어로서 라디오의 모든 형태가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북 아메리카

커뮤니티 라디오가 북 아메리카에서 시작된 것은 1949년경이다. 캘리포니아 반전론자들은 당시 FM 라디오 수신기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어 있지 않을 때, FM 라디오 방송 면허를 획득했다. 이것이 바로 잘 알려진 KPFA이다. 방송국은 현재 수십만의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을 청취자로 가지고 있으며, 백만 달러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KPFA(http://www.kpfa.org/)는 북아메리카 커뮤니티 라디오 경험의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다. 북 아메리카는 대부분 라틴 아메리카와는 많은 면에서 차이를 가진 유형을 띄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인들이 당연한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300 여 개의 방송국이 처음 발상 되기까지는 힘든 과정을 거쳤다. 이런 모델을 만들기 위해 몇 세대를 거치긴 했지만 그리 길지는 않았다.

도시(Urban) 커뮤니티 라디오 방송국은 특정 그룹을 대상으로 주류에서는 소외되고 있는 문화적, 정치적인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이는 그들의 언어와 인종, 문화적 관심과 정치성향 때문에 주류 미디어로부터 소외당하고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보다 폭넓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 농촌지역 방송국 역시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보다 도심에서 떨어진 커뮤니티의 대다수 주민들은 도시를 기반으로 한 라디오 네트워크가 제기하는 논쟁이나 또는 주류 미디어가 제기하는 것에 비교적 공감대가 떨어진다.  

또한 해적라디오는 작지만 북아메리카에서는 지속적인 현상으로 흑인과 가난 반대 그룹들이 이 시스템에 도전함으로써 계속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년 전에는 이런 해적 라디오들에게 면허를 부여하는 LPFM(Low Power FM)이 FCC에 의해 도입되어 실시되고 있다. 물론 아직 여러 문제들로 싸움이 벌어지고는 있지만, 그간의 투쟁의 성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북아메리카 커뮤니티 라디오는 상업 혹은 공공 라디오에서 무시당하고 있는 문화적 정치적 관심을 가진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계속 도전하고 있다.

 소출력 라디오! 어떻게 요리해 볼까?

이렇게 전 대륙에 걸쳐 오랜 역사를 지닌 라디오 운동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용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있다.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모델을 상상하고, 구상하며, 실험해보는 것이 가장 생산적인 길일 것이다. 법제 도입이라는 급박한 사안들의 직면과  지역 미디어센터의 설립 흐름은 이제 소출력 라디오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 원칙의 수립을 강제하고 있다.

시민들의 미디어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대안 미디어로서 라디오를 바라보고자 한다면, 이미 지구적인 합의를 거쳐 완성된 AMARC의 커뮤니티 라디오 헌장(Community Radio Charter)의 기본적인 관점과 방향제시에 큰 어긋남 없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소출력 라디오의 구체적인 상을 그려감에 있어 이런 원칙들을 고려해 볼 만하다.


·민주적 과정과 다원주의적 사회에 기여하는 독립 미디어 서비스를 위한 비영리 단체에 의해 설립되어야 한다.
·지역적 전국적 정치적 상업적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비영리적 트러스트, 제휴 또는 비영리를 극대화한 제한된 회사들로 이루어져야 한다. 
·내부 경영은 자원자들과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되어야 하고 설명되어야함이 보장되어야 한다.
·공적 보조금, 광고, 청취자들로부터의 기부금 등 다양한 소스로부터 재원을 충당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어야 한다.
·소수단체들이 액세스할 수 있도록 하여 문화적 언어적 다양성을 증진시키고 적절한 방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지역의 창의적인 역량을 촉진시키고 지역 전통을 육성해야 한다. 
·경영, 편성 그리고 고용이 차별적이어서는 안 된다.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자원봉사자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액세스를 위한 방송제작과 방송장비 및 시설에 대한 교육이 보장되어야 한다.
·프로그램과 기술에서의 혁신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청취자 개발과 만족이 가능해야 하고 강화되어야 하며, 정보의 흐름을 풍부하게 함으로써 의견의 다양성을 촉진해야 한다.
·뉴스 프로그램은 정직하게 보도해야 하며, 정보원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오보에 대해 개인이나 조직에 반론권(right of reply)을 제공해야 한다.
·주로 지역 소스로부터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며, 지역 청취자들이 보다 많은 이슈를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환경과 인권 관련 이슈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방송국들 간의 프로그램 및 인력을 적극적으로 상호교환 하도록 해야 한다.
·이해를 증진시키고 유럽인들을 통합시키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참고 자료>

▲ 진보적 미디어운동을 위한 웹진 프리즘 http://prism.jinbo.net

- 소출력 라디오와 민주주의 (3호, 서평) 
- 미국의 최근 소출력 라디오 허용 문제를 둘러싼 운동가들과 보수파와의 공방 상황에 관한 자료 (영문, 3호, 아카이브) 
- 라디오 운동 1 : 라디오의 민주적 부활을 꿈꾸며 (7호, 기획) 
- What is Community Radio? (영문, 7호, 서평) 
- AMARC site (7호, 사이트 소개) 
- 미국 라디오 운동가 그렉 루지에로부터 미국 소출력 FM 라디오 운동의 현실과 쟁점을 듣다. (8호, 기획) 
- 노동자 라디오 운동을 위한 제안 1 : 해석본, 영문 본문 (8호, 기획) 
- 노동자 라디오 운동을 위한 제안 2 (9호, 기획) 
- 진보적 라디오 운동과 주파수의 함수관계 (12호, 기획) 
- 노동 라디오 프로그램 구축 : 메디슨 노동 라디오 (13호, 기획)

▲ "A passion for Radio", Bruce Girard (http://www.comunica.org/pa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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