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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9호 미디어교육] MELL 프로젝트 심포지움 참가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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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19호 / 2005년 3월 22일 



MELL 프로젝트 심포지움 참가기 1
 
오 정 훈( 미디액트 미디어교육실장 )
  [편집자 주] 이번 호 <ACT! >에서는 지난 2월 도쿄에서 열린 멜 프로젝트 심포지움에 참석한 미디액트 오정훈 교육실장의 참관기를 연재하기로 했다. 연재는 2회에 걸쳐 계속되며, 첫회는 멜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와 아시아 지역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중심으로, 두 번째는 미디어교육 네트워크와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기록을 싣고자 한다.
   지난 2월 19일부터 20일 이틀 동안 도쿄에서 멜 프로젝트(MELL project) 심포지움이 열렸다. 멜 프로젝트는 미디어교육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통해 정보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현실적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틀 동안 열린 멜 프로젝트의 주요 행사는 다음과 같다.
 2월 19일
1. 멜 프로젝트 2004년 개괄 
2. 미디어 표현, 학습과 리터러시: 멜 프로젝트 도쿄 선언
   (타이완, 중국, 일본, 한국의 미디어교육 현황과 과제를 중심으로 토론)
3. 멜 만다라(멜 프로젝트에 연결되어 있는 참여자들의 네트워크)
 2월 20일
4. 두 개의 주제 토론
(방송 전달자와 시민의 대화, 모바일을 통해서 보는 미디어 문화와 리터러시 연구)
5. 미디어 바자(미디어교육 연구자, 기획자, 교사들의 네트워크 및 교육 컨텐츠 교류)
6. 종합토론


멜 프로젝트(Media Expression, Learning and Literacy Project)는 일본 문부과학성(한국의 교육인적자원부)의 과학연구비 기반 연구, ‘순환성 정보사회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협동적 미디어 리터러시 실천과 이론에 관한 연구’의 재정적 기반을 통해 이루어졌다(연구 기간 : 2002년부터 2004년, 연구비: 1150만엔). 이 프로젝트는 2000년 도쿄대학교 대학원인 정보학환(情報學環 Interfaculty Initiative in information Studies)에 의해 제안되었고, 2001년 1월 정식 발족하여 2006년 1월에 종료되는 5년간의 프로젝트이다. 미디어 표현과 학습,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한 광범위한 네트워크형 연구조직으로서 멜 프로젝트는 서브 프로젝트(sub-project), 관련 프로젝트, 출판 활동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멜 프로젝트는 문부과학성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미즈코시 신(水越伸 Shin MIZUKOSH,도쿄대학교 정보학환 교수)을 비롯한 6명의 리더, 80명의 회원, 600명의 서포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 구성원은 대학원 정보학환, 사회정보연구소, 학교 교사, 저널리스트, 사회교육관계자, 시민활동가, 대학생과 대학원생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한국에서 이 심포지움에 참석한 사람들은 다음세대재단, 정현선(경인교대 교수), 아르떼 이선옥씨, 그리고 학교 교사들과 미디어교육 관련 대학원생 등 약 13명 정도였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일본에 와서야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국제 행사가 한국의 미디어교육 네트워크를 만들어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꾸준히 자기 자리에서 미디어교육 실천을 해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 왠지 푸근함을 갖게 했다. 현재 한국의 미디어교육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물적 공세 속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교육 현장의 중요성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뿌듯함이었다.


첫 번째 날은 멜 프로젝트 소개와 2004년 활동에 대한 발표로부터 시작되었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심포지움의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감각적으로 이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느낄 수는 있었던 것 같다.
멜 프로젝트는 일본민간방송연맹과 더불어 제작자와 시민들의 대화라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두 국가간에 미디어교육 프로젝트, 공적영역에 관한 연구회, 책 만들기와 미디어교육 프로젝트, 나가노 지역의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회 활동, 텔레비전 분석 프로젝트 등 다양한 미디어 영역과 지역에 걸쳐서 교육과 연구를 시행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미디어 교육을 게릴라처럼 소규모로 여러 지역에 흩어져서 싸우고 다시 모이는 방식으로 실증적인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또, 멜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인간사회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가에 주목하고 있다. 모바일과 인터넷 미디어가 주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미디어 언어와 기술, 그리고 미디어교육의 근원적 모습을 찾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러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일어나는 형태에 주목하면서도 그 환경을 변화시키는 방향에 대한 언급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미디어교육의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현재 미디어 환경이 만들고 있는 사회에 대한 비판과 참여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는 강조하고 있지는 않은 듯 했다. 그렇지만, 멜의 가장 큰 장점은 연구자, 교육자, 시민활동가 등의 다양한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지역과 공식,비공식 교육, 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들면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적어도 거대 자본 중심의 미디어에 대항하며, 성장한 시민미디어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종래의 보호주의와 상업주의에 대한 반기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종래의 비판적 읽기 교육과 학교 교육, 그리고 디지털 기술에 관한 교육 영역을 아우르면서 근본적인 미디어 리터러시가 무엇인지를 모색하고자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멜의 긍정성을 발견할 수 있겠다.
  멜 프로젝트 소개 이후 타이완과 중국, 한국, 일본의 미디어교육에 대한 현황과 과제가 발표되었다. 타이완은 타이완 미디어 리터러시 센터의 소피아 우(Sophia WU, 政大傳播學院媒體素養?究室 Center for Media Literacy in Taiwan, NCCU 국립쳉치대학) 교수가 타이완의 미디어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소피아 우의 발표 중에서 현재 운영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미디어교육의 상황과 문제의식이 한국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프로젝트들은 정보와 인터넷, 교사 교육과 교육자료 개발, 조사와 개발, 커뮤니티 아웃리치 등이다. 한국 역시, 그러한 주제들에 문제의식을 갖고 실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면 타이완과 크게 차이점은 없는 것 같다. 다만, 현재 한국의 미디어교육은 80년대부터 축적된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타이완은 2003년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위원회가 설립되어 본격화되었다는 것이다. 미디어교육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서로 비슷한 수준의 질문을 한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발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상대적으로 한국이 긴 역사 속에서 좀더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논의를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중국의 경우는 주로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미디어와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중국은 매개소양(媒介素養)이라는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표현하고 있었다. 이것은 타이완도 마찬가지였는데, 어쨌든 새로운 단어였다. 중국은 WTO 가입 이후 외국의 미디어가 밀려드는 상황이고,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져 가는 상황 속에서 미디어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져 가고 있는 추세였다. 흡사 90년대 한국에서 인터넷이 보급되는 성장 속도를 생각나게 했다. 인터넷 이용자 중에서 32.4%가 학생들이고, 이용자의 대부분은 남성이면서, 미혼에, 25세 이하!  매스미디어에 들어가는 광고 수입이 국가재정에 큰 영향력을 보이고 있으며, 미디어에 대한 이성적 판단과 윤리가 부족한 상태고, 미디어의 성격이나 운영, 제작과정에 대한 지식이 적다고 한다. 이러한 지적들은 중국이 개방되면서 밀려드는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로 문화가 점점 변해가고 있으며, 그 속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보호주의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느끼게 해 주었다. 발표를 한 리우(Xuean LIU, 국제통신경제연구소 연구원)씨는 중국의 미디어교육의 가능성으로 몇 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이중의 문제(정치와 상업화, 국내 미디어와 외국 미디어), 미디어 보급과 학교 교육에 있어서의 지역 격차, 학교 교사, 미디어관련자, 부모에 대한 교육, 미디어에 대한 관심도와 표현 욕구의 증가, 대학 중심의 미디어교육을 확대하는 가능성 등이다.
 한국 발표자로 나온 정현선(경인교대) 교수는 국내 미디어 교육을 주도하고 진흥하고 있는 곳이 갖고 있는 정책적 문제(재원, 진흥 방식, 내용)들을 지적하면서, 미디어교육을 다시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비판적 리터러시, 창의적 리터러시, 멀티 리터러시 등 세 가지 미디어 리터러시를 다시 생각하는 주제들을 언급하고, 한국과 아시아 지역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연구와 캠페인, 미디어교육 저널 등의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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