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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호 쟁점] 미디어 운동의 새로운 개념화를 위하여! -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의 발간을 시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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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제1호 / 2003년 7월 18일

미디어 운동의 새로운 개념화를 위하여!

-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의 발간을 시작으로
 
 
조동원 (영상미디어센터 MediACT 정책연구실)
 
전지구적 대안 미디어운동의 성장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내달리고 있는 현재의 자본주의는 전지구화의 과정에 있어서 미디어라는 수단에 점점 더 깊숙이 의존해 왔다. 특히 디지털테크놀로지의 가히 혁명적 발전과 보편화는 자본주의적 전지구화의 완성을 위한 자연스러운 기술적 토대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미디어(테크놀로지) 영역, "전지구적 상업 미디어 시스템"(맥체스니)에서 또한 지배적이고 독점적인 주류 미디어에 저항하고 투쟁하는 운동들이 없었다고 모른 체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현실을 왜곡하는 일이거나 도무지 철폐되지 않을 것 같은 자본주의에 대한 심화된 비관주의와 지적, 실천적 게으름이 결합한 결과일 것이다.
전지구화 시대, 각 지역 공동체의 미디어운동에 대한 사례들은 지역의 발전을 위한 정치․사회적 운동들과 이를 위한 참여적 커뮤니케이션 건설에 대한 역사적 성패의 입체적 모자이크 속에서 (가려져 있었을 뿐) 늘 우리 곁에 살아있으며, 지역 공동체의 수준을 포월하는 전지구적 대안 미디어운동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사회 변화를 위한 민중의 생산수단들
 
이러한 지역적인 그리고 전지구적인 참여적이고 민주적 커뮤니케이션을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목소리(voice)'다. 여기서 목소리란,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의 실제 삶의 이야기들, 그 사회문화적 환경, 그리고 문화정치적으로 배제된 그들 스스로가 생생하게 사용하고 있는 말들에 대해 듣는 과정이다. 이러한 민중들의 목소리를 전해주기 위한 적합한 미디어로서 : 전자 미디어로는 가장 먼저 그리고,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그 방송국이 수천 여 개를 헤아리는 공동체 라디오 운동에서부터, 대부분 상업적으로 재편되어 있는 영화와 텔레비전 산업에 저항하면서 교육, 문화적 정체성, 조직화, 그리고 정치적 참여를 위한 도구로서 기능하고 있는 비디오, 급속하게 미디어운동의 첨예한 전선을 형성해 가고 있는 인터넷, 그리고 이러한 전자미디어의 영향력에 필적하기 힘든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대면을 통한 참여적 커뮤니케이션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고 있는 지역 고유의 음악, 춤, 연극 등의 전통적 미디어 등이 망라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의 반전 시위나 산개 파업 전술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동전화(문자메시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대안 미디어’가 적합한 개념인가?
 
이러한 미디어운동의 사례들을 우리는 보통 ‘대안(적)’ 미디어라고 불러왔다. 주류의 상업 미디어를 비판하면서,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다양한 미디어 활용 실천을 가리키기 위한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 미디어 실천들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주류 미디어가 엄연히 존재하는 구조에서 ‘대안’ 미디어는 그에 대한 대체나 대항의 적극적인 의미라기보다는 어느 순간 주류미디어에 대한 보조적인 역할과 기능에 갇히게 되기 때문이다. 대안 미디어가 주류 미디어에 적극적으로 대항하기 위해 그 대량생산의 미디어 조직방식(엄청난 자본투자, 전문기술 등)을 차용하면서 되레 대중적인 토대와 참여구조를 놓치게 되는 딜레마에 직면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개념적으로 ‘대안’이라는 말 자체가 함축하는 것이 현존하는 주류와 다른 것이라면 정치적인 지향과 무관하게 그 어떤 것도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사회 변화를 지향하는 운동이냐에 대한 판단이 결합되지 않으면 어느 순간 극단적인 보수의 ‘목소리’와 구별되지 못하는 위치에 빠져들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는 미디어운동의 보다 엄밀한 개념적인 문제를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우리가 의미하는 미디어운동이 어떠한 사회적 변화를 지향하는 정치적 지평 속에서 무엇을 목표로 하는 활동들을 포괄하는 것인가에 대한 운동의 목표와 영역, 사회적 연관 관계 등에 대한 개념적 이해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미디어 구조를 변화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사회를 향한 미디어 실천
 
미디어운동의 다양한 실천들을 이론화하기 위해 실로 다양한 개념들이 등장해왔다. 시민 미디어, 공동체 미디어, 진보적 미디어, 민주적 미디어, 독립(적) 미디어, 지하 미디어, 대안(적) 미디어, 급진(적) 미디어, 더 나아가 해방적 미디어, 전복적 미디어, 혁명적 미디어 등등. 현존하는 주류 미디어와의 관계와 사회적 변화의 정향(orientation)에 따라 이 개념들은 서로 다른 스펙트럼의 위치를 차지한다.
시민, 공동체 미디어 등은 주류 미디어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떠한 사회변화를 향한 운동이냐는 것에는 답이 약하고, 대안 혹은 급진 미디어나 혁명적 미디어는 새로운 체제를 향한 운동에 결합하는 것처럼 보여도 현존하는 주류 미디어를 어떻게 고쳐나갈 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진보적, 민주적 미디어라는 개념은 위의 개념들 보다 상대적으로 더 애매모호한 말들인 게 사실이다. 우선 각 개념들이 등장하고 사용되어온 맥락과 정의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테지만, 이것들이 기존의 주류․상업 미디어나 매스 미디어와 맺는 관계, 그 배후의 자본과 (국가)권력의 작용, 또 이에 대항하는 각 사회운동의 지형 속에서, 그리고 우리의 일상적인 미디어 담론 속에서 비판적으로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제출된 개념들 중에는 주류 미디어의 구조와 생산방식 자체를 완전히 개혁하면서도 자본주의 체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를 위한 새로운 미디어 구조와 실천을 동시에 모두 함축하는 개념이 없어 보인다고 할 때, 무엇보다도 우리의 구체적인 미디어운동의 실천들로부터 우리가 지향하는 미디어운동의 개념(그리고 전략과 전술)을 도출하기 위한 새로운 실천-담론-이론-전략의 재구성 작업도 시급히 요청되는 과제일 것이다.
이제 미디어운동의 실천과 이론의 교차로를 가로질러 멈추지 않은 길을 출발하기 위해 첫발을 뗀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는 이러한 작업을 위한 논의 - 비판과 토론의 지면으로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번 첫 호의 “쟁점”으로 묶인 글들을 통해 우선 이러한 미디어운동의 새로운 개념적 재구성의 구체적인 계기들을 만나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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